Spoiler ALERT!

이 앞, 과도한 과몰입이 있다.

그리고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결론부터 말하자면 1부는 이야기 도중에 삐걱거리는 구석이 많다는 것이다. 등장인물의 갑작스런 태세전환도 그렇고, 전개가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도 그렇고. 그걸 감안해도 취향만 맞으면 볼 만 하다.



그치만 딱 10년대 라노벨, 노벨피아 초창기 4드론 웹소설 감성으로 읽어야 할 듯. 섬세하고 개쩌는 명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끔찍하게 최악은 아닌 일단 볼 만 한 수준이다.

재미는 있었다... 정도.


나처럼 이런 스토리도 볼 만 한 사람도 있으니 허접한 후기글이나 올리고 있겠지. 암튼 9지에서 계속 달려가보겠다.



서론을 던지는 것은 크사이에 대한 설명.

요약하자면 테라포밍 장치다. 본래 던전이 도시의 형태로 있어야 했다는 에바의 언급과 조합하면, 고대 과학문명은 무언가를 하다 대차게 말아먹었고, 그 수습을 위해 던전과 자동인형을 안배해둔 모양이다.


그리고 스텔라 왕녀는 그 중 특별한 자동인형인 크사이를 이용해 세상을 개변시키려 한다. 모든 것이 자신에게 맞춰진, 자신만을 위한 완벽한 이상향으로.


조상님이 보면 묫자리에서 당장 일어나 대가리를 깰 꼬락서니지만, 그 대가리를 대신 깨줄 사람은 따로 있다.

흔한 냐로우계 주인공이자 지금까지 스텔라의 뚝배기를 깨겠다는 목표 하나만 보고 달려온 이 게임의 주인공, 케이다. 어쨌든 내부로 들어와 크사이 기동을 막기 위해 케이와 그 일행은 세 명으로 갈라져서 탐색을 시작했다. 당연히 그들 앞에 적이 나타나겠지?


이젠 흔한 레퍼토리다. 마왕을 지키기 위해 사천왕이 등장하는 클리셰는.


첫번째는 맥스웰. 스텔라 왕녀에게 지구인 소환을 제대로 배우게 만든 장본인이자, 마법사를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우리를 방해하던 전직 교수 겸 탐구자.

그러나 그 본심은 돌아가신 은사님을 되살리고 싶어서, 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이유였다. 마법사는 정에 휘둘려선 안된다는 철학을 고수한 주제에, 정작 본인의 모든 행동이 은사를 위한 행위였던 것이다.

이유는 이렇게 둘러댔지만 사실 그는 존경하던 선생님의 죽음을 납득할 수 없어서, 더 나아가 그녀를 전장으로 몰아넣게 만든 비마법사들에 대한 혐오감이 대다수를 차지한 것이 아닐까? 섀도우 비스트들이 마족의 마력을 흡수하는 것에 특화된 것은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간 마족들에 대한 원한 때문도 있지 않을까?


정답은 그만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그 정답을 외면하고 있으니, 어쩔 수 있을까. 어쨌든 시골에 눌러앉아 추례하게 늙어죽은 르네의 마지막을 목격한 그는 그녀에게서 유언을 전달받는다. 손녀인 리샤를 잘 부탁한다고.


마법사라고 다 쓰레기인건 아니었다.

하필 바로 직전에 키메라가 된 아이리스를 연구할 수 있냐며 좋아하는 글러먹은 부모를 보고나니 그 차이가 극명하네. 어쨌든 맥스웰이 리샤를 지키려고 든 이유를 알겠다. 재능은 둘째치고, 존경하는 은사님의 유언을 위해서 그녀가 무사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가장 크게 드러나는 부분. 이렇게 오열에 가까운 한탄을 시작으로 전투를 시작하나, 결국 패배한다. 은사님의 손녀인 리샤를 해칠 수 없다는 마음 때문인지 아니면 리샤가 성장했기 때문인지.

둘 다겠지, 아마. 그는 그렇게 쓰러졌으나 이미 모든 정황을 간파하던 스텔라 왕녀에 의해 몸이 과부화되고, 폭발하며 토사구팽 당한다. 그렇게 가장 인간적인 모순투성이 마법사는 죽어버리고 만다.

뭐, 그래도 마지막까지 은사님의 유언을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할지도. 이쯤에서 얘는 좀 호감으로 바뀐 거 같다. 혐오스럽지만, 안타까운 남자. 얘만 유독 길었네. 여기서 프로손의 정체도 밝혀지니 볼 만 한 파트라 생각한다.



그리고 프란시스카는... 특별히 할 말은 없다.

얜 첫인상부터 별로였고 언제 죽어도 죽을 만 했지 ㅇㅇ 하는 느낌이었거든. 다만 의외인건 로나에게 열등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스텔라에게 개털리고 밑으로 들어간다니 결국 얘는 진짜 광기 앞에선 꼬리내린 가짜 광기에 불과한 범부였다는 것이다.

가장 별 생각 없었던 등장인물이었어.



세번째, 케이를 막아선 것은 스승이나 다름없던 베로니카. 그녀는 이 혐성 투성이인 스토리 속에서 얼마 없는 호감캐지만, 왕가에 충성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는 고지식한 답답한 면모를 여과없이 드러낸다. 그리고 전말을 파악한 이후에도 그 입장을 유지했지.

애초에 왕녀가 변했다고 의심했으면서, 그녀를 막을 생각조차 안했던 것일까. 어쩌면 아닐거라고 스스로를 부정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그 덕에 스텔라에게 숙청당하진 않았으니 옳은 선택일지도.


어쨌든 패배한 그녀는 던전코어를 에바에게 넘겨준다. 스텔라 왕녀에게 살해당한 케이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으로 마구잡이로 던전을 털어 얻은 던전 코어를 이제는 역으로 왕녀를 죽이려는 케이에게 보태준 것이다. 베로니카도 뚫었겠다, 코어를 흡수한 케이는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사천왕 중 셋을 잡았으니 마지막이 남았겠지.


사천왕 중 최강, 알파가 조종하는 크사이 본체다. 저 우람한 몸체를 보라. 테라포밍은 저 두 손으로 땅을 갈아서 하는건가? 보기만 해도 개쫄리네.

물론 이새끼의 기믹은 다 조까고 만렙 데미루나가 원킬 내주셨다. 데미루나 존나 쎄더라. 신이 있다면 얠 의미하는게 아닐까?


그리고 꼭 이렇게 사천왕을 조지면 마왕이 튀어나오는 클리셰까지 충실하게 구현해줬다. 다만 좀 다른 점이라면...

누구세요 시발. 내가 아는 트윈테일은 어디로 가고 웬 눈나가.

결국 존재 변환에 성공해버린 스텔라가 나타났다. 그래도 아직 자기 힘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데다 상태도 불안정하니 당장 족치면 가능성이 있


아.

마지막까지 도움 안되는 적발 양아치 레오를 흡수한 그녀가 기가 막힌 발상으로 본인의 능력을 파악해버렸다. 진짜 여미새 하나 때문에 일이 다 꼬였다. 트롤러쉑.



어쨌든 상처도 대충 수복했겠다, 일단 저 미친년을 때려잡아야 하니 전투. 당연하지만 데미루나가 원킬 내줬다. 너 상성이더라 병-신.

하지만 무한 수급되는 안티매터로 인해 아무리 때려죽여도 부활하는 상황. 이 상황에서 가장 쉬운 해결책은 무엇일까?


일단 닥치고 자르면 대부분은 해결된다. 원래 전쟁은 보급로 차단이 기본이다. 리샤가 안티매터의 흐름을 파악하고, 에바가 보급로를 자기에게 긴빠이를 해서 스텔라의 무한 회복을 막아내는 동안, 케이는 다시 검을 들고 일어난다. 의기양양해 하고 있을 자신의 원수에게.








병신 컷. 추하게 굴더니 결국 비참하게 칼찌 당해 죽어버렸다. 미래를 알게 된 이후 내내 살아남기 위해 달려온 그녀의 최후는 실로 허망하고 비참했다.

결국 스텔라 왕녀는 자신이 신이 되었다는 전능감조차 누리지 못한 채 1스테이지 만에 죽어버렸다. 챔피언 되자마자 광탈 당한 그린도 아니고.


아니 애초에, 그 몸뚱아리 자동인형 아니냐? 얜 대체 무슨 근자감으로 신이 되었다 착각한걸까? 대가리가 텅텅이인가?


풀리지 않는 의문은 남아있으나 어쨌든 복수에 성공했다. 의외로 끝나지 않을 듯 했던 복수극은 어찌저찌 끝났고 이제 남은건...



...알파 꼬라지를 보고 예상은 했지만 무리한 안티매터 운용으로 인해 한계가 찾아온 에바는 기동정지가 되어버렸다. 해피엔딩이 아닌, 실로 찜찜한 새드엔딩이 되어버린 것이다. 문수야 이게 맞냐.


원수인 스텔라 왕녀도 죽었고, 소중한 가족같던 에바 역시 주인의 소망을 이루고 기동정지를 했다. 이제 남은건 복수를 이뤘다는 약간의 후련함과 그 뒤에 몰려오는 싸늘한 적막감 뿐이다. 늘 말을 걸어주었던 소녀의 음성조차 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1부 노말은 끝나버린다.

케이의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라는 뒤늦은 소망과 함께 1지 하드가 오픈되면서. 열렸으니 가야겠지?



과연 1지 하드에선 케이는 에바와 다시 재회할 수 있을까?


그랬으면 2부에서 대놓고 엥 걔 눈 안떴는데용 하지 않았겠지. 시작하자마자 스포일러 개쎄게 때려버리더라. 아무튼 1부 노말은 걱정과 달리 재밌었어. 이제 하드로 들어가서 놓친 이야기도 다시 돌이켜 보러 갈게.


근데 이런 식으로 한지역 스토리 끝날 때마다 후기 써도 되나? 규정에 어긋나는게 아닌지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