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창작 채널

 제국군의 제2차 라그나로크 작전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이걸 과연 원활하다고 해도 될지는 의문이지만, 어쨌건 진행과정에 차질은 없었다. 


 제국은 동맹보다 50년에서 100년가량 앞서는 과학기술이 있었고, 동맹보다 우월한 경제력이 있었다. 인구부터가 2배에 달하는 수준이었으니, 체제의 후진성을 체급으로 매운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러니까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워프한다는 개념의 실험을 진행하는 와중 차질이 없으니, 아직 제2차 라그나로크 작전은 원활하게 진행된다고 해도 될 것이다.


 다만, 이번에도 실패했다가 3차 라그나로크 작전을 진행할 수 있을지는커녕 자신들의 목이 붙어 있을지조차 불분명하지만, 인생은 원래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는 것 아니겠는가. 기술 개발이 이렇게까지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은 제국군 3장과의 결단 덕분이었다. 그런 ‘결단’을 내린 이유는 이러했다.


 보고를 들은 카이저의 안면근육이 시시각각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엄청나게 마음을 졸여야 했던 그 날. 정말이지 굴욕적이기 그지없는, 모든 명예가 시궁창에 처박히던 날. 그들은 그날 죽음을 각오했었다.


 다만 그들에게 운이 좋았던 것은,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이 그 와중에 엄청난 공을 세웠기에 황제 폐하께서 매우 흡족해하셨다는 것 하나뿐이었다.


 그 결과 제국군 3 장관은 우주복을 입지 않고 우주공간으로 사출 당하는 일생에 한 번 있을 진귀한 경험을 회피할 수 있었는데, 당연하게도 3 장관이 황제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리가 없으니 그들은 카이저의 자비를 찬미할 뿐이었다.


 아아, 사람은 왕의 마음을 모른다!


 아무튼, 제국군 3 장관은 그런 황제 폐하의 은혜와 자비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높으신 분들이 최선을 다하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는 인류의 지난 역사가 실로 잘 알려주지 않던가? 군대에 있을 때 사단장이 삽으로 산을 옮기라면 옮겨야 한다. 그리고 그런 사단장조차 이들, 제국군 3 장관이 발가락을 핥으라면 핥아야 한다.


 물론 민주주의 국가의 군인이라면 그런 얼토당토않은 명령을 ‘이론상으로는’ 거부할 수도 있겠지만, 이곳은 전제군주제 군국주의 제국이다. 그 뒤에 일어날 일은 뭐, 누구나 짐작할 수 있으리라.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라고? 이론상으로 가능하다고 과학계의 가장 높으신 분이 말했다. 그리고 군부의 가장 높으신 분이 지원을 약속했다. 감히 거부할 셈인가?


 예산이 부족한가? 1억으로 안 된다면 1조를 주겠다. 그래도 부족한가? 그렇다면 1경은 어떤가?


 인력이 부족한가? 


 없으면 만들어라.


 부족하면 쥐어짜 내라.


 그렇게 제국의 전 군사과학이 오직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의 워프를 위해 투입되었다.


 그렇다. 신나는 공밀레의 시간이다. 사실 공밀레 뿐만 아니라 물밀레, 화밀레, 에밀레 등등 다양한 분야의 이과들이 쥐어짜 졌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문과라고 해서 이런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을 리가 없다. 경제학과는 여기에 편성할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착취당했고, 군사학과는 이동 요새를 대동한 체 함대를 운용하기 위한 전략, 전술 수립을 위해 뇌수가 카페인에 절여지는 등 압제와 착취와 굴림은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오 맙소사, 11시간이 지난 것 같았는데 1시간밖에 안 지났다니, 이 행성의 중력은 도대체 어떻게 되어 먹은 거죠? 그냥 시계가 고장 난 거야 병신아. 다들 닥쳐, 그냥 1시간 지난 거야 머저리들아.


 제국의 엘리트란 엘리트는 모두 착취당하면서 만들어진, 가이에스부르크가 이동할 날도 머지않았다.


 이번에는 제발 말아먹지 않기를, 이란 소망이 과연 실현될지는 모르겠지만.




 제국과 페잔, 동맹의 삼각관계가 계속되는 우주에는 사실 극소수만이 그 존재를 알고 있는 제4의 세력이 존재한다.


 그들의 이름은 지구교. 우주상에 남아있는 유일한 종교조직이지만, 사실 대놓고 사이비다.


 그들은 계속되는 전쟁과 쇠퇴, 전염병, 기근, 가난, 차별, 하여튼 인류에게 존재하는 모든 문제는 인류가 지구를 떠났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방사능에 오염되고 자원이 고갈되어 시시각각 폴아웃과 북두의 권과 매드맥스를 찍어대고 있는 곳을 인류의 새로운 수도로 삼아야만 그러한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당연하게도 인류 역사상 최고의 개소리였지만 워낙 이 지옥 같은 은하계에 살다 보니 저런 헛소리를 진심으로 믿는 사람들도 꽤 생겨났고, 적지 않은 신도가 모이면서 지구교는 드디어 양지에서도 활동할 힘을 얻었다.


 물론, 지구교의 교리대로 전 인류가 지구로 돌아가 봤자 저런 문제점들이 해결되긴커녕 갈수록 늘어만 나겠지만, 자신들이 진리요 근원이라고 믿는 광신자들에게 논리가 통할 리가 없다. 그냥 광신자기만 해도 그렇지만, 그런 녀석들이 기분이 좋아지는 마법의 포션을 빨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고.


 그 마법의 포션의 이름은 사이옥신으로, 공격력이 +10000, 방어력이 +10000, 정신력과 용기가 +99999가 된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약이다. 그렇게 망상속의 자신이 강해지는 동안 현실의 자신은 점차 망캐가 되어가고.


 그러니까, 지구교는 사이옥신이라고 하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마약을 유통하면서 돈을 벌어들이고 포교하며 세력을 넓히는 등, 하여간 온갖 더러운 일을 다 해내고 있었다.


 저 미친놈들을 제압하기 위해 동맹과 제국이 극비리에 협력한 적도 있을 정도로. 비유하자면 나치를 두들겨 패려고 연합한 미국과 소련이랄까.


 하여간, 이런 막장 조직과 접했을 때 모범적인 시민 여러분이 보여야 하는 올바른 반응은 다음과 같다.


 “아아, 모택동, 당신이 옳았습니다. 여기 진짜로 아편을 빨아 재끼는 종교쟁이들이 있어요!”


 이렇게 뜬금없이 제4의 존재를 언급한 것은, 이 자들이 지금부터 벌일 일들이 인류 역사상 매우 중요한 사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중요 조직의 간부들이 지금부터 은하의 역사를 뒤바꿀지도 모르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회의를 하고 있었다.


 물론 힘을 불어넣는 용기의 물약을 잔뜩 빨은 체로.


 “그러면 다시 한 번 확인하겠다.”


 창문도, 소유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물품도 하나 없는 살풍경한 공간이었다. 조명도 어두침침해 회의용 테이블을 에워싼 열 명가량 되는 사람들의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과연, 조명이 없어서인지 자신의 눈앞에 있는 동료의 얼굴에는 촉수가 19개 정도 돋아나 있었다.


 조명이 없어서다. 아무튼 그렇다.


 하여튼, 이 참석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이 지구교의 간부라는 사실과 기분이 좋아지는 마법의 포션을 큰 숫자가 적힌 종이쪼가리나 알록달록하고 빛나는 조약돌보다도 더 좋아한다는 점이다.


 물론 후자라고 해서 싫어하는 사람은 적어도 여기엔 없었지만.


 “지금 우리들의 계획은 상당히 틀어진 상태다. 제국과 동맹을 꾸준히 충돌시키며 약체화시켜, 종국에는 약화된 그 둘을 모조리 집어삼키고 전 인류를 위대한 지구의 깃발 아래 단결시킨다는 원대한 계획의 실현이 상당히 틀어진 상태지. 하버, 그렇지 않은가?”


 이름이 언급된 사내가 시뻘건 눈을 12개 뜨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은 참으로 장관이었다. 12개의 눈동자 안에는 다시 눈동자가 있고, 그 눈동자 안에는 또 눈동자가 있는 식으로 눈동자가 도대체 몇 개인지 다 셀 수가 없었다.


 하버는 도대체 예의라는 것을 모르는 듯한, 회의실을 제멋대로 빙빙 돌려대는 누군가를 향한 분노를 참으며 이야기했다.


 “그렇습니다. 최근 제국과 동맹의 균형은 지나치게 동맹에 기울어져 있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지구교의 산하에 있던 페잔이 이탈한 것이 너무 큽니다. 망할 대머리 같으니, 그 빌어먹을 대머리에게 어머니 지구의 저주가 있으라!”


 이미 두피에 남아있는 것이 하나도 없거늘, 도대체 무슨 저주가 소용이 있겠냐만 하여튼 그들은 제각기 다른 방향을 쳐다보며 빌어먹을 페잔의 검은 대머리를 성토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대표로 보이는 자가 그들의 분노를 가라앉힐 것을 지시했다.

 

 “형제들이여, 그대들의 분노는 이해한다만 분노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지, 무언가 대책을 내놓아야만 해. 그렇지 않은가?”


 “그렇습니다.”


 하버의 눈에는 대표가 여러 명으로 보였지만, ‘아, 쌍둥이였구나?’ 하고는 제멋대로 납득하고서는 대답했다.

 

 “그 대머리는 나중에 따로 응징하기로 하지.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동맹과 제국의 전력비가 역전된 것이야. 그들은 지금 이제르론 회랑과 페잔 회랑을 모두 차지해버리고, 이제르론 요새마저 손을 넣었지. 이대로라면 한동안 대치상태가 계속될 것이야. 안 되지, 그런 일은 절대로 안 되고말고.”


 사실 대치상태가 계속되기는커녕 2차 라그나로크 계획이 진행 중이다만, 약쟁이들의 판단력이 정상적일 리가 없지 않은가.


 아니, 사실 이건 약쟁이들을 일반인의 광기가 초월했을 때 벌어지는 일일지도 모른다. 세상에, 마약쟁이들의 판단이 제국 정부보다 정상적이라니, 이건 어느 쪽이 미친 건지 모를 지경이다.


 물론 그런 광기의 현장을 알지 못하는 이들이야 대치상태가 계속되리라고 판단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기에, 그들은 군말 없이 대표의 말을 듣고 있었다.


 “제 생각에는 제국에서 또 쳐들어갈 것 같은데요.”


 한 명은 빼고.


 “입 닥치시오 아서!”


 “아니, 상식적으로 좀 생각하게 상식적으로! 제국 정부에서 페잔 회랑을 무슨 수로 넘는다고 쳐들어간단 말인가!”


 “아마 요새를 동원해서 쾅! 하고 다 날려버릴 것 같은데요.”


 “좀 닥치라니까! 아서!”


 아서라는 사람은 정답을 맞혔음에도 입을 다물어야 했다.


 원래 병신과 예언자는 주변에서 이해받지 못한다고 했던가? 


 그러니까 병신 녀석이 예언한다면 이해할 리가 없다는 간단한 이치다. 1+1의 바겐세일인데 그걸 이해할 수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이 천재거나 병신이겠지.


 아무튼, 회의는 계속해서 진행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은 저스티 우에키 테일런데요, 테일러를 죽입시다. 그럼 모든 일이 해결될 거에요!”


 “입 닥쳐 아서!”


 이들은 아서가 오늘은 약을 너무 많이 해서 저런 병신 같은 생각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아서는 이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만을 말하고 있었다.


 약 빤 행동을 해서 약 빤 결과가 나오는 사람을 이기려면 약 빨고 생각하면 된다는 것일까?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생각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는 법. 결국 아서의 말은 의미 없는 소음에 그쳤을 뿐이다.


 “이렇게 된 이상 제국의 수도를 핵으로 날려 버립시다!”


 “페잔에 전염병 환자를 풀어놓으면 멸망하지 않을까요?”


 “에라이, 쓸모없는 녀석들아! 다 닥쳐봐! 등에 핵배낭을 메고 의회에 쳐들어가면 뭐든 해결할 수 있어!”


 그렇지만 아서의 판단을 지적한 사람들이 내놓은 방안도 사실 영 시원찮은 것들이었다.


 애초에 약쟁이들이 뭔가 정상적이고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하하하, 오늘은 도대체 뭔 약을 하셨길래 그딴 생각을 하셨나요? 김치에 사이옥신을 뿌려 드셔보세요, 끝내줘요! 개소리 집어쳐 미친놈들아! 그래, 너는 마약을 모독했어! 이 미친놈이, 마약이 아니야! 기분이 좋아지는 용기의 물약이라고! 허허허, 싸우지들 말게나, 다들 병신일지어니.


 개판이었다. 


 애초에 약쟁이들을 불러 모은 시점에서, ‘개판’이라는 결과가 ‘회의’라는 과정 이전에 선행된 것이다.


 인과관계는 뒤집을 수 없는 법이니, 이렇게 되는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저런 쓰레기들을 간부랍시고 임명한 내가 바보지.’


 지구교의 교주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마음만 같아서는 저 머저리들을 전부 야외수영장으로 보내고 싶은 생각이었다.


 우주공간에서 맨몸으로 수영을 하다보면, 저 멍청한 것들의 뇌가 좀 더 쓸모있어지지 않으려나.


 하지만 저런 녀석들이라도 일단 간부긴 하니까 없으면 조직이 굴러가질 않는데, 그게 바로 제일 끔찍한 점이었다.


 그렇지만, 이 개판을 정리할 결정적 발언은 매우 의외의 곳에서 튀어나왔다.


 “생각해 봤는데요, 동맹이 지금 제국보다 너무 강한 게 원인이니까, 동맹을 약하게 만들면 되는 거죠? 그럼 욥 트뤼니히트를 죽이면 되는 것 아닐까요? 그 녀석이 너무 유능해서 동맹이 크게 활약하는 것 같은데.”


 아서의 목소리였다. 이것으로 그가 예언자가 아니라 그냥 병신이었다는 게 판명 난 셈이었다. 


 하지만 그를 탓할 수는 없는 문제였다. 애초에 약쟁이 예언자라니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럴 리가 없지.


 그리고 사실, 아직까지 욥 트뤼니히트는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매우 유능한 사람이었다. 


 페잔을 압박해서 최대한 많은 것을 뜯어가고, 군사작전을 영도해 이제르론 요새를 얻어내고, 페잔에서 제국군을 몰아내는 등, ‘결과’만 놓고 보면 진짜 어마어마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게 지구교가 판단미스를 벌인 이유가 되었다. 듣고 보니 트뤼니히트를 죽여야 한다는 소리가 그럴 듯했던 것이다.


 “음, 듣고 보니 의외로 맞는 말 같군.”


 약쟁이들은 결국 트뤼니히트를 암살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들이 트뤼니히트를 죽이기로 계획한 날에는 동맹군 장교들이 페잔에서 돌아오는 것을 트뤼니히트가 직접 맞이하는 행사가 열릴 참이었다. 


 지구교의 간부들은 모르는 일이겠지만, 그 장소에는 저스티 우에키 테일러도 참석할 예정이었다.


 약 빤 듯한 생각을 하는 녀석과 진짜로 약 빤 녀석들, 과연 어느 쪽의 약이 더 강할지는 아직 모른다.


 * * *


 

 약 빤 것 같은 녀석 VS 진짜 약쟁이들의 운빨의 한 판 승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