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초커뮤 쪽에서 한번쯤 읽어봐야 할 글 같아서 가져옴





 분위기가 수상하게 흐르기 시작하길래 써둡니다. 해피포인트 파리바게뜨 편의 광고는 '남성적'인 악덕이 담겨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겁니다. 여성의 문제라고 이야기되는 건 굉장히 일그러진 시각입니다.


 어제오늘 사이에 이오공감에 올라온 글들 중 상당수, 그리고 달리는 덧글들 중 상당수에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런 흐름이 있습니다. '여자들은 군대 문제가 얼마나 큰 고통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런 것 때문에 이런 광고도 나오는 거다. 여자들이 나쁘다.'라고요.


 그런데 생각해 볼 일이 있습니다. 정말로 여자가 보통 그렇던가요? 누군가가 2년 동안 강제적으로 집에서 떠나서 상관의 명령에 따라 필요하면 남을 해치고 죽여야 하는 군인이라는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내가 알 바 아니다'라고만 하던가요? 훈련소에서 아는 친구나 남자친구 배웅하다가 눈시울이 시큰해져하는 여성들이나 아들 보내고 나서 우는 어머니 보신 적 없으신가요?


 조금 시각을 바꿔봅시다. 애초에 저 광고가 가진 진짜 문제는 '여성은 군대의 괴로움을 모른다'라는 부정적인 선입견을 악용했다는데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군대에 가지 않기 때문에, 여성들은 그 부분과 관련된 죄책감을 강요당합니다.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여성이라면 '우리는 군대에서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데 너희들은 사회에서 편하게 놀고먹지.'라는 식의 무언의 비난을 느껴보지 않은 경우는 드물 겁니다. 여성 직원들에게 남자 직원들과 일할 때 괴로운 부분에 대해서 묻다보면 항상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그런 '군대 안 다녀왔으면 모른다'는 말에서 느끼는 죄책감과 소외감입니다.


 저 광고를 보는 시각 중 상당수가 '저건 여자가 기획하고 내용을 쓰니까 저렇게 찍을 수 있는 거다'라는 건데, 저는 그 시각이 빗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되는 해피 포인트 광고의 파리바게뜨 편을 봐도 분명하게 알 수 있는데, 거기서 썩은 미소를 짓고 있는 친구 주변에서 입영통지서를 흔들며 웃고 놀리고 장난감 혀를 불어내는 여성들의 행동은 굉장히 '남성적'입니다. 저기서 메인 모델인 이민정 씨를 '꽃보다 남자'에서 구준표 역을 맡았던 이민호 씨로 대체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좋게 보자면 '악동들의 우정 이야기'가 될 겁니다. 실제로 10년 정도 전에만 해도 진한 우정을 자랑하는 남자들 사이에서는 저렇게 놀리는 일이 흔했습니다. 그 경우는 '새끼들 싸가지없네'라고 욕하면서도 이해들은 합니다. 왜냐하면 결국 그 놀리는 친구들도 다들 군대에 갈 테니까요. 다들 똑같이 무섭고 싫지만 그걸 드러내보이지 않으려고 그러는 거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저 광고는 그런 남성적인 우정이 그려내는 그림에서 등장인물들을 여성으로 바꿔치기한 겁니다. 


 여성적인 우정은 저런 게 아닙니다. 여자들은 누군가가 그렇게 불행한 일을 당하면 위로하는 이야기를 하거나, 자기가 거기 관여할 만큼 가깝지 않다고 생각하면 그냥 아무 말도 안 합니다. '약한 모습을 드러내지 말라'가 남성 사회의 규칙이라면, '눈치 빠르게 굴어'라는 게 여성 사회의 규칙입니다. 눈치없이 앞에 가서 저렇게 놀렸다가 남자가 대폭발해서 날뛰면 여자들이 그걸 두들겨패서 진정시키거나, 두들겨 맞으면서 달랠 수 있을까요? 제 생각에는 아닐 거 같고, 여자들은 그런 면에서 남자보다 훨씬 눈치가 빨라서 안 그럽니다. 여자들의 우정이 가진 어두운 면은, 자신들이 이루어내는 위계질서에 속하지 않으려 하거나 그 원칙에 따르지 않으면 철저하게 괴롭힌다는 면에 있습니다. 저렇게 '남의 괴로움이나 상처를 놀리면서 별 거 아닌 것처럼 치부하는' 태도는 여자보다는 남자들이 흔히 가지는 나쁜 버릇이죠. 도리어 남성적인 코드에 가깝기 때문에 남자들이 화나는 거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개인적인 해석은,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군대란 이 세상 부조리함의 결정체 정도로 인식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나이 좀 드신 분이 옛날 식으로 '군대가는 거야 싫은 일이지만 마음 편하게 가지면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 좋아 너무 행복해!'라는 주제로 가보자는 제안을 하시고 그 폭탄적인 발상에 어이를 상실한 주변 사람들은 침묵을 지킨 끝에 저런 끔찍한 물건이 탄생했다는 겁니다.


 광고에 대한 비난은 광고주와 광고 제작자들에게 집중시키는 걸로 충분합니다. 엄하게 여자 탓이라는 식으로 이야기가 흐르기 시작하면, 거기에 대한 반발로 '남자들이 군대가는 거 꼴좋다'라는 소리도 나오게 될 거고, 그 결과로 부조리한 현실이나 비도덕적인 광고에 대해 가해져야 할 비난이 남자와 여자라는 성별 간 대립으로 확산되는 참극이 벌어질 겁니다. 


 P.S. SPC 그룹 쪽이 어떻게 해명하는 지 좀 더 추이를 봐야할 거 같습니다. 깨끗이 물의를 사과하고 광고만 중단해도 납득해 줄 수 있는 수준의 문제 같은데, 계속 '왜 그렇게 민감하냐. 좋은 게 좋지 않냐.'라는 식으로 나오면 싫지만 CJ가 득보는 쪽으로 움직일 수 밖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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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찰글이 쓰인 건 2009년임.

이때에도 남성들이 여성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부족으로 애꿎은 다른 여성들을 공격했다는 점을 알 수 있음...

군대 좆같은 일인거 여자들도 다 아는데 왜 때리냐고. 광고 기획자가 잘못한 거잖아. 애초에 직장에서 여자들은 군대 안가봤다고 소외되던 문제도 있었음.

당시 남초 커뮤니티에는 여자도 그냥 사람이다라는 당연한 고찰이 너무 부재했고, 이게 바로 페미니즘이 태초에 지적했던 미소지니의 정체임.

문제는, 나는 미소지니의 원인은 그냥 대화의 부족이라고 생각하거든? 페미새끼들은 이걸 남성 자체의 기득권 내지는 흠결로 지적하고 나서버렸어.

그리고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미러링을 부추긴 결과 남성들의 미소지니를 더 활활 불태우게 됐음. 병신들 아니냐?

이게 다 페미새끼들 탓이다. 뭐 아무것도 한 게 없어 씨발년들.

결론은 여자들도 애꿎은 지점에서 많이 고통스러워한다는 점. 예를 들어서 좀더 본질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문제를 일단 남자탓(뭐 야갤? 거기 더러운 데자나 어휴 드러워 ㅡㅡ 지들 드러운건 좆도 생각안함)으로 돌리는 여초커뮤의 안좋은 관성도 페미 이후로 생겨버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