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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무명의 탄생 (상-하 사이 전투파트만)

 

-------------------------전투 진입-------------------------

 


“언니”

루나… 언니를 위해서, 전부 죽여줘!

 

루나

언니를 위해서…

 

(이명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전투 페이즈 시작#

 

“언니”

뭐하는 거야!? 다쳐버렸잖아!!       

 

루나

미안해! 괜찮아!?

 

“언니”

쓸모없기는…

 

(이명이 점점 커지고 있다.)

 

“언니”

왜 나를 공격하는 거야!?

꺄악!! 어서, 어서 멈춰줘! 녀석들의 공격을 멈추라고!

 

루나

어, 언니한테서 떨어져!

 

“언니”

이건… 피!? 내 피, 아니 순환액!? 안돼… 싫어…!

 

“언니”

왜 날 공격하는 거야!?

 

“언니”

살려줘… 이런 쓰레기장에서 죽고싶지 않아…

 


(“언니” 사망 시 히든 개방 조건 충족)

(계속해서 커지는 이명 탓에 루나의 의식이 혼탁해졌다.)

 

(침식체를 모두 격퇴했다. “언니”를 지켜냈다.)

 

루나

언니… 괜찮아?... 언니…

 

-------------------------전투 종료-------------------------





#5 확고한 신념

 

수녀 한 명이 019호 지하도시의 폐허를 걷고 있다. 기계체인 듯, 외상으로 인해 다리부분의 배선이 노출되어 있다. 특정한 명칭은 없이 그 외견대로 ‘수녀’라고 불리고 있었다.

 


수녀

……

 

그녀는 무언가에 쫓기고 있는 듯, 이따금 뒤를 돌아보면서 나아가고 있었으나, 이윽고 어느 건물 앞에서 멈춰섰다. 앞쪽에서 침식체 여럿이 나타나 배후의 길도 침식체에게 막혀버렸다.

 

수녀

여기까지인 것 같네… 그 아이들은 무사히 도망쳤을까…? 뭐, 내가 걱정할 일도 아니지. 그 아이들을 떠맡은 것도 따지고 보면 그냥 변덕 좀 부린 거였는 걸.

 

이곳은 019호 도시의 지하 통기구. 거대한 통기관은 하늘을 향해서 높이 솟아 공중에서 입을 벌리고 있다. 이곳은 이 거리에서 유일하게 하늘이 보이는 장소다.

수녀형 기계체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한 개비를 입에 물었다ㅡㅡ 아이들과 지내고 있었던 그녀에겐 평소에 담배를 피울 기회가 없었다.

 

수녀

최후의 한 대 정도는, 괜찮지…?

 

침식체는 그저 그녀를 멀찍이 둘러싸고 있을 뿐이었다. 수녀는 그것을 별반 의외라고 여기지 않았다.

 

수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거구나. 조금 있으면 나도 자연스레 동료가 될 거라는 걸.

 

퍼니싱 침식이 더욱 깊어지며 수녀의 왼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수녀

담배 한 대 태울 유예도 주지 않는다니… 지랄맞은 세상이야.

 

수녀는 소형 권총을 꺼냈다. 그것은 그녀가 운명에 맞서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그녀는 떨리지 않는 쪽의 손으로 자신의 목에 총구를 댔다. 그러나, 도저히 방아쇠를 당길 수가 없다.

 

시스템 메시지

‘제한조항: 자해행위는 “교의”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

 

수녀

아하하… 죽는 것조차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니. 인간이란 어디까지 오만한 생물인 거람.

자유를 주지도 않으면서 왜 기계에게 지능을 주었지? 기를 생각도 없으면서, 왜 아이를 낳아…

 

수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서 대답을 찾으려는 듯이.

 

수녀

주여… 저런 게 스스로를 본떠서 만드신 최고 걸작이라는 건가요?

 

???

타자에게 구원을 청할 필요는 없어… 인간에게 속죄하게 해야 해.

 

그것은 갑작스레 하늘에 나타났다. 그것은 결코 죽어가는 기계의 혼을 맞이하러 온 천사는 아니었으나, 천사와 같은 신성함, 그리고 그 이상으로 위험한 분위기를 걸친 소녀였다.

 

수녀

너는………루나, 지? 그래, 살아 있었구나…

 

수녀는 기억하고 있었다. 쿠로노 일행이 구조체로 개조하기 위해 데려간 아이들 중 한 명이다. 살아있었던 것에는 기뻤지만, 눈앞에 있는 루나는 명백히 단순한 구조체는 아니다.

 


루나

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나는 그저 대행자야. 승격 네트워크의 대행자.

 

수녀

승격 네트워크…

 

루나는 끄덕였다. 그러나 의문에 대답한 것은 루나가 아니라 직접 전자뇌에 흘려 넣어진 대량의 데이터였다. 수녀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수녀

너… 침식체야!?

 

루나는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손을 내밀었다.

 

루나

당신은 최초의 선별을 통과할 소질이 있어. 내가 권한을 부여하면, 더 이상 퍼니싱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져. 당신은 인류에게 두려움을 받는 존재가 되는 거야.

 

수녀는 실소했다.

 

수녀

루나, 확실히 지금의 너라면 아주 간단하게 인간을 죽일 수 있겠지. 그렇지만…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 쉬고, 루나를 향해 연기를 내뿜었다.

 

수녀

나는 절대로 인간을 배신하지 않아… 신념을 굽히는 것은 살해당하는 것보다 두려워.

 

루나

…이제부터 당신은 자아가 없는 침식체가 돼. 죽음보다 비참한 결말이지.

 

수녀는 자신의 의사로 움직일 수 없는 왼손을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수녀

퍼니싱은 이런 식으로 내 신체를 지배해가… 그래도 말이지, 나의 인간으로서의 영혼은 빼앗을 수 없어… 나를 만든 인간들이 남긴 것 중 유일하게 자랑할 만한 점이네.

너도 그래… 루나… 설령 승격자인지 뭔지가 된 지금에도 너에게는 저버릴 수 없는 것이 있지.

 

루나

승격 네트워크의 의지가, 곧 승격자의 의지…

 

수녀

흐음… 그러니? 그럼 그 인형은 뭐니? 왜 그렇게 소중하게 안고 있는 걸까…?

 

루나는 드디어 깨달았다. 승격자가 된 이래로 거의 황홀경에 빠져 있던 자신이 지금까지 쭉 너덜너덜한 개구리 인형을 안고 있었다는 사실을.

 

루나

……

 

승격자가 되고 의식의 혼란은 전부 매듭지었을 터이다. 그녀는 훨씬 전부터 자신이 죽인 것이 언니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루나는 언니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아직 인간성이 남아있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거나… 혹은, 그저 두려웠다. 스스로가, 그리고 언니가, 진실을 알게 되는 것을.

 

수녀

소문을 들었어. 이곳을 나간 여자 아이가 군대와 함께 이 주변을 지나갔다고…

네 언니… 루시아는 아마 바로 근처에 있을 거야.

 

수녀의 말을 들은 루나는 조금 주저하는 듯했으나, 곧 수녀가 가리킨 방향으로 떠나갔다.

의식이 퍼니싱에 완전히 침식되기까지의 잠시간, 수녀는 아무것도 없는 하늘을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수녀

어쩐지… 쓸데없는 말을 해버린 걸까…

 

 



#6 재회를 위한 결별

 


루나

언니… 정말로 있는 거야…?

지금의 내가, 얼굴을 마주보고 ‘언니’라고 불러도 돼?

언니는 나를 만나고 싶어?

 

루나의 마음은 불안으로 가득했으나, 다시 한번 언니와의 약속을 떠올렸다.

ㅡㅡ어디에 있더라도… 설령 루나가 어떤 식으로 변해버리더라도, 반드시 찾아낼 거야. 약속할게.

 

루나

언니… 루시아 언니…

 

루나는 반복해서 언니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마치 자신을 달래고 일으켜 세우는 주문과도 같이.

그러나 그 때, 전자뇌의 안쪽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던 승격 네트워크의 속삭임이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루나

왜… 승격 네트워크로부터 공급되는 힘이 줄어들고 있지…?

 

고농도의 퍼니싱으로 형성된 장갑이 서서히 녹기 시작해, 루나는 공중부유를 유지할 수 없어져버렸다.

 

루나

또, 이 꼴이 되어버렸어…

 

주변의 침식체들이 루나가 내려오는 것을 재빨리 눈치채고, 그녀를 둘러쌌다.

 


침식체

끄으ㅡㅡ끼익ㅡㅡ!!

 

루나

승격 네트워크의 힘이 약해져서… 인간이라고 인식된 것 같네…

의식이 없는 불쌍한 괴물… 나도 이렇게 될 뻔했어.

 

침식체

가ㅡㅡㅡㅡ!?

 

다가오던 침식체는 순식간에 기계의 잔해로 변했다.

루나는 눈을 감고 조용하게 고개를 저었다.

 

루나

당신들을 고차적인 존재로 만들어 줄 수는 없지만, 하다못해… 배회하는 고통을 끝내줄게.

 

-------------------------전투 진입-------------------------

 


루나

어째서야… 승격 네트워크의 힘이 약해지고 있어…

 

#전투 페이즈 시작#

 

노이즈

(……)

 

루나

누구야… 왜…

 

노이즈

(루나는… 역시 위태로워…)

 

루나

승격 네트워크의 힘이… 폭주하고 있어!!

 

 (승격 네트워크의 힘이 폭주하여 루나의 에너지가 흘러 넘친다.)

 #전투 페이즈 시작#


-------------------------전투 종료-------------------------

 


루시아

하아… 하아…

 

루시아는 거친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다시금 침식체에게 검을 향했다.

 

침식체

가ㅡㅡㅡ!!!!

 

니콜라는 루시아의 바로 옆에 서있었다. 스스로의 안전에는 전혀 무관심한 것 같다.

 


니콜라

침식체에게는 어느 정도의 자기수복능력이 있다. 어중간한 상처로는 치명상에 이르지 못해. 확실하게 노려서 확실하게 쓰러뜨려라.

 

루시아

네, 알겠습니다!

 

침식체는 루시아에게 숨 돌릴 새도 주지 않고 다시 덮쳐왔다.

 

루시아

윽ㅡㅡㅡ!

 

루시아는 검으로 방어했으나, 상상 이상의 힘에 힘이 달려 점차 후퇴한다.

 

니콜라

침식체를 두려워하지 마라… 지금의 너는 침식체에게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이다.

 

루시아

…만약 내가 쓰러진다면, 등 뒤에 있는 많은 인간들이 루나처럼 되어버려.

 

루시아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한순간의 틈을 노려 침식체의 손톱을 붙잡고 끌어당겼다.

 

침식체

!!??

 

침식체는 몸을 비틀어 구조체의 머리를 짓뭉개려 했지만, 그 상반신은 이미 하반신과 분리되어 있었다. 루시아의 예리한 검이 순식간에 복부를 베어낸 것이다.

침식체를 쓰러뜨리고 루시아는 힘이 빠져나간 것처럼 땅바닥에 주저 앉았다.

 

니콜라

(역시 개조된 직후의 루시아에게 실전은 너무 빨랐나…)

 

이 가혹한 훈련은 그린스의 제안이었다. 다소 걱정되기는 했으나 니콜라도 반대하지는 않았다. 인류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은 것이다. 한시라도 빨리 루시아가 성장해주지 않으면…

 

루시아

니콜라 장관님… 저는, 쓸모가 있나요?

 

루시아는 고개를 들어 냉정한 표정으로 니콜라를 보았다. 그녀의 아이처럼 커다랗고 동그란 눈동자는, 어엿한 전사다운 빛을 띠고 있다.

 

니콜라

…아직 더 성장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보증하지. 네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루시아

네… 그거라면… 그거라면 저도… 루나도…

 

루시아가 구조체가 된 이래로 줄곧 참아왔던 눈물이, 어째서인지 이 순간에 흘러 넘치고 말았다.

루시아에게는 알 턱이 없었다.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루나가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단 사실을.

 


루나

언니가… 구조체로…

 

“루나”

인간은 누구나 속이려 들어… 자신이 살아 남기 위해서라면, 모든 걸 짓밟고 희생을 강요하지. 루나도, 루나의 소중한 ‘언니’도

 

루나

이용당하고 있어…

 

“루나”

그래. 루시아는 소중한 자기 여동생이, 인간 탓에 어떤 꼴을 당했는지 몰라. 인간은 허언을 지껄여 자신의 악행을 정당화하지ㅡㅡ 넌 잘 알고 있을 거야…

뭐가 괴물이라는 거야…? 인류야 말로 진정한 괴물이면서…

 

루나

그래… 인류야 말로, 진정한 괴물…

 

루나는 니콜라를 노려보았다. 루나는 니콜라를 똑똑히 기억한다. 저 남자가 바로 자신을 속이고 언니를 속이고 모두를 속인 장본인이다.

 

루나

저 남자만 죽이면… 언니는 눈을 뜰 거야…


루나는 손에 붉은 빛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그것은 곧바로 흩어져 사라졌다.

 

루나

지금, 죽여버리면… 언니는 분명 인간의 말을 더욱 믿어버리게 될 거야. 그 수녀든 언니든, 인간의 황당무계한 거짓말에 속고 있으니까.

언젠가 언니와 적으로서 대치할 때가 올 거야… 그 때, 승격 네트워크의 사명을 짊어진 나와, 인간에게 속아 넘어간 언니는…

 

루나는 쓰레기 처리장에서 ‘언니’를 죽였을 때를 떠올렸다.

 

루나

아니… 그런 일만큼은 있을 수 없어, 언니…

 


루나는 긴 시간 루시아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이윽고 몸을 돌렸다. 루나는 알고 있다. 이것은 잠깐의 이별에 불과하다는 걸ㅡㅡ

 

루나

언젠가 언니는, 인류의 비열한 본성, 그리고 멸망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깨닫게 될 거야…

 

그날은 머지 않았다고, 루나는 믿고 있다.

 

루나

언니가 돌아올 때까지 루나는 조용히 기다리고 있을게… 약속한 대로.

언니를 위해서 그 거짓으로 이루어진 세계를 부술 거야. 그리고 우리가 계속 함께할 수 있는 낙원을 만드는 거야.

나와 언니만을 위한, 영원의 낙원을…

 

 



#히든 타자와의 대화

 


노이즈

(이상(異常). 알려진 범주라고는 하나, 그녀의 탄생은 특수한 케이스.)

(그녀는 인류의 천적이면서, 인간보다도 인간답다.)

(예측불능인자다. 세계는 더욱 혼돈의 심연으로 빠져들어 간다.)

(그게 바라는 바가 아닌지?)

(아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제어가능한 변수와 반증. 무의미한 시행착오가 아니다.)

(그러나, 에러도 또한 요긴하지.)

(논리적이지 않은 연산결과는 이해의 범위를 벗어난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나?)

(우리는 대국중인 기사도 아니고, 하물며 판 위의 말도 아니다.)

(그럼, 우리들은 뭐지?)

(우리는 관중… 개입할 자격이 없는, 그저 조용하게 승부의 행방을 지켜보는 자.)

(우리에게 자격이 없어도 ‘그 사람’에게는 있다. 언젠가 양측은 만날 것이다. 두 개의 운명이 교차하는 때, 어쩌면 쌍방이 함께 파멸을 맞이할 지도 모르지.)

(그 또한 운명.)

(…당신과의 대화는 유쾌하지 않군.)

(당신에게는 성장이 보이는 듯하군… 그럼 언젠가 다시 만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