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에 앞서 이 글은 자살시도를 하는 문장이 있습니다.
취향에 안맞는 사람은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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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야..우리 헤어지자."



"..뭐?"



"너가 주는 사랑이..나에겐 너무 과분한거같아."



그게 무슨소리야..



"...그게..뭔.."



한수영은 애써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나와 함께해서..정말 좋았어..고마워."



가지마..일어나지마.

떠나지말아줘..제발..



"ㅅ...수영아..제발.."



한수영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계속 걸었다.

멀어지는 한수영의 뒷모습.

언제든 따라가 붙잡을수 있는 거리였다.



그러나..팔은 마치 무언가 매달은것처럼 무거웠고.

발은 족쇄에 묶인것마냥 움직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버림받은것 같았다.



나는 힘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아저씨 오셨어요?"



"아저씨 왔어?"



"독자 씨 늦으셨.."



나는 그저 계단을 올라 방으로 들어갔다.



"저 아저씨 왜 저래?"



"모르겠어요.."



"...뭔가 이상한데."



다 들렸다.

인사 할수있었다.

받아주고..애써서라도 웃어줄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렇지 않았다.



내가 한심했다.

왜 관련도 없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행동했는지..



...계속해서 한수영이 보고싶다.

어째서인지..날 버린 한수영이

그토록 보고싶다.

그럴때마다 더욱 가슴이 조였다.



나는 이미 한수영에게 모든걸 맡겼는데..

어째서 이리도 비참한지..



나는 힘없이 걸어가 침대에 누웠다.



"하아..하아.."



숨이 거칠었다.

버림받는것이 처음이 아니지만.

익숙해지지 않는다.

익숙해지기도 싫다.



나는 조심히 오른팔 소매를 거뒀다.

손목에는 베인 흉터가 많았다.



"...잘 참아왔잖아..그치..?"



나 자신을 타일렀다.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눈을 감고..다시 떴다.

그러자 내 손엔 커터칼이 들려있었다.

놀라 집어 던질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차라리 죽어버릴까..'



드르륵!



칼날을 꺼내 손목에 댔다.



칼날부분에 살짝 눌려 핏방울이 맺혔다.



"쓰읍..!"



따가웠다.

이정도로 흉터가 남을정도면 신경이 무뎌질정도가 되지만.

아쉽게도 선명하게 느껴졌다.



"..하아...하아...하아!"



점점 숨이 거칠어지며 시야가 붉어지는거 같았다.



나는 빠르게 [제4의 벽]을 발동하려했다.



[전용스킬,[제4의 벽]이 깊은 잠에 빠져있습니다.]



안돼..

이 타이밍에..잠을 자면...

점점 감각이 무뎌진다.

정신차려 팔을 보니 이미 피가 나고있었다.



이미 칼날은 지나간 후였다.



"크윽..."



[제4의 벽]이 자고있는 바람에 고통이 그대로 느껴졌다.



"하아..하아.."



나는 떨리는 손으로 칼날을 한번 더 댔다.

한번 더 그으면 정말 죽을수도 있는걸 안다.



하지만..정말 죽는게 낫다.



스윽!!



피가 점점 고였다.

나는 조심히 침대에 들어누웠다.

그냥 죽기만을 기다렸다.



몸이 점점 차가워진다.

눈에선 눈물이 한방울 흘렀다.



죽기 싫으나..죽는게 나았다.

나도 이게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않았다.



[성좌,'악마같은 불의 심판자'가 당신을 보고 경악합니다.]

[성좌,'가장 오래된 해방자'가 당장 멈추라고 소리칩니다.]

[성좌,'심연의 흑염룡'이 그만하라 말합니다.]

[성좌,'가장 어두운 봄의 여왕'이 당신을 보고 쓰러집니다.]



그런 반응 하지마세요..



"...그저 죽게 냅두세요.."



차가운 말이었다.

그들에겐 미안했다.

남은 일행들에겐 죄송했다.

그럼에도..죽고싶었다.



"...수영이는..내가 죽으면 어떻게 반응할까..?"



나는 조심히 말을 꺼냈다.



"..슬퍼해주면 다행이겠네.."



스르륵 눈이 감겼다.



이젠 정말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성좌,'가장 어두운 봄의 여왕'이 당신의 죽음을 거부합니다.]



그러나 죽음은 날 거부했다.



"왜.."



콰앙!!



그 순간 방문이 열렸다.

유중혁이었다.



"..!! 김독자!"



유중혁은 나에게 와 손목을 지혈하기 시작했다.



"...독자 씨..!"



다른 일행들도 내 방에 들어왔다.

내 꼴은...처참했다.



오른쪽은 피가 고여있었다.

얼굴은 더욱 창백했으며.

왼손엔 피가 묻은 커터칼이 들려있었다.



"...왜 이런짓을 하나!"



이설화가 내 팔을 붕대로 감자

유중혁이 도와주며 나에게 소리쳤다.



"...그냥..죽는게 편해.."



모두 내가 죽는다는 말에 달려들겠지만..

내 말을 다들 경청해줬다.



"...왜 죽을라 하는건가?"



"...난..쓸모없는 놈인가봐.."



나를 욕했지만..속마음이 울컥 튀어나왔다.

눈물을 흘렸으며 억울한 감정을 속마음과 함께 내뱉었다.



"그래도...버림받는건 싫어.."



"이젠 무서워..또 버림받을까봐.."



"...한수영과 관련된 일인가?"



"...아직 안 왔지? 걔는.."



유중혁은 조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알수없는 웃음이 나왔다.



"....죽는게 낫다니깐.."



나는 왼손에 들려있던 커터칼을 꽉 쥐고

오른팔로 빠르게 찔렀다.



아니..찌를라 했다.

아쉽게 빠르게 휘두른 칼은 유중혁의 의해 막혔다.



"...중혁이 이 상처는 여기선 못 막을꺼 같아요..!"



"얼른 병원으로 데려가야해요!"



이설화가 급하게 말했다.



"이현성!"



유중혁이 소리치자 이현성이 나를 들었다.

힘없이 들린 내 몸은 축 늘어졌다.

오른팔은 대롱거리며 피를 뚝뚝 떨어뜨렸다.



나는 멀어지는 내 침대를 봤다.

마치 살해현장과도 같았다.



나는 병원으로 데려가지는 도중.

유중혁에게 물었다.



"...왜 날 살린거야."



"..페르세포네가 부탁했다."



그럴꺼 같았다.

누군가는 날 구하러 올줄 알았다.



'..그게 한수영이었으면..좋았겠지만.'



아직도 한수영을 사랑하고 있는

나 자신이 무서웠다.



그러는 도중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웠다.

빈혈이 온것같았다.



눈이 또 한번 감겼다.

아쉽게도 눈이 바로 떠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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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김독자와 헤어졌다.

나를 위해 항상 사랑해주고 노력해주는

김독자가 고마웠지만 한편으론 미안했다.

나는 잘해주는것도 없는데..항상 받기만 하니 미안했다.



그러다 보니 결심했다.

차라리 헤어지는게 김독자에게 편할꺼라고.

그렇게 김독자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평소처럼 대학교에 가

강의를 했다.



강의를 하는 내내 김독자에게 미안했다.

갑자기 이별을 통보해서.

그동안 해준게 없어서.

너무 못되게 대해줘서.



모든게 미안했다.

그렇게 죄책감에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들어오니 피가 여기저기 흘려있었다.



"...뭐야 이게?"



나는 허겁지겁 피를 따라갔다.

그곳은 김독자의 방이었다.



"...아니야..아니야..!"



나는 애써 부정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침대에 피가 고여있었다.



설화가 느껴지는 피.

김독자였다.



"...김독자가..죽은거야..?"



[성좌,'심연의 흑염룡'이 빠르게 병원으로 가라합니다!]



흑염룡이 병원으로 가라했다.

그곳에 김독자가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빠르게 그곳으로 달려갔다.



그러다 유중혁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어디냐."



"병원으로 가고있어."



-"...오늘..김독자와 헤어졌나?"



"...어떻게 알았어?"



-"그래서였군.."



"왜..! 뭔데!"



유중혁은 말을 뜸들이더니 말했다.



-"...김독자가 오늘..자살시도를 했다."



"뭐?"



하늘이 무너지는것만 같았다.

나때문에...

김독자가 자살을 시도했다.



-"다행히 죽기전에 병원으로 옮겨 숨은 붙어있다."



"다행이다.."



-"다행이 아니라!"



유중혁이 소리쳤다.



-"김독자가 얼마나 너를 믿는지 알고 있나?"



"알고있어.."



-"알고있는데 그렇게 이별을 통보하면

놈이 아주 잘도 버티겠군"



유중혁의 말이 뼈를 때렸다.



"...미안해."



-"나에게 사과하지 말고 김독자에게 말해라."



"알았어.."



유중혁은 말을 듣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병원을 들어가고..병실을 찾아 들어갔다.



그곳엔 누워있는 김독자와 앉아있는 유중혁이 보였다.

유중혁은 나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소리 하나싶어 살짝 쫄았다.



"..잘 해결해봐라, 곧 깨어날꺼다."



유중혁은 자리를 비켜줬다.

회귀자라 그런지 눈치는 빨랐다.



"...끄응.."



김독자의 앓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빠르게 김독자에게 다가가 의자에 앉았다.



"...수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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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옆에 한수영이 보였다.



"...수영아..?"



한수영은 표정이 어두웠다.



내 왼손을 잡아주고있는 한수영은

금방이라도 울것만 같았다.



"...내가..미안해 독자야.."



결국 눈물을 흘린 한수영은 나에게 사과했다.



"나 정말 너 생각해서 헤어지자 한거였어.."



"너가 싫어서가 아니라..너가 힘들어 하니깐.."



단순 오해로 시작된 이 일.



"생각이 짧았어..우리 헤어지지 말자.."



"수영아.."



한수영에게 들려온 말은

내가 너무 듣고싶던 말이었다.



"미안해..내가..."



"아니야..너가 뭘 잘못했다고.."



한수영은 내 왼손을 붙잡고 계속 울었다.



"앞으론 이런 짓하지 말아줘..내가 잘할게.."



한수영은 내 오른팔을 보았다.

방금 꼬맨것처럼 보였다.



"...알았어..고마워 수영아.."



한수영은 그제서야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나도 따라 웃으며 한수영을 바라봤다.



"퇴원하면..우리 데이트 갈래..?"



"좋지..가고싶어..꼭."



한수영은 내게 다가와 키스를 해줬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무서웠다.

다신 이러지 못할까봐.

헤어진다는게 너무 무서웠다.



그렇기에 이 키스가 더욱 달콤했다.



잃을뻔한 키스와 이 상황이 너무 행복했다.



"하아.."



입이 떨어지자 다시 웃기만 했다.



"사랑해.."



"앞으론 이 말도 자주 해줄게.."



"고마워.."



이별이 준 배움이.

우리를 더욱 사랑할수있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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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가 너무 흔한 느낌이지만.
원래 먹던게 맛있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