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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씨가, 쓰러졌습니다.

이 말 하나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절망했는지, 저는 모릅니다.

다만, 이 말 한마디에 수영 씨는 더이상 글을 쓰지 못하고 망가졌고, 중혁 씨는 '방법을 찾아오겠다'는 말과 함께 영문도 없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상아 씨는 자기 몸을 혹사시켜서 일만 하고 있습니다. 초월자 분들과 하영 씨도 눈에 띄게 우울해졌고, 아이들은 예전처럼 밝았지만 눈에서 생기를 찾을 순 없었습니다. 제천대성님은 알코올 중독에, 흑염룡님은 자해까지 하셨습니다. 우리엘님은 실언증에 걸리셨구요.


저는, 망가져가는 사람들을 더이상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독자 씨가 쓰러진 이유를 밝혀보기로 했습니다. 아일렌과, 전세계 설화전문가들과 함께 사흘 밤낮동안 독자 씨의 증상을 알아보고, 왜 그런 증상이 일어났는지 연구했습니다. 차가운 피부, 설맥의 설화는 거의 흐르지 않았습니다. 심장도 1분에 1번정도로 매우 느리게 뛰었습니다. 온 몸을 이루는 설화들은 잠들어 있었습니다. 마치 동물들이 겨울잠을 잘 때 같이 에너지를 아끼는 형식이었습니다. 또한, 더이상 독자 씨에게서 느껴지던 그 특유의 '벽'이 더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독자 씨가 쓰러진 원인을 '설화력의 소모'라고 규정했습니다.


모든 존재는 '설화'로 만들어져있고, 또 모든 존재는 자신의 '설화'를 만들어나갑니다. 그래서 그 설화를 지탱해주는 '설화력'이라는 것이 필요한데, 설화력은 개연성을 감당하고, 성좌들의 권능을 쓰는데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 설화력은 자연적으로 충전되지만, 어느 임계점을 넘으면 스스로 회복이 되지 못하고, 거기서 더욱 설화력을 사용하게 되면 존재를 지탱할 힘이 사라져 결국은 상아 씨가 겪었던 '의식의 흐름' 상태에 놓이거나, 심각하면 소멸하기도 합니다. 독자 씨는 존재를 지탱할 최소한의 설화력만을 남기고 전부 어느곳으로 설화력을 보내놓았습니다. 저는 비유와 함께 설화력의 행적을 쫒아, 결국은 '시스템'의 복구의 독자 씨의 설화력이 쓰였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일행들은 분노하고, 슬퍼했지만 이미 복구된 시스템에서는 다시 설화력을 추출할 수 없었고, 독자 씨에게 설화력을 보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연구를 계속하면서, 독자 씨는 시간만 충분하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만 그 시간이 너무나 오래 걸릴 뿐이죠. 설화력은 갈수록 점점 좁아지는 병에 담기는 물과 같아서, 일정량이 넘지 않으면 회복량이 매우 미미하다가 임계점을 넘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회복량이 증가하게 됩니다. 그러나, 독자 씨는 설화력의 총량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다시말해 병이 너무 컸기 때문에, 임계점도 설화급 성좌 의 모든 설화력, 즉 존재를 지탱할 최소한의 설화력까지 전부를 쏟아부어야 겨우 넘을 수 있는 정도입니다. 인위적으로 설화력을 넣어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화급 성좌의 희생이 필요했기 때문에, 저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희생으로 살아가는 것은, 독자 씨도 원치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저는 근 3년간 계속 독자 씨를 살리기 위한 연구를 해왔습니다. 설화력 추출기를 만들어 여러 사람들과 성좌들에게 설화력을 조금씩 제공받아 보았지만, 결이 다른 설화력들이 쌓이다 보니 변질되고, 소멸되었습니다. 그래서, 한 성좌에게 소량의 설화력을, 여러번 제공받아 저장해 보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저장되는 설화력보다 사라지는 설화력이 더욱 많아졌습니다. 여러번에 걸쳐 설화력을 주입해보기도 했지만, 한번에 임계점을 넘을 만큼 설화력을 주입하지 않으면 얼마 안가 몸속에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성유물이나 성유과, 성유액을 이용하려고 했지만, '사물'에 설화가 부여된 형식이다보니 거의 모든 성유물들은 설화를 잃고 효력이 없어진 상태였습니다. 몇몇 효력이 있는 성유과와 성유액을 혼합해 새로운 환단, '설화단'을 만들어 보기는 했으나 효과는 미미했습니다. 말로는 굉장히 짧고 간단해 보였지만, 결코 쉬운 시간도, 짧은 시간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해답은 찾지 못했습니다.


저는 절망했습니다.


「"기다려요. 그 빈말, 내가 진짜로 만들 거니까."」


독자 씨에게, 최고의 의사가 되겠다고 말을 해놓고는, 고작 저는 한 사람도 살리지 못한 것입니다.

분명 해답이 있을텐데, 어딘가에는 답이 있을텐데 어느새 저는 길을 잃고는 헤매고 있었습니다. 망망대해에, 땟목 하나만 타고 표류하고 있는 듯 한 기분이었습니다.

이제는,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설화 씨도 독자 씨 살리기 위해서 매일 밤 새잖아요."


상아 씨가 제게 말했습니다. 자꾸 무리하는 상아 씨에게 경고를 하자, 제게 한 말이었습니다.


"상아 씨는 저보다 위험해요! 진짜 조심해야 한다니까요?"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저는 그럼 빨리 가볼게요. 일이 급해서."


항상 부지런한 상아 씨를 보며, 저도 말로는 말렸지만 내심 동기를 부여받았습니다. 상아 씨는 독자 씨가 남긴 이 세계를 아름답게 유지하고 싶다는, 그 소망때문에 일을 쉬면 안된다는 강박이 생긴거니까요. 저도 제 본분을 다하겠다 다짐했습니다.


"흠, 다시 정리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노트북에 여태껏 밝혀낸 사실들을 다시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유 : 설화력의 부족

-해결 방법 : 임계점까지 설화력을 공급

-->필요한 설화의 양 : 신화급 성좌의 모든 설화력 정도?


*여태까지 시도한 방법*

-설화 수혈? ->설화의 결이 모두 달라 안됨

-설화 저축? ->설화력의 휘발성이 너무 커서 오랜시간 저장이 힘듦

-설화를 틈틈히? ->한번에 임계점을 넘지 않는 이상 다른 사람의 설화는 몸속에서 휘발됨

-설화단? ->효과가 없었음. 정확히는, 독자 씨의 설화력 총량에 비해 너무 미미한 양이었음.





정리를 해보니 뭔가 다시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는 정리한 파일을 연구실로 보내놓고, 바로 연구실로 향했습니다.


-똑똑

('이설화 없나? 들어가서 기다려야지.')


그러나 저는, 제가 집에서 연구실로 향할 때, 말을 잃어버린 초췌한 천사가 제 집에 들어왔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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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아무것도 없이 써본 창작

이제 슬슬 희망을 넣어줄 때가 된 것 같아서 희망찬 스토리로 진도를 뺐다.

이런 글을 읽어줘서 너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