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사라지고 현실을 믿지 못했다.
잠에서 일어나면 꿈일 것 같다는 생각부터 한다.
하지만 곧 현실을 깨닫는다.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몸은 방으로, 방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문 앞까지.

천천히 행동범위를 넓혀갔다.
그가 없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서이다.
그가 없이도 잘 살던 나는 이제 없다.
그를 알아버렸고 그를 잃어본 나는 이제 그가 없이는 살기 힘들었다.

그가 해줬던 음식을 해보기 위해 칼을 들었다가 칼에도 베여봤다.
그가 해준 튀김을 해보다가 태워보기도, 화상도 입어봤다.
그러면서 그가 없는 세상에 적응했다.
가끔은 힘들었다.
그가 돌아올거라고 믿으며 하루하루를 살았지만 그가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버리면 그 날은 밥도, 일도 손에서 떨어졌다.

그런 나날이 지속될 즈음, 나는 그의 이야기를 적었던 파일을 찾았다.
그 파일을 보고 생각해냈다.
내가 그를 다시 살려보자.
그런 생각으로 비유를 불러내 내 작전을 설명했다.

[그렇게 살아난 아빠는, 정말 아빠가 맞을까?]

그 말에 작전은 폐기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글을 썼다.
김독자라는 한명의 사람의 이야기를.

예상표절을 무리하게 써가며 멸살법처럼 글을 썼다.
멸살법보다 자세하게 써가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성좌의 몸이라 그런지 몇날 며칠을 안 자도 몸이 가뿐했다.

그덕인지 2년 조금 안 되는 시간 만에 완성할 수 있었다.
분량은 약 1000편에 가까웠다.
그가 무슨 날 몇시 몇분 몇초에 밥알을 몇개 먹었는지조차 기록했다.
그러자 멸살법보다 이상한 졸작이 탄생했다.
그 쓸데없는 글은 나 혼자 소유했다.
1000편이라는 분량은 지나치게 많았지만 내게는 금방 읽히는 글이 되었다.
그가 보고 싶을 때마다 그 글을 읽었고 그가 돌아오는 상상을 하고 꿈꿨다.
그리고는 자기 전 그의 사진이 담긴 액자를 마른 수건으로 닦으며 말했다.

"돌아와, 김독자."

*

돌아온 그는 미소짓는 나를 꽉 안았다.
아파야 할 정도로 꽉 안겼지만 어쩐지 행복했다.

"보고 싶었어."
"저기, 좀 힘좀 빼."

아니, 확실히 아프긴 했다.
내 말에 그가 팔에 힘을 뺐다.

그의 품에 안겨 문을 닫을 새도 없이 울어댔다.
이웃에게 좀 미안했다.
이제 울음소리도, 눈물도 안 나올 지경까지 오자 김독자가 나를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문을 닫자 김독자가 바로 내게 입을 맞췄다.

오랜만에 느끼는 말랑한 입술의 감각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를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받아들였다.

우리는 짙고 긴 입맞춤을 끝내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김독자가 쑥쓰러운듯 말했다.

"일단, 방으로 갈까?"
"그래야겠지?"

그의 말 뜻을 안 나는 본인의 말에 본인이 부끄러워 하는 그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

"엄마! 여기 아빠 있어!"
"여기도 아빠가 있네."
"응!"

우리는 평범하게 살고 있다.
김독자는 김독자컴퍼니 대표이사라는 자리를 빛내고 있다.
벌어들이는 돈의 대부분을 기부하는건 김독자다웠다.

나는 웹소설 작가와 육아를 겸임하며 일하고 있다.
남자애와 여자애라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종종 힘들때도 있었지만 겨우 연락이 된 그들이 다행히 자주 와줬다.
틀딱 노인네라고 생각했던 한명오와 공필두가 잘 보살펴줬기에 솔직히 고마웠다.

"엄마! 아빠 왔어!"
"응, 갈게."

나는 쓰던 소설을 저장해두고 노트북을 덮었다.
그 후 신발을 벗는 김독자에게 달려가 안기며 말했다.

"다녀왔어?"
"응, 다녀왔어."





어쩌다보니 이상하게 끝맺어버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