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독자! 달려~~~!"
"한수영! 그만 당겨! 아퍼!"
지금 이 빌어먹을 상황을 설명하려면 몇 십 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
나는 평소와 같이 컵라면을 사기 위해 편의점으로 들어가 라면을 고르고 있었다.
유중혁과 정희원이 먹지 말라고 했지만 아무렴 어떤가.
즐겁게 콧노래를 부르며 라면을 고른 나는 계산대로 향했는데 앞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목까지 오는 찰랑거리는 검은색 머리카락, 그리고 보라색 후드티.
누가 봐도 한수영이었다.
"야 한수영. 뭐해?"
"? 김독자 마침 잘 왔다."
"뭔데 그래?"
"나 술 사야 하는데 민증을 두고 와 가지고 좀 사줘."
"민증은 왜?"
"왜긴 왜야 술 사야 하니까. 나 민증검사 받는 여자라고."
솔직히 한수영이 동안이긴 하다.
누가보면 고등학교 3학년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물론 키도 한 목 하지만.
"방금 키 생각했지? 뒤질래?"
"어떻게 알았냐."
"이 새끼가!"
나한테 주먹을 날리는 한수영을 나는 가볍게 씹은 뒤 한수영이 들고 온 술과 내가 들고 온 라면을 계산대에 올렸다.
계산하고 나와 한수영은 출구로 향했다.
딸랑!
"안녕히 가세요!"
"수고하세요."
종업원의 인사를 받으며 나는 테이블에 앉아 라면을 먹으려 젓가락을 들었다.
"...김독자."
"또 왜?"
"한입만."
"싫어."
"아 쪼잔하게! 한입만!"
나는 어쩔 수 없이 떼쓰는 한수영에게 라면 한 젓가락을 주었다.
"음 역시 남의 음식 뺏어 먹는 게 꿀맛이지."
"근데 너 그거 다 마시게?"
한수영의 손에는 맥주 8 캔이 들려있었다.
"미쳤다고 지금 다 마시겠냐?"
"그럼 잘 됐네. 나 한 캔만 줘봐."
"미쳤냐? 이걸 왜 줘?"
"그거 내 돈으로 샀잖아."
"....."
나는 한수영에게 맥주 한 캔을 뺏은 뒤 캔을 따 마시기 시작했다.
꿀꺽.
꿀꺽.
"근데 너가 왠일로 맥주를 마셔?"
"뭐 그냥 마시고 싶어서?"
"흐음."
뭔가 고민한듯한 한수영은 나의 맞은 편에 앉아 캔을 땄다.
"당연히 천재 미소녀 작가랑 술 마시고 싶어서 그런 거겠지."
"너가 미소녀는 아니지.."
"입 닥쳐라."
"넵."
나와 한수영은 건배를 하고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맥주를 마시는 동안 이 곳에는 나와 한수영 만 있는 듯이 너무나 고요했다.
이윽고 한 캔을 다 비우자 그 고요함을 깬 한수영이 입을 열었다.
"야 김독자. 너 왜 이렇게 잘생긴 거... 딸꾹!
"너 취했다."
"안 취했어...딸꾹!."
"하...이거 몇 개로 보여?"
".. 2개."
"땡 1개."
사실 2개였지만 집에 빨리 가서 소설을 봐야 해서 거짓말을 했다.
그러자 한수영은 바닥에 눕기 시작했다.
"나 안 가."
"진상 짓 부리지 말고 일어나."
"안 간다고!"
"어휴...."
나는 회사에서 회식을 가본 적이 없어서 이런 경우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하는데.....
어쩔 수 없이 나는 그 방법을 쓰기로 했다.
"잠시 실례한다."
"?!"
나는 한수영을 내 등에 업혔다.
"야 김독자! 나 하늘 난다!"
"시끄러...!"
"달려~~~~!"
"아퍼! 그만 당겨!"
나는 재빨리 날개를 펼쳐 공단으로 날아갔다.
*
"어우 머리야..ㅈㄴ 깨지겠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 잡으며 한수영은 어딘가에서 깨어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한수영은 자신이 어디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보라색 후드티만 걸려있는 옷장.
켜져있는 노트북 그리고 그 주변에 쌓여있는 레몬 사탕 껍질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자신의 방이었다.
"근데 내가 왜 여기...."
기억의 강을 건너고 건너 한수영은 기억의 조각을 떠올리고 있었다.
"분명 김독자를 만나서 라면 뺏어먹고.... 그다음이...."
그 순간 한수영은 그녀가 무엇을 했는지 깨달았다.
"......ㅈ됐다.!"
그렇게 자신을 저주하고 저주했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자신은 김독자에게 흑역사 하나가 생겼다는 사실을.
한수영이 침대에서 나오기 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후기 : 수영이가 왜 -혜-가 된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