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 좋으면 이걸 대회로 올릴까 생각도 해봄






「[김독자]

이 세 음절의 단어. 14획의, 간단한 단어.
이 단어때문에 한수영은 얼마나 울고, 또 얼마나 웃었는가. 이 빌어먹을 한 사람에 의해, 그녀는 얼마나 바뀌었는가.

'다시 네가 웃는 걸 보고 싶어.'

누군가가 그랬다. 누군가의 인생은 결국 '이야기'라고. 그렇다면, 자신이 그 인생을, '독자(獨子)의 이야기를 읽어주는 '독자(讀者)'가 되겠노라고 그녀는 결심했다.

이것은, 누군가를 간절히 그리다가 결국은 결말을 바꾸어버린, 한명의 작가의 이야기이다.」

*

"씨발......"

항상 그의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 다짐했건만, 나는 오늘도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내가 사랑하는 그에게 슬픈 표정을 보이고 싶지 않았지만, 그건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시 한번만, 한번만 웃어주면 안되냐?"

아무리 불러봐도, 돌아오는건 고요한 정적 뿐이었다. 나는 언젠가 그에게 했던 것 처럼, 그의 입꼬리를 잡고는, 위로 올렸다. 그러자 고요히 웃고있는 얼굴이 보였다.

"이런것도......잘생겼냐....."

눈물젖은 볼을 그의 얼굴에 문지른다. 그의 옛된 얼굴을 볼때마다, 그의 손을 잡을 때 마다, 그의 얼굴을 어루만질 때 마다 그와의 추억들이 떠올랐다. 그와 함께 쌓아올린 설화들이 아우성쳤다.

"제발......일어나라고......."

함께 써내려간 이야기는 너무 많이 읽어 다 해져버렸다. 그의 과거 이야기도, 하나하나 외울 정도로 읽어버렸다. 그와의 추억은, 이미 추억과 눈물에 번져 더는 알아보기 힘들었다.

"누군가는 바라보는 그 시선 하나로 살아간다며! 이야기는 읽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존재 이유가 있다면서 왜! 왜....."

꾹꾹 눌러담은 감정들이, 흘러넘쳐 그를 상처입힌다. 내 상처를 빌미로, 그의 상처를 다시 헤집어 놓는다.

.....나 진짜 쓰레기다.

"내가 널 읽고 있으면 이제는 돌아와야 될 거 아니야...."

내가 널 그릴 자격이 될까. 내가 감히 널 원해도 되는걸까. 난 이렇게 쓰레기인데.

"미안.....내일 다시 올게......"

김독자의 병실은, 그렇게 정적만으로 가득했다.

*

내가 김독자의 병실에서 지랄발광을 떤 다음날, 유중혁이 돌아왔다. 나는 돌아온 그놈을 보고, 다시한번 김독자가 돌아오는 이미지를 그렸다. 요즈음은 안 했지만, 기분이 좋아지고 싶을 때 버릇같이 하는 행동이었다.

"어? 설화들이......"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다. 우리는 앞뒤 따지지 않고, 그의 병실로 향했다. 앞으로 더이상은 후회하지 않을것이다. 더는 나 자신의 감정을 의심하지도, 숨기지도 않을 것이다. 다시는 그를 놓지지 않을 것이다.

-끼익

병실의 문이 활짝 열린다. 햇살이 눈부시게 방을 비추고, 햇살만큼 빛났던 별이 마침내 자신의 빛을 되찾았다.

「우주에는 수많은 별들이 있지만, 어떤 별 하나는 누군가에게는 하나의 세상이다.」

그래, 너가 우리의, 아니 나의 세상이구나.

"한.....수영?"

나는 그대로 달려가, 다시 커진 김독자의 몸에 안겼다. 더는 다른 사람들의 눈길도, 수근거림도 의식하고 싶지 않았다.

"이 병신아.....내가 널 얼마나 기다렸는 줄 알아?"

눈물을 흘리며,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마구 비빈다. 당황한듯 손 둘곳을 모르던 김독자가, 내 머리를 두드려준다. 그 손길이 너무 안심되어, 다시 한 번 울음이 터진다.

"다시는....다시는 어디 가지  마. 변하지 말고 그대로 내 옆에 있어줘."

내가 먹던 레몬사탕을 낼름 받아먹던 너.
내가 가장 의지할 수 있었던 너.
전투시엔 마음 놓고 등을 맡길 수 있었던 너.
결국 우리의 손이 닿지 않는 저 먼곳으로 흩어져버린 너.
내 유일한 독자였고, 앞으로도 그럴 너, 김독자.

설화가 정상이 아닐 수도 있다. 내가 알던 너와는 다른 너일수도 있다. 여전히 미련하게 자신을 희생해서 우리를 구하려는 너일수 도 있다.

그럼에도, 그때 그가 날 '구원'한것처럼,

"보고싶었어......진짜......"

그로 인해 파멸에 이르게 된다고 해도.

"미안해, 수영아."

그의 빛에 의해 타올라 떨어진대도.

"다들, 정말 죄송합니다."

네 곁에 있겠다고. 마지막까지 도움이 되어주겠다고.

"늦었어, 이 바보야."

햇살이 눈부시게 방을 비추고, 햇살만큼 빛났던 별은 마침내 자신의 빛을 되찾았다. 그리고, 우리도 우리의 세계를 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