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씨."
"네?"
"점심 뭐 먹을까요?"
"아, 제가 할게요."
"아녜요, 제가 할게요."
김독자, 아니 김고미는 우리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녀의 집과 다른 바가 없기도 하고 아직 집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건으로는 김남운도 똑같았기에 그는 공필두에게 잡혀갔다.
김고미와 나는 첫날에 서로 꽤나 신경썼다. 방을 잠구고 옷을 갈아입고 옷도 각자 세탁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일주일도 안 되서 정말 벽이 없어졌다. 서로의 옷은 서로가 세탁한다는 규칙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각자 방에 막 들어가고 그런건 암묵적으로 허용되었다. 어차피 둘다 동일인물인데 뭐 어떻냐는 생각이였다. 그랬기에 이렇게 밥 얘기도 자유로웠다.
"그냥 시켜먹죠."
"그래요."
사는데 불편한건 없었다. 그녀가 나였고 내가 그녀라서 그런걸까. 생활패턴도 비슷해서 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였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음식을 택할때도 편했다.
"이 햄버거, 토마토가 들어있네요."
"아쉽게도 크고 맛있는데 다신 못 시키겠네요."
말도 잘 통했다. 그냥 아바타가 아닐까 싶은 수준이였다. 그녀의 조그마한 행동에도 베어있는 내 습관을 보고있다면 역시 다른 세계선의 나구나 싶다. 그러면서도 두 번째 어머니, 페르세포네를 능가하는 외모를 보면 사실 정말로 사기꾼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잠시 들지만 이 생각이 읽히면 곤란해질테니 그만뒀다.
"음, 이럴때 책이나 읽고 싶어지네요."
"무슨 책 좋아해요?"
"책이라해도 뭐 멸살법밖에 안 읽어봤어요."
"똑같네요."
그리고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그녀가 아는건 나도 알고 있다. 반대로 내가 알고 있는건 그녀도 알고 있다. 통하거나 동질의 사람을 만나면 할 얘기도 많다던데 너무 통하고 동질을 넘어서 동일인 사람과는 반대로 할 얘기가 없다는걸 이제야 깨달았다. 하지만 사람사이라는게 말이 없다보면 확 서먹해진다. 서먹해지는걸 옛날의 나였다면 신경도 쓰지 않았겠지만 지금의 나는 그걸 좋아하진 않는다. 그렇기에 이야기를 쥐어짜내려 노력했다. 그러자 머리를 딱 하고 지나가는 의문이 있었다.
"저기, 고미씨."
"네? 아, 네."
김고미라는 이름이 익숙하진 않은게 당연하다고는 생각한다. 나도 갑자기 '빛과 어둠의 감시자'라고 불리면 당황할 것 같긴 하다. 그 것보다 의문을 해결하기로 했다.
"김남운은 어떻게 살리셨습니까?"
그러자 김고미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지루한 것 같으면서도 즐거워보이는 내 전매특허 표정에서 갑자기 웃긴 생각이라도 들었는지 입꼬리가 씰룩였다.
"그러고보니, 독자씨 세계선에서 김남운은 죽었었죠. 그냥 죽을지도 모른다는 절망에 빠지게 하고 메뚜기알을 터뜨리게 했습니다."
"꽤 멋들어진 방법이네요."
"그쵸?"
"그 싸이코를 그렇게 따르게 하다니,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 후에도 사람을 죽이려고 해서 꽤나 애 먹었었죠."
*
"아 씨, 귀 간지러."
김독자와 김고미가 본인을 욕하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그저 오른쪽 귀가 간지러 살살 긁고만 있었다.
"지혜가 날 못 잊고 내 칭찬을 늘어놓나? 생각만 해도 너무 좋은데."
그런 그의 머리를 공필두가 때리며 말했다.
"농땡이 피우지마라. 밥 먹기 싫냐?"
"아뇨! 하겠습니다!"
꽤나 공필두에게 잘 길들어진 김남운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