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 사과 그려봐."
검은 베레모를 쓴 김독자가 사과를 원형 책상에 덩그러니 올려뒀다. 그러자 학생들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모두가 동일하게 4B연필로 밑그림을 그렸다.
김독자가 그들의 뒤로 돌며 피드백을 하고 있었다.
"여기, 좀 더 넓게 봐."
조금 더 오른 쪽으로 걸어서 또 다시.
"좀만 더 크게 그려."
또 다시 빙빙.
저벅저벅 거리는 소리가 거스릴 만도 했지만 학생들은 뒤는 커녕 움찔거리지도 않는다.
때때로 피드백을 위해 손 위에 손을 포개도 마치 꼭두각시처럼 그녀의 행동을 따랐다.
이런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녀는 말 그대로 FM식 선생이였다. 수업중엔 웃음은 커녕 말 한 번 절지 않는다. 또한 그림을 그리던 도중 딴짓이라도 하는 순간 그림을 찢어버릴 정도로 과한 수준의 법칙주의자스러운 선생이였다. 그녀가 그럼에도 인기있는 선생인데는 아마도 그녀의 실력이 한 몫 했으리라.
그녀는 전문 화가가 된다 해도 돈을 억대로 벌어드릴 수 있었다. 웹툰 작가를 해도, 일러스트레이터를 해도 성공 했을거라 예상되는 인재가 미술학원에 있다는데 아무리 빡세고 고달프다 한들 이 악물고 배우는게 정답일 것이다.
그리고 실력만 좋은 것도 아니다. 외형은 아이돌로 데뷔했다해도 놀라지 못할 수준이였다.
저 자연스레 뻗은 속눈썹과 이어진 눈꺼풀이 검고 곧은 눈동자를 그윽하게 감싸 신비로운 느낌을 줬다.
콧대는 만지면 베이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날카로웠고 콧망울은 자연스러운데다가 아름다울 정도였다. 이것이 콧망울이다 라고 외치는 느낌까지 받았다. 수평으로 다물어져 있는 입을 감싼 입술은 화장기가 없음에도 불그스름했다. 거기다가 수업중엔 한번도 움직이지 않는 저 입꼬리는 마치 고정이라도 된 것 같았다. 햇볕은 본 적도 없는 것 같은, 마치 겨울에 내리는 눈송이보다도 하얗고, 그럼에도 생기가 도는 피부는 보는 사람 입장에선 꿈이 아닐까 의심하게 만든다. 160 중후반인 그녀의 키까지 모든게 선녀라는 단어의 인간형이였다.
이 것 외에도 그녀가 인기 있는 이유는 더 있었다.
"다 그렸어?"
그림으로 마무리하는 그녀의 수업. 그림을 다 그리게 된다면 그녀는 다른 사람이 된다.
"다 그린거 맞으면 다 바닥에 앉아."
수업중의 김독자가 FM중에 FM이라면, 수업이 끝난 이후의 김독자는 AM중에서도 AM이였다.
"과자 먹으면서 노가리나 까자."
수업중엔 움찔거리지도 않던 입꼬리가 싱글싱글 올라갔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그녀에게 오늘이 되어서야 질문 할 수 있었다.
"쌤은 남친 있어요?"
그러자 김독자가 양반다리를 한 채 몸을 앞 뒤로 흔들며 말했다.
"있지, 존나게 멋진 남친."
그리고는 김독자가 싱글벙글 웃으며 말을 잇는다.
"이따 데리러 오라 할게."
*
학원 앞에는 비싼 외제차가 서 있었다. 적어도 5억짜리 차였다.
그 차에서 내린건 한국 최고의 기업 스타스트림의 청년회장이자 은밀한 모략가라고 불리는 유중혁이였다. 유중혁이 차에서 나와 학원으로 들어가자 김독자가 신나게 그에게 안겨들고 학생들에게 말했다.
"애들아 내일보자!"
그리고는 손을 흔들며 유중혁과 팔짱을 낀 채 걸어나갔다.
좀 가볍게 쓰니까 글이 확 늘어져버리네 경험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