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작가입니다."


 나는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소설 쓰시나 봐요? 어떤 공모전으로 등단하셨어요?"

 "딱히 공모전에 나가본 적은 없습니다."

 "예? 그럼요?"

 "웹 소설 작가입니다."


 웹 소설 작가

 어렸을 때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해 연재를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작가가 됐다.

 그러나 아직 사람들은 웹 소설을 소설로 생각하지 않는다.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끄적이는 정도로 생각할 뿐이다.


 『SSSSS급 무한 회귀자』.

 작가 : 한수영


 내가 연재하는 소설 앱 최고 인기 작품, SSSSS급 무한 회귀자.

 나는 이 소설의 작가다.


 —이거 '멸살법' 표절 아닌가요?"


 쌓여있는 쪽지함. 그 중 한 쪽지가 눈에 띄었다.

 얼마 전부터 계속 같은 내용의 쪽지를 보내던 김독자라는 녀석이었다.

 비슷한 댓글도 달았던 거같은데.....


 —이 바닥이 거기서 거기지

 —재밌으면 된 거 아님?

 —ㄹㅇㅋㅋ


 댓글이 달린 화의 댓글창을 찾아 보니 이미 많은 답글들이 달려있었다. 본 적도 없는 작품을 표절했다는 댓글이 욕을 먹는 걸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멸살법'을 처음 본 것도 이 댓글 때문이었다.


 —작가님의 작품이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가지 방법'과 비슷하여 연락드립니다......


 어느 날 달린 댓글을 보고 어떤 내용인가 궁금해 읽어본 '멸살법'은 쓸데없이 긴 묘사를 비롯해 클리셰가 범벅된 노잼 소설 그 자체였다. 

 내 소설과 비슷한 소재가 사용됐지만 이는 다른 소설에서도 많이 쓰이는 클리셰들이었다.


 나는 댓글창을 닫고 밖으로 나가 옥상으로 올라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담배를 태우며 아래를 내려다 봤다.

 개미가 줄을 지어 무언가를 옮기고 있었다.

 스마트폰 알림이 울린 것은 그 때였다.


  —작가님 다음 화는......


 담당자의 메일이 와 있었다. 그러고 보니 7시까지 원고를 보내야 했다.


 오후 6시 55분.


 일곱 시까지 원고를 보내야 하니 담배를 끄고 다시 아래 층으로 내려갔다.

 집으로 들어가 컴퓨터를 켜고 메일을 열었다.


 —메일을 보내시겠습니까?(첨부 파일 1개)


 그 순간, 컴퓨터의 전원이 꺼졌다. 이 일대가 정전된 듯했다.


 빠아아앙!!


 경적 소리가 울렸다. 비명 소리도 들려왔다.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니 사고가 난 듯했다.

 핸드폰을 켜서 뉴스 탭에 접속했다. 국무총리의 브리핑이 시작된 참이었다.


 "원인 모를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습니다. 정부는 원인을 조사하고 대처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항상 하는 말이었다. 나는 별 일 아니구나, 하며 안심했다.

 갑자기 비명 소리가 커졌다. 커다란 북을 찢는 듯한 소리도 들려왔다.

 그 순간 내가 시계를 본 것은 그저 우연의 일치였다.


 PM 7:00

 

 [제 8612 행성계의 무료 서비스가 종료되었습니다.]

 [메인 시나리오가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