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os(스페인어) = 키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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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츕...하읍..."

"합..."


김독자와 유상아. 둘 주위에 텅 빈 맥주캔과 소주병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둘은......


'꿈인가? 꿈이겠지? 아니, 꿈이여야해...'

'으아 미치겠다. 내일부터 독자씨 얼굴 어떻게 봐야 해......'


술에 취한 채 열렬한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 거냐 하면......



[REPLAY......]



"건배!"

"건배!"


김독자와 유상아는 맥주캔을 맞부딪히며 건배를 외친 후 벌컥벌컥 들이켰다.


"크으...이제 살 거 같네요."

"크흠, 소주 2병에 맥주 3캔이나 마시고 나서야 살겠다고요? 대단하시네요."

"미안해요. 제가 술이 세서. '소주 반병' 김독자씨."


유상아는 쌓인 직장 스트레스를 풀어내며 주전부리를 씹었다.

지금 그녀가 독자와 술판을 벌이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


사람들이 상아의 주량을 버텨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독자를 제외하고.


독자의 무의식 속에 아직 제 4의벽의 파편이 존재하는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을 차분하게 하거나 취기를 누그러뜨리는 정도의 힘은 아직 남아있었다.


"언제적 소주 반병 김독자입니까...그런 시대는 지났습니다. 더 이상 그런 김독자는 없어요."

"......저는 그때의 독자씨가 더 좋았는데 말이죠."

"네? 잘 안들려요. 상아씨."

"아, 아니에요."


독자는 상아의 중얼거림에 호기심이 생겼지만, 상아가 빈틈을 주지 않으려고 계속 술을 들이켰다.


술이 들어가면서 직장 상사를 씹어댈수록 상아는 스트레스가 풀려만 가서 웃음이 헤실헤실 흘러나왔다.


"독자씨. 뭘 그렇게 빤히 쳐다보세요?"

"네? 기, 기분 탓일 거에요."

"말은 왜 더듬으세요?"

"혀가 꼬이나 봐요."

"수상한데요..."

"상아씨가 너무 예민하신 거 아닐까요? 일단 한 잔 더 받으시죠."


상아는 독자를 새초롬하게 바라봤지만 곧 어깨를 으쓱하곤 다시 들이켰다. 그리고 독자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독자가 이상한 반응에 고개를 갸웃하자 상아가 말했다.


"......옛날 생각 나네요."

"미노소프트 때요? 전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아뇨. 시나리오 때요. 5번 시나리오 끝나고 다같이 모여 마셨던거요."

"아, 그때도 다른 사람들이 먼저 뻗어서 저희 둘만 마셨었죠."


독자는 잠시 과거를 회상했다. 범람의 재앙과의 사투 끝에 주어진 꿈 같은 휴식. 다 같이 웃고 떠들며 술잔을 주고받던 기억. 그리고 다가오는 상아의 얼굴......아니, 아니, 그거 말고.


'그, 그래! 디오니소스의 장난! 술이 웬수라더니......'


"크흠..."

"갑자기 왜 헛기침을...."

"암것도 아니에요."

"오늘따라 굉장히 의심스러운데요?"

"진짭니다."

"흐음..."


상아는 갑자기 자신의 휴대폰을 켜더니 무언가를 조작했다. 스크로을 내려가며 무언가를 찾는게 보였다. 그녀가 휴대폰에 떠오른 내용을 읽었다.


"역시 이건 유상아의 의지가 아니었다......"

"상아씨?"

"나는 바닥을 맴도는 음표들을 향해......"

"으아악! 제발 그만!"

"조금 비참한 기분으로 입을 열었다...라고 적혀있네요. 독자씨?"


상아는 싱글벙글 웃으며 독자를 놀려댔다.

그러니까 저 상황은. 독자가 올림포스와 접선하기 위해 술판을 벌이다가 상아에게 일어났던 디오니소스의 장난질이었다.


"비참한 기분이라......제 의지로 다가가서가 아니라서 그랬어요?"

"아닙니다."

"네, 뭐...믿어드릴게요. 비참한 김독자씨."

"크흑......"


독자는 얼굴을 가리며 상아의 시선을 피했다.

상아는 여전히 생글거리며 독자를 놀리고 있었다.


"수영씨는 뭐 이런 것 까지 적었데......"

"......"

"비참한 기분, 비참한 기분."

"......"

"유상아씨! 정신 바짝 차려요!"

"그아으악! 제발 그만!"


독자는 결국 수치심에 뒤로 넘어가버리고 말았다. 자신은 왜 그때 저런 생각을 했을까......독자는 과거로 돌아가 바보같은 자신을 한대 때리고 오고 싶다고 생각했다.


"......상아씨."

"무슨 일이시죠? 우리 비참한 김독자씨?"

"상아씨는 그때 어떠셨습니까?"

"...네? 무, 무슨......."

"그때 어떠셨냐구요. 혹시 기분이 나쁘셨다거나....."


상아는 취기 때문인지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소리쳤다.


"자, 잘 모르겠고 기억이 안나네요......"


[해당 발언은 '거짓'입니다.]


"어라?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있군요. 그게 누굴까요? 우리 김컴의 도덕! 유상아씨는 아니겠죠?"

"......기분 나쁘진 않았어요."


"조금 아쉬웠죠..."라는 말은 너무 작게 말해 독자에겐 들리지 않을 것이었다.


"네?"

"기분 안 나빴다고요! 당신은 그걸 굳이 '거짓간파' 까지 써가며 알아야 겠어요?"

"진짜요? 진짜 기분 안 나빴다고요?"

"아 진짜 몇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상아는 씩씩거리며 맥주캔을 하나 따 입에 그대로 털어넣었다. 독자는 장난기가 발동해 요상한 미소를 띄었다.


"저는 디오니소스에게 조종당한 걸 물어봤는데......기분이 안 나쁘셨다......?"

"네?......아."

"혼자 무슨 생각을 하신 걸까요? 기분이 너무 좋으신 유상아씨?"

"이 인간이 진짜!"


독자는 배를 잡고 웃어댔다. 상아가 달려들어 그의 머리에 긴고아를 씌우려고 했다가 먀음을 차분히 진정시켰다.


"아하하하하....하아...하아..."

"긴고아 맛 좀 보실래요?"

"웃음이 나오는 걸 어떻게 해요..."

"나쁜 사람."

"다짜고짜 긴고아 채우려는 상아씨도 나빠요."

"쌤쌤이라 하죠."


그렇게 잠시동안 소강 상태에 접어든 둘이었다. 독자는 맥주를 홀짝이고는 익살스런 웃음으로 말했다.


"상아씨. 아쉬웠습니까?"

"어떻게......"

"제가 그걸 못 들었겠습니까? 저 청력 강화 스킬 레벨 10 입니다. 원한다면 여기서 옆집 소리도 훤히 들을 수 있어요."

"......"

"그냥 속으로만 생각하시지 그랬습니까, 아쉬운 유상아씨. 하하하하하!"


독자는 승리자의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맥주를 들이켰다. 상아의 얼굴은 사과처럼 벌겋게 변해있었다. 어지간히도 부끄러웠나보다.

독자는 장난을 살짝 쳤다 


"뭐, 아쉬우시다면 뺨 한번 정도는 빌려드리죠."


그러나 그녀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예상 외 였다.


"진짜요?"

"엇...."

"빌려준다고 했어요. 분명."


상아는 낮은 목소리로 분위기를 압도했다. 독자는 여전히 벽의 파편이 있었기에 차분한 마음을 유지하려고 했다.


그러는 사이, 상아는 성큼성큼 걸어와 독자의 뺨에 살짝 입을 맞췄다. 독자는 놀란 눈으로 상아를 바라봤다. 상아는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

"......"


꿀꺽.

꿀꺽.


침을 삼키는 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독자는 마음속으로 애타게 벽의 파편을 찾았다.

그러던 사이, 상아의 손이 자신의 뺨을 잡고 입을 맞췄다.


"!!!"

"츕...하읍..."


알싸한 맥주향이 코 앞에서 오갔다.



[REPLAY 종료.]



이렇게 된 것이었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프하...하아..."

"....허어..."


독자는 벽의 파편이 사라졌는지 표정관리를 하지 못했다. 코 앞에 있는 상아의 얼굴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합..."

"으음..."


다시 입을 맞춰왔다. 그러나 아까보단 짧게.

상아가 샐쭉 웃으며 말했다.


"눈 뜰때까지 계속 할까요?"


독자는 눈을 희번득 떴다.


"이제 비참한 김독자씨랑 아쉬운 유상아는 사라졌어요. 어때요?"

"......지금, 상아씨 맞죠? 어머니 아니죠?"

"여기서 페르세포네 님이 왜 나와요?"

"세상에......"


독자는 자기 볼을 꼬집었다.

아팠다. 꿈은 아니었다.


"독자씨 볼 왜 혼자 만져요. 저도 만질래요."

"자, 잠시만요. 지금 취하셨어요!"

"저는 원래 취해 있었어요. 술이 아주 그냥 웬수네요. 웬수."


상아는 그 웬수라는 술을 저주하면서 한 잔 더 들이마시고 있었다.


"술은 웬수라면서요....."

"마태복음 5장, 너의 원수를 사랑하라."

"성경도 읽으셨어요?"

"불경도 읽었어요. 아니, 화신체가 삼장이라 그런가 어렴풋이 기억이 나네요."

"팔만대장경도 읽었다고 하시지......"


상아는 독자를 뒤로 밀어 넘어뜨린다음, 그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그 위에서 다시 놀렸다.


"저희 설화 중에 '날카로운 첫 손잡기의 추억'이란 설화 알죠?"

"알죠..."

"그러면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 같은 설화도 생기겠네요?"

"그, 그래서요?"


독자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차분히 머릿속을 정리하려고 했다.

그러나, 저 사악하게 웃는 상아의 얼굴 때문에 왠지 겁이 났다.


"독자씨. 독자씨는 사람이죠?"

"그, 그쵸?"

"저도 사람이고요."

"그, 그런데요?"


상아는 희번득 웃으며 속삭였다.


"가끔씩 독자씨가 착각하시는 거 같은데...저한테도 성욕이란게 있답니다? 삼장의 환생이지만 전 삼장법사 처럼 깨달음을 얻으려는 사람은 아니라서요......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게 아주 많다구요."

"히익!"

"독자씨, 오늘 각오해야 할 거에요."

"사, 사람들이 들으면......읍!"

"쉿. 제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세요. 저 진짜 많이 참았어요."


그리고 그날,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설화 하나가 비밀리에 생겨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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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광기를 세개나 봐서 썼다

다들 독상으로 심신을 정화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