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reader/31573909?p=3
이전편
ㅡㅡㅡㅡㅡ
"허어......"
"음......"
둥그런 탁자에 구파의 장문인들과 세가 연합의 가주들 중 몇몇이 둘러앉아 있었다. 세가들 중 일부는 자신들의 후계자가 탈락하자 일그러진 얼굴과 함께 그들의 세가로 돌아간 것이었다. 현재 남아있는 세가는 남궁세가, 그리고 하북팽가. 세가 연합 중 가장 세력이 큰 두 세가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지금 그들이 모인 이유는 바로 마교의 소교주 김비유 때문이었다. 현재 김비유는 4강에 진출한 상태. 운이 좋지 않다면 이번 비무대회의 마교의 종자가 승리할 수도 있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지금...그걸 말이라고 하는 소리요? 남궁가주?"
"그럼 저 마인이 대환단을 가져가는 것을 눈뜨고 지켜보고 싶으시단 거요? 장문방장?"
"대환단을 가져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대의 후계자가 망신을 당할까 두려운 것 아니오?"
"방장! 그들은 마의 소굴에서 온 악인들이란 말이오! 지금까지 마교에게 입은 피해가 얼만지는 방장께서 잘 아실 거 아니오!"
"잘 알고 있소. 그러나, 아무리 그들이 악인들이라 한들, 지금은 맹주님의 객으로써, 그리고 이번 비무대회의 참가자로써 이 자리에 있는 것이외다. 정정당당한 비무가 아닌 이렇게 뒤에서 수작질을 부리는 것은 절대 사양하겠소. 아미타불."
남궁가주 남궁청은 자리에서 일어나 성킄성큼 걸어 밖으로 나가버렸다.
지금 이들이 불편한 얼굴로 있는 이유는, 바로 남궁청의 제안 때문이었다.
"허, 아무리 승리에 눈이 멀었다고 해도 그렇지...소교주를 살해하자니요."
"크흠, 비무대 위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아무리 천하의 마교주라고 해도, 저희 모두의 합공을 버틸 수 있겠습니까? 오히려 마교주가 지금 저희의 입 안에 들어와있는 이 시기가 적기입니다."
"팽가주, 그대마저!"
하북팽가주, 팽무연도 헛기침을 하며 남궁청과 같은 입장임을 밝혔다. 그들을 본 구파의 장문인들은 저마다 불호나 도호를 외우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정파의 한 기둥이라고 불리는 자들이, 대회 참가자를 시해할 생각을 하다니......
"아무래도 장문인들께선 우리와는 마음이 맞지 않는 거 같구려, 그럼 나는 이만 물러가겠소."
팽무연은 흘흘 웃으며 남궁청처럼 그대로 걸어나가버렸다. 그러나 말투는 그들을 존대하는 말에서 하대하는 말투로 변해있었다.
방에 남은 장문인들은 저마다 불안한 눈치와 불쾌한 눈빛을 보냈다.
불안함을 느끼는 이유는, 세가들이 정말로 비유를 시해해 마교주가 이성을 잃어버리는 건 아닌가? 때문이고.
불쾌함을 느끼는 이유는, 그들이 세가의 가주들에게 밀려 큰 의견을 내지 못하고 눈치만 봐야하는 입장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그저 큰 사고만 나지 않기를 바라며 그들의 제자가 있는 숙소로 흩어졌다.
.
.
.
4강전,
지혜 언니는 남궁언과 붙었다가 아슬아슬하게 패배했다.
그래도 지혜 언니가 남궁언의 심신을 많이 지치게 했다. 급하게 숨을 고르는 것이 보였다.
내 상대는 팽가의 후계자 팽수호. 오룡 중 하나인 도룡(刀龍)의 별호를 가진 놈.
팽수호는 거대한 도를 후웅 후웅 휘두르며 몸을 풀고 있었다. 기선제압을 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북팽가의 무공인 '오호단문도'는 산속의 호랑이와도 같은 패도적인 도법이었다.
애초에 저렇게 커다란 도는 그냥 휘둘러도 위협적인데, 저기에 내력을 넣고 초식을 쓴단다.
하북팽가가 괜히 세가 연합에서 두번째 서열에 위치한 게 아니다.
그리고, 8강전에서 팽수호는 길영이를 떨어뜨렸다. 저 뒤에서 손에 붕대를 감고 나를 응원하고 있는 길영이가 보였다. 나는 길영이를 보고 걱정하지 말라는 뜻에서 활짝 웃어보였다. 그때, 팽수호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크하하하!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엄청 조그만하군."
"그래, 너는 생각보다 더 멍청해보이네."
"......그 더러운 입 꾹 다물게 될 것이다."
"그런 건 이기고 나서 말해."
"좋다.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이겨주지! 그리고 마는 절대로 정파에게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지. 그리고 그 허접한 목검도 눈 앞에서 잘라주마."
나는 문득 내 작은 목검을 바라봤다. 여기저기 흠집이 생겨 이제 볼품이 없어졌다. 그리고 이번에 붙게 되면 저 놈 말처럼 반드시 부러질게 뻔했다. 그때, 아빠가 단상 위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오는게 보였다.
"받거라."
멀리 떨어져 있어도 아빠의 목소리가 똑똑히 들렸다. 아빠가 자신의 허리춤에 있는 독자신검(讀者神劍)을 나에게 던져주었다. 아니, 건네주었다고 해야겠다. 아빠는 허공섭물(기로 멀리있는 물건을 잡아당기거나 밀어내는 기술)로 둥둥 띄워보냈으니까.
그 신기한 광경에 몇몇 관객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나는 내 앞으로 다가온 독자신검을 꺼내 보았다.
스릉
가벼웠다.
만져보지는 않았지만 차가웠다.
목검에서 느껴지던 온기라고는 도저히 찾아볼 수가 없었다.
햇빛에 반사된 그 빛이 나를 노리는 것 처럼 섬뜩했다.
당장에라도 베일 것만 같았다.
아빠가 입을 열었다.
"원래는 이 대회가 끝나고 너에게 검을 사주려 했지만, 남은 경기에선 그걸 써라."
"감사합니다, 교주님."
엄숙한 분위기에 나는 처음으로 입에서 교주님이라는 호칭이 튀어나왔다. 내가 스스로에게 당황할때 아빠가 스님들이 불호를 외우는 것 처럼, 첫번째 교리를 말했다.
"하늘 아래 모든 존재에 영광있으라."
나는 아빠의 엄숙함에 압도되어 한 쪽 무릎을 꿇고 따라 외웠다.
"하늘 아래 모든 존재에 영광있으라."
아빠는 모여든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로 돌아가 앉으셨다. 심판이 나에게 준비되었느냐고 물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하기 직전.
"조심해라, 딸아."
"......진짜, 알겠다고요."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양측 준비......시작!"
우리는 서로 무기를 꺼냈지만, 다가가지 않고 서로를 마주보고 거리를 벌린채 어슬렁거렸다. 말 그대로 탐색전.
지금 내가 먼저 다가가 공격했는데 반격 당하면 그 자리에서 끝장이었다.
"감히, 감히 이 곳에서 마의 교리를 읊다니......"
"어때? 멋지지?"
"주둥아리 닥쳐라!"
탐색전은 끝났는지, 팽수호가 짐승처럼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가까워진 거리. 팽수호는 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도를 내리쳤다.
나는 검을 비스듬히 들고 몸을 젖히며 놈의 도를 흘려보냈다.
쌔애애애앵!
철과 철이 갈리는 기분 나쁜 소리가 내 몸에 소름이 돋게 했다.
팽수호는 멈추지 않고 내 오른쪽 허리부터 왼쪽 어깨까지 한번에 잘라버릴 기세로 도를 휘둘렀다.
후우우웅! 후우웅! 후웅!
공기가 비명을 질러댔다.
나는 최대한 저놈의 힘을 빼기 위해 계속해서 뒷걸음질치며 거리를 벌리려고 애썼다.
"언제까지!"
후우웅!
"도망만!"
후아앙!
"칠거냐!"
콰앙!
땅바닥을 내려친 충격때문에 내 몸이 잠시 흔들렸다. 하지만 나는 재빨리 균형을 되찾고 다시 한번 대도를 피했다.
나는 천천히 백청신공을 운용하며 몸에 뇌기를 충전했다.
'한번에 끝내야 해.'
벌써부터 내 몸에서 뇌기가 넘실거렸다.
나는 충전된 뇌기를 독자신검으로 흘려보냈다.
검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신기한 현상을 무시하고 검을 휘둘렀다.
캉! 카앙! 캉!
쇠로 만들었지만 목검보다 훨씬 가벼웠기에 검의 속도가 훨씬 빨랐다. 팽수호도 얼굴을 굳히며 대도의 넓은 부분으로 내 검을 방어해냈다. 그러나 내 검은 뇌기를 한가득 품은 상태.
놈의 손과 얼굴이 움찔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러다가 놈이 갑자기 뒤로 거리를 벌리더니 동작이 커 보이는 자세를 취했다.
나는 순간적으로 위험을 감지해 검을 꽉 쥐었다.
우우우웅......
놈의 대도에 푸른색 기가 서리기 시작했다. 도기(刀氣)였다. 마치 파도가 넘실거리는 듯한 느낌.
관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팽수호! 팽수호!"
"도룡이라는 별호가 아깝지 않다!"
나에게 오는 응원은 없었다.
아니, 없'었'다.
"비유 누나 조심해요!"
하나라도 있으면 됐다.
"이것도 어디 한번 피해봐라! 흐읍!"
휘이잉!
놈이 도를 휘두르자 거대한 반월형의 푸른색 도기가 나를 향해 쇄도했다.
나는 재빨리 왼손에다가 백청신공을 극성으로 운용해 뇌기를 충전했다.
지금 내가 하려는 것은 백청신공의 삼대오의 그 두번째.
백청반경(白靑反鏡)이다.
백청반경은 검강까지 막아낼 수 있는 백청신공의 방어 절기였다. 만약 거리가 좀 더 가까웠다면 충격을 되돌려 주는 것도 가능했다.
나는 왼손을 뻗어 백청빛의 광막(光幕)을 만들었다.
파지지지지지직!
나도 성공할지 실패할지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그저 내가 배운 무공을 믿었다.
도기와 광막의 충돌의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사방팔방으로 흙먼지가 비산했다. 관객들이 기가 폭발하는 충격에 뒤로 나자빠지거나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와씨......실수했으면 죽었다."
나는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흙먼지를 걷어냈다.
나는 문득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야, 지금 나 죽이려고 한거냐?"
"......"
시작부터 지금까지. 생각해보면 놈의 공격은 하나하나가 내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살초였다.
방금 그 푸른색 도기도 그렇고. 내가 막아내지 못했다면 나는 아마 두동강이 났을 게 분명했다.
나는 순간 끓어오르는 화를 잠재운 뒤에 호흡을 가다듬었다.
"미친 새끼들, 이건 생사결이 아니라 비무대회일텐데..."
"흥, 원래 비무대회에선 수많은 사고가 일어나는 법이다."
"아, 그냥 사고라고 하면서 덮을려고 했구나."
"그렇다."
"하, 뻔뻔해서 어이가 없네."
나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이 새끼들은 말로 해선 안된다. 몸으로 직접 뼈저리게 깨닫게 해줘야지.
"너는 곱게 탈락 못한다."
파지지지직!
나는 검을 굳게 쥐고 달렸다.
젠장, 진검을 쓴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물러졌나?
나를 죽이려고 한 상대를 살려두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나도 진심으로 놈을 죽이려는 건 아니지만, 반송장 정도로 만들 각오로 달려들었다.
카아앙!
"으으윽..."
내 검과 부딪히면서 검에서 뿜어져나온 뇌기가 사방으로 튀었다.
파지지직!
지금 우리는 마치 뇌운(雷雲) 속에서 싸우고 있는 것만 같았다. 물론 그 뇌운의 주인은 바로 나다.
"으아아아아!"
놈이 내 살기를 느껴서 당황했는지 미친놈처럼 대도를 휘둘러댔다. 나는 차분하게 뇌기로 대도를 살짝 살짝 밀어내면서 충격을 최소화 시켰다. 그러다가 틈이 보이자, 나는 재빨리 놈의 허벅지에 검을 찔러넣었다.
푸욱!
살을 뚫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놈이 비명을 질렀다.
"크아아아!"
무거운 대도로 나를 잡겠다는 건 포기했다는 뜻인지, 왼손으로 내 목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그러나 나는 이미 왼손에 뇌기를 충전하고 놈의 가슴을 향해 손을 뻗은 상태.
나는 눈 앞에서 놈의 가슴에 좌장을 때려박았다.
퍼억!
순간적으로 놈의 몸이 'ㄱ'자로 꺾이면서 뒤로 날아갔다.
쿠웅!
비무대를 벗어나고도 몇바퀴를 더 구른 다음 축 늘어졌다. 뇌기가 몸에 스며들어 기절했을 것이다.
죽이진 않았다. 갈비뼈만 조금 부러졌을 뿐이다. 심장에 무리가 갈지 몰라도 죽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마교의 김비유 승!"
사람들의 시선이 축 늘어진 팽수호와 나를 오갔다.
하북팽가의 식솔들이 팽수호에게 다급히 뛰어가는 게 보였다. 저 놈이 그리도 좋을까. 바보같은 것들.
나는 천천히 납검한 다음 포권을 취하며 중얼거렸다.
"다음부턴 함부로 까불지 마시길."
내가 몸을 돌려 비무대를 내려가려던 그때.
내 뒤에서 섬뜩한 살기가 느껴졌다.
재빨리 뒤를 돌아보자......
하북팽가의 가주, 팽무연이 나를 향해 대도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고 있는게 보였다.
"비유야!"
"언니!"
"누나!"
깜짝놀라 뛰쳐나오려는 친구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
.
.
"안돼!"
유상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김독자는 팽무연이 몸을 날리는 것과 동시에 보법을 펼쳤다.
팽무연은 벌써 비무대 위에서 비유를 향해 대도를 내리치고 있었다.
대도엔 팽수호의 도기보다 훨씬 거대한 푸른빛 도강(刀剛)을 뿜어내고 있었다.
파도가 넘실거리는 게 아닌, 거대한 파도가 비유를 삼킬 것만 같았다.
절체절명의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아아!
다행히도 김독자가 양손으로 만들어낸 완벽한 백청반경(白靑反鏡)이 팽무연의 도강을 막아낼 뿐만 아니라, 그 충격을 되돌려주었다.
모두가 엄청난 충격에 다시한번 뒤로 나자빠졌다. 몇몇 사람은 공포에 질린듯한 표정을 지었다.
"대, 대체 이게 무슨...?"
"저, 저기!"
사람들이 가리킨 곳에는 피를 토해내고 있는 팽무연이 있었다.
김독자는 싸늘한 눈으로 팽무연을 바라보며 자신의 뒤에 있는 비유에게 말했다.
"비유야, 괜찮니?"
"머리가 좀 울리는 거 빼곤 괜찮아요."
"혹시 모르니 우사랑 같이 어서 신의에게로 가."
"네."
어느새 정희원이 다가와 비유를 데리고 의약당으로 향했다.
비유가 무사히 물러난 것을 확인했으니, 김독자는 입을 열었다.
"대체 이게 뭐하자는 짓거리냐, 팽무연."
존댓말 하나 없이 상대를 꾸짖는 말.
팽무연이 시뻘겋게 물든 입으로 소리쳤다.
"소, 소교주가 내 아들을 살해하려 했다! 지금 감히 정파 무림에 반기를 드는 것이냐!.....쿨럭!"
"살기는 너의 아들이 먼저 보였을텐데."
"개소리 하지마라!"
김독자는 여전히 싸늘한 눈빛으로 팽무연을 노려봤다. 그때 둘 사이에 남궁민영이 내려왔다.
"일단, 둘 다 진정하게."
"맹주! 지금 당장 저 자를 체포해서 뇌옥에...!"
"닥치시오, 팽가주. 방금 전 대회 참가자를 살해하려고 하지 않았소? 비무대에 난입해 참가자를 해치려 하는 행동은 암살 미수에 해당하는 중죄요! 이를 정녕 모른다는 것이오?"
팽무연은 분한 듯 이를 갈다가 다시 한번 피를 토했다.
"일단 의약당으로 데려가 치료를 시키게, 책임은 대회가 끝나고 묻도록 하지."
팽가의 식솔들이 허둥지둥 달려와 팽무연을 업고 뛰어갔다.
다행히 큰 사상자 없이(?) 4강전이 끝났다.
"괜찮나?"
"네."
"후.....일단 4강전을 끝내도록 하지."
김독자와 남궁민영은 다시 단상으로 돌아와 혼란한 관객석을 진정시킨 다음, 4강전의 종료를 선언했다.
그날, 하북팽가는 대회 참가자를 살해하려 했다는 사건에 세가 연합에서 퇴출되었고, 논의 끝에 5년의 봉문(문파나 가문의 모든 대외, 교류 활동을 중지하고 자신의 가문에 틀어박히는 것. 일종의 자택근신.)을 명령했다.
.
.
.
결승전 당일날.
사람들은 자신들의 무리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야기의 주제는 바로 검룡(劍龍) 남궁언과 마교의 소교주 김비유의 결승전 결과였다.
"이러다가 진짜 소교주가 승리하는 거 아닌가?"
"야 이사람아, 불길한 소리 하지 말게! 소교주의 무위가 상상 이상이지만, 검룡도 무시해선 안되네."
"하지만...지금까지 소교주가 고전한 적 있는가? 8강전이 되어서야 십초 이상을 버티는 자가 나타나지 않았나..."
"저 치 말이 맞아, 도룡이 쏘아낸 도기 봤는가? 그건 진짜로 죽일 각오로 날린 도기였어. 그런데 그걸 막아내 반시체로 만들었지 않았는가."
"끄응...백화, 뇌룡, 도룡...오룡삼화 중에 세명이나 손도 못쓰고 꺾여버렸구나..."
"허어......"
그들의 근심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다음 시대의 강호를 이끌어갈 지금의 후기지수들이 마교의 소교주에게 패배한다? 그 말은 지금의 정파가 마(魔) 아래에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백도는 명예에 미친 자들. 그들은 소교주가 우승하는 걸 절대 지켜볼 수가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때, 남궁민영이 소리쳤다.
"지금부터! 결승전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끄응...결국 시작하는구만......"
"끝까지 응원해보세. 안그래도 심란할텐데 우리마저 그러면 더 좋지 않을거야."
사람들은 열과 성을 다해 남궁언에게 응원을 보냈다.
"이야, 결승에서 만났네?"
"잘도 여기까지 올라왔구나. 운이 좋았나보군."
"내가 원래 운이 좀 좋아서 말이지."
"후후후, 하지만 그 운도 여기선 끝이다. 이번 대회는 내가 우승할 것이거든."
"그런말은 제발 이기고 나서 하면 안될까? 어제 팽가의 어느 멍청이도 그러다가 나한테 반송장 됬거든."
"그 멍청한 도룡과 나는 다를 것이다."
"아, 그러니까 격이 다르다?"
"그래. 남궁세가와 정파의 힘을 똑똑히 보여주마."
"남궁세가는 아직 몰라도, 정파는 그리 대단한게 없는 거 같던데? 뭐 그래도 그렇게 말하니 너희가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보기나 하자."
"......후회할 거다, 더러운 마의 종자야."
대화가 끝나고 검을 꺼내자 심판이 입을 열었다.
"양측 준비......시작!"
카앙!
시작하자마자 남궁언이 섬전처럼 다가와 선공을 날렸다. 손이 조금 저릿저릿한게 과연 남궁세가였다.
어릴 때 부터 영약을 밥처럼 쳐먹었다더니...나는 일년에 한번씩 밖에 못 먹었는데...
나는 갑자기 열이 뻗쳤다. 그러나 나는 내 부족함에 한 점 부끄러움은 없었다,
파지지지지직!
내 손에 뇌기가 모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남궁언은 뇌기를 모을 틈을 주지 않으려고 계속해서 검을 부딪혀 왔다.
나는 내력이 가득 실린 검을 막을때마다 손이 저릿해져왔다. 역시...괜히 세가 연합에서 서열 일위라 불리는 가문이 아니었다.
남궁언의 검이 계속해서 패도적인 기세로 내 몸을 노려왔다, 이 검법은......
"저, 저건... 제왕검법이야!"
"벌써 창궁무애검법을 대성했다고?"
"와아아아! 검룡! 이겨라!"
'창궁무애검법'과 '제왕검법'
남궁세가를 대표하는 검법이다. 제왕검법을 펼치려면 창궁무애검법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어야만 했다.
그러니까, 지금 내 앞에 놓인 남궁언은, 지금까지 상대해온 애들중에 가장 강한 놈이었다.
캉! 캉! 캉! 캉! 캉!
우리는 순식간에 수십합을 맞붙었다.
"너무 빨라서 보이지가 않아!"
"마인 따위는 이겨버려!"
관객들은 눈으로 쫓기 어려운 검의 움직임을 보고 감탄을 내질렀다.
그들의 눈에는 그저 무언가를 쥐고 있는 둘이 부딪힐 때마다 불꽃이 튀고 검풍이 일어난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터였다.
순간, 저 멀리 상아 언니와 아빠의 시선이 느껴졌다. 파천문 친구들도, 싸가지 없는 유중혁도, 언니들도. 모두가 나를 믿는다는 눈빛.
기대에 져버릴 수는 없지.
카앙!
"어딜 한 눈을 파는거냐."
"아아~잠깐 오늘 저녁 뭐 먹을지 생각좀 했어."
"이 망할년이!"
남궁언이 재차 달려들었다. 나는 검이 부딪힐때마다 뇌기를 흘려보내고 있지만, 너무 검이 빨리 적은 양 밖에 흘려보낼 수 없었다. 게다가 흘려보냈다고 하더라도, 생각보다 내공이 깊은 녀석이라 뇌기가 몸으로 침투하지 못하고 해소됬다.
안되면 되게 하라.
나는 몸에 충전된 뇌기를 왼손으로 모아 좌장을 내질렀다. 놈도 자신의 왼손을 뻗어 나와 장력 대결을 펼쳤다.
손바닥과 손바닥에서 일어난 기의 충돌 때문에 일어난 기파가 퍼져나가 옷과 머리카락이 세차게 펄럭였다.
"크윽..."
효과가 어느정도 있었는지 신음성이 들렸다.
하지만 나도 충격에 왼손에 무리가 간 상태.
나는 심호흡을 하며 고통을 참았다.
"죽어라!"
거리가 벌어지자 놈은 검기를 쏘아댔다. 도룡이 거대한 도기를 한번에 뿜어냈다면, 검룡은 검을 한번 휘두를때마다 작은 검기가 쏟아져나왔다.
반월이 하늘을 수놓기 시작했다.
나는 재빨리 백청반경을 만들어 펼쳤다.
콰앙! 쾅! 콰아앙!
급하게 만들었기에 검기가 충돌할때마다 충격이 조금씩 전해져왔다. 아직 검기가 나에게 날아오고 있는 상태.
검기를 날려대던 남궁언이 갑자기 몸을 움직여 아직 백청반경을 펼치고 있는 나에게 흙먼지 사이를 뚫고 쇄도해왔다.
"치잇!"
나는 백청반경을 회수하고 바닥을 구르며 검기가 폭격하는 지역을 벗어났다.
검기가 굉음을 내며 바닥에 부딪히자 비무대가 들썩이면서 바닥에 거대한 상흔을 남기는 것이 보였다.
"바닥을 구르다니..추잡하구나!"
살려면 때론 바닥도 굴러야하는 법. 나는 정파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체면과 명예에 신경쓰지 않았다.
와아아아아아!
내가 밀리는 것 처럼 보였는지 환호성이 거세졌다.
환호성에 힘입어 남궁언의 검이 다시 나를 노리는 뱀처럼 달려들었다.
검기를 그렇게 쏘아댔으니 내공이 많이 소모되었을 것이다. 나는 최대한 시간을 끌며 싸운다고 생각하고 미친 사람처럼 마구잡이로 검을 휘둘러댔다. 그러자 오히려 남궁언이 뒤로 물러나는 상황.
나는 이때다 싶어 백청신공의 삼대오의 중 마지막 절기. 전인화(電人化)를 사용하기로 했다.
아니......정확히는 완벽하지 않은 부분전인화(部分電人化)이지만.
나는 백청신공을 운용하면서 내 혈도에다가 뇌기를 주입했다. 나는 일반적인 기가 아닌 뇌기를 온몸으로 순환시켰다. 전신이 마비되는 것만 같은 감각에 나는 이를 꽉 깨물었다. 본래 전인화는 백청신공을 대성한다면 사용할 수 있는 절기였다.
사람이 뇌기 그 자체가 되는 것.
옛날에 아빠가 전인화 상태에서 산봉우리 하나를 부숴버리는 것을 봤다. 나 혼자 길거리를 떠돌아다닐때, 폭풍우가 치던 날 봤던 한줄기 벼락. 아빠는 그 한줄기 벼락이 되었었다.
콰르르르...쾅! 우르르...파지지지직!
"뭐, 뭐야!"
"무슨 일이야!"
심상치 않은 굉음에 관객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남궁언도 무언가 섬뜩함을 느꼈는지 괴성을 지르며 검을 휘둘렀다.
촤악!
내 어깨가 베이고 다리가 살짝 베였다. 나는 그 와중에도 계속 검을 휘둘렀다. 놈도 나 처럼 몸에 상처가 하나씩 쌓여갔다.
후두둑!
검과 검이 불을 뿜고, 피와 피가 흐르고, 신념과 신념이 충돌한다.
반경 25장(약 75M) 크기의 원형 비무대 위에서 삶과 삶이 부딪혔다.
"소교주의 팔이!"
"세상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왼팔은 한줄기 눈부신 벼락에 휩싸인 상태.
남궁언이 크게 놀라며 도망치듯 뒤로 물러났다.
콰르릉! 쾅!
사실 내 왼팔에 감각이 없었다. 그저 그 자리에 있을 뿐. 그리고 지금 내 왼팔은 번개 그 자체라는 것.
파지지지지직!
천하가 울부짖는 것 같았다.
나는 이 상태에서 멸혼백뢰신창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파직! 파지지지지지지직!
원래 멸혼백뢰신창은 만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예선전 때 교관이 선공을 양보해야만 던질 수 있거나 시작하기 전에 작게 만들 수 밖에 없었다. 점창파의 임후백이랑 싸울 때는 위력이 현저하게 작은 위협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눈 깜짝할 새 만들어진 내 키의 세배나 되는 길이.
지금이라도 터질 것만 같이 요동치는 뇌기.
고막을 찢어버릴 것 같은 굉음.
내 왼팔은 이미 투창의 자세를 취해있었다.
남궁언의 안색은 창백해졌다.
"그러니까 왜 까불어."
"아, 아....."
던질까? 말까? 던질까? 말까? 던질까? 말까? 던질까? 말까?
속으로 노래처럼 흥얼거렸다.
사실 나는 진짜로 던질 생각은 없었다.
이거 던지면 정말 큰일 난다. 닿기도 전에 감전사 해버릴 게 분명했다.
그리고 지금 전인화를 유지하고 있는 것 만으로도 어지럽고 내공이 바닥나는게 느껴졌다.
그랬기에 여기서 나는 최후의 도박을 했다.
"던질게~."
"하, 항복! 항복!"
나는 즉시 부분전인화와 멸혼백뢰신창을 해제해버렸다. 왼팔은 여전히 저릿했지만 감각은 있었기에 손을 몇번 쥐락펴락 하며 상태를 확인했다,
심판은 허탈한 눈으로 내 승리를 인정했다.
"최종 우승자는! 마교의......"
"아, 잠시만요."
나는 넋이 나가 벌벌 떨고 있는 남궁언에게 다가가 머리에 손을 올리곤.
파지지지지직!
"끄아아아악!"
머리에 뇌기를 주입했다.
순식간에 머리카락 타는 냄새가 코끝을 찔러댔다.
남궁언이 자기 머리를 잡고 땅바닥을 뒹굴었다.
나는 큰 웃음을 터뜨린다음 심판을 향해 말했다.
"뭐해요. 승자는요?"
"최종 우승자는! 마교의 김비유!"
관객석에서 쏟아지는 건 환호성이 아니라 탄식이었다.
"허...어찌 이런일이."
"괜히 마교, 마교 하는게 아니었구먼..."
그러나 곧 파천문 친구들이 앉은 쪽에서 환호성이 일어났기에 나는 활짝 웃어주었다.
나는 왼팔을 주무르며 비무대 위를 내려왔다.
남궁세가의 가주인 남궁청이 나에게 소리치며 죽일듯이 노려보는게 느껴졌으나 아빠와 맹주님이 그를 주시하고 있었기에 어제처럼 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나는 심신이 꽤 피곤한 상태였기 때문에 흐느적흐느적 거리며 걸어나갔다.
우승이다. 그거면 되었다.
다음에 계속
ㅡㅡㅡㅡㅡ
이제 다음편이 끝이다
와아아아아~
전투신 쓰기 ㅈㄴ 힘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