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내 손안에 들려있는 상자안 화분을 들여다본적이 있다
그 안은 매우 검었고 그 무엇하나 들어있지 않았다
누구나 하나씩 들고있는 상자,
다른 이들의 상자안에는 다들 하나씩의 화분을 키우고 있었고 싹들이 터 그들을 마주하고있었다
하지만 내 상자안의 화분은 검고검은 바닥만이 보였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느낀 공허함이였다
그 때문이였을까? 나는 닥치는 대로 내 상자안에 여러씨앗들을 던졌다
나름의 요령이 있었고, 기회가 있었고, 또 남들의 관심이 좋았다
운동을 배웠고, 악기를 배웠고, 말하는 법을 익히고 또 책을 읽었다
그렇게 내 상자에 이것저것 채울무렵
나에게는 한가지 수식언이 붙었다. " 완벽한 놈 "
나는 그런 내가 좋았다, 완벽한 내가 좋았다.
하지만 완벽한 내가 좋아질수록, 남들의 관심이 많아질수록 상자안으로 향하는 나의 손은 느려져갔고
새로운 무엇인가가 나의 완벽을 망치는게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점점 느려지는 손짓은 이내 완벽한 나를 지키기위해
멈췄고, 나의 상자를 닫았다
시간은 흘러갔고, 나의 상자안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내 앞에는 한 소녀가 나타났다.
매우 당돌한 걸음걸이를 가진 소녀
우리반의 전학생이였다
초반에는 아름다운 외모에 이끌려 많은 이들이 그녀에게 말을 걸었지만,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 그녀에게 내려진 평가는
" 싸가지없는 녀석 " 이였다
남들에게 직설적으로 말하는 어투, 필요없는데 노력하는걸로 보이는 그녀의 노력, 남들의 시선을 신경쓰지않는 태도, 내가 보기에는 왜 그러지? 하는 것들의 집합소였다
그래서 그랬던걸까 필요이상으로 나는 그녀에게 눈길을 때지못했다
그렇게 지켜본지 3일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이내 1달이라는 시간이 지났을 무렵
내눈에 들어오는 그녀 주위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져있었다
직설적인 어투, 하지만 진심어리고 가식없는 그녀의 말은 그녀 주위의 진짜 친구들을 불러들였고, 남들의 눈치를 신경쓰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소설이라는 분야에 몰두한 결과 글씨기 영역에서는 명실상부한 학교 탑인 그녀를 만들었다.
내가 무섭다고 버렸던 가능성의 씨앗,
그 씨앗이 커서 된 아름다운 나무가 지금 내 눈앞에 펼쳐졌다
부러웠던것일까? 후회가 되었던걸까? 나는 다시금 오랫동안 닫혀있었던 내 상자를 열었다
그 상자안에 화분은 낡고 낡아 이제는 그 무엇하나 빛나지 않은 꽃줄기로 나를 맞이했다
그제서야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나는 인식했다.
완벽, 가식이라는 가면속에서 숨어 사귄, 내 주위에 많고 많은 친구들. 내가 가면을 벗지않았기에 그들 또한나와 같이 가면을 끼고있다.
반을 가득채우는 주위 친구들의 말들, 나를 칭찬하는 말들의 사이에서 나는 조용히 손을 올려 귀를 막았다
내 귀와 눈을 가렸던 안개속에서 벗어나 다시금 보는 내 상자
이제껏 빛나다고 생각했던 여러 줄기는 이미 말라비틀어져 그 고개를 화분아래로 숙이고있었다
'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있지? '
과거 읽었던, 책 구절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시간이란 물리적인 시간, 크로노스와 철학적 시간, 카이로 나뉜다
물리적인 시간안에서는 과거 현재 미래로 나뉘어져있지만, 철학적 시간에서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는 지금 이 순간 현재에 공존한다
물리적인 시간은 내 주위풍경을 계속해서 뒤로 옮겼지만, 나의 시간은 멈춰있었다는것을 나는 실감했다
다시금 나 자신에게 물었다
' 나는 누구지? '
' 나는 무엇을 하고있고, 하고싶지? "
아무것도 하고있지 않고,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대로있을 생각은 없다
나는 지금껏 지켜보던 그녀의 옆으로 자리를 옮기고 그녀의 옆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언제나 입상을 하던 나였지만, 당연하게도 그녀에 실력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녀의 옆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면서 그녀와 나는 친해졌고, 쓴 글을 계속해서 바꿔 읽었다.
나는 언제나 그녀의 글을 보면서 감탄했지만, 당연하게도 그녀에게 들려오는 내 소설의 평가는 언제나 혹평이였다
그럼에도 좋았다. 지금 움직이고 있는 내가 좋았다
그 순간부터 '나'의 시간은 그 시계바늘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고 지날수록, 그녀에게 언뜻 다을정도로 실력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 사이 소설에 몰두한만큼 남들에게 신경을 쓰지않았다
그렇기에 시간이 지나 나에게 들려오는 소리
" 재 갑자기 왜저래? "
" 옛날같지가 않네 "
" 이제 완벽한 김독자는 옛말이네 "
과거의 나와 비교하며 까이는 현재의 나, 악담들
남들에 세계에서는 나는 아마 망가진 고철일것이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냔 말이다
나는 나의 의지로 손을 움직였고 지금 내 화분안에는 한 씨앗 하나가 그 줄기를 멋지게 피워냈다
이제야 나는 진정으로 앞을 보고있다
' 나는 고장난게 아니야, 이제야 고쳐져 다시 작동하기 시작한거지 '
나는 남들의 시선을 뒤로한채 하나의 소설을 지었다
' 완벽이라는 지옥' 을 제목으로 가진 어쩌면 '나' 자신일수도 있는 소설을
시간은 흘러 창밖의 풍경은 흘러가고 기온은 낮아졌다. 계절이 지나가고 내 팔 옷깃은 자라났다.
입에서 하얀 입김이 나오기 시작한 어느날 나는 완벽이라는 지옥에 마침표를 찍었다
당연 내 몰골을 말이 아니였다 그 긴 시간동안 소설 하나에 몰입했기에 머리는 부스스하고 면도조차 잘 되어있지 않았다
아마 옛날의 나였으면 그 누구도 만나지 않고 관리를 하기 위해 도망쳤을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그녀의 옆으로 가 내가 쓴 소설을 건냈다
" 야 한수영, 읽어줘 "
내 말 한마디에 어떠한 말 더붙임도 없이 그저
" 좋아 "
한마디를 던기고 그녀는 일기 시작했다
당연 교실안은 시끄러웠지만, 어째서인지 내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고
오직 그녀가 페이지를 넘기는 그 종이소리만이 들려왔다
종이넘기는 소리가 조금씩 느려져갔고, 나는 불안해했다
아마 시기상으로 그녀에게 보여주는 마지막 소설이자, 내가 최선을 다해 쓴 나의 소설
지금껏 들었던것처럼 혹평을 듣는것이 조금은 두려웠다
하지만 나는 주먹을 강하게 쥐며 고개를 들어 그녀를 응시했다
그에 맞춰 종이 넘기는 소리는 멈췄고, 그녀 또한 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잠시동안의 정적
그 정적 후에 들려오는 한마디
" 잘 썼네 "
과거 질리도록 들어왔던 칭찬, 하지만 들었던 그 어떤 칭찬과는 다른 그 한마디에
나는 눈물을 흘리고말았다
" 야 야 왜 울어??? 잘 썻다니까? "
" 지금껏 너무 혹평해서 그래? "
당황스러워하는 한수영을 앞에두고 나는 손으로 내 얼굴을 막았고
흘러오는 눈물과, 올라가는 입꼬리 이를 손으로 감싼 후 나는 말했다
" 너무.. 너무 좋아서 멍청아 "
그동안 계속해서 물었던 질문 그리고 계속해서 속으로만 중얼거렸던 내 대답
나는 처음으로 입밖으로 그 대답을 내질렀다
" 나는 김독자, 소설을 쓰는 김독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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