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진 길을 걸었다.
언젠가 너와 함께 걸었던 그 길을 걸었다.
너와 만날지도 모른다는 작은 소망을 품고
깊은 숲을, 넓은 들판을 한없이 걸었다.
완만한 언덕을 천천히 올랐다.
조용히, 아무런 기척도 없이 눈이 내렸다.
첫눈이었다.
작년 첫눈 오는 날에는 너에게 약속했었지.
레몬 사탕을 원없이 사주겠다고.
그런 나를 보며 너도 약속했었지.
너를 위한 글을 끝없이 쓰겠다고.
그 단단한 약속은 이제 추억이 되어
한 방울, 두 방울 흘러내렸다.
추억을 붙잡으려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려도
어느새 손바닥 너머로 넘쳐흘렀다.
길을 걷다 보니 네가 보이는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너를 잡으려 손을 뻗으면
보이지 않는 유리벽에 막힌 듯 닿지 않았다.
그저 하늘을 바라보며, 흩날리는 눈꽃을 바라보며
너를, 너와의 마지막 입맞춤을 떠올릴 뿐이었다.
내가 항상 네 옆에 있어 줄 테니까
울지 마.
웃어줘.
나는 너에게 그렇게 고백했었지.
그래서 너는 마지막까지 웃었다.
슬픈 눈을 하고서.
그 표정이 아직도 지워지지가 않는다.
눈이 서서히 그쳐갔다.
밝게 떠오른 태양은 눈 쌓인 새하얀 거리를 비추었다.
네가 마지막으로 본 계절도 지금처럼 하얀색이었겠지.
눈물이 떨어졌다.
현실이란, 세월이란 잔혹하구나.
내 마지막 행복마저 가져가는구나.
시간은 또 다시 흘러 겨울을 지웠다.
너의 마지막 계절이 사라져 간다.
너의 모습도 다시 희미해져 간다.
눈마저 녹는다.
너의 색채도 한없이 녹아 없어진다.
올해의 마지막 눈.
그 눈이 그치자 보라색 제비꽃이 피어났다.
마치 네 모습 같았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최후의 눈이 손바닥에 내려앉는다.
눈은 금방 형태를 잃고 일그러졌다.
이젠 내게 남은 건 보라색 제비꽃뿐이다.
보고 싶다, 수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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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노래 듣다가 삘 받아서 씀. 그래서 스토리가 조금 어색할 수 있지만 양해 부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