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을 뿐이었다.'


'수많은 눈동자들이 날 바라보고 있었고'


'이내 알 수 없는 말로 나를 명명했다.'


"비형"


'내 이름이었다.'


그렇게 이름 붙여졌고 그들이 가르치는 그 가르침을 따라 그 발자취들을 좆아 성장했다.


그렇게 나는 이야기꾼이 되었다 저 하늘위의 존재들의 여흥을 위한 비천한 이들


이야기


어떤 사물이나 사실, 현상에 대하여 일정한 줄거리를 가지고 하는 말이나 글


역설적이지만 나는 저 하늘위의 존재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았다.


그들이 그저 나의 이야기를 바라봤다.


그렇게 나는 성장했다.


분명 모든이가 도깨비라 부르지만


생김새도 그 무엇도 빠짐없는 도깨비지만


관심을 받을수록 커지고 관심을 받지 못하면 사라지는 마치 어둑서니와 같은 꼴이었다.


그리고 어느때와 다름없이 나는 또 하나의 행성계에 유료화가 시작했다.


제 8612 행성계


그곳에 위치한 작은 반쪽자리 나라


그 작은곳에 위치한 작은 도시


작은 도시에 위치한 작은 지하철


그 지하철에서 나는 어느 날과 다름없는 유료화를 시작했다.


어느 날과 다름없는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제 8612 행성계의 무료 서비스가 종료되었습니다.]


[메인 시나리오가 시작되었습니다.]


내 지루한 생에 앞으로 유일할 처음이자 마지막 빛이 비춰오기 시작했다.


“......도깨비?'


어떤 여자가 날 보며 중얼거렸다.


[Ah. ¿Puede usted escucharme? Por cierto, eso fue difícil de copiar el Hangul. ¿Todo el mundo puede oírme?]


“뭐라는 거야 저거?”


“증강 현실인가?”


아 또 말썽이네 이거 왜 자꾸 언어패치가 안되는거야?


[아. 아. 잘 들리시나요? 이것 참, 한글 패치가 안 돼서 고생했네. 여러분. 제 말 잘 들리시죠?]


내가 자기들의 말로 말을 걸어서였을까. 우습게도 그들의 얼굴에 긴장이 풀렸다.


“이봐요,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예?]


“영화 촬영입니까? 저 오디션이라 빨리 가 봐야 하는데요.”


정말 내 손에 직접 피를 묻히는건 싫은데 뭐 어쩔 수 없다.


[아아, 오디션. 그렇구나. 이 시간에도 오디션을 보는 구나. 하하, 이거 자료 조사가 부족했네. 분명 오후 일곱 시 쯤에 유료화 들어가면 제일 많이 따라온다고 그랬는데.]


“뭐?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자자, 여러분들. 진정하시고 일단 자리에 앉아서 제 말 좀 들어 주세요. 지금부터 중요한 말을 전해야 하니까!]


그래도 뭐 한 번쯤은 더 말해주지 오늘은 지루하기 짝이없는 내가 태어난날이니 말이야.


“뭡니까! 빨리 열차 출발시켜요!”


“누가 기장한테 연락해요!”


“지금 시민 협조도 없이 뭐하는 거야!”


“엄마, 저거 뭐야? 만화야?”


그러나 하등종이 그러하듯 그들은 내 배려를 배려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하, 시끄럽네 정말.]


[내가 조용히 하라고 했죠.]


눈을 붉게 물들이며 눈을 감았다 뜨며 하나 하나 그들의 목숨을 거둔다.


“어, 어. 어.......”


오디션을 보러 가야 한다던 멍청이의 이마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몇 번인가 입을 뻐끔거리던 사내는 동공이 풀린 채 자리에 쓰러졌다.


[이건 영화 촬영이 아닙니다.]


박이 깨지는 듯한 소리가 다시 한 번 이어졌다. 이번에는 기장 타령을 하던 늙은 여자였다.


[꿈도 아니고. 소설도 아니며.]


하나, 둘. 허공에서 핏줄기가 뿜어져 나오며 사람들의 머리가 터지기 시작했다.


나에게 항의했던 사람들. 비명을 지르며 난동을 부리던 사람들. 조금이라도 소란의 기색이 보이는 사람들의 머리에 죄다 바람구멍을 만들었다.


흐른 피가 아름답게 바닥을 적셨다.


[당신들이 알던 ‘현실’도 아닙니다. 아시겠어요? 그러니까 모두 닥치고 내 말을 들으세요.]


[여러분, 지금까지 꽤나 살기 좋았을 겁니다. 그렇죠?]


나와 눈이 마주친 늙은이가 실금했다. 더러워


[당신들은 너무 오래 공짜로 살아왔어요. 인생이 너무 후했죠? 태어나서 아무런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잘도 숨을 쉬고, 밥을 먹고, 똥을 싸고, 제멋대로 번식을 해대고! 하! 여러분 정말 좆같이 좋은 세상에 살았네요!] 


뭐 내 기분에 따라 말하긴 했지만 맞는말이다.


어차피 아무도 내 말에 거역하지 못하기에


[그런데 좋은 시절은 이제 다 끝났어요. 언제까지 공짜를 누릴 수 있을 리 없잖아요? 행복을 누리고 싶으면 대가를 지불하는 게 상식이지. 안 그래요?]


“호, 혹시 돈을 원하시는 겁니까?”


멍청하게 생긴게 악마종에게 기생당할 관상인 한 남자가 저들의 돈을 내밀었다.


그저 웃음이 나왔다.


“돈이라면 얼마든지 주겠습니다. 받으시죠. 참고로 저,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그가 나에게 용기를 낸 탓인지 사람들이 그를 영웅처럼 보고있었다.


죽일까?


“얼마면 됩니까? 큰 거 한 장? 아니면 두 장?”


이 한마디에 모든 감흥이 식었다.


[흐음, 그러니까 당신네들 돈을 준단 말이죠?]


“그, 그렇습니다! 지금 가진 현금은 얼마 안 되지만...... 여기서 나가게 해 주신다면 얼마든지 드릴 수 있습니다.”


[돈, 좋죠. 많은 인간들의 상호 주관적 합의가 깃든 식물의 섬유.]


“저, 지금 가진 건 이것뿐이니까 이거라도―”


[어디까지나, 당신네 시공간에서는 그렇다는 얘기에요.]


“예?”


멍청하게 되묻는말에 그저 그 자의 손에 있던 종이들을 모두 태웠다.


[그딴 종이는 거시 차원계에서는 아무런 가치도 없어요. 한 번 더 그딴 짓을 하면, 머리를 터뜨려버릴 거니까 명심하세요.]


“으, 으으.......”


이제 진짜 본론에 들어가야한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어.


[휴, 이렇게 떠드는 시간에도 당신들 부채는 쌓여가고 있다고요. 뭐, 그래요. 제가 백 번 설명하는 것보다, 여러분이 직접 돈을 벌어보는 게 빠르겠죠?]


그리고 잠시 후, 메시지가 들려왔다.


[#BI-7623 채널이 열렸습니다.]


[성좌(星座)들이 입장합니다.]


멍하니 눈을 끔뻑이는 사람들의 위쪽으로 제각기 작은 창이 떠올랐다. 


[메인 시나리오가 도착했습니다!]



<메인 시나리오 # 1 ―가치 증명>


분류 : 메인


난이도 : F


클리어 조건 : 하나 이상의 생명체를 죽이시오.


제한시간 : 30분


보상 : 300코인


실패시 : 사망



그저 서로 죽이라는 간결한 문장


이따위 하위 미션도 실패할리가 없기에 투명화를키고 옆칸으로 이동하며 그들에게 웃었다.


[그럼, 행운을 빕니다 여러분. 부디 재미있는 이야기를 보여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