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https://arca.live/b/reader/32263051
집에 도착해 씻지도 않고 방에 들어가 침대에 몸을 던졌다.
폭신한 감각이 몸을 확 잡는다.
덕분에 오늘 뭔가를 한 것도 별로 없는데도 졸린 기분이다.
아니, 뭔가를 하긴 했다.
이상한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 친구가 되고, 그 사람의 입에서 본인이 시한부라는 선언도 들었다.
그대로 터덜터덜 집에 돌아온 후가 지금이다.
현실 감각이 없다.
아니, 에초에 친구가 그런 식으로 생긴 것도 이해가 안 됐다.
이게 맞는 건가?
아니, 이게 꿈은 아닐까?
그런 고민에 뺨을 살짝 꼬집어 쭉 늘리자 제법 아파 꿈이 아니라는 건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나를 두고 몰래카메라를 하는 건 아닐까?
트루*쇼처럼 사실 먼 곳에서 돈만 보내오는 부모부터, 미친 놈 같은 유중혁, 그 놈의 애인 이설화, 그리고 오늘 생긴 친구인 유상아까지.
사실은 나를 둘러싼 모든 게 몰래카메라는 아닐까?
장난이 아니라 정말로 10분동안 진지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영화처럼 이질감이 존재하진 않았다.
그러니 이 음모론도 폐기.
결국 현실을 인정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나는 오늘 이상하고, 얼마 살지 못하는 친구를 사귄 것이다. 나는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감았다.
눈은 감기지만 잠은 제대로 안 오는 이상한 상황.
그런 상황에서 나는 이른 잠을 불러냈지만 오지 않는 잠을 부르는 건 힘들었기에 결국 자는 건 포기하고 오늘 있던 일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이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했다.
*
결국 잠을 설쳤다.
그럼에도 졸리지 않다.
어제와 같은 자리에 앉으니 자동으로 몸이 굳어 잠이 달아나버렸다.
이대로는 유중혁한테 가든 유상아한테 가든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없다.
그렇기에 눈을 감고,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등받이에 깊숙이 앉아 그녀를 떠올렸다.
*
터벅터벅.
자는 바람에 몇 정거장 더 와버렸다.
덕분에 돈도 돈대로 깨지고, 시간도 시간대로 버렸다.
그렇기에 원래 가려했던 유중혁에게는 그냥 얼굴만 비췄다.
“야, 유중혁. 몸은 어떠냐?”
그는 자신의 몸을 둘러보더니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냥 그렇군.”
대충대충 하는 대답에 한숨을 쉬며 병실 문을 나가며 말했다.
“내일 보자.”
“오지 마라.”
그리고 그대로 상아의 병실로 향했다.
그녀의 병실에 가까워질수록 익숙치 않은 것들이 의식되었다.
익숙치 않은 소독약의 냄새들이 코를 찌른다.
잘 닦여져 빛을 내는 익숙치 못한 대리석이 미끈거린다.
내가 이런 곳에 있는 이유를 회상해낸다.
어제 되도 않았을 약속을 하는 바람에 나는 이 곳에서 걷고 있다.
온갖 익숙치 않은 것들을
지나 가장 익숙치 않을 곳 앞에 섰다.
이 앞에 서자 여태 것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익숙치 못한 것과 마주했다.
그냥 손잡이를 잡고, 옆으로 밀면 될 정말 가볍고, 별 거 아닌, 지금 것들중 가장 익숙할 것이지만 수식어가 붙은 지금은 다르다.
이 문은 그저 병실 문이 아니다.
어제 내게 친구가 되자는 제안을 했던 그녀가 있을 병실의 문이다.
그렇기에 이 문은 굳게 닫힌 성의 문보다도 무겁고, 수만 가지의 방법으로 잠겨있는 문보다도 열기 어려운 문이다.
또한 이 문을 열 수 없는 이유는 또 있었다.
그녀를 어떻게 만나야 할지 모르겠다.
어색하기 짝이 없는 미소로는 그녀를 기만하는 걸로 보일 수 있다.
그렇다고 울상으로는 밝은 편인 그녀를 볼 수 없다.
정하지 못해 이대로 간다면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서 서먹하기만 할 것이다.
그렇게 거진 30분동안 문 앞에 서성거렸다.
간호사들과 환자들, 간호인들이 지나다니며 나를 이상하게 보기는 했지만 불편할 정도로 노골적인 시선은 아니었다.
그렇게 서성거린 30분 만에, 나는 그녀를 마주할 수 있었다.
내 의지는 아니었지만.
문이 드르륵 하고 열렸다.
가볍게 열린 문으로 예쁘게 빛나는 갈색 머리카락이 보였고, 새하얀 피부와 그 피부에 맞춘 듯 하얀 환자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오른 팔에 꽂힌 바늘과 이어진 관을 타고 올라가 도착한 시선은 투명한 액체에 도착했다.
다시 시선은 그녀의 얼굴로 꽂혔다.
그녀가 놀란 듯 하지만 분명히 밝고 호의적인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다행히 너무 늦진 않았네요, 얼른 들어오세요.”
그 말에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따라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1인실은 아닌지라 사람이 제법 있었다.
그녀 포함 여섯 명 정도려나.
결국 창가에 도착한 유상아는 침대에 걸터 앉았다.
내가 그걸 그저 보고만 있자 그녀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의자에 편하게 앉으세요.”
그녀가 가르킨 곳에는 의자가 있었다.
보호자용인 것 같지만 쓴 흔적은 없는 의자.
그 의자에 대충 엉덩이를 붙이며 그녀에게 물었다.
“나가려던 것 같은데, 갔다 오세요.”
그녀가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 밖으로 나갔다.
불안불안해보이는 그 모습에 도와줘야하나 했지만 그닥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오래 걸릴까 싶어 스마트폰이나 볼까 하던 찰나 닫혔던 문이 열리며 그녀가 다시 왔다.
그리고 다시 침대에 걸터앉자 그녀에게 말했다.
“금방 왔네요?”
그녀가 대답 대신 나를 빤히 쳐다보다 기쁜 듯이 웃으며 말했다.
“이제 뭐 하면서 놀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