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ㅋㅋ 현생살다오니까 나도 쓰라고 하니 어쩔수 없이 묵혀놨던 소재 치트키 사용한다.
배경은 시나리오X 김독자가 뺀질거린다는걸 강조했고 미구연 설정 좀 들고왔다.
모든 인간은 사랑받기 위해서 태어났다고? 아무리 봐도 헛소리잖아.
그저 기분 좋으라고 의미 없이 던지는 거짓말이라고.
그래 세상 누군가는 사랑받으면서 살 지도 모르지만.
확실한건 난 아니라는거야.
*
*
*
"택배 왔습니다!"
한참 작업에 몰두하던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우당탕탕!!
두 바퀴 구른 후에야 내가 27시간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아 방바닥에 얼굴을 박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삐거덕거리는 몸과 굳어버린 근육들을 조심스럽게 움직여서 겨우 기립에 성공하고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택배원의 소리에 나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작업을 방해받은게 짜증나긴 했지만, 택배를 제때 받지 않는다면 더 귀찮아질테니.
"아. 죄송합니..."
반사적으로 문을 열면서 대답하던 나는 입을 떡 벌렸다.
내 머리를 넘는 높이의 짐 덩어리가 눈앞에 있었다.
택배원이 나를 보고는 반색했다.
"독자 씨, 본인 맞으시죠?"
"아. 네 제가 김독잡니다."
"그런데 이게 대체.."
냉장고? 에어컨? 새삼스럽지만 가전제품을 주문한 적은 없었다.
신품은 가격만 비싼데다가 정작 성능은 내가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는다.
"현대 가전제품은 많이 팔아먹기 위해서 양산하는지라 정말로 개개인의 욕구를 완전하게 충족시켜 주는 게 아니잖아. 휴대폰만 해도 1년마다 팡팡 찍어내는데 그걸 제대로 만든다고는 안 하지. 더욱이 한국은 툭하면 바가지나 씌우고. 바가지를 씌우는 건 상관없지만 기능이 영 별로라서."
"....."
"자본주의 시대에서 원오프, 오더메이드가 사치가 되어버렸지만 사실 물건이라는 건 응당 그래야 하는데...."
아 택배원이 날 미친놈처럼 보고 있었다.
어차피 다시 보지 않을 인연이지만 혹시 모르니 변명정도는 해두도록 했다.
"아 미안합니다. 순간 한국사회의 부조리함에 새삼 치가 떨려서요. 제가 외국에서 좀 오래 살다 와서 그만."
"...아무튼 여기 수령 확인 좀 부탁드립니다."
"누가 보냈는데요?"
"영어군요."
그 말만을 남긴 택배원은 가버렸다.
아마 내 혼잣말을 듣고 자리를 뜨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런..."
오랜만에 사람하고 이야기했는데 또 이 모양이군
"뭐 늘 그래왔으니까..."
작은 씁쓸함을 넘겨버린 나는 현관문에 놓인 짐덩어리를 새삼 살폈다.
"이대로면 못들어가겠는데...눕혀야하나..."
의외로 크기에 비해서 가벼워 택배를 무사히 거실 중앙에 놓은 나는 이마에 매달린 땀방울을 훔쳤다.
어디까지나 크기 기준이지 인간 시체라고 보냈는지 상당히 무겁다.
옮기면서 봤는데 보낸 사람의 이름은 영어긴 했다.
Days of Future past
"영화 제목인가?"
사람 이름은 아닐꺼고 회사나 단체 이름일 텐데... 상표권에 안걸리나?
그런 시답잖은 의문을 품으며 택배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소리가 안 들리는 걸 보면 시한폭탄은 아닐 테고, 아니 요즘은 무음인가?"
반사적으로 테러리즘이 떠올랐지만 금방 지웠다.
아무리 그래도 나 따위에게 테러까지 할 가치가 있을리가....
"일 관련으로는 올 게 없고, 장난이라면 열성이 엿보이는데....난 친구가 없지."
소거법으로 가짓수를 지워간 나는 무거운 결론을 내렸다.
"설마 어머니가 보냈나....."
나는 말끝을 흐리면서 맨 앞에 장식되어있는 리본을 풀어보았다.
어울리지 않게 앙증맞고 귀여운 리본을 다 풀자....
후드득.
기묘한 소리와 함께 택배 포장이 알아서 풀어졌다.
"뭐...?"
깜짝 놀라 신음을 흘리던 나는 굳어 버렸따.
택배 속에 들어있던 건 아름다운 조각이였다.
소녀였다.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서 얼굴이 잘 보이진 않지만 아름답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조각이지?"
등신대, 사람과 같은 크기다. 손가락으로 누르면 어떤 느낌일까.....
나도 모르게 손을 뻗으려다 멈칫했다. 뒤늦게 알아차렸지만 소녀는 나신이였다.
물론 조각이니 상관없겠지만.
"대체 누가 이런 장난을..."
혼잣말을 하던 내 귀에 음률이 들려왔다.
처음에는 작던 소리가 어느 순간부터 거실을 울리는 음향이 되어 있었다.
"음악...."
안에 음악이 내장되어있나? 나도 모르게 소녀를 바라보는데
"아 음악 세팅 잘못했지 말입니다."
"????"
완벽한 조각상이 움직이며 말하고 있었다.
놀란 나와 눈이 마주친 조각은 눈을 찌푸렸다.
"왜 그렇게 놀란 얼굴을 하고 서 있습니까? 어서 엉덩방아부터 찧지 말입니다. 원래 알몸의 소녀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면 놀랍고 황공해서 주저앉아 입 벌리고 올려다보는 구도가 클리셰. 아닙니까?"
지금 내가 대답을 못 하는건 허기져서가 아니다. 상황에 머리가 안 따라간다.
나를 빤히 보던 소녀는 팔을 올려 자기 귀를 매만졌다. 그러나 귀가 아니였다. 귀가 있을 부분이 기하학적인 금속체가 자리하고 있었다.
"뭐..뭐야.."
그리고 무엇보다 알몸인데 왜 저렇게 위풍당당한 거야. 보는 내가 부끄럽네...
"뭐 할 말 없습니까?"
"일단..."
"옷부터 입으라는 상식인 행세를 할 생각입니까? 제 나름대로 고민 끝에 결정한 등장입니다. 원래 미래 시대에서 온 로봇은 알몸으로 시작하는 게 원칙 아닙니까? 저도 부끄러움을 참고 버티는 중이니까 같이 참아주기 바랍니다."
"부끄럽긴 한..."
"부끄러움 펀치!"
느닷없이 날아온 펀치에 나는 바닥을 뒹굴었다.
"어이가 없어서...차라리 옷을 입고 오던..."
말하던 나는 굳어 버렸다.
[설화 승인 요청]
소녀의 말이 끝나자말자 큰 상자가 활자로 쪼개지더니 소녀의 몸을 감쌌고 기계와 검은 슈트로 변하면서 순식간에 옷의 형태를 만들었다.
방금 현상은 현 시대에 과학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하고싶은 말이 많은 모양이지만 귀찮으니 일방적으로 통보합니다."
"야 너 방금한 게 물질변환..."
"전 로봇입니다."
소녀가 던진 말에 내 사고가 정지했다.
"그것도 미래에서 인류 종말을 구하기 위해서 종말의 원인인 당신을 찾아서 온."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종말의 원인이라니?"
"간략하게 설명하죠. 당신이 로봇을 개발합니다. 용도는 연애."
어...타임 패러독스라거나 그런 문제는 없는건가? 보통 이런건 안 알려주던데..
"그 연애로봇은 완벽해서 수억, 수십억의 인간이 홀딱 빠져버려 귀찮고, 번거로운 인간의 연애보다 로봇의 연애를 선호하게되고 출산률이 전 세계적으로 수직낙하합니다."
"....."
"그로 인해서 정부가 위기를 느끼고 반강제적인 인공수정, 몇몇 국가에서는 연애로봇의 폐기라는 조치까지 밀어붙이지만 시민들은 반발합니다. 그리고 종교계가 연애로봇은 신에 대한 도전이라면서 반란군을 돕습니다. 성전도 선포되구요."
"인류는 결국 양 진영으로 나뉩니다. 로봇에 긍정하는자. 부정하는자. 그렇게 인류전쟁이 발생하고 인류는 절멸합니다. 1863만9158명만 남고 나머지는 죽습니다."
"70억이 넘게 죽어?"
"핵 7발이 터지면서 시작해서 누구도 수습이 불가능했습니다."
"...."
"뭐 아무튼 '현재'에서는 손을 못대니까 '과거'를 손대기로 한 겁니다."
"날...죽일건가?"
"아뇨? 당신을 제거해도 미래는 바뀌지 않습니다. 당신이 아니면 누군가는 만들겠죠. 이건 약속된 멸망이기에 [개연성]만 사라질 뿐입니다."
"[개연성]?"
"뭐 아무튼 근본적이게 전쟁을 막는 방법은 하나! 당신이 연애를 하면 됩니다."
"?"
얼빠진 소리지만 소녀는 진지하게 말했다.
"홀로 방구석 폐인이 되어서 인류를 멸망으로 이끄는 연애로봇을 만든 당신을 남과 연애하게 교정하러 온 로봇이 접니다."
"....."
"모처럼 소개했는데 왜 시무룩한 겁니까?"
"이제 하다하다 로봇에게 연애 하라고 잔소리를 듣는 시대가 온 건가..."
"뭐 일반 로봇은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전 당신의 '딸' 이니까요."
"??????"
"이제보니 이름도 말하지 않았군요. 아빠 전 모델명 KDJ-qudtls Type-harem '비유'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그리고 난 정말 비유의 말따마다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하게 되었다
이뤄질 수 없었을 사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