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평화로운 나날들이 지나갔고, 2주가 지나 엄마의 출소가 눈 앞에 있었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이젠 내 집이 된 유상아의 집으로 가던 중, 유상아가 전화를 걸었다.
[독자 씨.. 지금 급해요 빨리 와줘요...]
유상아의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목소리.
"상아 씨? 괜찮아요? 상아 씨!"
전화는 끊겨있었다. 초조한 마음으로 어서 유상아의 집에 도착하기만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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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 그게.. 제가 생리도 안 하고... 자꾸 열이 나고 그래서... 증상이 그게 너무... 그렇길래... 테스트를 해봤는데.."
"...3번 다 결과가 임신으로 나왔다고요?"
"......네..."
유상아가 자꾸 불안한지 손톱을 깨물었다.
"상아 씨! 일단 진정해요!"
아마 한달 전 내 자취방에서 그녀와 관계를 맺은 그 날, 유상아는 임신했을것이다. 그 날을 제외하면 그녀와 관계를 맺은 적이 없으니까.
"독자 씨..."
유상아가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나는 그런 유상아를 안아주며 말했다.
"불안해하지 마요. 상아 씨. 내가 책임질게요. 상아씨랑 그 아이."
그 말을 들은 유상아의 표정에 살짝 안도감이 더해졌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진정된듯 유상아가 말을 꺼냈다.
"...제가 정규직은 더 빨리 올라갔어요. 책임은 제가 질거같은데요?"
유상아가 내게 농담을 건네자 그제서야 내게도 안도감이 찾아왔다.
"...부모님한테는 말씀 드렸어요?"
"말씀 드려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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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가? 임신?"
".......이 양반아. 당신... 손주 진짜 곧 보겠는디?"
"마침 독자 어머니도 곧 나오신다 하셨지? 겹경사네! 겹경사!"
"아 진짜 왜 그러는데!"
아마 이 쪽은 크게 걱정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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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임신하고 결혼까지 사실상 확정된거네요?"
"맞네요! 저 둘이 을매나 사이가 좋은지! 아주 속궁합도.."
푸악!
유상아가 또 물을 뿜었다. 근데 이번에는 내가 아니라... 우리 엄마였다.
"이, 이 여편네가 남사스럽게 진짜!"
"어, 어머님 괜찮으세요? 죄, 죄송해요..!"
"...전 괜찮아요... 근데 독자는 왜 면회때 이걸 안 말해줬니?"
"그땐 아직 사귀기 전이었거든요."
내 말에 엄마, 장모님, 유지한이 동시에 유상아에게 물을 뿜었다. 앞에 세번 뿜은 것에 대한 죄업이 아닐까?
"그, 그러면 한달 하고도 2주 전에는 사귀고 있지도 않았는데 지금 임신 4주차라고?"
"...그, 그럴 수도 있지... 왜 그러나 이 여자야.."
"......"
"독자 씨, 수건 좀..."
"...여기요."
그렇지, 이 사람들은 유상아가 나를 넘어트리고 관계를 맺으면서 고백한걸 모르니까 이런 반응을 보일만도 하다.
"그게 사실 유상아 씨가 어떻게 고백을 했냐면.."
"꺄아악! 조용히 못해요?"
유상아가 얼굴이 달아올라 내 입을 막았다.
그리고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시답잖은 대화를 좀 더 나누다가 상견례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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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가자, 나는 꽤나 인기인이 되어있었다. 인생에서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라 맘껏 만끽하기로 했다.
"독자 씨 진짜 상아씨랑 결혼해? 정말로?"
"에이 말이 되요? 독자 씨가 상아 씨랑?"
"아니 그럴수도 있지! 지금까지 상아씨가 독자씨 맨날 졸졸 따라다녔잖아!"
그리고 논쟁을 펼치던 그들의 시선은 결국 나에게로 왔다.
"그래서 진짜 결혼해요?"
"...예."
QA팀 사무실은 광란의 도가니가 되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빠져나가 화장실로 도망갔을때, 갑자기 윤대리가 내게 오더니 조소를 날렸다.
"독자 씨, 진짜로 상아 씨랑 결혼해서 살 줄은 몰랐네?"
"...뭡니까?"
"아니, 그냥 부러워서. 상아씨같은 사람이랑 결혼하면 편하게 살 수도 있고. 매일 밤 저런 년을 따먹을 수가 있는거잖아? 안 그래? 나는 유상아 한번 따먹는게 소원이었는데."
유치한 도발이었다. 하지만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는 그런 도발. 윤성호가 뭘 꾸미는지 예상이 갔다.
"입 조심해 윤성호."
"하, 한 대 때리게? 때려봐!"
"지금 때려서 잡혀갈 일 있어? 당신 이미 이거 다 찍고 있잖아.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무,뭔 개소리야 독자 씨...!"
"아니라도 상관 없어. 난 당신 안 때려. 근데 만약 그 입을 한번만 더 나불대면..."
이 상황에선 유중혁의 대사가 가장 잘 어울린다.
그땐 네 놈을 찢어 죽여주마? 아니 이건 너무 중2병같은데... 그래, 그거다.
"이번 생은 지금까지의 네 인생 중 최악의 생이 될거야."
"...하!"
그 말을 하고 윤성호에게 미소를 지어준 후 옥상으로 올라갔다. 윤성호가 내게 대체 왜 저렇게까지 하는지는 몰라도, 유중혁의 대사에 겁을 먹은 것 같아서 기뻤다.
*
"상아 씨 진짜 결혼해요?"
"그렇다니까요! 몇번을 말했는데!"
그 말을 하는 유상아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너무 여기저기 말하고 다녔나?"
"유상아 씨! 결혼식은 언제 하는거야?"
"아, 아직 계획은 확실히..."
대답하던 유상아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아, 그 미안하다니까 그러네 정말..."
"엥? 부장님 상아 씨한테 뭔 잘못 하셨어요?"
"...아니에요. 결혼식 날짜 잡히면 청첩장 돌릴게요."
유상아가 얼굴에 미소를 띄웠지만,한명오는 유상아의 웃는 얼굴을 바라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