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에 맞지 않는 무언가를 탐하는 것이 죄라면, 나는 아마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죄를 지은 죄인일 것이다.

나는 그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는 아닐 것이다. 

그게 가장 슬프다. 


나는 예언자다. 

미래를 탐닉하고, 과거를 계산해 최적의 결과를 도출하는 의무를 지닌. 

시나리오를 클리어하며 나는 내 계산이 틀릴 거라고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고, 내가 찾은 길이 최선이리라 의심해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이 남자는 이상했다. 


"기다리고 있으라고, 안나 크로프트."


나조차도 보지 못하는 미래를 당연한 듯 알고 의외의 방법으로 헤쳐나가는 그의 방식은.. 

아무도 잃지 않고 그 모든 시나리오를 헤쳐나가는 김독자는.. 

태양이 밤을 원하고, 달은 아침을 원하듯 내 부족한 곳을 채울 마지막 별이라고 생각했다. 

나와 그는 이어질 운명이라고. 


[스킬, '미래시 Lv. ???'을 발동합니다.]


아니야. 


[스킬, '미래시 Lv. ???'을 발동합니다.]


이럴 리가 없어. 


[스킬, '미래시 Lv. ???'을 발동합니다.]


왜?

어째서야?

미래시를 쓰면 쓸수록, 왜 저 망할 년들과 같이 있는 당신이 보이는 거야?

당신은 내 거 아니야?


한수영.. 마른데다 가슴도 그닥 크지 않아. 예쁘긴 하지만, 그리고 골반도 좋지만 그래도 아니야. 


유상아.. 순종적이기만 해서 무슨 맛이 있어? 한수영처럼 예쁘기는 예뻐. 하지만, 이래선 별로 재미 없잖아. 


근데 왜?

내가 이 두 년들보다 못한 게 뭔데?

왜 저 두 년들만 당신 곁에 있는 거야?

이유를 알려줘. 

당신은 내 구원자잖아. 

유일한 나의 이해자잖아.. 

근데 왜 당신 옆엔 그 두 년밖에 없는 거야?


눈물이 흘렀다. 

슬플 이유가 전혀 없는데도.

이게 미쳐간다는 감정인 건가?

왜 난 없어?


"김독자김독자김독자김독자김독자김독자김독자김독자김독자김독자김독자김독자김독자김독자김독자김독자김독자김독자.."


하루에 수십 번씩 애타게 당신의 이름을 불러보지만 당신은 내게 오지 않아.

나도 알아. 

당신이 나한테 올 이유가 없다는 것쯤은. 

.. 그러면, 만들면 되는 거 아니야?


당신을 원해. 

당신을 원해. 

세상 모든 것과 맞바꾸어서라도 당신을 가지고 말겠어.

기대해.. 당신도 나랑 있는 편이 더 행복할 거야. 



"어 안나, 무슨 일이에요. 안 찾아오던 나를 또 보러 오시고?"


"별 거 아니에요. 다음 시나리오에 대해서 말인데, 아무래도 대형 시나리오인만큼 여러 성좌들이 출몰할 가능성이 높단 말이에요?"


그에게 수면제를 탄 커피를 건낸다. 

곤하게 곯아떨어진 그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데리고 가서.. 후후.. 


".. 잠깐만 안.. 나.. 여기에.. 무슨 짓.. 을.."


반항은 다소 있었지만, 잠에 든 그를 방에 옮기는 데는 채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도망가지 못하게 팔다리를 설화 금속 재질 사슬로 묶어놓고.. 

깨어났네? 어리둥절한 것 좀 봐.. 귀여워.. 미치겠어..


*


이게 무슨 일이지.. 분명히 아까까지만 해도 안나랑 시나리오에 대해서 대화를.. 


"독자 씨.. 둘이서 보는 거 되게 오래간만이죠?"


".. 안나? 지금 무슨 짓을.. 이거 어서 풀어요."


뭔가 이상했다. 

평소에 사무적이고 시니컬한 그 안나 크로프트가 아니였다. 

저 눈은 마치.. 


"후후.. 독자 씨.. 그 히든 시나리오 이후부터.. 계속 하고 싶었거든요.."


무슨 얘기를 하는 거지?

히든 시나리오라면 설마.. 그 때.. 그 제4의 벽이 제 기능을 못 해서.. 


"잠깐만 안나! 뭔가 오해가 있나 본데.."


안나의 손이 내 입을 틀어막았다. 

쉬잇- 하고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는 안나 크로프트는 더없이 요염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이윽고 내 위에 올라탄 채 옷가지를 하나씩 벗은 안나는 색정에 물든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제 배에 당신의 아이가 생긴다면, 그러면 절 봐 주시겠죠?"


그리고 나 또한 씨익 웃었다.

덫에 걸려들어 줘서 고마워, 안나. 






담편으론 야설 하나 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