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창문 쪽으로 앉을래."

"너 그럼 이따가 화장실 갈 때 불편하다?"

"상관없어."


채아가 창가 쪽 자리에 앉아 공항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비행기가 이륙했다.


"우와, 엄마 저기 불빛이 막 보여!"

"쉿. 다른 분들 자고 있잖아."

"응. 근데 나 미국가면 영어써야 돼?"

"엄마가 스페인어랑 영어 둘 다 쓸 수 있어서 괜찮아. 이제 진짜 쉿!"

"쉿!"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엄마 근데 이건 어떻게 틀어?"

"어 그건... 이렇게 해서 보고싶은 영화 고르면 돼."


좀 조용히 영화를 보나 싶더니,


"엄마 나 그림그릴래!"

"...조용히 말해... 여기 노트."


얼마간 쓱쓱대는 소리가 들렸다. 얼마간은.


"엄마 나 화장실. 엄마? 자?"

"...아빠랑 가자."


유상아는 피곤했는지 비행기 등받침에 머리를 대고 자고있었다.


"상아야, 잠시만 일어나봐."

"어? 아 응."


나는 채아를 조용히 시키기 위해 유상아와 자리를 바꿨고, 채아 덕분에 나는 뉴욕으로 가는 자그마치 14시간에 달하는 시간동안 수면을 취하지 못했다.


*  *  *


"아우, 잘 잤다."

"나도 잘 잤다!"


유상아는 14시간동안 숙면을 취했다가 도착할 때 즈음 일어났고, 채아는 8시간 동안 놀다가 2시간을 자고 다시 4시간을 놀았다.


"...형님들 집은 어디시랬지?"

"여기 이 아파트에서 셋이 각각 다른 집에서 살고 있대. 사업 얘기때문에 붙어다녀야 한다나."


유상아가 휴대폰으로 맵을 켜서 내게 보여줬다.


"그럼 택시타고 갈까?"

"그러자. 채아가 걸어가긴 좀 멀어."

"나는 걸어갈 수 있어!"


채아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나는 저 표정에 한 두번 속은게 아니다.


"그래놓고 찡찡댈거잖아."

"아니거든?"

"시끄러워. 얼른 타."


택시에 타자, 채아가 "나는 걸어갈 수 있다고!"라고 소리치며 찡찡댔지만, 이내 피곤한지 유상아의 품에서 골아떨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상아의 오빠들의 집에 도착했다.


"203호에 다 모여있다는데?"

"그럼 올라가자."

"나보다 어린 놈들 있어?"

"없어."


유상아의 말에 따르면 그녀의 첫째 오빠 유상현(38)은 12살 쌍둥이 아들을 낳았고, 둘째 유상진(35)은 이번에 결혼하며, 셋째 유상민(34)은 미혼자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겨 유상아(32)를 따라가자, 어느새 그들의 집 앞에 도착해있었다.


"후우..."


유상아가 잠시 심호흡을 하더니, 초인종을 눌렀다. 그리고 안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고, 이내 흰색 티셔츠를 입은 남자가 문을 열고 나왔다.


"오, 유상현."

"뭐야 벌써 왔어?"


*  *  *


내 계획은 유상아와 세 오빠를 상봉시키고 채아와 둘이서 노는거였다. 하지만 내 계획은 보기 좋게 틀어졌다.


"직장은 어디 다니나?"


유상현. 유지한, 아니 장인어른이랑 닮았다.


"형 진짜 꼰대같다. 직장 알아서 뭐하게?"


이건 둘째 유상진.


"...어깨 치수는 몇인치야?"


내 옆에 후드를 뒤집어쓰고 이상한 질문을 하는 남자는 셋째, 유상민이다.


"...프로그래밍 하고 있습니다. 어깨 인치는 저도 몰라요."


그 말을 하고 유상아를 힐끔 바라보자, 유상아가 내 시선을 피하며 채아를 토닥토닥 안아주고 있었다.

그러나 이내 질문의 화살은 유상아에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애는 몇살이고? 공부는 잘 해?"

"7살이고 그건 왜 물어보는데?"

"맞아, 공부 못하면 형이 혼내게?"

"...혈액형이 뭐야?"


...엄마, 나도 이제 좀 머리가 아파요.


+이번것도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