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겜 토르 프리가 패러디

원 세계선에선 이수경은 죽었고, 김독자는 김컴을 모두 되살리기 위해 과거의 성유물들을 되찾아오기로 함


*


"그래서.. 여기란 말이지."


"응."


동료들을 살리는 원대한 계획의 첫 발걸음을 내딛었을 뿐이었지만, 김독자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기대와 슬픔, 그리고 자책이 조금 섞인 그 눈빛은 이 세상 누구도 쉬이 뭐라 단언할 수 없는 눈빛이었다. 

길로바트 공단.

자신이 귀환자로 돌아왔을 때인 것 같았다. 


"뭐 해, 어서 들어가 봐."


한수영의 재촉에, 김독자는 토막난 검을 빼들고 뭇내 머뭇거리다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머니를 혹시라도 만날 수 있을까 기대했던 김독자는 조금 실망하며 그녀의 성유물을 찾기 위해 고개를 이리 저리 돌렸다. 


"독자야."


쿵 - 


마음 속에서 무언가 내려앉는 소리가 들렸다. 

너무나도 그리운 사람. 

김독자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뒤로 고개를 돌렸다. 

곱게 빗은 검은 머리칼, 전체적으로 어려 보이는 편안한 미인상의 얼굴이 그를 마주하고 있었다. 


"어머니.."


"몰래 돌아다니는 건 수영이 담당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산책하던 중이에요."


뒤로 물러서는 김독자에게 따라붙으며 이수경은 질문했다.


"코트는 어디 갔니? 요즘 날이 춥던데."


"아, 그거 놓고 왔어요."


그가 쥐고 있던 부러진 검을 보고 이수경이 물었다.


"검은 또 왜 부러졌니?"


"아 이거요, 그러니까.. 그 암흑성 전투에서 몽둥이랑 부딫혔다가.."


그런 김독자의 말에 잠시 고개를 저으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던 이수경이, 그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넌 내가 아는 독자가 아니지?"

"걔 맞아요."


부쩍 수척해진 김독자의 얼굴을 보며 이수경이 말했다. 


"미래의 일들이 널 고달프게 한 거지?"


애써 웃으며 미래에서 왔다고 말하지는 않았다는 김독자에게, 이수경은 그럼에도 웃어주었다. 


"세상 어떤 엄마가 아들을 몰라보겠니. 그냥 눈으로만 널 보고 있는 것이 아니란다."


".. 저 미래에서 온 거 맞아요.. 드릴 말씀이 있어요."


"말하렴."


김독자를 꼭 껴안아 준 이수경이 그렇게 말했다.

담담하게, 그동안 있던 이야기를 털어놓는 김독자의 표정은 착잡해 보였다.


"그래서 그 놈의 머리는 여기에, 몸통은 저쪽에 나뒹굴었죠. 하지만 다 때늦은 짓이었어요. 전 아무것도 구하지 못한, 그저 무능력한 독자일 뿐이에요."


"넌 무능력하지 않단다. 여기 이렇게 왔잖니? 한국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의 조언을 들으러. 


"네.."


목이 막혀 겨우 대답하는 김독자에게, 이수경은 나긋하게 말했다. 


"넌 무능력자는 아니고, 패배자야. 완벽한."


"잔인하시네요."


망연자실 앉아 있는 김독자의 옆에, 이수경이 다가와 앉았다. 


"남들과 똑같아진 거지."


이수경의 말에, 김독자는 겨우겨우 말을 짜냈다. 


"전 남들과 똑같으면 안 되잖아요."


"누구나 남들의 기대대로는 살지 못해. 참된 사람, 참된 영웅이 되려면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야 돼."


그녀의 말에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독자는 말했다. 


"보고 싶었어요, 엄마."


공단의 창가로 걸어가며, 김독자는 말했다. 


"드릴 말씀이 있어요."


그러자 이수경은 예감하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아들. 하지 마렴. 넌 내가 아닌 네 미래를 고치러 온 거야."


"어머니의 미래이기도 해요."


필사적으로 자신을 설득하려는 김독자에게 이수경은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하게 말했다. 


"알고 싶지 않구나."


한수영이 서류 더미를 들춰가며 성유물을 찾았고, 김독자는 끝을 예감하고는 말했다. 


"시간이 너무 짧네요."


"선물 같은 시간이었단다. 가서 참된 네 모습으로 살렴."


그런 이수경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다가, 마지막으로 김독자는 이별을 고했다. 


"사랑해요, 엄마."


처음으로 해 본 말. 

이수경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곧 평정을 되찾고 말했다. 


"나도 사랑한다. 아들."


[성흔, '집단 회귀'를 발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