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날이었다.
다만 한명오에게는 조금 특별한 날이었다. 저녁에 유상아를 만나 태워다주며 관계를 좁히려는 날이라는 점이다.
이번이 처음 시도가 아니었다.
지난번에 태워다준다고 했을 때는 자전거 핑계를 대고 빠져나갔지만 오늘은 그걸 대비해서 미리 자전거까지 훔쳐놓을 것이다.
그가 매일 아침에 지켜본 결과 유상아는 늘 회사 후문에서 한블럭 떨어진 곳에 자전거를 주차해는다.
점심시간 이전에 훔치면 미리 알고 갈 방법을 찾을 수도 있으니 점심시간이 끝나고 나서 훔치기로 계획했다.
빠르게 점심을 먹고나서 미리 사무실에 들어와있다가 유상아가 들어온 다음에 나가서 미리 준비해놓은 자물쇠 절단기로 자물쇠를 끊고 회사 지하에 박아둘 계획이었다.
마침 유상아가 들어오길래 눈치를 보다가 사무실에서 나가려는 순간 문 반대편에서 밀고 들어오는 사람때문에 깜짝 놀랐다.
도둑이 제 발 저리듯이 한명오는 괜히 깜짝 놀라서 들어오는 청년에게 한마디를 했다.
"김독자씨, 점심시간이 끝난지가 언젠데 이제 들어오고 있어? 왜이리 늦었어?"
"이제 2분밖에 안지났는데요."
"이게 어른한테 말대꾸하기는. 그런 버르장머리는 어디서 배워먹었어?"
"..."
"지금 2분이 지난게 중요한게 아니야. 나때는 말이야 점심시간에 밥만 빨리 먹고 들어와서 남는시간에 일도 하고 그랬어. 알아?"
"..."
"이게 어른이 말을 하면 대답을 해야지 왜 그렇게 멀뚱거리고 서있어?"
"...죄송합니다."
"그래 얼른 들어가서 일이나 해."
그는 괜히 깜짝 놀란 화를 김독자에게 풀며 나가서 유상아의 자전거를 훔쳤다.
***
그날 오후였다. 퇴근시간이 임박했을 때 한명오는 자신의 벤츠 s클래스를 타고 유상아가 자전거를 거치해놓는 곳 앞에서 맴돌고 있었다.
유상아가 없어진 자전거를 보고 당황할 때 자연스럽게 태워주기 위함이었다.
잠시 후 유상아가 나와 없어진 자전거를 보고 당황하고 있었다.
한명오가 말했다.
"유상아씨, 왜 그러고 있어. 자전거 타고 다니는 거 아니였어?"
"아, 부장님. 누가 제 자전거를 훔쳐가서요."
"아 그래? 그럼 오늘은 만난 김에 내가 태워다줄께. 어서 타."
"아니에요 부장님. 그냥 지하철 타고 갈께요."
"아니, 잠깐 유상아씨 기다..."
자신의 계획과는 다르게 유상아가 지하철을 타고 가자 당황한 한명오는 근처에 대충 주차해놓고 유상아를 뒤쫓아 지하철에 탔다.
계획은 틀어졌지만 이렇게 된 이상 미행해서 집이라도 알아낸다면 절반정도는 성공이라는 생각으로 지하철에 탔다.
그 지하철행이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을 것이란 걸 생각지도 못한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