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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이, 아주 그냥 지랄이 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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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가지 생각이 떠올라 결국 잠을 설쳐버린 상아는 하루 휴가를 낼 수 밖에 없었다.
속을 달래기 위해 죽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나고 독자의 얼굴을 보니, 상아의 머릿속에 다시 번뇌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상아씨, 아직도 어지러우신 거 아닙니까?"
이렇게 조금 걱정스런 얼굴로 상태를 물어보는 독자의 모습 때문이었다.
저 잘생긴 얼굴이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다니......앗.
'잠깐...내가...언제부터 독자씨 얼굴이 잘생겼다고 생각한거지?'
상아는 곰곰히 생각했다. 아니, 애초에 자신이 이성에게 그렇게 큰 관심이 있었나? 공부하느라, 입사 준비하느라 바빴던 나날. 연애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자신의 가족과 커넥션을 가지려는, 그저 도구로만 바라보는 음흉한 시선에 진작 연애는 포기했었다.
그런데 지금은......지금은......?
나에게 더 이상 방해될 것이 없다.
그러니 이제는......이제는 진짜로 사랑받고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자 그러니 생각해보자, 내가 독자씨의 외모에 관심을 가졌던 때는?
미노소프트 시절? 그때의 독자씨는 휴대폰을 바라보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부서도 달랐기에 막상 얼굴을 마주볼 시간이 없었다.
그렇다면 시나리오 시절? 아니, 그때도 사벽님 때문에 독자씨의 얼굴이 조금 흐릿하게 보였다. 마치 헝클어진 퍼즐 같은 느낌이랄까?
......아무리 생각해도. 시나리오가 끝난 시절부터인 것 같다. 그래, 마치 어제처럼.
'어제......'
무표정한 얼굴에 드러난 걱정.
손짓 하나, 말 한마디 하나에서 느껴지는 배려심.
그리고......
"예쁘다......"
"제가 나쁜 맘이라도 품었으면 어쩔 뻔 했어요, 상아씨?"
잠든 줄 알았던 자신을 향해 했던 말.
궁금한게 산더미다.
진심이신가요?
저에게 하신 말인가요?
저의 어디가 예쁜가요?
나쁜 마음? 저로 무슨 상상을 하셨나요?
이런 질문들보다도 가징 먼저 물어보고 싶은 것.
혹시 저를 좋아하시나요?
저 질문에 독자씨가 1초의 망설임 없이 "네, 좋아해요."라고 나에게 대답해줬으면 좋겠다.
그렇기에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은, 유상아는 김독자에게 연심을 품어버렸다고.
"상아씨."
"......"
"상아씨?"
"......"
"상아씨!"
"네,네!"
돌아보니 설화가 출근준비를 끝마친 채로 옆에 서 있었다. 얼굴에는 걱정이 드러나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시는 거에요? 혹시 아직 머리가 아프신 건......?"
"아, 네, 그...좀...그렇네요."
"음? 으음....그렇군요."
"...그렇죠?"
설화는 자신의 뒤쪽에서 설거지를 하는 독자를 흘끔거리는 상아를 보며 묘한 웃음을 지었다.
설화는 상아를 슬쩍 떠보기로 했다.
"오늘 하루는 푹 쉬세요. 독자씨가 상아씨 간호해드리면 되겠네요. 단 둘이."
움찔!
설화가 '단 둘이'라는 단어를 강조하자 상아에게서 반응이 왔다.
"괘, 괜찮아요! 간호 안 해주셔도 되요!"
그럼 그렇지,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다니까?
설화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슬슬 서로를 이성으로 자각하기 시작한 모양.
그 짧은 시간에 독자가 감정을 표출하는 빈도가 꽤나 빈번해진 것을 보면 어지간히 마음에 품고 있나보다.
이러나 저러나 결국 둘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이었기에 설화는 결심했다.
'이 속도라면 키스도 한참은 걸리겠지....역시 이번에도 그걸 써야겠어.'
설화는 출근하며 자신이 중혁을 꼬실 때 썼던 비장의 무기를 생각했다.
집 안에서 어떤 광경이 벌어질 지는 안봐도 시나리오일 것이 분명했기에 웃음이 나왔다.
"후후후...제가 이겼네요, 독자씨."
설화의 출근길 발걸음은 가벼웠다.
.
.
.
"......"
어색한 침묵.
"......"
마주치지 못하는 시선.
'음...뭐라고...이야기를 꺼내야하지?'
독자와 상아, 둘 모두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었다.
곧, 말문을 튼것은 독자였다.
"그...숙취는 좀 괜찮으세요?"
"네...괜찮..."
상아는 말을 하다가 멈췄다.
"독자씨가 상아씨 간호해드리면 되겠네요. 단 둘이."
'단...둘이서...'
고민하는 상아의 마음속에, 새하얀 날개와 고리, 하늘거리는 천사복을 입은 꼬마천사 상아가 뿅 나타나 말했다.
[독자씨가 걱정하고 있을게 분명해요. 어서 일어나서 씻고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자고요!]
그러자 머리에 악마의 뿔과 꼬리를 달고, 섹시한 차이나드레스와 가터벨트를 입은 꼬마악마 상아가 나타나 말했다.
[후후후...어리석긴요. 지금이야말로 독자씨의 관심을 한몸에 받을 수 있는 순간이라구요!]
상아의 귀가 솔깃해졌다.
[그, 그렇지만요...독자씨에게 거짓말을 하는 건 조금...]
꼬마천사 상아가 조금 시무룩해지며 그녀를 설득하려고 애썼다. 꼬마악마 상아는 비음을 흘리며 상아의 귀에 속삭였다.
[흐음~. 천사씨도 독자씨를 위하는 마음인 걸 알겠어요. 그렇지만 주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으니 오늘 독자씨에게 잔뜩 관심받고 다음에 몇배로 돌려주면 되는 거 아니겠어요? 저처럼...이렇게?]
[어, 어떻게 그런 망측한 짓을...!]
꼬마악마 상아가 가터벨트를 입은 다리를 매끈하게 쓸어올렸다. 꼬마천사 상아는 화들짝 놀라 푸드득 날아가버리고, 상아는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결국, 상아는 악마의 속삭임에 몸을 맡겼다.
"그...조금...어지러운 거 같아요."
그러자 독자가 당장 밖으로 튀어나갔다.
"두통약을 꺼내오겠습니다."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독자는 벌써 가정용 구급상자를 열고 타이레눌의 포장을 뜯고 있었다.
나간지 30초도 되지 않았지만 독자는 미지근한 물 한컵까지 대령하고 있었다.
상아는 그 모습에 조금 죄책감을 느꼈지만...금세 본능에 굴복해 그런 감정은 사라져버렸다.
두통약을 먹고 눕자 독자가 푹 쉬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상아는 급히 그를 불러세웠다.
"독자씨. 잠시만... 같이..."
"네?"
"같이...있어주면 안되요?"
'나 이제 어떡해......'
상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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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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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세요."
"...아."
'왜...이렇게 된거지?'
상아는 독자가 떠먹여주는 죽을 먹으며 생각했다.
"아~."
"...아."
'그치만......너무 좋다.'
꼬마악마 상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 봐요. 좋죠?]
'끄덕...오히려 좋네요.'
자꾸만 미소가 새어나오려고 했지만 상아는 이를 꽉 물고 입꼬리를 바르게 유지시켰다.
"저...독자씨는 언제 식사하세요?"
"전 안 먹어도 됩니다."
"왜죠?"
"전 상아씨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른......."
'미쳤구나, 김독자.'
"......네?"
"아, 그, 저, 그...죄송...죄송합니다. 방금 말은 잊어주세요."
"아니...그게 아니라..."
"정말 죄송합니다, 상아씨."
독자는 고개를 푹 숙였고, 상아는 얼굴이 벌개진 채 입을 더듬거리고 있었다.
'상아씨에게 변태 취급 받는 건 아니겠지? 하......'
한편 순식간에 자괴감에 빠진 독자를 뒤로한 채, 상아는......
'내, 내가 먹는 것만 봐도...배부르다고? 방금 그 말은 마치......'
마치 부모가 자기 자식한테 하는 말 아닌가?
'독자씨는...날 이성으로 생각하지 않는거야...'
[으응? 왜 생각이 그렇게 가는 거죠?]
꼬마악마 상아의 목소리가 멀어져갔다.
"그...저는...설거지를 좀 하겠습니다."
"...네에."
숨막힐도록 어색한 침묵은, 설화의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갔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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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의 비밀무기는 과연 무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