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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이후의, 특별하지는 않을 수도 있는, 그런 풋풋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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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알람시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울었다.
수십번을 들어도 도무지 듣기 싫었던 알람시계의 소리.
그 시끄럽고도 짜증 나는 소리에 남운이 인상을 찌푸리며 시계를 집어 던졌다.
휴일의 달콤한 잠을 깨운 요란한 소리는 끔찍했다.
알람시계의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말을 부정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그 소리와 친해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쾅!-
죄라고는 그저 주인을 잘 못 만난 것 뿐인, 가엽기 짝이 없는 시계는 벽에 충돌하며 고장 나버렸다.
어른이 되어도 그 소리가 싫은 것은 마찬가지라 짜증을 담아 던졌다.
늘상 언제나 기분 좋을 일 없는 소리라 하지만 휴일에 듣는 소리는 더욱 최악이었다.
그렇다 해도 너무나 듣기 싫었다는 이유로 망가트린 것은 아니었다.
그 정도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분노 조절 장애는 아니었으므로.
그저 그것이 꺼질 정도로만 가볍게 던졌을 뿐이나 그 힘은 안타깝게도 알람시계를 망가트리기에 충분했고 그로 인해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시계가 부서지는 소리를 들으며 다시 사야겠다고 생각한 채 다시 누웠다.
들릴 리 없어야 했던 알람소리는 언제나 사람을 괴롭게 하는 것들 중 최악이었다.
그래, 5일을 버틴 대가로 찾아온 휴일만큼은 알람 소리가 들릴 리 없었다.
그런데 알람은 어째서 울렸을까.
무언가 잊고 있는 듯한, 이상한 위화감에 흠칫 놀랐다.
원체 몽롱하지 않더라도 잘 굴러가지는 않던 머리를 애써 굴려 어제를 회상했다.
...
딱히 특별한 것은 없지 않았나 라는 위험한 생각에 머리를 다시 한번 더 굴렸다.
그 생각이 든다면 무언가 잊어버린 것이 있다는 의미이므로.
그것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을 잊었다는.
-째깍, 째깍.
쉴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시곗바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
9 라는 숫자에 걸렸다 스쳐 지나간 시침, 20 을 향해 달려가는 분침. 급류가 흘러가듯 빠르게 움직이는 시곗바늘에 어제의 통화가 귓가를 다시 울렸다.
오늘은, 이 평화로운 토요일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평화롭기는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인 날이었다.
- "...혹시 내일 시간이 된다면 이 몸과 만나겠느냐? 여름 밤 축제였나? 그거 때문에 가까운데서 불꽃놀이도 한다던데."
" 염룡아, 혹시 데이트 하자는 거야?"
- "아, 아니다! 그런 낯부끄러운 짓을 이 몸이 왜 해!?"
" 그래, 그럼 교제라 해줄까?"
- "그게 그거잖냐!"
" 원래 이성과 만나는 게 데이트란다. 순화어는 교제고. 솔직히 납득은 안 되긴 하지만 국어 사전이 그렇다는 데 어쩌겠니?"
- "아, 아무튼! 내일 9시 30분까지 ■■ 거리로 오면 된다."
" 그래, 내일 보자."
난생 처음으로 하는 데이트, 그 날은 오늘이었다.
다시 오지 않을 첫 데이트, 듣기만 해도 설레는 그 날을 지각으로 망치는 것은 멍청하고도 바보 같은 짓이었다.
아무리 괴수종을 뼈 채로 씹어먹을 정도로 험하게 살았다 해도, 청춘은 청춘인지라 그 말에 설레지 않을 수는 없었다.
만일 자신이 늦는다면 그가 속상해 할 수도 있다, 겉으로 티를 내진 않아도 속으로 많이 눌러 놓는 성격이니.
그 생각에 10분 남짓한 시간을 자각하고서 바쁘게 움직였다.
그를 속상하게 하고 싶은 마음은 먼지 한 톨 만큼도 없는 탓에, 고등학교 때 익혔던 늦잠을 자고도 지각을 피하는 방법을 행했다.
흔한 미연시게임이나 만화에는 여고생이 늦잠을 잔 탓에 식빵을 입에 물고 뛰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렇다 해서 식빵을 물고 뛰어가는 일을 할 수 있냐 라 묻는다면 당연히 대답은 no.
뭔 개 짖는 소리를 하고 자빠져있는가.
식빵 물고 뛸 시간은 여고생에게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다.
애초에 식빵 봉지 뜯는 시간 하며 그 식빵을 구울 시간은 또 어디에 있는가.
그 만화 속의 세수도 안 했는 데 반짝이는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그와 비슷한 것이 단 하나 떠오른다.
새하얀 빛을 닮은 새하얘진 머리 속 백지.
빛이 나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밥은 당연히 걸러야 하고 머리 또한 대충 빠르게, 그러나 부스스해 보이지도 않게 해야 한다.
신발을 신을 때면 문을 먼저 열어놓고서 다 신으면 닫으면서 뛰면된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그냥 계속 하다가 보면 익숙해지니까 내게 묻지는 마.
그 설명이 부실한 이유는 그 생각을 할 시간에 이미 늦잠이 익숙한 몸이 바쁘게 움직이는 탓일 것이다.
...아마도.
아파트의 계단을 걸을 시간도, 엘리베이터를 탈 시간도 없기에 건강하기 짝이 없는 몸을 믿고서 계단 난간을 잡고 뛰어내렸다.
오히려 걱정해야 할 것은 제 몸이 아니라 바닥이 아닐까.
그 바닥이 안쓰러울 정도로 산산이 부서지지 않기를 바라며 가볍게 착지했다.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라는 듯 눈물을 흘리며 '아이고 망할 주민 놈아' 라는 말을 하는 듯한 바닥을 무시하고 정문을 향해 발사되는 미사일처럼 달려 나갔다.
가히 비유가 아닌 진실로 미사일보다도 빠를 속도였다. 뒤 한번 돌아보지 않는 모습에는 미련의 'ㅁ'자 하나 묻지 않아 보였다.
미안하긴 미안한데 어차피 바닥이 살아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중요하지는 않아서.
만일 바닥이 살아있어서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면, 그리고 말을 할 수 있었다면 귀에는 개로 시작하는 쌍욕이 박히지 않을까.
그 바닥이 듣는다면 [에덴]의 천사에 빙의라도 한 듯이 쌍욕을 내뱉을 만한 소리를 하는 남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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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히 시작 내에는 도착했고 옷이나 머리 또한 난장판이 되지는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며 남운은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서 넓은 거리를 둘러보았다.
둘러보며 이리저리 걷다 눈에 보인 것은 여기라고 알리는 듯이 흔들은 작은 손이었다.
새까만 검은색 후드 티, 오른 손에 감은 흰 붕대.
검은 머리카락에 덮여진 한쪽 눈.
남들은 중 2병이니 뭐니 하며 어이없다 하는 모습이건만 제게는 그저 멋져 보일 뿐인 모습이었다.
볼에 띄워진 옅은 홍조를 보고서 귀엽다고 생각했다.
툴툴대면서도 떠날까 봐 안절부절못하며 챙겨주는, 검은색 고양이를 닮은 그 모습을 귀엽다고 생각하며 걸어갔다.
"왔어?"
"응."
"어디부터 가고 싶냐?"
"음... 딱히 갈 곳도 없는 데 거리나 걸어 다니자. 길거리 음식도 꽤 맛있고, 뭐 너랑 같이 다니면 어디든 좋긴 하니까. 어때?"
"뭐, 좋다."
고개를 돌렸을 때 보았던 얼굴이 작게 홍조를 띄고 있었던 것은 잘못 본 것이었을까.
그 말을 하고서 짧게나마 보았던 얼굴은 조금 붉어져 있었다.
가만히 바라보다 피식- 웃고선 잘못 봤겠려니 하며 고개를 돌렸다.
손을 잡고서 함께 시끌벅적한 거리를 걸었다.
발걸음을 서로 맞추며,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한참을 같이 걷다 달콤한 향이 느껴졌다.
붉은 색의 둥그런 것이 꼬치에 꽂혀 있는 모양새.
달달한 딸기 탕후루였다.
"염룡아, 잠시만 기다려줄래? ... 이거 하나에 얼마에요?"
"3000원 입니다."
"그럼 두개 주세요."
손에 든 두개의 꼬치를 가볍게 돌리며 하나를 건넸다.
"염룡아, 한 번 먹어봐. 이거 꽤 맛있다?"
건넨 꼬치를 받아들은 그는 꼬치를 한 입 물고선 오물거렸다.
천천히 오물거리던 얼굴은 마음에 들었는 지 조금 더 밝아보였다.
천천히 씹던 입은 꽤나 맛있었는 지 한 입을 더 베어물었다.
작은 눈은 기분좋은 듯이 반짝였고, 입술은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봐, 맛있었지?"
"난 단 거 안 좋아한다."
"에이, 잘만 먹던데?"
"네가 준거니 먹은거야."
가벼운 한마디에 흠칫 놀라고 툴툴거리는 모습, 그 모습은 꽤나 귀여웠다.
그래서 씨익- 웃으며 손을 올리고
"그래, 그러면 내가 줘서 먹은 걸로 하자."
라고 말하고 올린 손으로 가볍게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어린애 취급은 하지마. 난 열다섯이지 열살짜리 꼬마애가 아니란 말야."
"열살짜리나 열다섯이나 나한테는 다 애같은 데? 나보다 작은 것도 그렇고 귀여운 것도 그렇고."
"...그러면 나도 스물 둘이면 애취급 안 해줄거야?"
"당연히 스물 둘은 애취급 안하지. 누가 고등학생도 아니고 어른을 애라고..."
탁.
갑작스럽게 뻗어진 손은 벽에 부딪쳤고 둔탁한 소리가 귀를 울렸다.
뻗어진 손에 놀라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뜨자 바람에 흩날리는 검은 머리카락이 보였다.
아래를 내려봐야만 보였던, 그 검은 머리카락이.
"그러면 이제는 됐어?"
굵어진 목소리, 그 목소리는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것이었다.
"어? 아,... 어."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모습, 실로 모순적인 말이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커질 수 있는 거였어?"
"뭐, 이 몸한테 못하는 게 있을리가 있나."
당황스럽던 상황에서도 보인 입꼬리를 올리며 자신만만하게 웃는 모습.
그 모습은 언제나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던 모습이었다.
그 당당한 모습에 웃으면서도 조금은 놀려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야, 지금 우리 자세가 엄청 이상한 건 알아? 이야, 내가 드라마에서나 보던 벽쿵을 다 당해보네. 이건 멜로 드라마에서나 가끔씩 나오던 장면인데 말이야, 안 그래?"
"어? 아,....어....으....."
새빨개진 볼.
빨갛게 달아오른 볼은 과부하가 온 기계처럼 뜨겁게만 보였다.
"아까전에는 못하는 게 없다며? 왜 갑자기 말도 제대로 못할까?"
당황한 듯이 흔들린 눈, 너무나 새빨간 나머지 김이 나는 것처럼 보이는 얼굴을 보고서 말했다.
"야, 됐어. 그냥 없었던 일로 하자. 그냥 좀 놀려줄려고 한 말인데 뭘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이냐?"
"야,......야!"
"염룡아, 내 이름은 야 가 아니라 남운이란다."
"야!"
저렇게 귀여운 반응을 보이면 더 놀려주고 싶은 데 말이야.
피식거리며 웃고서 다시 손을 잡았다.
여름이었다.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라고 썼더니 맞춤법 검사기가 헛소리로 고치라고 하네 어떻게 알아들은 걸까
+남운이 시나리오 이후니까 한 22세정도로 생각함
+폴리모프로 신체 나이 조정은 가능하겠지
+이거 맞리퀘인데 나랑 맞리퀘한 전붕아 진짜 진짜 미안한데 놀이공원 데이트 그 뒷 부분도 써줄수 있어? 이거 2편이랑 여남운 염룡 한 편 더 써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