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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쪼끔 짧음 성마대전을 거하게 써와볼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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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기간토마키아〉가 끝나고 우리는 휴식을 취할 겸 〈명계〉로 향했다.
사실은 바로 지구에 돌아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해당 시나리오의 안정화를 위해 1시간 동안 지역 이탈이 제한됩니다.]
뭐, 부모님들께 인사도 드리고 한수영을 데리러 갈 겸 어차피 〈명계〉는 한번 들렀어야 했다.
[성운이 당신들을 허락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가장 어두운 포탈을 타고 〈명계〉에 진입했다.
[〈명계〉에 진입합니다.]
우리를 감싸던 어두운 그림자가 이내 사라지더니 〈명계〉의 풍경이 보였다.
가장 어둡지만 가장 따듯한 어둠. 그리고 옥좌 위에서 하데스와 페르세포네가 보였다.
[우리 아들 왔구나.]
[전투는 볼 만 했다.]
“아버지가 주신 성유물 덕분입니다.”
나는 하데스에게 ‘퀴네에’를 돌려주었다.
“우와, 여기가 〈명계〉구나.”
“저분들이 그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어느새 아이들은 세 명의 심판관들과 놀고 있었다.
[큰 전투를 치르고 와서 피곤하겠군요. 오늘은 이곳에서 쉬세요. 〈명계〉의 시간은 바깥 시간이랑 다르게 흐르니까요.]
페르세포네가 싱긋 웃으며 일행들이 묵을 곳으로 안내해주었다.
유중혁은 아직 내 곁에 서 있었다. 아무래도 나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듯 싶었다. 유중혁은 그 ‘설화’의 주인이니까.
[아들도 좀 쉬렴. 네 옆에 있는 친구와 얘기도 좀 하고.]
하데스는 눈치 있게 빠져주었다.
“저, 수영이는 어디에 있나요?”
[지금 화신체 복구에 들어갔다. 곧 깨어날 거야. 이제는 ‘성좌’로써 말이지.]
“〈명계〉의 공주이기도 하고요.”
나는 하데스에게 싱긋 웃고 유중혁에게 말했다.
“가자. 얘기해줄게.”
유중혁은 말없이 나를 따라왔고, 하데스가 안내해준 방으로 들어갔다.
“앉아. 긴 이야기가 될 테니까.”
유중혁이 의자에 앉았다.
나도 유중혁 반대편에 앉았다.
“김독자. 그 설화는…….”
“네 모든 회차의 기록들.”
나는 숨기지 않고 바로 말했다.
유중혁은 조금 놀란 눈치였지만 어느정도 예상을 한 모양이었다.
“궁금한 게 뭐야?”
“김독자. 너가 그때 그랬지. 너의 정체에 대해서.”
「“때가 되면 알려줄게.”」
“그래.”
“지금이 바로 그 ‘때’인 것 같은데. 아닌가?”
“……힘들 수도 있어.”
“상관 없다.”
“날 싫어하게 될 거야.”
“네놈을 좋아한 적이 없다.”
유중혁의 말에 나는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설화를 개방했다.
[설화, ‘영원불멸의 지옥도’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설화, ‘생과 사의 동료’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거대 설화, ‘최후의 벽을 부수는 자’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방안으로 활자들이 가득 찼다.
유중혁은 말없이 설화들을 묵묵히 읽고 있었다.
「(독자 씨, 괜찮을까요?)」
내 머릿속에서 유상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을 겁니다. 그보다 상아 씨는 아무 말도 없으셨네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독자 씨 혼자서 그런 오랜 시간을…….)」
‘제가 선택한 것이니 괜찮습니다. 이번엔 상아 씨를 막을 수 있었는데 죄송합니다.’
「(아뇨. 독자 씨가 저를 말렸더라도, 저는 계속 힘을 사용했을 거예요.)」
유상아와 조금의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어느새 설화가 이야기를 마쳤다.
[설화, ‘영원불멸의 지옥도’가 이야기를 마칩니다.]
유중혁은 계속 말이 없었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입을 열었다.
“…화내도 돼.”
“…….”
“내가 선택한 것이고, 너희들을 기만했어. 또, 속이기도 했고.”
“…….”
“한 대 쳐도 돼. 아니, 죽여도 돼. 그러니까…….”
“…….”
“제발 뭐라고 말 좀 해 봐…….”
“……몇 년이었지?”
“뭐?”
“그 지하철에서 얼마나 있었냐고 물었다.”
“……20만 년 정도.”
유중혁은 또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이내 입을 열었다.
“……네 설화를 보고 기억이 떠올랐다. 0회차에서부터 1863회차까지. 그리고 3회차인 나에게 1864회차가 덧씌워진 것도.”
“…….”
“근데 이곳은 내가 아는 3회차가 아니다. 그렇지?”
“……맞아.”
“다 말해라. 김독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설화, ‘가장 오래된 꿈’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전용 스킬. ‘제4의 벽’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다시 방안에 활자들이 가득 찼다.
평행우주인 8612* 행성계에 오게 된 것. 그리고 본래의 세계선에서 내가 소멸한 것 까지. 모든 이야기가 유중혁에게 이야기 하고 있었다.
[설화, ‘가장 오래된 꿈’이 이야기를 마칩니다.]
[전용 스킬. ‘제4의 벽’이 이야기를 마칩니다.]
“……왜 그런 선택을 한 것이지?”
“……다시 한번 보고 싶었어.”
“…….”
“점점 기억이 잊혀졌고, 너희들이 희미해져 갔어. 그리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었어. 그래서 소멸을 각오하고 마지막으로 다시 너희들을 보려고 온 거야.”
“……그렇군.”
“한심하지?”
“아니. 한심하지 않다.”
유중혁의 말에 나는 내심 크게 놀랐다.
“나 또한 999회차에서 일행들을 위해 나를 버렸으니까.”
999회차. 내가 제일 좋아했던 회차이기도 하면서, 내 이야기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회차였다.
“어차피 이곳이 본래의 세계선의 평행우주라면, 그냥 그대로 살아가겠다. 김독자. 다시 돌아온 걸 환영한다.”
빌어먹게도 유중혁의 위로에 나는 울음이 새어나왔다.
유중혁은 그저 말없이 내 등을 토닥였다.
“그동안 고생했다 김독자. 이번에 나는 너를 미워하지 않는다.”
유중혁의 말투에 나는 울면서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문 뒤에서 누군가가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수영이 문을 열고 나에게 안겼다.
“지금 이게 사실이야? 사실이냐고!”
한수영이 날 놀래키려고 왔는데 우연히 내 설화를 본 것 같았다.
나는 한수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왜? 왜 그런 짓을―!”
“이렇게 다시 보게 됐잖아.”
“…….”
“이렇게 예쁜 나만의 작가를 다시 볼 수 있잖아.”
“그래도…… 그래도!!”
한수영이 내 품속에 얼굴을 파묻고 엉엉 울었다.
나는 유중혁에게 작게 눈짓을 보냈다.
유중혁은 알겠다는 듯이 자리를 비켜주었다.
“…왜 항상 혼자서 하려고 하는 거야?”
“…….”
“기대도 되잖아! 그냥, 그냥 힘들면 힘들다. 다른 사람들한테 기대면 되잖아!”
“…수영아.”
“왜 항상 혼자서… 73번째 마왕때도, 마계에서도.”
“내가 해야만 했어.”
“하지만…!”
“그래도 다시 널 보게 되었잖아.”
한수영이 고개를 푹 숙였다.
들키고 싶지 않았다. 눈치 빠른 유중혁에게는 언젠가 들킬 것 같았지만, 수영이에게는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내 인생에 전부였고 그녀 덕분에 내가 살아남을 수 있었으니까.
[설화, ‘작가와 독자’가 꿈틀거립니다.]
[설화, ‘작가와 독자’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내 몸에서 빛이 나오더니 온화한 기운이 나와 한수영을 감쌌다.
“이건……?”
한수영이 내 품속에서 고개를 천천히 들더니 설화를 읽기 시작했다.
“내가 20만 년 동안 지하철에서 기록한 것들.”
한수영은 말없이 묵묵히 설화를 읽었다.
‘가장 오래된 꿈’이 되고서 지하철에서 한수영에 관한 기록들을 빠짐없이 썼었다. 그녀가 대학 교수가 된 것부터 범죄자였던 유중혁과 부딪혔던 일, 나를 위해서 ‘멸살법’을 썼던 일, 그녀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고 어떻게 지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했었다.
그녀가 ‘작가’로써 자신의 이야기를 써왔다면 나는 ‘독자’로써 그녀의 이야기를 읽었다.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속죄라 생각하며.
“…김독자.”
“응?”
“결국엔 너가 선택한 거지? 소멸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응.”
“그래. 이미 너가 선택한 일이고, 지금 뭐라 해봤자 뭐해.”
한수영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이렇게 된 거, 이 세계선에서는 오로지 나와 함께 행동해. 나중에 너가 희생하려는 일이 있더라도.”
한수영의 완고한 태도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갑자기 그녀의 입술이 느껴졌다.
부드러운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에 포개졌다.
“……하아. 이건 벌이야.”
한수영이 짧게 한숨을 내쉬며 붉게 물든 얼굴로 말했다.
나는 그런 모습에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뭘 웃어―!”
나는 그녀를 끌어안으며 다시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설화 파편, ‘레몬맛 사탕의 추억’이 온전한 설화로 거듭납니다.]
[설화, ‘다시 만난 레몬맛 사탕’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근데 우리 연애도 안 하고 바로 결혼이야?”
“응?”
“너가 나를 〈명계〉의 공주로 삼았잖아.”
“그럼 지금부터 연애하면 되지.”
“선 결혼 후 연애야?”
“응.”
“푸흡, 그게 뭐야.”
내 품속에서 한수영이 말했다.
“결혼식은 언제 올릴까?”
“……시나리오 끝나고.”
“그떄까지는 소멸 안 할 거지?”
“응. 약속할게.”
이런 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녀와의 약속을 못 지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