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뒤쪽에 있는 분리수거장.
턱!
그녀의 희고 가녀린 손목이 근육질의 갈색 손아귀에 잡혔다.
"야, 내가 돈 가져오라고 하지 않았냐?"
"알바비 정산이 아직 안 돼서..."
"내 알바 아니고 10만원 가져오라고."
"지, 진짜 없어..."
김독자가 그녀의 잡힌 팔목을 잡아떼려하자, 그의 손아귀에 힘이 더 세게 들어갔다.
"아야!"
으스러질듯 팔목을 휘어잡는 그 모습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주춤거리며 그들을 피해지나갔다.
"놔! 아파!"
"그럼 돈을 가져오라고."
"가, 가져올게! 내일까지 가져올테니까 이거 놔!"
그 말을 들은 송민우가 그제서야 손아귀에서 힘을 풀었다.
얼마나 세게 잡은건지 그녀의 팔목이 시뻘겋게 부어올라있었다.
"내일까지다. 내일도 안 갖고 오면 여자애들 불러와서 팰거니까 잘 생각하고."
"으, 응..."
송민우가 낄낄대며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은 건들거리는 자세로 걸어가자, 그녀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나는... 유중혁이다..."
새하얀 손목과 대비되어보이는 붉은 색의 부어오른 살 위로 눈물이 툭툭 떨어졌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저 알 수 없는 말만 중얼거릴 뿐이었다.
마치 그것이 제 생명줄이라도 되는 성 싶듯이 말이다.
* * *
"안녕하세요, 누나."
"아, 안녕하세요."
반 쯤 정신을 놓고 있던 김독자가 퍼뜩 정신을 차리며 인사했다.
정신을 차린 그녀의 앞에, 어제 사탕을 쥐어주고 간 그 남자아이가 서있었다.
"아... 어제..."
그 말을 중얼거리며, 김독자는 부어오른 왼쪽 팔목을 보이지 않게 주머니 안으로 집어넣었다.
"누나, 여기요."
"3000원입니다."
그리고 그가 건넨 손에는 어제와 같이 사탕 하나와 파란 지폐 세 개가 놓여있었다.
"감사합니다..."
"저 그런데 그 손은 왜 다친거에요?"
"아, 네?"
"아까 들어올 때 봤는데 손목이 부어있으셔서요."
"아, 그게 짐 옮기다가 삐어서요..."
김독자는 그 손목을 주머니 속으로 더 깊게 찔러넣었다.
"음, 그렇구나."
그 말을 들은 남자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밖으로 걸어가다 갑자기 뒤돌아봤다.
"말 놓으실래요?"
"...네?"
"자주 올 것 같아서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그 말을 하는 남자아이의 표정에, 김독자도 픽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녀는 웃는 얼굴로 그를 보며 말했다.
"안돼요."
"...왜요?"
"사장님이 존댓말 하랬거든요."
그 말에 남자가 어이없다는 듯 제 눈물점을 만지작거렸다.
"퇴근은 언제 하는데요?"
"3시에 퇴근해요."
"그럼 그때부터 말 놓으면 되겠다."
"..."
"그때 데리러 올게요!"
그리고서 남자가 빠른 발걸음으로 편의점 밖으로 뛰쳐나갔다.
김독자는 잠시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가, 다시 점차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나:사장님... 이번 월급만 좀 땡겨서 주시면 안될까요..?
-사장님:안 돼. 저번에도 땡겨서 받았잖아.
-나:부탁드릴게요... 급하게 쓸 일이 있어서 그래요...
-사장님: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이번엔 안 돼.
그녀는 잠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이내 그걸 주머니 속에 넣어두고 사탕을 까서 입에 집어넣었다.
어쩐지 레몬 맛 사탕에서 쓴 맛이 느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