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뜬 김독자의 목에는 쇠고랑이 매달려있었다. 녹슬고 오래된 쇠고랑이라, 움직 일 때마다 삐그덕 소리가 났지만 쇠고랑은 생각만큼 약하지 않았다. 김독자는 그 사슬을 끊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해보았지만, 사슬은 그 자리 가만히 김독자의 목에 걸려있었다. 김독자는 무거운 목을 간신히 들어 위를 올려다 보았다. 15cm즈음 되어 보이는 작은 창문에 비좁게 창살이 박혀있었다. 창살과 창살, 그 사이에 보이는 작은 별빛에 김독자는 그곳으로 손을 뻗어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김독자는 꿈에서 깨어났다. 꿈에서 깨어난 김독자는 푹신한 침대위에 누워있었다. 넓게 트인 창문 밖으로 보이는 작은 별들은 이제 더 이상 성좌들의 맥락도, 성좌들의 그 무엇도 아니었다. 그저 그 자리에 존재하는 작은 빛들. 그 빛을 보며 김독자는 괴리감을 느꼈다. 이 큰 창 너머로 보이는 하늘은 거짓되어 보였다. 꿈속, 작은 틈을 통해보았던 깊은 밤하늘이 거짓되지 않은 진실로 생각되었다. 이렇게 커다란 하늘이 과연, 거짓일까. 

그 순간 누군가 김독자의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야 김독자, 밥 먹어."


한수영이 안경을 쓰고 보라색 후드티를 걸친체로 김독자를 부르고 있었다. 김독자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 후에 침대에서 나왔다. 밟히는 이 차가운 마룻바닥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시나리오가 끝나고, 많은 것들이 변했다. 예를 들면...그래, 이런 것 말이다. 


김독자의 눈앞에는 진수성찬이 차려져있었다. 일행들은 그것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웃기도, 슬픈 표정을 짓기도 했다. 


"아 맞다, 요즘 식품업계에서 땅강아쥐 스테이크의 맛이 나는 통조림을 만들었데요."
"ㅇㅇ, 그거 뉴스에서 봤는데 어이없어서 헛웃음만 나오더라"

"근데 솔직히 그거 되게 맛있지 않았나요?"

유상아와 정희원,그리고 한수영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김독자는 생각했다. 

그 때, 충무로역에서 땅강아쥐를 잡았었지. 저주에 걸린 한명오도 있었는데. 그러게 그건 죽이지 말라고 했었는데 왜 죽여가지곤...그 유령종 공격 패턴이 뭐였더라?

생각에 생각을 거듭할 수록 무언가 듬성듬성 빠져있었다. 유령종 공격 패턴이라든가, 자신이 그린존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지, 그리고 극장 던전에서 시뮬라시옹이 보고 놀란 그 벽은 무엇인지. 

김독자는 작게 미간을 찌푸리고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속이 더부룩해서 김독자는 밥의 절반이상을 남기고 말았다. 일행들은 걱정을 했지만 김독자가 배가 불러서 그런거라고 변명을 하자, 인정하고 김독자를 보내주었다. 김독자는 여느 때처럼 방이 앉았다. 김독자의 방에는 책이 많다. 온갖 책들이 가득 차있는 책장들. 그 속의 책들을 김독자는 모두 읽었다. 하지만 그 책의 알맹이를 찾을 수 없었다. 책에 대한 흥미를 찾을 수 없었다. 책이 즐겁지 않은 독자는 독자인가? 김독자는 잠시 생각을 접어두고 책을 꺼내들었다. 


<구원의 마왕, 1록, 제1장>


....별 걸 다 만든다. 김독자는 책을 펼쳐서 첫번째 페이지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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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의 마왕의 이야기는, 작은 지하철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작은 지하철에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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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문장을 읽자 김독자의 마음속에 어떠한 감정이 불쑥 튀어나왔다.

외로움.

왜 이리도 외로울까. 왜 이리도 슬플까. 김독자가 바라본 밤하늘은 마치 연극의 한 세트처럼 보였다. 

저 세트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 그것은 어쩌면, 독자가 아닐까. 

사실 김독자도 짐작하고 있었다. '김독자'는 저 너머에 있다고. 자신은 그 김독자의 아바타라는 것을. 


"...내가 나를 왜 이해 못하겠냐"


김독자가 낡은 가죽 책을 덮고 책장 깊은 곳에 넣어두었다.


<구원의 마왕, 1록, 제 1장>


구원과 마왕 사이, 그 사이에는 영원과 종장이라는 맥락이 있었다. 

그리고 영원과 종장 사이를 거니는 한 사내가 있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