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길영, 우리도 커플티나 맞출까?”

 

 

의자에 앉아 있던 신유승이 묻자 침대에 누워있던 이길영이 신유승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커플티? 갑자기 왜?”

 

“아니…아저씨랑 수영 언니네랑 현성 아저씨랑 희원 언니네가 커플티 입은 거 예뻤잖아. 그거 보니까 나도 입고 싶어서…”

 

 

며칠 전, 하트가 큼직하게 새겨진 스웨터를 입고 부끄러워하는 이현성과 그 옆에서 환하게 미소 지으며 V자를 그리던 현성희원 커플. 그리고 단톡방에 커플티 맞춘 사진을 올리며 자랑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사람들의 환호에 서로 얼굴이 붉어지면서도 손을 꼭 마주 잡고 있던, 하얀 후드티를 맞춰 입은 독자수영 커플의 모습이 신유승의 머릿속에 깊이 새겨져 있었다.

 

그때부터 신유승은 커플티를 입고 싶다는 마음이 샘솟았지만, 정작 그녀의 남자친구인 이길영은 시큰둥 한 듯 보였다.

 

 

“난 별로. 우리 늘 교복 같이 입고 다니는데 또 같은 옷을 맞출 필요가 있어? 그냥 교복 입고 데이트 하면 되지. 그리고 이번 달에 호박 세트 수집해서 돈 없단 말이야.”

 

 

이길영의 말에 신유승이 품에 안고 있던 쿠션을 이길영에게 내던졌다. 신유승의 높은 체근민에 힘입어 날아간 쿠션이 이길영의 오른쪽 뺨을 강타해 그의 고개를 반대 방향으로 90도 꺾었다.

 

 

“아악!”

 

“그래 이 벌레새끼야, 너한테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평생 벌레나 보면서 살아!”

 

 

신유승이 씩씩대며 방에서 나갔다. 이길영은 부어오른 뺨을 문지르며 눈물을 한 방울 흘렸다.

 

 

“더럽게 아프네…그냥 말로 하지 쿠션은 왜 던지고 난리야.”

 

 

한참을 투덜거린 이길영은 핸드폰을 들어 어딘가에 접속했다.

 

 

“완성되려면 얼마나 걸리려나…너무 늦게 오진 않았으면 좋겠는데.”

 

 

*

 

 

딩동-

 

 

그로부터 2주가 지난 토요일, 초인종이 울리는 소리에 신유승이 인터폰을 받았다.

 

 

“누구세요?”

 

“택배입니다!”

 

“네 나갈게요.”

 

 

신유승이 대문을 열고 나가자 배달부가 상자 하나를 건네주었다.

 

 

“이길영씨 택배입니다.”

 

‘그놈의 호박 화석 시킨 거 온 건가 보네.’

 

 

신유승이 콧김을 흥 내뿜으며 대문을 닫았다. 커플티는 안 챙겨주고 제 취미만 신경 쓰는 이길영이 얄미워, 상자를 내던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 신유승이였지만 ‘삼인’ 스킬을 발동하며 욕구를 억눌렀다. 집안에 들어와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은 신유승이 이길영을 부르려고 할 때 그녀의 눈에 운송장이 들어왔다.

 

 

“응? 보내는 사람이 다르네? 게다가 여긴…”

 

 

운송장에 적힌 발신자는 이길영이 으레 화석을 구매할 때 이용하던 곳의 상호가 아닌, 신유승이 종종 들어가서 구경하던 커플티 제작 사이트의 상호가 적혀 있었다.

 

 

“설마…?”

 

 

신유승이 택배의 포장을 뜯을 때, 2층에서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택배 왔냐 신유승?”

 

 

쿵쿵대며 계단을 내려오던 이길영이 눈앞에 보이는, 신유승이 택배 상자를 열어 연분홍색 티셔츠를 제 손에 들고 있는 광경에 그대로 얼음이 됐다.

 

 

“야 이길영, 이거…뭐냐?”

 

“하이씨…망했네.”

 

 

이길영은 뒷머리를 박박 긁으며 한숨을 쉬었다.

 

 

“내가 너 갖고 싶다는 걸 진심으로 생각도 안 해봤겠냐? 네가 말하기 전부터 제작 맡겨놓고, 너 깜짝 놀래켜주려고 일부러 연기한 거란 말이야. 근데 택배를 그렇게 확 열어버리면...”

 

 

이길영의 말은 와락 달려들어 자길 꽉 껴안는 신유승에 의해 중간에 끊겼다.

 

 

“이길영!! 진짜 사랑해!!!!”

 

 

신유승이 이길영의 입술에 연속으로 입을 맞췄다 떼어냈다.

 

 

“그..그래 유승아, 나도 사랑해. 그러니까 이것 좀 놔주면 안 될까??”

 

 

하지만 신유승은 놓아줄 기미가 없었다. 이길영이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그때 근처에 있던 방문이 열리며 김독자와 한수영이 나왔다.

 

 

“길영아 유승아, 무슨 일이야?”

 

“야 꼬맹이들, 애정표현 할 거면 니들 방 가서 해! 근데, 그 옷은 뭐냐?”

 

 

화를 내던 한수영이 신유승 손에 들려있는 옷을 가리키며 물었다. 두 사람을 본 신유승이 그제서야 이길영에게 떨어지면서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 커플티에요! 길영이가 맞췄대요!”

 

“유승이한테 이벤트 하려고 몰래 준비했는데 하필 얘가 택배를 받아서…”

 

“참나, 누가 김독자 광신도 아니랄까 봐 김독자처럼 커플티를 서프라이즈로 맞추네.”

 

“수영이 너도 나한테 말 안 하고 코트 샀잖아. 그보다 두 사람 커플티가 궁금한데, 한번 입어볼래?”

 

“네 형!”

 

“네 아저씨!”

 

 

이길영이 상자에 있던 커플티 한 벌을 마저 꺼내 화장실로 들어가고 신유승은 옆에 있던 이지혜의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연분홍색 바탕에 왼쪽 가슴에 각각 강아지의 얼굴과 나비가 새겨져 있고 소매에 흰색으로 KY♡YS가 적혀 있는 티셔츠를 입은 이길영과 신유승이 나왔다.

 

 

“잘 어울린다 길영아, 유승아.”

 

“오~이길영 아이디어 나쁘지 않네.”

 

 

두 사람의 칭찬에 이길영과 신유승은 몸을 살짝 꼬았다.

 

 

“감사합니다...”×2

 

“좋아, 이런 날에 가만히 있을 수 없지. 다른 애들 다 밖에 나갔으니까 커플들끼리 저녁이나 먹으러 나가자! 옷 입어 김독자.”

 

 

신바람 난 목소리로 말하는 한수영에 김독자가 웃었다.

 

 

“알았어 수영아. 우리 커플티 입으면 되지?”

 

“당연한 걸 물어, 그럼 다른 옷 입게?”

 

 

각자의 방으로 들어간 김독자와 한수영이 그들의 커플티인 하얀 후드티를 입고 나왔다. 그 모습을 보며 이길영과 신유승이 서로를 보고 웃으며 손뼉을 쳤다.

 

 

*

 

 

“중혁 씨, 저도 중혁 씨 거 코트 하나 살까요?”

 

“음? 무슨 일 있나 이설화?”

 

“아니 이제 겨울이니까 춥기도 하고…따뜻하게 입을 코트 하나 있으면 좋을 거 같아서…”

 

“그런 거라면 다른 코트가 더 좋을 거다. 아공간 코트는 보온 능력이 뛰어난 옷이 아니니. 내가 몇 가지 아이템을 구해다 주지.”

 

“그게 아니라…아니에요 됐어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이설화가 그 말을 남기며 방문을 열고 나갔다. 유중혁은 이설화가 나간 방문을 빤히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

 

 

 

전에 쓴 글(https://arca.live/b/reader/41660314 )에 댓글로 커플티 맞추는 길유가 보고 싶다는 요청이 있어서 짧게 썼음. 길유 좋아요. 중설은...지못미 설화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