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쌀쌀한 1월의 바람이 불던 날이었다. 음력 1월 1일은 겨울이여서, 꽤 쌀쌀하곤 했었다. 집안에 가득히 퍼지는 고소한 냄새에 유상아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시계는 꽤 늦은 시각을 가르키고 있었는 데, 함께 떡국을 준비하고 전을 부치다 늦게 잠자리에 든 것이 그 이유 일것이다.

음력 1월 1일. 오늘은 설날이었다. 설이라 해서 들릴 만한 친척은 없었기에, 유상아는 집에 있었다. 본디 설이면 김독자 컴퍼니의 사람들은 다같이 여행을 가곤 했으나, 올해 설 만큼은 집에서 보내기로 했었던 것이 유상아가 집에 있는 이유기도 하다.


퍼지는 고소한 냄새로 보아, 유중혁이 부엌에 있는 모양이었다. 부엌으로 간 유상아는 예상대로 국자로 냄비를 휘젓는 유중혁을 뒤에서 안았다. 요리에 진심인 사람, 특히나 먹을 사람이 가까운 사람이라면 더욱 집중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그것은 갑작스러운 스킨십으로 느낀 것 같았다. 그럼에도 거부하지는 않는 것을 보아 갑작스러운 것만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였다. 남은 한 손으로 제 손을 쓰다듬는 것이 마음에 들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벌써 깬건가."

"벌써 라고 하기에는 꽤 늦은 시간이던데요?"

"어제 늦게 잤으니 그런거다. 아침을 다 차리면 깨우려 했었는 데."


무뚝뚝하다는 소리를 듣지만, 마냥 그렇지만은 않은 사람이다. 하기야, 그러니 제가 유중혁과 동거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유중혁은 퍽 다정한 사람이었다. 단지 그 다정함이 향할 사람에 속하게 되는 것이 어려운 것 뿐이다.


"거의 다 됬는 데, 한 입 먹어보겠나?"


유상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건넨 떡을 받아먹었다. 하얀 떡은 나무 숟가락 위에 올려져 있었다. 주방에 많은 것은 쇠숟가락이지만, 유중혁은 뜨거운 것을 건넬 때에 나무로 된 것으로 주곤 했었다.

입 안에 들어온 떡이 쫄깃했다. 떡에 국물이 잘 배인 탓인지, 고소한 맛도 느껴졌다. 떡 특유의 은은한 단맛이 좋았다.


"맛있네요."


그래서인지, 날 것 그대로의 미소가 나왔다. 사원 일적에 억지로 짓던 영업용 미소가 아닌, 그저 기분이 좋아 짓는 미소가. 그 미소가 나온 것은 순전히 좋았기 때문이었다. 말 없이 챙겨준 모든 것이, 한 집에 함께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좋아서. 비몽사몽한 상태라 감정에 더 솔직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 익었나 보군. 아직 졸릴테니 세수를 하는 게 좋을거다."

"그럴게요."


쏴아아. 쏟아지는 차가운 물에 손을 뻗었다. 유상아는 두 손에 담은 물로 얼굴을 씻었다. 화장실에는 창이 나 있었는 데, 창 밖에서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춥지는 않았을까. 화장실에서 나온 유상아는 냄비 앞에 선 유중혁을 껴안았다.


"...춥지는 않았어요? 밖에 눈이 내리고 있던 데."

"별로 춥지는 않았다."


유상아는 힘을 주어 더 세게 껴안았다. 언제나 고마운 사람이다. 말 없이 챙겨주는, 정말 고마운 사람이다. 티내지도 않은데다, 고마워 할 필요 없다고 말하면서 챙겨주는 사람이다.


"배고프지는 않나? 차리기만 하면 되는 데."

"조금요. 이제 아침 먹을래요?"

"그러지."


유상아는 등을 안았던 손을 풀었다. 국자로 떡국을 퍼내는 그의 뒤로, 수저와 물, 물컵을 식탁에 차렸다. 둘은 전까지 챙겨 올린 식탁에 앉았다. 떡국에서 풍겨나는 고소한 냄새가 좋아, 유상아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에도 가장 좋은 것은, 제 앞의 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