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다 더 짧음... 하루 한편 어케 쓰는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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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중혁은 눈을 떴다. 저 멀리 보이는 돔에서 붉은 불꽃과 검은 불꽃, 황금빛이 빛나면서 전자기타 소리가 들려오는 걸 멍하니 듣다가 다시 눈을 감았다.

'시끄럽군....'

사실 꽤나 반복된 일상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오늘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든 유중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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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평화로운 아침식사. 소나기가 내려 창문에 부딪히는 빗소리를 들으며 모두가 밥을 먹는 가운데,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사람이 한명 있었다.

''현성씨, 이것도 먹고, 저것도 몸에 좋으니까 먹고요.''

''네...''

''야, 네가 이현성 보모냐?''

''어머, 저흰 사귀는 걸요? 앗, 현성씨! 토마토 빼지 말라니까!! 어떻게 독자씨를 닮아가는 것 같지??''

''희원씨, 저는 왜''

''아참, 수영씨? 수영씨도 부러우면... 뭐, 힘내요?''

''....''

한수영이 이를 뿌드드득 갈았다. ...저러다 이빨 다 갈리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중간에 내 말이 무시당한 것 같지만 분명 기분 탓일 거다. 암, 그렇고말고.

''그나저나 진짜 수영 언니는 언제 사귀어요? 사부도 사귀는데?''

이지혜는 놀리려고 그러는지, 갑자기 오늘 아침부터 한수영을 수영 언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한수영이 누군가를 사귄다고? ...

''(피식)''

''...김독자. 너 진짜 한번 먼지나게 맞아볼래?''

''밥상 앞이다. 팰 거면 밥 다 먹고 패도록.''

''누가 지금 당장 팬댔냐!!''

역시 유중혁. 산전수전 다 경험해본 회귀자 님은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는다. ...아, 한 사람 앞에서만 빼고.

''이설화 씨.''

''중혁이 잘 부탁드립니다.''

''김독자. 너...''

''...? 네, 물론이죠!''

이설화 몰래 노려보는 유중혁한테 낄낄 웃어주었다. 그때, 잠시 잊고 있던 한수영이 내 발을 꾸욱 밟는게 느껴졌다.

''(소곤소곤) 김독자...''

오히려 또 놀려주고 싶어서 무심코 말했다.

''수영아...너무 가까워서 입에서 레몬향이 훅 난다...''

''아저씨, 수영언니를 한수영이라고 부르더니 이젠 수영아라고 부르네? 혹시 둘도 사귀어?''

''그러고보니 둘이 꽤 친해보였죠~. 어제도 수영씨가 독자씨 방 앞으로 가서 서있던데.''

''아닙니다. 그건 어제...아''

''어제 뭔데?''

망했다. 옆에서 한수영이 살기를 담은 눈빛으로 째려보는 게 느껴졌다. 주르륵 하고 식은땀이 흐르는데 천사가 나타났...아니 유승이가 말했다.

''저흰 이만 가볼게요.''

''그래~. 학교 잘 갔다오렴.''

''그건 그렇고, 아저씨. 진짜 아니야?''

젠장. 모자랐나.

''아니거든..? 그리고 왜 나한테만 그러는데?''

''아니...수영언니 지금 표정이...''

그 말에 돌아본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천하의 유중혁조차 ''...그럼 난 다 먹었으니 이만 가보지.''하고 일어나서 도주(?)할 정도의 박력이 담긴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슬쩍 [전지적 독자 시점]을 써 보니

'김독자. 맘 읽고 있냐? ㅆㅂ. 죽인다.'

....튀는 게 좋을 것 같다.

''어...음...  나 할 일이 있어서 이만 들어가 봐야할 거야...음 잘 갔다오렴, 지혜야.''

''왜 말투가 갑자기 그래? 그리고 아저씨 백수잖아! 뭐 할게 있다고ㆍㆍ''

뭐라뭐라 소리치는 걸 냅두고 방으로 돌아왔다. 더 있으면 정말 죽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침대에 드러누웠다. 마지막에 들은 말이 찔리지만 아무렇지 않다...  어라? 왜 눈이 촉촉하지?

....

햇빛이 밉살맞은 김독자 웃는 얼굴처럼 환하게 빛나는 낮에 한수영은 학교 복도를 걷고 있었다. 수업을 할 때도, 커피를 마실 때도, 그녀가 좋아하는 고양이 영상을 볼 때도 계속 김독자의 말이 떠올랐다.

'진짜 아니야?'

'아니거든?'

그 덕분에 한수영은 계속 짜증난 상태였다. 오죽하면 계속 말을 걸어오던 학생들도 주춤거리며 자리를 피할 정도. 한수영은 옥상에 도착해 자리에 앉아 펜을 들고 낙서하다가 김독자 얼굴처럼 보여서 마시던 캔을 비둘기한테 던져버렸다.

'하 씨... 왜 자꾸 그자식이 그러는게 화가 나지?'

한수영은 계속 생각했다.

'아니, 그렇다고 하고 넘어갈 수 있는데 그렇게 단호하게 아니라고 할 일인가? 아니, 할 일인건 맞는데 그래도...아니지, 씨발, 진짜 돌은 건가?'

그러다가 김독자가 '수영아'라고 불러준게 떠올라서 또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갔다. 아마 그 모습을 김독자가 보고 있었다면 '역시 흑염룡의 영향을 받아버린건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실실 웃고 있던 한수영은 뇌내 테이프 재생을 멈추고선 정색했다. 그리고선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자신이 아는 한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찾아가보기로 결심했다.

...물론 그 전에 심연의 흑염룡한테 전음을 보내서 고함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애꿎은 염룡이는 아침부터 계속된 공연 중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지만...뭐, 업보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