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 손에 쥔 엿은 꽤나 단단했다. 달라붙는 엿처럼 붙으라는 의미와는 다르게도, 차가워진 엿은 꽤 딱딱해 달라붙을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 모양새가 꼭 시험에 붙지 못할 것이라 조롱하는 듯했다. 입에 넣으면 이가 깨질 듯 단단한 것이 그처럼 점수나 박살나지만 않으면 다행이었다.
먹색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보고선 지혜는 한숨을 쉬었다. 비가 내릴 듯이 어두운 하늘이었다.
어둑어둑한 하늘이 꼭 앞길 같기만 하다. 시험은 끔찍하기만 한 것이었다. 망치지 않았던 것이 없었는 데다, 이번 시험은 보통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대학 수학능력 시험. 고등학생의 최대고민이라던 그 시험 날은 오늘이었다. 망치고 싶지 않았으나 결과가 어떨지는 알 수 없었다.
라디오로 강의를 듣고 교과서에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어가며 밤을 새던 것이 몇날이나 되는 지도 모른다. 내려가려는 눈꺼풀을 필사적으로 들어 올리며 한 문장이라도 더 담았다. 평소에는 연도 없었을 문제집을 질리도록 풀었다. 가산점은 있다지만 적어도 수능 만큼은 망치고 싶지 않았다. 10여년이 넘는 시간은 이 수능을 위한 것이었다고 하던데 망친다면 너무나 허망하지 않을까. 십여년이 넘늠 학교 생활을 떠올리며 결의를 다지듯 손을 꽉 쥐었다.
새하얗던 엿이 손에서 녹았다. 녹아내린 엿처럼 붙길 바라며 조금은 말랑거리는 감촉을 즐기듯 만졌다. 시험장까지는 그리 먼 거리가 남아있지 않았다. 철문 위에 휘날리는 현수막이 현실감을 천천히 일깨운다. 정말로 수능이구나,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끼리릭. 학교였던 시험장의 철문이 소리를 토하며 열렸다. 학교의 모양새는 크게 다를 것 없이 비슷비슷한지 처음 오는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묘한 익숙함마저 느껴졌다. 넓은 운동장이 수험생들을 반긴다. 지혜는 쌀쌀한 가을 바람이 부는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걸었다. 어둑어둑한 하늘은 메마른 땅만을 위한 것이길 바라며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먹구름 가득한 하늘에게 위로 받는 수험생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야간이라 불리는 시간대에는 수험표를 들고다니는 수험생들로 거리가 붐빌 것이다. 시험이 끝난 뒤에는 그 속에서 편히 웃을 수 있기를 바라며 지혜는 시험을 치를 교실로 발을 딛었다. 어두웠던 하늘에 구름이 걷힌 것은 그때였다. 밝아진 하늘을 보면서 지혜는 옅은 미소를 띄웠다. 어려운 문제들은 엿이나 먹으라지. 엿먹어라 새끼야. 그것만이 어려운 문제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었다. 세상에 못 해낼 일이란 없었다. 어느 가을의, 수능 날이었다.
+그냥 수능 보던 지혜는 어땠을까 싶어서 쓴 글. 왜 쓴건지는 나도 몰라;
사실 문단의 앞 글자만 따보면 욕 한문장이 나오는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