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다 했어?"
"어, 이제 가자."
약속했던 날이 다가와 드디어 여행을 가는 날이 되어 나와 한수영은 각자의 짐을 들고 집을 나섰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네, 잘 다녀오겠습니다."
"집 잘 지켜!"
집에 남아있는 유상아의 배웅을 받으며 나는 새로 장만한 [X급 페라르기니]의 시동을 걸고 조수석을 열어 한수영에게 손짓했다.
"타."
"히히. 응."
한수영이 내 배려에 작게 웃으면서 차에 태우고 나도 바로 타, 언제나처럼 직접 안전벨트를 매주었다.
"항상 고마워."
"뭘, 이런 거 가지고."
"그래도 이런 사소한 일에도 감동하는 게 여자라고."
"내 여자니까 사소한 일도 신경써야지."
".....미쳤어...."
얼굴을 가득 붉히며 입꼬리를 한껏 올린 한수영에게 짧게 입 맞추고는 바로 운전을 시작했다.
연애를 처음 시작하고서부터 한수영과의 연애는 크게 변함 없이 이어져갔다.
가끔은 다투기도 했지만, 한수영을 좋아하는 내 마음이나 얼굴만 봐도 좋고 설레는 감정은 사라지긴 커녕 점점 커져만 갔고, 그건 한수영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수영이가 얼굴 안 붉히면 오히려 이상할 것 같단 말이지.
나와 조금만 달달한 분위기가 나면 한수영은 토마토같이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는 했고, 그런 반응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질릴 틈도 없었다.
그리고....이번 여행에서는.....
"후....."
"왜 그래?"
".....어?"
"갑자기 왜 한숨이야."
내가 한숨을 쉬었나?
이거 큰일인 거 같다.
아무래도 깜짝 이벤트로 준비한 것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긴장해 몸이 굳은 것 같다.
"아무것도 아냐."
"뭐야....수상한데."
내가 생각해도 뜬금없는 한숨이었지만, 내 표정이 어둡거나 하지는 않았기에 한수영은 금새 의심을 풀었다.
"뭐, 아무튼 기대된다."
"여행가는 거?"
"당연하지! 데이트는 해봤어도 날잡고 가는 여행은 처음이잖아."
"여행 많이 가야겠네."
사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한수영과 나는 어렸을때부터 좋지 않게 자랐기에 여행이라는 것 저체가 이번이 처음이라고 봐도 괜찮았다.
그 말은 겉으로는 크게 티가 나지 않아도 마음은 크게 들떠있다는 것.
첫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이랑 오다니.....
나는 신나서 눈을 감고 흥얼거리는 한수영을 가만히 바라보며 작게 웃음 지었다.
"뭘 그렇게 보냐?"
"음...."
딱 들켜버렸다.
"좋아서?"
"....멍청아 운전 중에는 앞이나 봐."
네네. 알겠습니다요.
내가 버튼을 눌러 자동차의 천장을 열어주자 한수영은 암흑성때가 생각났는지 나를 보며 작게 웃더니 팔을 높이 들어 크게 외쳤다
"자기랑 여행간다!!"
"자, 자기?!"
"히히."
하여간....절대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니까.
*
"도착했다!"
"오오....인터넷에서 본 것보다 좋은데?"
인터넷으로 펜션을 빌려 실제로 어떨지 고민했지만, 이 정도면 완전 좋은 펜션이었다.
"우선 짐부터 풀까?"
"주인분한테 말부터 드려야지."
"아, 그러네...."
우선 차에서 짐을 내리고는 주인을 만나 설명을 듣고 펜션 안으로 들어갔다.
"와아....진짜 좋은데?"
"그러게, 운이 좋네. 사진에서 본 것보다 좋아."
깨끗한 시설은 당연히 좋았고, 방에 있는 커다란 침대와 거실과 투명한 문으로 연결된 실내 풀은 여행을 왔다는 사실을 더욱 부각해주었다.
"뭐부터 할래?"
"내일은 바깥 돌아다닐 거니까, 오늘은 안에서 푹 쉬다가 풀에서도 좀 놀고 하자."
"좋아."
처음 온 여행에 들뜬 우리는 서로 장난도 치며 펜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슬슬 점심 먹을까?"
"뭐 먹을거야?"
들뜬 마음으로 지금의 시간을 즐기다, 한수영이 작게 웃으며 밥을 제안해왔다.
"딱 기다리고 있어."
"너가 직접 하려고?"
"그럼, 이 누나만 믿어라."
그러더니 한수영은 챙겨온 가방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하며 꺼내더니 주방으로 향했다.
"뭐하려고?"
"음....맛있는 거?"
한수영의 요리하는 것은 처음 보는 것이고, 또 처음 먹어보는 것이기에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나는 얌전히 자리에 앉아 지켜보기로 했다.
"흠~흠~"
신난듯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요리를 하는 한수영을 보고서 나는 나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흐뭇하게 웃으며 바라봤다.
어쩜 저렇게 사랑스러울까.....
앞치마를 메고 머리를 묶은 모습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 자기도 모르게 껴안고 싶어졌다.
"....너무 뚫어져라 보지마...."
"좋은 걸 어떻게 해."
"....뽀뽀나 해주든가."
"얼마든지."
그런 부탁이라면야.
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한수영을 그대로 뒤에서 끌어안고는 한수영이 고개를 뒤로 돌려주자 그대로 입을 맞췄다.
쪽.
"음....조금만 더."
그리고 곧장 두손으로 얼굴을 잡아 다시 입을 맞췄다.
"으음....요리 해야해....."
"하아....알았어."
가벼운 뽀뽀가 점점 키스로 바뀌어가자, 한수영이 고개를 숙이며 나를 조심히 밀어냈다.
".....이따가 해...."
".....미치겠네."
안 그래도 여행 전에 있던 일로 참을성이 점점 없어지고 있는데, 저 귀여운 존재는 그런 내 마음에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흔들고 있었다.
"요리 다했어."
"우와....."
한수영이 준비한 음식은 파스타였다.
딱 보기에도 훌륭한 비주얼을 뽐내는 파스타에 나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었다.
"너 원래 이렇게 요리 잘했어?"
"그냥.....좀?"
"이건 좀이 아닌데?"
"맨날 사이코패스가 요리하니까 할 일이 없었던 거지."
와.....정말 최고의 여친이야.
한수영이 접시에 예쁘게 플레이팅 한 파스타를 보고 나는 한수영에게 시선을 돌려 지긋이 쳐다봤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응?"
"아, 아무튼! 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고."
....그런 눈이라니?
"얼른 먹어! 식으면 맛없어."
"그래도 맛있을 거 같은데.'
내가 어느때와 같이 능글맞게 웃자, 한수영은 얼굴을 붉히며 마주앉아 포크를 들었다.
"말만하지 말고, 먹어 봐."
"잘 먹을게."
그리고 나도 그대로 포크를 들어 파스타를 한 입 먹어보았다.
"맛있어...."
"그래....?"
"어. 진짜 맛있어....."
비주얼만큼이나 맛있는 요리에 나는 다시 파스타를 포크로 먹기 시작했다.
"음~"
"진짜 맛있어?"
"어."
"다행이다."
내가 진심으로 맛있어하며 먹는 모습을 보고는, 그제서야 한수영도 마음 놓고 파스타를 먹기 시작했다.
"천천히 먹어. 체할라."
"알았어."
빠른 속도로 비어지는 내 접시를 본 한수영은 한눈에 봐도 기분 좋아보이는 미소를 지으면서 식사를 마쳤다.
"고마워, 잘 먹었어 수영아."
"그래, 잠시 쉬고 있어 난 설거지 하고 올게."
"어? 잠깐만."
그리고 혼자 설거지를 하려는 한수영에게 다가가 옆에 바짝 붙어섰다.
"뭐하게?"
"같이 해주려고."
".....어?"
"설거지. 같이 할거라고."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한수영의 옆에 바짝 붙어서서 설거지를 시작했다.
"이거 물 약간 남았는데 그냥 자 마실까?"
"어? 음....그냥 마셔버려."
"알았어."
설거지도 거의 다 끝났고....다하고 풀에나 들어갈까?
"우리 자기 멋있네?"
"커헉!"
물을 마시며 생각하던 때, 갑자기 훅 들어온 말에 그만 마시던 물을 뿜어버렸다.
"콜록! 콜록!"
"크크크크. 자기야 괜찮아?"
"너....너 갑자기 왜 그러냐?"
"내가 뭘~?"
사실 저번에 데이트 내 생일날에 난 창피아닌 창피를 당한 적이 있었다.
"너....이런게 그렇게 좋냐?"
"조용히 해."
"왜? 불리기 싫어?"
".....나 옷 좀 갈아입고 온다."
"어? 독자야! 어디가!"
나는 급한 대로 방으로 도망쳐서 잠시 과거를 회상했다.
「그 일은 내 생일날 한수영이 준비한 이벤트에 있었다.
"얼른 오세요!"
"어딜 이렇게 가는 건데....."
아이들이 재촉하는 바람에 정신없이 밖에서 집으로 들어온지 얼마 되지도 않아 딱 옷만 갈아입고서 한수영의 방으로 이동했다.
달칵.
"독자야!"
"응?"
""생일 축하해!"요!"
파바방!
폭죽이 터지며 나를 감싸고 눈 앞에는 케이크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자신의 여친이 있었다.
"아하하.....감사합니다."
"독자 씨, 얼굴부터 감추고 아무렇자 않은 척 하세요."
"티납니까?"
"엄청요."
나는 그제서야 환하게 웃으면서 감사를 표하자, 한수영이 투덜거리며 나를 노려봤다.
"야, 김독자. 나 슬슬 팔 아프거든? 이제 초 좀 불지?"
"어? 알았어."
후.
초를 불어 꺼트리자, 다시 박수와 축하가 나왔다.
"야, 근데 너 아직도 독자 씨한테 김독자라고 불러?"
".....뭐가?"
"그렇잖아. 사귀는 사이이고 사소한 기념일도 다 챙기는 커플이 아직까지도 가끔 제외하고는 서로 반말하고 성까지 붙여서 이름으로 부르니까."
"......"
"그러고보니까 그렇네. 아저씨는 수영언니 그냥 이름으로만 부르지 않아?"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독자라고 부르는 거 어색하단 말이야."
[성좌, '악마같은 불의 심판자'가 눈을 빛내며 당신들에게 제안을 합니다.]
"우리엘?"
그러자, 그 메시지와 함께 허공에서 나타난 비유가 하나의 아이템을 꺼내주었다.
[바앗!]
[김독자 판독기]
"이게 뭐야?"
"이거 그거에요. 비유가 저번에 만든 1회용 아이템인데 아마 아저씨에 관한 내용을 골라서 판독하면 순위를 알려주는 아이템일걸요?"
"언제 이런거까지 만들었어?"
"저기....여러분? 뭔가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르는데, 그만하시-"
"좋아! 해봐요!"
이지혜가 신난듯 떠들며 아이템을 들고 판독할 내용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거 어때요? 호감도같은 거는 뻔할테니까. 아저씨가 듣고 싶어하는 호칭 순위?"
"오! 좋네! 독자 씨가 제일 좋아하는 호칭을 수영이가 부르면 되는 거니까."
"시시하군."
"중혁 씨. 이럴때는 같아 해주는 거에요."
".....알았다."
어떻게든 막으려는 나를 무시하고 무관심함 유중혁마저 이설화가 막자, 결국엔 모두 결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이제 그만하시는게."
"독자 씨는 가만히 있으세요."
".....상아 씨마저...."
일행들은 나를 확실히 막아서고는 [김독자 판독기]라는 이상한 아이템에 질문을 했다.
"김독자가 가장 좋아하는 호칭을 알려줘."
['김독자'가 가장 좋아하는 호칭의 순위를 알려드립니다.]
[10위. 네 놈.
9위. 바보.
8위. 멍청이.
7위. 아저씨.
6위. 형.
5위. 독자 씨.]
"음....? 몇 개 이상한 게 껴있네요?'
"뭐, 그래도 그나마 정상적이네요."
하지만 순위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떠올랐다.
[4위. 김독자(독자).
3위. 서방님.
2위. 자기.]
순위가 1위만을 남겨두자, 일행들은 그 전까지의 호칭을 보며 한수영을 바라봤다.
"그래도 수영이가 부르는게 4위긴 하네."
"그 와중에 '자기'가 2위야. 이거 수영 언니가 부르면 좋아죽는 거 아냐?"
"그만....."
그리고 곧바로 1위가 발표되자 일행들은 웃음을 터뜨리며 나와같이 한수영을 보며 웃어댔다.
[대망의 1위. '오빠.']」
"하....."
정말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해도 너무 창피한 일이었다.
그 이후로 한수영은 가끔씩 나를 놀리거나 할때, '자기'라고 부르며 나를 놀렸고, 왜 '오빠'라고는 하지 않냐는 일행의 질문에 그거는 진짜 더이상 자기자신이 아니게 될 것 같아 말하며 거절하였기에 '자기'로 만족하도 있었다.
"독자야! 뭐 하느라 이제 나....와?"
"옷 갈아입었어."
내가 방안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한수영이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마주보다가 벗고 있는 내 상체르 보고 고개를 숙였다.
"....풀 들어가려고."
"아, 아....응 나도 금방 갈아입고 올게."
"천천히 해."
먼저 풀로 향한 나는 천천히 심장을 적시고 그대로 먼저 들어가서 물의 온도를 확인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네."
다행히 물의 온도는 적절했다.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히 미지근한 물.
그렇게 잠시동안 풀 안에 혼자 있자, 문 여는 소리와 함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아, 나왔어? 얼른 들어....."
"....."
와......
"......"
"왜, 왜 그래?"
"와....."
"뭐 말이라도 해봐!"
"너무 예뻐...."
"......"
얼굴을 가득 붉히며 고개를 숙인 한수영과 그런 한수영의 모습을 계속 빤히 보고 있던 나는 순간, 정신을 차리며 몸을 돌렸다.
"어, 엄청 예쁘네!"
"....고마워."
저게 뭐야? 천사? 아니 오히려 악마인가?
부끄러움에 팔로 몸을 약간씩 가린 한수영의 모습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아니, 나야말로 고마워....."
"어?"
"어? 아, 아니 그게 아니라 풀 들어오라고."
내가 말실수를 다잡고 한수영을 부르자, 그제서야 한수영이 발걸을음 옮겼다.
미치겠네.....
한수영아 입고 있는 것은 비키니였다.
한수영을 상징하듯 검은색으로 되어 끈이 배 부분에 엑스자로 연결되는 비키니.
.....아냐 진정해 김독자.
여행을 와서 그런지, 단둘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런지, 아까부터 더더욱 인내심의 한계가 찾아오는 일이 잦았다.
"....비키니 어때?"
"어? 엄청 예쁘다고 생각하는....데."
".....근데 왜 안 봐줘?"
"어?"
"아까부터 이쪽을 전혀 쳐다보지를 않잖아."
"아니....그게....."
진심으로 위험하다니까.
"너무 예쁘니까.....진심으로 더이상 참기 힘드니까....일단은 넘어가주라."
"....."
"미안, 기분 나빴지."
"....아니."
"어?"
".....내가 여행오기 전에 말했잖아. 나랑 하고 싶냐고, 너가 그렇다며."
"아니.....그게...."
"그런 얘기까지 나온 상황에서도 너랑 둘이 여행와서 비키니까지 입었으면 봐도 괜찮다는 뜻이겠제 멍청아."
".....미안, 눈치가 없었네."
나와 둘 다시에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어색해....그래도 수영이가 먼저 용기 내 줬으니까.
"사랑해. 수영아. 진짜로 너무 예뻐."
".....바보."
"....? 수, 수영아?"
"혼나야지."
촤아악.
천천히 다가가 한수영을 끌어안았다가, 한수영이 나를 보고 작게 웃더니 내 얼굴에 물을 뿌렸다.
"푸헉....!"
"나쁜 김독자!"
그리고 계속해서 내게 물을 뿌려대자, 결국 나도 똑같이 물을 뿌렸다.
"너 잡히기만 해!"
"나 잡아봐라!"
결국 어색한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지고, 나와 한수영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재밌게 물놀이를 마칠 수 있었다.
"아....잘 놀았다."
"나 먼저 씻고 나올게."
"알았어. 저녁 어떻게 할래?"
"바베큐!"
"알았어 준비해둘게."
물놀이를 마친 후, 나는 먼저 바베큐를 먹기 위해 준비를 시작했고 한수영안 먼저 씻으러 들어갔다.
*
"나 나왔어."
"아 나왔어?"
"응, 이제 너 씻고 나와."
"이거 세팅은 다 해놔서 나 나오면 고기만 구우면 돼."
"올~ 우리 남친 일 잘한다?"
얼른 씻고 나와야지.
.
.
.
"이제 구워먹자."
"좋아!"
치이이익.
"맛있겠다...."
이왕 여행을 와서 구워먹는 고기였기에, 특별히 좋은 품질의 고기들만 구해와서 그런지, 보기만해도 군침이 돌기 시작했다.
"자, 이거 먼저 먹어."
내가 다 구워진 고기를 적당히 잘라 한수영의 앞에 주자, 한수영은 눈을 빛내며 그 고기에 젓가락을 가져갔다.
"잘 먹을게."
"응."
그리고 내가 다시 고기를 구우려고 몸을 돌리려던 찰나 입 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읍?"
"우리 남친. 고기도 구워주고 나 먼저 챙겨주고 좀 멋있네?"
"윽...."
한수영의 달콤한 말투와 칭찬에 나는 나도 모르게 얼굴을 잔뜩 붉히며 고기를 구웠다.
"....당연하지. 누구 남친인데 한수영 남친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어, 어?"
"수영이가 싸줘서 그런지 고기가 더 맛있네."
"그만해....."
내가 지지않고 더욱 달콤히 말해주자, 이번에는 한수영이 더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했다.
"이것도 먹어봐."
"독자야 이거."
"안 힘들어? 내가 구울까?"
"수영아, 이거 괜찮아?"
"음 이것도 맛있네."
"수영아 나 음료좀."
그 후로도 우리는 서로를 챙겨주며 고기를 먹었고, 모든 식사를 마치고 정리 후에 맥주캔을 하나씩 들고 가볍게 목을 축이고 있었다.
"좋다...."
"뭐가?"
"너랑 여행온거."
"다행이네."
다행히 한수영이 이번 여행을 재밌게 즐겨준 것 같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 마지막 단계인가....
"지금 몇시지?"
"지금? 8시 반 좀 넘었네."
"수영아."
"응?"
"밥 먹은 거 치우고 영화 볼래?"
"영화? 음....그래."
휴....일단은 성공이다.
나는 그대로 맥주를 입 안에 털어넣고는 먼저 일어나 바베큐했던 것들을 치우기 시작했고, 곧이어 한수영도 도와 금방 치우고서 씻고 나오기로 했다.
"후....나는 일단 씻고 나왔고, 시간은 대충....아직 괜찮아."
나는 곧바로 거실로 가서 티비로 미리 보려고 준비해놨던 영화를 틀어놓고 간단한 입가심 용 음료와 과자를 준비했다.
"이 정도면 될테고...."
한수영은 여자이기에 씻고 나오는데 조금 걸리기에, 아주 조금의 여유가 남았었다.
그건 챙겨서 언제든 잘 꺼내도록 잘 놔뒀고....마지막 확인도 끝났으니까.....아!
과자를 먹고 손을 씻을 수 있도록 물티슈도 준비해뒀다.
혹시 모르니까 담요같은 것도 챙겨둘까? 만약 수영이가 졸리다고 자지는 않겠지?
점점 시간이 다가와서인지, 괜스레 잡다한 생각이 꼬리를 물며 떠오를 때, 그런 생각이 단번에 날아가 버렸다.
"수영아."
"응? 왜?"
.....왜 갑자기 더 예뻐보이지?
몸에다가 목욕가운을 입고 나온 한수영을 보자,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정신 차리자.....
워낙에 예쁜 얼굴을 가졌기에, 화장 없이도 너무나 예뻐보였다.
"진짜 예쁘다....."
"가, 갑자기 뭐래? 영화나 보자."
갑작스런 내 칭찬에 한수영은 얼굴을 붉히고 뭐라뭐라 중얼거리더니 미리 준비해둔 자리에 앉았다.
"영화 튼다?"
"근데 무슨 영화야?"
"어? 그냥....로맨스야."
"음....로맨스."
-너가 나한테 그랬잖아.
-너를 위한 글을 쓰면.....그러면 될까?
-.....이미 늦었어.
-그럴지도 몰라.
일부러 로맨스에서도 주인공인 작가인 영화로 골랐다.
"흐음....괜찮은데?"
"그래?"
다행이다.....일부러 계속 조사해서 찾은 영화였는데.
작가라는 직업과 좋은 결말, 뛰어난 작품성을 가진 영화로 골라야했기에 굉장히 힘든 선정 작업이었다.
"다행이네, 괜찮다니까."
나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영화에 집중했다.
마침 딱 하이라이트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사랑해.
-.....
-너만을 사랑해. 쉬지 않고 글을 쓸정도로 사랑해.
-.....나도.
-.....어?
-나도 사랑해.
주인공과 여주인공의 사랑이 이루어져 서로 키스를 하는 장면.
"....."
.....예쁘다.
어느새부터 키스씬을 무시하고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한수영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앞으로는 평생 사랑을 적어가는 거야.
-함께?
-함께.
"재밌었다."
한수영이 영화가 끝나자 기지개를 쭉 켜며 적게 웃음 지었다.
"잘 찾아왔네? 김독자."
"당연하지. 너랑 보는 건데."
"근데 너는 왜 안 보고 날 보고 있었어?"
".....어?"
"너 가장 중요한 장면부터 내 얼굴만 보고 있었잖아."
들켰나.
"뭐 어때? 내 여친 내가 보겠다는데."
"네 여친이기 전에 나 자신이거든?"
영화가 끝나자, 나는 한수영과 대화를 하다가 흘낏 시간을 바라봤다.
[11:58]
"크흠....."
"음?"
내가 시계를 보고 작게 헛기침하자, 한수영은 나를 수상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너 뭐하냐?"
"그냥, 시간 확인했어."
나는 작게 웃으며 한수영의 시선을 내게로 돌리고 미리 준비해뒀던 상자를 꺼내 손에 쥐었다.
[11:59]
"수영아."
"응?"
이제 슬슬 시작할 때다. 그토록 기다리던 일을.
"사랑해."
"....."
갑작스런 내 고백에 한수영이 내 눈을 피하고 얼굴을 붉혔다.
"수영아, 정말로 사랑해. 너랑 처음 만나고부터 참 많은 일이 있었어."
"으응....."
"처음에는 적이었지만, 넌 누구보다 내 이해자가 되어주었고, 나를 몇 번이고 구원해줬어."
"뭐....알고 있으면 감사하라고."
"그리고 시나리오가 끝나고서도 여러가지 아픔이나 일들도 많았지만, 지금 이렇게 이 자리에 단둘이 있기도 하고."
"....."
그제야 슬슬 무언가를 눈치챈 것인지, 한수영이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거나, 눈을 이리저리 돌리거나, 목을 가다듬는 등 자기관리를 했다.
"그리고 이제 막 사귄지 1주년이 되었어."
[12:00]
"그래서 어쩌면 이르다고도 할 수 있지만, 너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었고,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
"......"
"수영아 나랑 결혼해줄래?"
아주 오래전부터 계획된.
어쩌면 세계가 생겨났을 때부터 예견된 일일지도 모른다.
너와 내가 만나서 이렇게 사랑하고, 힘들어하고, 행복해하는 이 모든 것들이 어쩌면 이미 정해져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이후에 일어날 일도, 나올 대답도 내가 꿈꾸던 것과 정해진 일이 일치하기를 바랄뿐.
"......응."
고개를 붉히고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들려온 대답에 내 세상에 새로운 색깔이 생겨난 순간이었다.
그럼 이제 내가 할 일은 하나다.
"손 좀 줄래?"
"....."
한수영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는 듯 왼손을 천천히 뻗어왔고, 나는 준비해놨던 상자를 열어 작은 반지를 꺼냈다.
손이 매우 작기에 걱정이 앞서면서도 그 손으로 쓴 글이 나를 몇 번이고 살게 해주었다는 것을 알기에 그 무엇보다 강인해보이는 손이었다.
".....딱 맞네?"
"몰래 재봤으니까."
나는 작게 웃으며 한수영의 왼손 약지에 반지를 끼워주고 작게 웃었다.
"....너도 손 줘."
".....응."
그러자, 한수영은 내 손에 들린 상자에서 다른 한 쪽 반지를 꺼내 내 왼손 약지에 끼워주었다.
[설화, '사랑의 서약'이 당신들의 앞길을 축복합니다.]
"이런 것도 설화가 생기네."
"이런 것이니까, 생기는 걸수도."
나는 한수영의 말에 대답하며 짧게 입을 맞추었다.
"사랑해."
"......"
"진짜로 사랑해. 수영아."
"나도....."
"응?"
"나도 사랑해. 독자야."
그리고 서로 사랑을 다시 확인하고, 이번에는 한수영이 먼저 다가와 내 목에 팔을 두르고 키스했다.
쪽. 쪼옥.
"하....."
"계속할게."
츄웁. 츕. 츄웁.
서서히 입을 맞추고, 사랑을 확인하다가 서서히 인내심이 바닥난 나는 한수영과 입을 맞추는 상태 그대로 한수영을 들고 일어나 침대로 이동했다.
"김독자....."
"......"
내 눈빛을 보고 내 마음을 눈치 챈 한수영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해."
".....나도. 나도 사랑해."
뜨거운 사랑은 이제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