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나와 똑같은 얼굴을 한 아이.
그 아이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가장 오래된 꿈'을 끝내시오.]
[부러지지 않는 신념]이 울었다. 나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나와 똑같은 얼굴을 한 아이, 그 아이의 얼굴 앞에 시나리오 창이 떠올랐다.
나와 같은 시나리오 창, ['가장 오래된 꿈'을 끝내시오.]
"그래, 드디어..드디어.. 꿈을 끝내자."
아이가 다가왔다. 김독자를 닮았지만 어딘가 마모된 얼굴, 마치 다른 인생을 살아온 얼굴이였다. 마치 유중혁과 은밀한 모략가, 한수영과 1863회차의 한수영 처럼
[성좌, '가장 오래된 꿈'이 격을 방출합니다!]
[전용스킬, '제 4의 벽'이 감당하지 못하는 격입니다!]
나는 처음으로 온전히 현실에 드러났다.
"그래, 그게 내가 겪어온 삶이야, 어떤 보호막도 없는 삶."
['가장 오래된 꿈'이 성흔, '꿈의 실현'을 발동합니다!]
[흑천마도가 생성됩니다!]
가장 오래된 꿈이 흑천마도를 들고 나한테 달려들었다. 나는 격에 짓눌려 움직이지 못했고, 칼날이 목을 그으려는 찰나
"정신차려라! 김독자!"
유중혁이 달려들어서 막아내었다.
가장 오래된 꿈이 유중혁을 보고 말했다.
"유중혁..? 너 유중혁이야?!"
"...그래 내가 유중혁이다."
"드디어 만났구나. 하지만 네가 아냐."
"나는 네놈을 모른다."
"나는 너를 알아, 그러니 유중혁 비켜. 너희들이 아는 독자를 죽여야 해. 허락해줘."
"저 녀석은.. 나의 동료다. 죽이게 두지는 않겠다."
[설화, '생과 사의 동료'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럼 쓰러뜨리고 지나가야겠네."
가장 오래된 꿈이 슬픈 눈으로 우리를 봐라보았다. 그와 동시에 전투가 시작되었다. 가장 오래된 꿈의 검술은 뛰어나지 않았다. 다만 세계가, 개연성이 그를 돕고 있었다. 움직임 하나하나 개연성의 연속이였다. 그 유중혁조차도 밀리고 있었다.
[스킬, '만다라의 시간'이 발동합니다!]
상황을 빨리 눈치챈 유상아가 유중혁을 도와 가장 오래된 꿈에게 디버프를 먹였다. 가장 오래된 꿈은 유상아를 보더니 매우 당황하였고 그틈을 놓치지 않은채 정희원이 심판의 시간을 발동했다.
[심판의 시간을 요청 합니다.]
"그건 안돼, 이계의 신격의 시선을 끌어."
[설화, '빛과 어둠의 계절'이 강제로 무대화를 발동합니다.]
['가장 오래된 꿈'이 심판을 반대합니다.]
[무대화를 종료합니다.]
강제로 무대화를 발동시켜 성마대전때의 절대선 성좌들의 행적을 이용하다니 말도 안되는 격이다. 개연성 그 자체 이것이 가장 오래된 꿈의 힘이였다. 하지만 시간을 끈게 무의미하지는 않았다.
[성좌, '구원의 마왕'이 격을 드러냅니다!]
시간을 벌어 속박에서 풀려난 나는 일행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첫번째 방법과 두번째 방법이 있습니다. 첫번째 방법은..."
"세번째로 가죠."
정희원이 웃으며 세번째 방법을 말했다.
"갑시다. '김독자 컴퍼니' 마지막 싸움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3번째 방법은 아니다. 매우 잔혹한 구원, 구원의 마왕의 마지막 설화다.
꿈임을 알아도 벗어날 수 없는 매력적인 이야기, 그것이 나에게는 멸살법이였다.
만약 내가 멸살법의 일행들과 함께할 수 있다면...
...있다면?
[성흔, '꿈의 실현'을 발동합니다.]
[개연성이 모자랍니다.]
[현실을 바꾸는 대신 새로운 꿈을 만드는것이 가능합니다.]
['끊어진 필름 이론'의 효력이 사라집니다.]
방금 그건.. 가장 오래된 꿈의 기억..? 그렇다면 이 세계는?
"맞아, 현실을 바꾸지 못한 망상의 세계지."
어떻게 된건진 모르겠지만 가장 오래된 꿈이 이 세계를 만들어 냈고 그럼 나는... 가장 오래된 꿈이 만든 세계의 김독자.. 라면 저 김독자가 진정한 '나'라는 거다.
[제 4의 벽이 크게 흔들립니다.]
그때 유중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차려라 김독자, 한심한 생각하지 마라. 나라는걸 규정하는게 쉬운줄 아나? 가짜가 현실이 되는 세계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게 필요한 일인가?"
[전용스킬 '제 4의 벽'이 발동합니다.]
"나는 나의 생일을 모른다. 하지만 나의 스승이 나의 생일을 정했주었고 그것은 나의 설화가 되었다. 나를 규정하는게 설화라면,"
"저 녀석과 너는 다르다. 내가 아는건 그것뿐이다."
"개자식, 주인공이라고 멋진 말은 다 하네."
"닥쳐라 한수영, 그럴 시간에 공격이나 해라."
"하고 있거든?!"
말은 저렇게 하고있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김독자 컴퍼니 전원이 달려들어도 생채기 하나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길영이가 벌레를 이끌고 접근하니 틈이 생겼고 일행들이 틈을 파고들고 있었다. 결국 그 방법을 사용해야 겠다.
"가장 오래된 꿈, 왜 이런짓을 벌이는 거지?"
"너를 죽이려는 데 방해하잖아."
"애초애 나를 왜 죽여서 니가 얻는 이득이 뭔데?"
"너를 지우고 그 빈공간에 내가 들어가기 위해서."
역시.. 이녀석은 나다. 어딘가 다르지만 분명히 나다. 그렇다면 이 녀석도 결국..
"나는 네가 모르는 미래를 알아. 도망친다면 너는 결국 불행..."
"그 세계에 살고 있잖아. 그게 불행이라고?"
"그리고 내가 모르는 미래? 아니 난 너의 삶을 알고 너보다 긴 삶을 살았어. 하지만 넌 나를 몰라."
"알아, 내가 아버지를 죽이고 우리의 엄마가 감옥에 대신 가게..."
"틀렸어."
"...뭐?"
가장 오래된 꿈이 웃었다. 입꼬리는 올리고 눈웃음을 지으며 눈물을 흘렸다.
"우리 엄마가 아빠를 죽였어."
이수경
김독자의 엄마
지하 살인자의 수기의 저자
맞아 우리 엄마는 사실 좋은 사람이야.
근데 왜 감옥에 있는거야?
왜?
아
누명때문이구나
왜 누명을 쓴거지?
왜??
사실 내가 죽였구나.
그래서 우리 엄마가 감옥에 있는거야.
근데 이상해 우리 엄마는 상냥한 사람인데 왜 나를 만나주지도 않는거지.
현실을 망상으로 채웠고 망상은 형태를 갖추었다. 그게 김독자가 산 세계의 진실이였고 가장 오래된 꿈의 세계와는 달랐다.
망상이라도 망상만이라도 좋으니 상냥한 엄마가 있기를 원했던 아이의 망상이 이수경을 만들었고 김독자가 그의 아들이 되었다. 그는 가장 오래된 꿈이 원한 김독자였다.
하데스 같은 아버지가 있으면 좋겠어
"가거라, 명계는 너의 편이다."
제천대성 같은 형이 있으면 좋겠어
"가자, 막내야."
우리엘 같은 누나가 있으면 좋겠어
"너는 이 이야기를 여기까지 본거야."
흑염룡 같은 친구가 있으면 좋겠어
"아아.. 뒷일은 맡긴다 boy."
......상아와 길영이, 한명오 아저씨도 되살아 났으면 좋겠어.
만악 내가 유중혁과 함께 할 수 있는 세계가 있다면..있다면...
아니
있어
[끊어진 필름이론이 강하게 발동합니다.]
[가장 오래된 꿈의 기억이 흘러들어옵니다.]
"그래, 그게 이 세계의 본질이야 망상이지."
"김독자 너는 여기까지 올 수 없었어."
"너는 하데스 같은 아버지가 없어야 했고."
"제천대성 같은 형이 없어야 했어."
"우리엘도 흑염룡도"
"상아랑 길영이, 한명오 아저씨도 죽은채였어야 했고!"
"...유중혁도 너와 함께하지 못했어야 했어."
"너는 나여야 했어, 아니"
가장 오래된 꿈이 울고 있었다.
"나였어야 했다고!!!"
[끊어진 필름이론이 더욱 강하게 발동합니다.]
[가장 오래된 꿈과 공명합니다.]
"그래 나는 너여야 했던거 같아... 나는 부러지지 않는 신념을 목으로 향했다."
김독자!!!!!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불행히도 나는 그 소리가 누구의 것인지도 모른채로 칼을 움직였다."
주마등, 사람이 죽기 전 보는 자신의 설화. 하지만 이번엔 다른 사람의 설화를 보게 되었다.
[당신은 '가장 오래된 꿈'과 공명하고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꿈', 아니 김독자
그는 부모님의 이름을 몰랐다. 아는것은 어머니의 성씨가 '이'씨라는 것 뿐, 하지만 그는 그녀의 부모님에게 이름을 받았다
독자
혼자 살아남으라고 받은 이름이였다.
그는 부모님의 싸움에 시달렸고, 부모님에게 학대를 당하며 살았다.
"내가 너같은 걸 왜 낳아가지고.."
"자 돈이야, 밥이나 쳐먹고 와."
그는 구겨진 지폐를 들고 밖으로 나섰다. 쨍쨍한 빛의 하늘이 몸소 여름임을 말하고 있었다. 벌레들이 울고 그도 울었다. 벌레들만이 그의 소리에 대답했음을 느끼며 그는 자신이 독자임을 깨달았다.
시원한 바람이 흐르며 그의 지폐가 근처의 숲으로 날라갔다. 그것을 놓치면 굶어야 했기에 그는 그걸 쫓았다. 숲을 뒤졌고 돈을 찾지 못하고 있을때
"너 뭐 찾아? 너도 곤충 잡으러 왔어?"
길영이를 만났다.
안녕! 내 이름은 이길영이야!
어... 내 이름은.. 김독자야..
김독자? 책을 읽을때 그 독자야? 신기하다!
내 인생의 장르가 바뀌는 순간이였다.
그 후 집에있기 싫을때마다 길영이를 만나러 숲에 갔다.
길영이는 그런 나와 함께 곤충을 잡으러 다녔다. 곤충은 좋아하지 않았으나 길영이와 함께 있기 위해서 같이 잡고 다녔다.
독자야 따라와 나랑 밥먹자!
나 돈 없는데..
괜찮아 나도 없어!
...훔치는건 안돼.
안 훔쳐 걱정마. 아는 아저씨한테 부탁해보자!
안돼.. 어른들은 밥 달라하면 화내. 돈 줄때까지 기다려야 해.
걱정마. 저기 한명오 아저씨 있다!
한명오 아저씨!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길영이 왔니? 옆에는 친구야?
한명오 아저씨와의 첫 만남이였다.
한명오 아저씨는 좋은 사람이였다. 대뜸 찾아가도 밥을 사주시고 용돈도 쥐어주는 사람, 세상에서 있을 법 하지만 가장 만나기 어려운 사람이였다.
그래 독자야 길영이랑 친하게 지내고 먹고 싶은게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와라!
감..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그래 조심히 가거라.
그 두 사람을 만난뒤는 삶이 조금은 나아졌다. 길영이와 곤충을 잡고 명오 아저씨와 밥을 먹는 순간을 기다렸다. 그는 그때 독자였다. 그 순간만을 읽기위해 기다리는 독자, 그는 그때 독자를 이해했다.
그러고보니 독자야 너는 생일이 언제야?
...몰라
어 왜?
부모님이 안 알려줬어..
음.. 그러면 우리가 만난 날이 8월 3일이니까... 그럼 그때로 하자!
나중에 알게 됬지만 나의 생일은 2월 15일이다. 그것을 몰랐지만 그의 기쁨과는 상관없었다.
그리고 8월 3일은
길영이의 기일이였다
독자야 이제 곧 네 생일인데 뭐 갖고 싶은거 있어?
8월 3일은 길영이가 정해준 생일이였다. 그전에 김독자는 자신의 생일을 몰랐다. 그 말은 김독자는 생일축하나 선물, 누구나 받아야 할 축복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김독자가 원하는건 소박한 것 이였다.
곤충을 잡아줘. 내가 한번 키워보고 싶어.
곤충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길영이가 좋아하였고, 집에 있는 시간을 견디기 힘들때 버티기 위해 부탁하였다. 그런 그의 마음을 모르는 길영이는 기쁜 얼굴로 대답하였다.
드디어 너도 곤충채집에 재미를 들였구나! 걱정마, 내가 꼭 엄청난 걸로 잡아올께!
8월 3일, 폭풍우가 치는 날이였다.
당일날 김독자와 이길영은 김독자의 집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집안에서 만나고 싶었지만 가족들이 허락할 리 없었기에 타협한 결과였다.
김독자는 이길영을 기다렸다. 기다리고 기다렸다. 이길영을 만나 생일 축하를 받는 순간을 읽기 위해 그는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이야기는 시작되지 않았다.
결국 김독자는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폭풍우가 오는데 나간다고? 그래 뒈지든가 말든가. 알아서 해."
김독자는 어머니의 대답을 듣고 바로 나갔다. 그는 숲을 향해 가면서 기대했다. 길영이와 만나서 무엇을 하며 놀지 곤충은 어떻게 키울지 흔한 고민을 하였고 흔한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 기대의 연속에서 그는 숲에 도착하였다.
폭풍우가 치는 숲에 들어가려 할때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었다.
사람들이 모인 곳에 갈때 그가 보았던 것은 싸늘한 주검, 썩은 내, 검은 피, 득실대는 벌레들이 있는 곳
그곳에 길영이가 있었다.
그렇게 그는 원하지 않던 결말을 보았다.
명오 아저씨가 말해주었다.
"길영이가 키울려고 손에 꼭 쥐고있던 곤충들이야. 잘 키워주렴 독자야..."
나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 ■■■■ ■■ ■ ■■■■ ■■■■■. ■ ■■■■ ■■■..."
"길영이가 죽어서 힘들겠지.. 그래도 살아야 해.."
나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 ■■■ ■■■■.. ■■■ ■■■ ■.."
세상에는 흔하게 있는 슬픈 비극이였고,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엔 견딜 수 없는 비극이였다. 비극을 감당할 수 없었던 그는 세계를 필터링했다.
하지만 자신을 속일 수는 없었다.
나중에 경찰들의 애기를 들어보니 그 숲은 산 속에 있었으며 폭풍우때문에 산사태가 일어났다고 했다. 심한 산사태는 아니라서 숲밖의 지역에는 피해가 없었다고 했다.
"에휴.. 숲만 안들어갔어도 살았을텐데..."
"그니까 말이에요. 어린애가 딱하게도.."
"근데 숲에는 왜 들어간거래요?"
"곤충 잡으러 가러 산에 올랐다더라."
"아니 왜 곤충을..."
한 경찰관이 한숨을 쉬며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달력이였다. 그 달력의 8월 3일 날짜에는 "독자 생일!" 이라고 적혀있었다.
"시체를 보니 곤충채집통에 곤충들이 있더라 독자라는 친구한테 곤충을 주려한거 같더라."
타인이 우리를 읽고 있었다. 슬픔은 읽지 못했다.
명오 아저씨가 경찰관에게 따져서 애 앞에서 말하지 말라고 하고 있었다. 경찰관들이 나를 보더니 한숨을 쉬며 자리를 피했다. 그러던 중 명오 아저씨는 곤충채집통을 경찰관에게 받았다.
명오 아저씨는 말했다.
"독자야 살아야해."
"■■■ ■■■■."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들리고 있었다.
"독자야 ■■■■."
"독자야 네■■■."
"독자야 네탓■■."
"독자야 네탓이■."
"독자야 네탓이야."
그렇게 나는 가장 오래된 꿈이 되어가고 있었다.
길영이가 죽고 한명오 아저씨의 도움으로 길영이의 장례식을 치뤘다. 김독자는 예전의 생활로 돌아갔다. 이길영이 존재하지 않았던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예전의 생활로 돌아갔어도 이길영은 살아돌아오지 않았다. 이길영을 제외한 모든것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명오,김독자
그들은 이길영을 기억하고 있었다.
"독자야, 힘든일이 있으면 말하고 밥먹고 싶으면 연락하렴 언제든지 달려갈테니."
명오 아저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였다. 길영이의 죽음이후 오히려 더 나를 신경 써 주셨다. 하지만 길영이가 죽은 후 나를 더 챙겨주는 듯한 명오 아저씨의 모습은 어린 내게는 그리 좋게 보이지는 않았다. 무슨 일이 생기든 길영이가 돌아오지는 못하고 나에게 하는 행동은 기만이라고 느껴졌다.
어째서 당신은 길영이가 죽은 후에도 이 세계를 이어가려 하는건가, 왜 너희들의 세계는 이어지고 나의 세계는 멸망한 것인가.
"독자야, 다음에 또 보자!"
명오 아저씨와 헤어진 후 김독자는 걸었다. 풍경은 보이지 않고 검은 콘크리트 바닥만 보였다. 그 길의 끝에 김독자의 집이 있었다.
김독자는 망설이지 않고 자신의 집에 돌아갔다
예전과 달라진 것 없는 하루였다.
집에 들어간 후는 늘 보던 흔한 일상의 연속이였다. 싸우는 엄마와 아빠, 늘 망상만하며 시간을 보내던 나, 일상이라는 사건에서 김독자는 배경이였다.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배경. 김독자는 이야기를 보기보다는 흐르는 시간에 맡겼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여기서 더 심해진 적은 없었는데?"
갑자기 일상이 비일상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였다.
엄마와 아빠가 대화를 했고 화를 냈으며 말다툼을 하다 몸싸움이 되었고 엄마가 칼을 들었다. 아빠는 놀라서 넘어졌고 엄마가 그런 아빠를 찔렀다. 그리고 놀란 나는 숨을 죽이며 있었다. 등장인물에게 보이지 않는 배경처럼 있었다. 하지만
".....허억"
숨소리를 내었다.
그는 그 순간 배경에서 등장인물이 되었다.
"그래 씨발... 이렇게 된거 다 죽자!!""
엄마는 김독자에게 달려들었다. 다행이였던 것은 아버지의 피 때문에 어머니가 넘어졌고 도망갈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이 무력한 아이가 어디까지 도망칠 수 있단 말인가. 김독자는 도망치다가 근처에 숨어 생각했다.
"살아야 해, 살아야 해, 근데 어떻게?"
어린 아이가 도망쳐봤자 금방 잡힐걸 직감한 김독자는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누가 날 도와줄까"
그때 김독자는 떠올렸다 자신에게 내밀어준 따뜻한 손길, 그 손길의 주인을, 불러야 한다는 것에 김독자는 미안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기만이니 뭐니 미워했었는데 그치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
"명오아저씨, 도와주세요... 엄마가 날 죽이려 해요... 아빠도 죽었어요.."
"뭐라고?!! 독자야, 그게 정말이니? 일..일단 어딘지부터 말하렴!! 아저씨가 경찰도 부르고 거기로 갈테니까!"
"여..여기 저희 집..집 근처.."
"찾았다."
불행히도 구원을 바랐던 시도가 멸망을 불러오고 말았다. 구원의 소리가 멸망의 신호탄이 되었고 그 멸망의 대상은 자신의 자식이였다.
"으..으아악!!!!"
"독자야? 독자야?!"
명오 아저씨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내가 다시 도망쳤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까 넘어져서일까 엄마의 눈에는 피가 묻어있어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시간을 끄는 것은 가능했지만 도망치는건 무리였다.
"어차피 죽어야 했어 니네들은!!"
"독자야!!!"
칼이 나를 향했고 명오 아저씨의 소리가 들렸다. 명오 아저씨는 달려와서
"푸슉"
나 대신 칼에 찔렸다.
한명오의 피가 흘러내렸다. 몸이 떨고 있었다. 피가 흐르고 힘이 빠진다. 앞이 잘 보이지 않고 서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한명오는 도망치지 않았다. 자신의 뒤의 있는 아이는 이런 고통을 매일 겪어왔음을 알았기에, 더 이상 어른으로써 도망칠 수 없었다.
"씨발!! 넌 또 뭐야!!"
엄마가 칼을 휘둘렀고 그 방향으로 피가 튀어나왔다. 거친 숨소리, 눈물, 김독자는 도저히 움직일 수 없었다. 사람은 너무나 큰 공포에 휩싸이면 몸이 경직된다. 하지만 몸이 경직되었어도 움직일 수 없었어도 의문을 떨치지는 못했다.
대체 왜?
나 같은걸 위해서?
그는 한명오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봐온 어른은 모두 자신에게 무관심 했으며 때로는 폭력을 가하기도 했다. 근데 왜 저 사람은 날 위해서 저렇게까지 하는건가, 난 당신을 미워했는데, 왜 당신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건가.
"독자야 도망쳐.. 빨리.. 여긴 아저씨한테 맡기고.."
한명오는 죽어가는 와중에도 어린 생명을 살리기위해 맞서고 있었다. 그는 김독자를 이제야 이해한것을 알며 슬퍼했다.
만약 내가 좀 더 빨리 알게 되었다면 너는 그 고통속에서 나올 수 있을지도 있었을텐데,
이길영이 데려온 김독자의 모습. 의기소침하고 남의 눈치를 보며 지나치게 자신을 경계하던 모습.
어른으로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
"독자야, 힘든일이 있으면 말하고 밥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렴 언제든지 달려갈테니."
뭐가 달려간다는 거냐. 이 사단이 날때까지 아무것도 알지 못한 주제에..
그렇기에 마지막엔 한마디를 전하려 했다.
"독자야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야해...그렇다면.. 언젠가 널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 을 만날거다."
이 모든것은 세상의 잘못이라고, 너에게 무관심한 우리 어른들의 잘못이라고, 그럼에도 살아야 한다고.
그런 그의 말은 분명히 입밖으로 나왔고
사이렌 소리에 묻혔다.
김독자는 결국 한명오에게 구원을 배웠다.
구원은 받는 사람에 의해 완성된다.
한명오가 버텨준덕에 김독자는 살아남았고 그의 엄마는 난동을 부렸지만 결국 잡혀갔다. 총 2명의 죽음과 아동학대 정황이 드러나며 잡혀간것이다.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일까?"
김독자는 물었다. 그곳에 답이 있는 것처럼 하지만 자신의 집엔 답이 없었다. 아무도 없는 집에 종종 집에 친척들이 왔다. 그들도 답은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집에 무엇이라도 건질게 있나 싶어서 온것이다.
"에휴.. 넌 이제 우리집에서 살게될거다. 다음주 월요일까지 짐필요한거 정리해놔 다음주에 데리러 올테니."
"여기 건질만한게 없는데? 재산도 없고.. 큰형님한테 속은거 아냐? 여기 재산갖고 재 키우라며?"
"여기에 재산이 있겠냐? 빚이 없으면 다행이지.. "
그들은 한숨을 쉬며 나갔다.
김독자는 그후 가만히 있었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을까 얼마없는 짐이라도 챙기기위해 그는 움직였다. 길영이가 잡아준 곤충들과 몇권의 책이 전부였다. 이 집에서 챙겨야할 것이 이거밖에 없다는 것에 그는 슬퍼했다.
"그래도 챙길 것이 있어서 다행인가."
김독자는 대답없는 질문을 하고 책을 읽었다. 책을 읽으며 예전에 그의 엄마가 하던 말을 떠올렸다.
"뭐? 책 사달라고? 미쳤나 이게, 걍 다시 읽어."
'다시 읽기' 김독자는 그의 엄마에 의해 읽은 책을 다시 읽어야만 했다. 이번에도 그는 다시 읽어야만 했다.
길영아 왜 그런거야. 곤충을 죽였으면 살았을텐데 왜 그랬어.
명오 아저씨, 도망쳤어야죠. 나같은걸 버리고 비굴하게라도 살아남아야 했는데.
그가 살았던 감정을 다시 읽으며,
아직은 내가 몰랐던 이야기를 상상했고,
내가 모르는 상상의 힘을 사용하며,
[성흔, "꿈의 실현"을 발동합니다.]
길영이는 곤충을 죽이고 살아남을거야.
명오 아저씨는 비굴하게 살아남을거야. 타인의 목숨을 버려서라도.
다시 읽은 세계에 이길영과 한명오가 있기를 바라며,
김독자는 이길영의 곤충들에게 움직였다. 곤충들을 손에 쥐었고 손을 움직였다.
"콰직"
곤충이 죽었고 이길영과 한명오는 살아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