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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오의 피가 흘러내렸다. 몸이 떨고 있었다. 피가 흐르고 힘이 빠진다. 앞이 잘 보이지 않고 서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한명오는 도망치지 않았다. 자신의 뒤의 있는 아이는 이런 고통을 매일 겪어왔음을 알았기에, 더 이상 어른으로써 도망칠 수 없었다.

"씨발!! 넌 또 뭐야!!"

엄마가 칼을 휘둘렀고 그 방향으로 피가 튀어나왔다. 거친 숨소리, 눈물, 김독자는 도저히 움직일 수 없었다. 사람은 너무나 큰 공포에 휩싸이면 몸이 경직된다. 하지만 몸이 경직되었어도 움직일 수 없었어도 의문을 떨치지는 못했다.

대체 왜?

나 같은걸 위해서?

그는 한명오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봐온 어른은 모두 자신에게 무관심 했으며 때로는 폭력을 가하기도 했다. 근데 왜 저 사람은 날 위해서 저렇게까지 하는건가, 난 당신을 미워했는데, 왜 당신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건가.

"독자야 도망쳐..  빨리.. 여긴 아저씨한테 맡기고.."

한명오는 죽어가는 와중에도 어린 생명을 살리기위해 맞서고 있었다. 그는 김독자를 이제야 이해한것을 알며 슬퍼했다.

만약 내가 좀 더 빨리 알게 되었다면 너는 그 고통속에서 나올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길영이 데려온 김독자의 모습. 의기소침하고 남의 눈치를 보며 지나치게 자신을 경계하던 모습.

어른으로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

"독자야, 힘든일이 있으면 말하고 밥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렴 언제든지 달려갈테니."

뭐가 달려간다는 거냐. 이 사단이 날때까지 아무것도 알지 못한 주제에..

그렇기에 마지막엔 한마디를 전하려 했다.

"독자야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야해...그렇다면.. 언젠가 널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 을 만날거다."

이 모든것은 세상의 잘못이라고, 너에게 무관심한 우리 어른들의 잘못이라고, 그럼에도 살아야 한다고.

그런 그의 말은 분명히 입밖으로 나왔고

사이렌 소리에 묻혔다.

김독자는 결국 한명오에게 구원을 배웠다.

구원은 받는 사람에 의해 완성된다.







한명오가 버텨준덕에 김독자는 살아남았고 그의 엄마는 난동을 부렸지만 결국 잡혀갔다. 총 2명의 죽음과 아동학대 정황이 드러나며 잡혀간것이다.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일까?"

김독자는 물었다. 그곳에 답이 있는 것처럼 하지만 자신의 집엔 답이 없었다. 아무도 없는 집에 종종 집에 친척들이 왔다. 그들도 답은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집에 무엇이라도 건질게 있나 싶어서 온것이다. 

"에휴.. 넌 이제 우리집에서 살게될거다. 다음주 월요일까지 짐필요한거 정리해놔 다음주에 데리러 올테니."

"여기 건질만한게 없는데? 재산도 없고.. 큰형님한테 속은거 아냐? 여기 재산갖고 재 키우라며?"

"여기에 재산이 있겠냐? 빚이 없으면 다행이지.. "

그들은 한숨을 쉬며 나갔다.

김독자는 그후 가만히 있었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을까 얼마없는 짐이라도 챙기기위해 그는 움직였다. 길영이가 잡아준 곤충들과 몇권의 책이 전부였다. 이 집에서 챙겨야할 것이 이거밖에 없다는 것에 그는 슬퍼했다.

"그래도 챙길 것이 있어서 다행인가."

김독자는 대답없는 질문을 하고 책을 읽었다. 책을 읽으며 예전에 그의 엄마가 하던 말을 떠올렸다.

"뭐? 책 사달라고? 미쳤나 이게, 걍 다시 읽어."

'다시 읽기' 김독자는 그의 엄마에 의해 읽은 책을 다시 읽어야만 했다. 이번에도 그는 다시 읽기로 했다.

길영아 왜 그런거야. 곤충을 죽였으면 살았을텐데 왜 그랬어.

명오 아저씨, 도망쳤어야죠. 나같은걸 버리고 비굴하게라도 살아남아야 했는데.

그가 살았던 감정을 다시 읽으며,

아직은 내가 몰랐던 이야기를 상상했고,

내가 모르는 상상의 힘을 사용하며,

[성흔, "꿈의 실현"을 발동합니다.]

길영이는 곤충을 죽이고 살아남을거야.

명오 아저씨는 비굴하게 살아남을거야. 타인의 목숨을 버려서라도.

다시 읽은 세계에 이길영과 한명오가 있기를 바라며,

김독자는 이길영의 곤충들에게 움직였다. 곤충들을 손에 쥐었고 손을 움직였다.

"콰직"

곤충이 죽었고





 이길영과 한명오는 살아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