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빛이 바스라져 아름답게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이계의 신격’들과의 전투로 엉망이 되었던 해변은 어떻게 한 건지 모를 정도로 아름답게 돌아와 있었다.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니지만 사람은 모두 돌아가 한적해진 바닷가를 바라보았다. 분명히 옛날이었다면 아무런 감상이 떠오르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제법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계단에 대충 걸터앉아 턱을 괸 채 그 풍경을 바라보았다. 철썩 철썩거리며 하얗게 깨지는 파도와 그 위에 마치 금가루를 뿌려놓은 듯 비치는 노을빛을 보니 시가 생각났다.
“……해는 이곳에 와서 쉰다.”
제목도, 저자도, 심지어는 내용도 저 다음은 생각도 안 났지만 그냥 생각이 났다. 분명 옛날에는 좋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너무 옛날인지 지금은 기억도 안 난다.
“‘전생과 후생, 최초의 휴식이다.’ 곽재구 시인의 ‘와온 바다’ 맞지?”
옆에 누군가 앉으며 내가 읇은 시의 다음 내용을 말해주었다. 편한 평상복 차림인 그의 몸은 나의 기억 대부분에 남은 모습과 달리 많이 왜소했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어, 그거야.”
김독자, 그는 별 볼일 없는 이로 태어나 살인자의 아들로 살다가 영웅이 되어 죽어갔다. 그런 그를 내가 살려냈다고 생각했다. 불과 3일 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살려낸 방식의 문제였는지, 그 방식 그대로 그는 다시 죽어가고 있었다. 분명히 김독자 컴퍼니 때 모습을 가졌던 그는 점차 왜소해지더니 지금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본 이는 몇 없다. 모두 떠났다. 그가 돌아온 것도 벌써 몇 달이나 지났기 때문인지 모두 그의 곁을 떠나 스스로의 삶을 살아갔다. 그렇게 남은 것이 나와 유중혁, 그리고 이설화 정도였다. 그리고 나는 그의 마지막 부탁으로 넷이서 이 곳으로 왔다. 강의도 취소하고, 연재 시작을 약속했던 시기도 미뤄가며 온 곳이 이 바다였다.
김독자를 바라보자 그도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곧은 시선과 마주하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그도 내게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몇 초인가 지나자 그의 손이 내 손 위를 덮었다. 왜소해진만큼 말라버린 손에는 예전과 다른 굳은 살도 없어 부드러웠다. 감탄할 정도로 매끄럽고 부드러운데다 고운 손이 어째선지 깊은 흉터와도 같이 느껴졌다.
손을 살짝 빼서 깍지를 끼자 그가 나를 보며 작게 웃었다. 그리고는 미소를 띈 채 바다를 바라보며 말했다.
“때를 잘 맞췄네. 너무 예뻐.”
“그러게, 진짜 예쁘다.”
내 말에 놀란 듯 김독자가 나를 눈을 크게 뜬 채 쳐다봤다. 나는 뭘 보냐는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그를 보았다가 다시 바다를 보았다. 그러자 그도 머쓱한 듯 도로 바다를 보았다.
“네가 그런 말도 할 줄 아는지는 몰랐어.”
“허, 그럼 소설은 어떻게 썼겠냐?”
“그건 그렇네.”
그의 말에 픽하고 웃었다. 그렇게 노을이 지는 해변을 멍하니 바라보자 제법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날 것처럼 뛰어오르는 기분도, 당장 죽어도 괜찮을 느낌은 아니지만 확실히 편안한 기분이었다.
짙은 한숨을 내뱉자 김독자가 나를 바라보았다. ‘왜 한숨이야?’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에 나는 맥주캔을 까는 시늉을 보였다.
“이런 거 보면서 마시는 맥주가 낭만 아니겠냐?”
“그래?”
진짜 몰랐다는 듯이 되묻는 그를 보며 대충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러자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털었다.
“좀만 기다려, 아마 아이스박스에 몇 개 넣어둔 게 있을 거야.”
“야, 그거 유중혁 꺼 아니야?”
‘건들면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 라는 내용을 가진 물음에 그가 진지하게 고민하듯 미간을 찌푸리더니 싱긋 웃으며 말했다.
“설마 맥주 몇 캔 가져갔다고 죽이겠냐? 그래도 친군데.”
친구,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동료보다 낯선 단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동료보다 친숙한 단어가 되었다. 그러나 그 단어가 저 김독자의 입에서 나오니 제법 느낌이 달랐다.
나는 그에게 웃어보이며 손을 위아래로 휘휘 털었다. 그러자 그가 조심스레 계단을 올라갔다. 1분 정도 지나자 그가 아이스박스 째로 들고 와서 내 옆에 앉았다.
“유중혁은 없더라, 설화 씨랑 데이트라도 간 것 같은데?”
“이 시간에? 걔네도 참, 늦바람 세게 불었네.”
그 말에 김독자가 재밌다는 듯이 쿡쿡 웃었다. 그리고는 아이스박스에서 맥주를 한 캔 꺼내 나한테 건네줬다. 차갑고 물기 가득한 캔 표면이 맘에 들었다. 캔을 따고 입에 가져다 대자 익숙한 맛이 났다. 조금 쓴 맛도 났지만 뭐 어떤가, 기분이 좋으면 됐지.
몇 모금 마시자 어째선지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어느덧 다 저문 햇빛 때문인지, 아니면 술기운이 벌써 오른 건지 모르겠다. 얼굴이 너무 뜨거워서 맥주캔을 얼굴에 가져다대자 조금이나마 나은 기분도 들었다.
시원함이 얼굴에 퍼지는 걸 느끼고 있을 즈음, 김독자가 말을 꺼냈다.
“야, 한수영.”
평소와 다르게 떨리는 목소리에 그를 힐끔 바라보았다. 굳은 얼굴, 떨리는 손과 함께 흔들리는 맥주캔, 조금씩 흩어져가는 존재감.
직감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 그의 마지막이다. 수십의 성좌가 죽고, 수백의 설화가 바스라지는 걸 보았지만 지금같은 경우는 보지 못했다. 김독자라는 설화가 부숴져간다. 김독자라는 존재가 사라져간다. 그 사실은 인지했다. 근 시일 내에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무게는 각오하지 못했다.
놀란 나는 맥주캔을 아무렇게나 떨어뜨리고 그의 몸에 손을 댔다. 차갑게 식은 데다가 사람의 몸 같지 않은 감각에 손이 멎었다.
“김독자 너…….”
내 목소리도 떨려왔다. 멎었던 손가락도 떨렸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는 주먹만 꽉 쥘 수밖에 없었다.
“……기다려, 유중혁 불러올게.”
일어나려는 나의 손목을 그가 붙잡았다. 말할 기력도 없는지 굳게 닫힌 입을 보며 일으키다 말은 몸을 다시 가라앉혔다.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분명히 꼭 해주겠다고 생각하며 잠도 안 자며 정한 말들이 있었다. 그러나 어째선지 선듯 입이 열리질 않았다. 분명 지금 말하지 못하면 영원히 할 수 없을 게 분명한데.
왜인지 거칠어지는 숨을 억누르며 말을 골라냈다. 이미 정했던 말 같은 건 의미가 없어졌다. 계속 떠오르는 말들 사이에서 하고 싶은 말을 골라내고 있는 내게, 김독자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수영아, 왜 울어.”
갑자기 상냥해진 말투에 놀랐다. 그리고 왜 우냐는 말에 놀랐다. 그에게 잡히지 않은 손으로 눈가를 만지자 물기가 닿았다.
울었다.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옛날이 마지막 경험이었다. 심지어 모든 게 끝나고 사람들의 사체를 수습할 때, 죽어버린 나의 부모를 보았을 때도, 그 시체를 처리할 때도 눈물은커녕 동요조차 일지 않았다. 그러나 어째선지 지금은 눈물이 났다. 조금씩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내며 저절로 거칠어지는 숨소리를 진정시키려 했다. 그러나 마음처럼 되질 않는 바람에 되려 숨이 더 거칠어졌다. 그거에 맞추기라도 한 듯 눈물이 더욱 거세졌다.
거친 숨소리가 흐느낌이 될 즈음, 김독자가 힘겹게 말했다.
“마지막 기억이, 우는 너라니.”
분명 웃기지 않았다. 말도 계속 끊겼다. 그러나 어째선지 웃음이 났다. 눈은 울지만 입은 어째선지 웃었다. 나는 눈물을 소매로 찍어내며 말했다.
“그래서, 불만이야?”
묘하게 울음기와 웃음기가 섞인 말을 던지자 그가 잡고 있던 내 손목을 놓고는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당겼다. 강하지 않았다. 오히려 약했다. 갓난 아기가 당겨도 이것보다는 강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 힘에 당겨져 그에게 안겨졌다.
분명 왜소한 몸이다. 기대진 가슴에는 근육조차 제대로 남지 않아 다른 의미로 단단하고, 오히려 편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기분이 좋았다. 귓가에 울리는 심장박동은 확실히 느렸지만 아직 힘찼다. 말라서 뼈밖에 남지 않은 몸을 더듬었다. 옛날에도 이렇게 안겨본 적은 있던 것 같은데 그때와는 달랐다.
그의 가슴을 이마로 약하게 두드리고는 말했다.
“……얼마나 버틸 수 있어?”
살짝 떨렸다. 5분이라도, 아니 1분이라도 버텨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차라리 더 고통을 느끼지 말고 편해졌으면 하는 생각이 교차됐다.
내 말에 그가 내 등을 톡톡 두드렸다. 머리도 쓰다듬고, 척추라인을 따라 손가락으로 내려가기도 하다가 작게 속삭였다.
“저 노을이 다 질 즈음까지.”
고개를 들어 노을을 바라보았다. 노을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울 정도로 거의 다 진 하늘은 이미 남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기껏해야 5분 정도 남았을까. 나는 그의 옷자락을 꾹 움켜쥐었다가 울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가장 하고 싶었던 걸 할게,”
그가 해보라는 듯이 내 두 어깨를 감쌌던 손을 풀었다. 살짝 올려다보자 그의 몸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듯 눈빛이 반 즈음 풀려있었다. 나는 천천히 그의 목에 팔을 감고 고개를 들었다.
입술에 매마른 감각이 닿았다. 목에 감은 팔에 힘이 빠져 더욱 강하게 감았다. 분명 키스 신만 수십 번 썼지만 실전은 달랐다.
그가 내 갑작스러운 키스를 받아내자 기분이 달라졌다. 가라앉았던 기분, 긴장감은 사라지고 몸이 달아올랐다. 어째서인지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고, 몸의 주도권이 빼앗기는 기분이었다. 그러자 굳게 닫혔던 치아가 저절로 열렸고, 그 사이를 비집고 그의 혀가 들어왔다. 그의 혀는 나의 혀를 쓰다듬다가 내 어금니부터 시작해 천천히 내 입 안 전체를 여행했다. 살아있는 달팽이를 입에 머금고 있는 듯한 감각에 몸이 조금씩 더욱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혀와 함께 들어온 그의 타액이 내 입에 머물어 내 타액과 섞였다가 말랐다. 그러며 아까 마신 맥주의 향이 났고, 그것 때문에 더욱 몸이 달아올랐다.
그 어느 때보다 느린 시간이었던 3분의 키스가 끝나고 입술이 떨어지자 투명한 실이 길게 늘어지다 끊어졌다. 짙고 거친 숨을 들이쉬고 있자 그가 내게 웃으며 말했다.
“이게, 가장 해보고 싶었, 어?”
그의 얼굴은 웃고 있었으나 그의 말은 조금씩 끊어졌다. 슬슬 한계라는 걸 체감한 나는 그를 안으며 말했다.
“김독자, 나 너를……”
“응, 알고 있어.”
그의 눈빛이 조금씩 흩어졌다. 그의 목소리도 조금씩 갈라졌다. 이제 마지막이라는 걸 증명하듯 그가 여태와는 다른, 아주 깨끗한 미소를 지었다.
“나도 좋아해, 수영아.”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다. 어느 시점부터 저 말이 그토록 듣고 싶었다. 그렇기에 더욱 어필하고, 더욱 그의 곁을 지켰다. 저 말 한 마디를 위해서 목숨을 불사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 말을 이제서야 듣는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가슴아팠다.
또 다시 눈물이 흐르자 그가 떨리는 손으로 내 눈가에 고인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울지 마, 마지막인데 웃는 모습 좀 보여주라.”
가장 고통스러울 김독자 본인이 싱긋 웃었다. 아주 옅은 미소였으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나는 눈물을 닦아내고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됐어?”
“응, 아주 예뻐…….”
그의 손끝이 빛으로 갈라졌다.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그의 몸을 쥐어보려고 팔로 안고, 손으로 쥐어보아도 소용없다는 듯 그의 몸은 빛으로 산화되어갔다. 그의 의식은 이미 없는 듯 눈을 감고 있었다. 더듬거리던 몸이 바스라지고, 닿았던 입술이 무너졌다. 김독자라는 존재가 사라져간다. 그렇게 전부 바스라지자 남은 건 그저 먹던 맥주캔이었다. 옷조차 남지 않았다.
몇 분이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분명 각오했었다. 꽤 오랜 시간동안 그 사실을 갖고 슬퍼한 후에야 한 각오였다. 그러나 그 각오가 무색할 정도로 울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손이 굳고, 얼굴은 부어 제대로 눈을 뜰 수도 없을 정도가 됐다. 더이상 눈물은 나오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아직도 부족한 듯 숨이 벅차올랐다.
“옆에 앉아도 되겠나?”
귓가로 딱딱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허락도 내리지 않았는데 풀썩 소리와 함께 옆에 누가 앉았다. 그리고는 아무렇게나 어질러져 있는 맥주 캔을 줍는 소리를 내고는 가만히 앉아있었다. 내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리려는 것 같았기에 나는 숨을 몇 번 크게 들이켜 호흡부터 진정시켰다. 좀처럼 진정되지는 않았지만 어느정도 말을 꺼낼 정도는 됐기에 천천히 말했다.
“왜, 왔어?”
“……김독자의 부탁이었다.”
“뭐?”
황당한 소리에 헐떡이던 숨이 멎었다. 내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내 등을 토닥이고는 그가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몇 달 전의 일이었다. 김독자가 몰래 나와 유상아를 불렀다. 재활에 문제가 있나 싶었던 우리는 급하게 달려갔고, 우리가 들은 건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스스로의 죽음을 예언하는 건 처음 봤으니.”
“그게 무슨……”
“그 놈은 유상아에게는 다른 동료들에게 몇 달동안 자신에게 오지 말라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고, 내게는 자신이 죽으면 이 쪽지를 너에게 전해달라더군. 뭐 마지막은 너랑 둘이 함께하고 싶다고 했던가.”
그가 내민 쪽지를 잡아서 펼쳤다. 몇 번인가 본 적 있는 김독자의 필체였다. 나는 천천히 그 쪽지를 읽어내려갔다.
[이 쪽지를 보고 있다면 아마 내가 죽었거나, 유중혁 그놈이 나를 배신한 거겠지. 되도록 전자였으면 좋겠지만 뭐, 어쨌든 나는 너와 여행을 가기로 한 날 노을과 함께 질 거야. 내가 죽은 후에 보는 거라면 알고 있겠지만. 일단 유언 다 못 남기고 죽을 것 같으니 적어둘게.
지금까지 나와 함께 해줘서 고마워. 계속 함께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가 없는 걸 이해해. 그리고 내가 죽는 건 네 잘못이 아니야. 내 잘못이 큰걸.
그리고 마지막으로, 널 정말로 사랑해. 한수영.]
몇 분인가, 그 쪽지만 보고 있었다. 슬프거나, 감동을 먹은 건 아니었다. 그저, 그의 유품이라는 생각에 계속 보고 있었다. 그러자 그가 자신의 코트를 벗어 내 어깨에 걸치며 말했다.
“밤공기가 차다.”
“아, 응.”
나는 쪽지를 든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곱게 접어 주머니에 넣고는 그를 따라 계단을 올랐다.
*
그가 사라진 후 3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 그의 빈자리가 다시 느껴지자 어째선지 버티기가 힘들었다. 제법 긴 시간 동안 글에만 매진한 덕에 조금이나마 나아졌지만 말이다.
추스리고 나서 가장 먼저 한 것은 그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었다. 그와 찍었던 사진을 액자에 끼워놓는다던지, 그의 이야기를 쓴 소설을 단행본으로 만드는 등 모두가 잊어도 난 잊지 못할 정도로 흔적을 남겼다. 그리고 오늘이 되었다.
오늘은 어째서인지 잠에서 일찍 깼다. 몸도 상쾌했다. 덕분에 아침도 먹고, 커피도 타 마시며 글에 매진했다. 그러다 점심 즈음일까, 누군가 초인종을 눌렀다. 갑작스레 끊긴 흐름에 짜증을 내며 문을 열었다. 그러자 문 앞에 서 있던 사람이 꽃을 들고 서 있었다.
“이게…… 뭐죠?”
물망초로 가득한 꽃다발과 들고 있는 사람을 번갈아보다가 미심쩍게 그것을 받아들었다. 그러자 배달원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김독자 씨가 보내셨…….”
“김독자요? 어디, 어디 있어요?”
“……잠시만요.”
그가 주머니를 뒤지더니 쪽지를 내밀었다. 3년 전 유중혁에게 받은 것과 같은 방식으로 접힌 쪽지를 보며 조심스레 열어보았다.
[그동안 보고 싶었어.]
그 쪽지를 읽고 배달원을 보자마자 그가 핼맷을 벗었다. 익숙한, 아니 정확히는 그리운 얼굴이 보였다. 나는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꽃과 쪽지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김독자……!”
“다녀왔어, 수영아.”
그의 허리를 안자 그가 내 등을 토닥였다. 언제나 그리웠던 손길에 눈이 먹먹해졌다. 나는 얼른 손으로 눈물을 훔치고는 그의 손을 잡고 집으로 당겼다. 그러자 그도 순순히 들어왔다.
“지금까지 못한 만큼 할 거야.”
“하루로 괜찮겠어? 너 소설도 다시 쓰던 것 같던데.”
“까짓 거, 휴재하지 뭐.”
내 말에 나도, 그도 웃었다.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원래 약속한 것이 있으나 도저히 제대로 써지질 않아 뭐라도 써보자는 생각으로 써왔습니다
거창한 걸로 떼워도 모자랄 판에 되려 허접한 걸로 복귀하게 되어 심심한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