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지혜에게 작전에대해 알려주었다.

물론 그녀가 반드시 알아야 할부분만.


"...미쳤어?"

"다시 말하지만 제정신이야. 그리고 이 방법이 아니면 안돼."

"아저씨가 무슨 인생 2회차라도 되? 미래를 알게?"

"그럼 내가 네 친구 얘기 아는건?"

"......"


몇분 정도를 골똘히 생각하던 이지혜는 이내 벽에 

기대어 주져 앉았다.


"하....그래, 알겠다고."

"계획은 7시 부터야. 시간 잘 지키라고."


나는 곧장 방향을 틀어 계단을 내려갔다.

지금쯤이면.... 


촤악!


난데없이 기둥 뒤에서 마력으로된 거미줄이 튀어나왔다.

나는 재빨리 잔해 사이로 몸을 감추었다.


"미, 미안해! 상처줄 생각은 없었어!"


그리고 다급한 유상아의 목소리, 

내가 이지혜를 설득하는 역할인만큼 그녀는 김나영을

설득하는 역할이었다.

일면식도 거의 없는 나보다는 생명의 은인의 말을

 더 잘들을거라 생각했다만....

마음 약한 그녀에게 내 대본은 

어울리지 않았나보다.


"....가요, 그리고 다시는 그 얘기 꺼내지 마요."

"......."


아무리 그래도 생명의 은인에게 칼을 뽑아드는

것도 모자라 스킬까지 써대다니,

이렇게까지 과민하게 반응할줄은 몰랐는데.

이렇게 된 이상....


"그건 안 돼."


그렇지, 그건 안 돼....뭐?


"....가라고요."

"계속 외면할거니?"

"그만해요."

"그 날 처럼 그냥 가만히 있을 거야?"


또다시 기둥 뒤에서 황금빛의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지금이라도 개입해야....


"이번에는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가만히 있을 필요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어."

"이유가 없긴 왜 없어요? 그딴 정신나간 

작전을 믿으라고요?"

"그래, 믿고 말고, 그 작전에 뭐가 걸렸는데,"

"....."


김나영은 더 이상 입을 열지않았다.

그 입이 어떻게 찌푸려져있을지는 뻔했다.


"그래, 넌 참여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을게."


결국 유상아가 꼬리를 내렸다.


"근데, 너 이번에는 후회할거야."


다만 그 위세는 전혀 수구려 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정말 죽을지도 모르거든."


그 말을 끝으로 유상아는 계단을 향했다.

멀어져가는 발소리에서 내가 알던 

그녀의 일부분은 보이지 않았다.








몇분 후 


그녀가 없는 기둥뒤에서 누군가가 주저 않았다.


"저기요."

"......."

"빨리 나와요. 있는거 아니까."

"하하..."


일어서서 쳐다본 벽에 소녀가 기대어 앉아 있었다.


"언제부터 알았니?"

"방금이요. 아저씨는요?"

"네가 상아 씨한테 뭔가를 던졌을때."


김나영이 단검을 집어넣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때, 나봤어요?"

"....그래."


소녀는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일어섰다.

그녀가 말하는 '그 때'는 아마 귀뚜라미를 

받은 순간이겠지.


"난 아마 운이 좋았던 거 겠죠. 그 언니랑 가까이 

서있어서요."

".....그러네."


그 후 김나영은 몇분간 또다시 말이 없었다.


"그 언니는......"

"좋은 사람이야,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알던 사이에요?"

"글쎄?"

"아저씨 말투 꼭 전 남친 같아요."

"....지금 상황에 어울리는 말은 아니네."


무미건조한 회색 빛 시선으로 날 보던 소녀가 

벽을 등지고 일어났다.

일어선 소녀의 눈은 갈색이었다.


"7시라고 했죠?"











나는 홀가분하게 계단을 내려왔다.

이지혜와는 다르게 시원시원한 대화였다.

옷깃을 여미며 눈을 뜨는데....


"아, 저 그게...."


이런, 머쓱해라. 계단 바로 옆에는 

유상아가 쪼그려 앉아있었다.


"그, 그게 그러니까요, 저는 독자 씨를 못 믿어서 

그런말을 한게 아니에요! 그냥 그 말하고 싶어서...."

"하하...알고계셨군요."

"그....거기선 모르는 척하는 게 나았을 것 같았어요.

결국에는 실패했지만요."


한껏 숙인 작은 머리가 왜인지 귀여워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아니에요, 잘 하셨어요. 그 애, 분명 올거에요."


그말에 유상아는 기분이 조금 나아진 것 같아보였다.


"꼭 제 어린 시절보는 것 같았어요."

"후회할만한 일이 있으셨나보네요."

"네, 저도 사람이니까요. 잘못한 것도 많고.....

거짓말한거라던가....."


...........소박하고 부러운 잘못들이군.


"나중에 그 얘기도 들어보고 싶네요."

".......별로 재미없을 거에요."


그 때 유상아의 얼굴 표정은 조금 어두워보였다.












약속한 시간이 되었다.

나는 일행들과 함케 3호선 플랫폼에 모였다.


"독자 씨가 부탁하신 대로 나누었습니다."


그동안 쓰던 무기는 낡았기 때문에 이현성에게 부탁해

그롤의 뿔로 무기를 만들었다.

정희원이 더 이상 쓸 수 없는 도검에대고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안녕....."


c급 도검에비하면 형편없지만 그래도 없는 것 보다야.


"그럼, 작전대로 하겠습니다."


지금부터는 시간 싸움이다.

유상아와 이길영이 멀어지자 나와 이현성,

정희원은 함께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독자 씨, 잘될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핵심인데 그런 소리를 하면 안 되지,

나는 더 강고하게 말하려 입을 열었다.


"잘될거에요."


하지만 내 말은 전달되지않았다.

정확히는, 전달하지 않았다.


"현성 씨, 나 믿죠?"


방금 전까지만해도 시무룩하던 사람이 말야.

소설도 아니고.


"......네. 믿습니다. 희원 씨."

"그럼 나도 현성 씨 믿을게요. 믿을 만한 사람이니까."


그 말에 이현성은 꽤나 감동받은 듯한 얼굴이었다.


[인물'이현성'이 자신감을 회복합니다!]

[성좌,'강철의 주인'이 자신의 화신을 응원합니다!]


전방에서 다수의 중년 남성들이 다가온 것은 그 때였다.


"오, 유중혁이 친구. 협상하러왔...."

"현성 씨!"


[인물'이현성'이 성흔'태산 밀기'Lv2를 사용합니다!]


"뭐, 무슨! 우와아아악!"


이현성이 지나간 자리에는 연합원들이 도미노마냥

쓰러져있었다.

정희원이 그 뒤를 따랐고 이내 그녀는 

윗층으로 가는 계단을 향했다.

그리고 우리는....


[당신은 사유지를 침범했습니다!]

[전용 스킬, '백청강기'를 발동합니다!]


"끄아아악!"


연합원들의 팔에서 피가 뿜어져나오자 

곳곳에서 포탑들이 일어섰다.

어느새 레벨이 올라간 모양이다.


쾅! 콰앙! 콰아앙!


앞뒤로 통증이 일었다. 그런데, 그게 전부였다.


[체력:Lv40(+2)]


하룻밤새에 올려봫자지. 앞 자릿수가 

이렇게 크게 차이나는데.


"...건방진 세입자가 오셨군."


칼날 너머로 무뚝뚝한 소리가 들렸다.

뒤에서는 이현성의 철제방패의 내구도가 

움푹움푹 깍여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공필두가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지금 꼴로 봐서는 벌금내러 오신 것 같지는 않고, 

무슨일이지?"


동시에 강한 경계심이 느껴지는 말투였다.

그럴법도 하지, 적어도 20레벌은 되는 마력탄을 

맨몸으로 맡고도 멀쩡하니까.


"이제 세입자는 그만두려고."

"....그래, 내 땅이 좋아보이나보군."

"글쎄, 딱히?"


['사유지'효과가 발동합니다!]

['미니 포탑'이 '강화 마력탄'을 준비합니다!]


"....그럼 꺼져."


마력탄이 발사되려는 순간,  소리가 선명해졌다.


"피,필두 씨!"


쌈박질 소리와 포탑연사쏘리에 묻힌, 작은 폭발음이

이제 위층에서 더욱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필두 씨! 땅이.....!"


장도에 베인 흔적, 때가 되었다.


"지금입니다, 현성 씨."


이현성의 눈동자는 떨리고 있지않았다.


"다 부숴버리세요."


물러서지 않을 사내의 주먹이 높게 치켜올려졌다.


[인물'이현성'이 성흔'태산 부수기'Lv1을 사용합니다!]


은빛 아우라가 담긴 주먹이 바닥을 내리찍었다.

폭음이 주변을 휩쓸며, 부서진 바닥은 허공으로 

비산했다.


"뭐, 뭐야!"


위태롭고 강인한 균열속에서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엉뚱한 곳에서 터진 마력탄의 폭발음이 

확산되며 먼지구름이 시야를 가렸다.


['그린 존'이 파괴되었습니다.]


나는 무너진 파편들속에서 사색이 된 공필두와

크게 숨을 몰아쉬는 이현성을 한번씩 번갈아보았다.

그리고 아래쪽에 사내를 향해 씩 웃어보였다.


"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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