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독자는 그랬다.
늘 겨울의 끝자락에 위태롭게 서있는 것만 같았다.
끝내 바스라져 사라진 이 겨울이 돌아왔다.
김독자가 모든 곳에 존재한다는 말은 위안이 되지 않았다. 내 옆에 없는데,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허무하다.
김독자는 이런 허무의 나날들을 사랑했던가.
세상의 온갖 피상적인 것들이 늘상 안겨주는 허무를.
"미친 새끼."
한수영은 얕은 조소를 픽 하고 내뱉었다.
김독자가 한 일은 뭐였을까.
tls123이 작성한 허무 속의 세상을 구현하고자 하는 도취?
혹은, 자신이 빠져있던 허무가 실재한다는 것을 목도한 자의, 존재하기 위한 분투. 혹은 발악.
여전히 한수영은 알 수 없었다.
작가가 쓴 이야기의 주인공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마 어떤 독자도 그가 무슨 마음인지 알 수는 없으리라.
어쩌면 김독자 역시도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게 허무로 빠져드는 도취이던, 실재하기 위한 발악이던,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
전지적 독자 시점이 실재한다는 것.
한수영은 그렇기에 외전을 쓰지 않았다.
외전의 존재 유무와 아무 상관 없이, 그들은 존재하고, 누군가가 지켜보는 시선의 유무와도 관계 없이 그들의 이야기는 계속 쓰일 것이다.
그렇게 살다 보면 시간은 흐를 것이고, 계절은 바뀔 것이다.
겨울을 끝내는 초봄의 종이, 프리지아가 흐드러지게 대지를 뒤덮으리라.
그렇게 우리의 기억은 흐려지고, 상처는 무뎌지겠지.
그런 와중 밝아오는 여명이 아름다웠다. 그 여명 아래 존재하는 모든 것이 넋을 놓을 만큼 아름다웠다.
이 모든 게 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 * *
"형님, 이 년 웃는데요?"
"냅둬, 기분 좋은 꿈이라도 꾸나보지."
코인 농장의 소리가 적나라하게 울리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