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다.


 김독자의 병실로 들어선 한수영이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이였다.

 자신의 눈 앞에 펼처진 광경을 보자마자 세상 누구도 뭐라하지 못 할 만큼의 아름다움. 지금 자신의 앞에 무엇을 가져와도 당장 눈에 들어오고 있는 이 광경만큼 아름다운 광경은 없을 것이라고.

 온몸이 차갑고 언제 의식을 차릴지 모르던 어린 김독자의 설화들이 동시에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당장 지금 병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스타 스트림>이 이 이야기의 끝을 본 한 독자에게 내리는 축복이라고.

 그렇게 설화들의 사이에서 얼굴의 혈색이 돌아오면서 어린 아이가 다시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 보는 사람들은 눈을 부릅 뜰 수 밖에 없었다.


 ‘이설화를 불러야······!’


 급히 이설화를 찾던 한수영은 옆에서 툭 튀어 나온 이설화를 보고 놀란듯 반응 했지만 이내 다시 차분하게 이설화의 말을 기다렸다.

 잠시 김독자를 진찰하던 이설화는 믿기지 않는 다는 듯 진찰을 마쳤다.


 “설화들이 계속 돌아오고 있어요. 이대로라면 조만간 의식을 차릴 수 있겠어요.”


 이설화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일행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동시에 아직은 안정을 취해야 하니 모두 밖에서 기다리라는 명령이 떨어져 어쩔 수 없이 모두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 남을 거야.”


 한수영의 말 한마디에 이길영이 불만인 듯 소리를 쳤다.


 “아니 누나! 왜 누나가 남겠다는 건데요! 우리도 독자 형 계속 보고 싶었다고요!”


 이길영의 말에 반박을 할 수 없는 듯 한수영이 얼었지만, 그것도 잠시 유상아와 이설화가 한수영의 편을 들어주었다.


 “길영아. 독자 씨가 돌아올 수 있게 제일 큰 공헌을 한 게 수영이잖니. 이 정도 양보는 해주자.”

 “맞아. 게다가 독자 씨가 돌아 올 때 까지 옆에서 지켜 보면서 간호 할 사람도 필요하니까 우선은 믿고 맡겨 보자.”


 유상아와 이설화까지 그렇게 말하자 이길영은 하는 수 없다는 듯 다른 일행에 의해 병실에서 끌려 나왔다.


 탁.


 모두가 병실을 나가자 한수영은 근처에 있는 의자를 하나 가져와 김독자의 옆에 앉았다.

 가까이에서 보니 설화들의 노랫 소리가 더욱 또렷하게 들리며 김독자가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 내심 실감이 나는 듯 했다.


 “김독자······.”


 한수영은 애가 타는 듯한 말투로 김독자를 부르며 김독자의 손을 잡았다.


 “빨리 돌아 와, 한 대 쥐어 박아 버리게.”


 라고 다짐하며 김독자가 빨리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



 두어 시간 정도 지났을까. 한수영이 계속 잡고 있던 김독자의 손이 미묘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미묘한 움직임을 놓치지 않은 한수영은 깜짝 놀랐고 이내 김독자의 얼굴을 바라봤다.


 들썩 들썩.


 양 손을 시작으로 온 몸을 들썩 거리며 2년이라는 짧으면서 긴 시간 만에 김독자가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하였다.


 “··한, 수···영?”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김독자를 보며 한수영은 눈물을 머금고 김독자에게 대꾸했다.


 “일어 났냐? 이 망할 오징어 자식아.”


 애써 참았다지만 조금씩 눈물이 흐르며 한수영은 김독자의 품에 안겼다.


 “나··· 얼마, 나 잔 거야······?”

 “2년이다. 망할 자식아 2년이나 잠들어 있었다고, 이 개 같은 오징어 새끼야.”

 “···걱정 했··· 어?”

 “이 새끼가 그걸 말이라고.”


 터져나오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 하던 한수영은 그렇게 김독자의 품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


 김독자가 깨어나기 10분 전.

 병실 밖은 여러 사람들로 채워졌다.

 장하영의 연락을 받고 공연을 마치고 바로 달려 온 JUS 3인방과, 유중혁의 연락을 받고 온 파천검성과, 키리오스 로드그라임.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상아의 연락을 받고 온 이수경과 페르세포네까지 병원의 복도가 터져나갈 듯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막내가 너무 늦게 깨어나는 것이 아니냐! 혹시 무슨 일이 일어 났거나······!]

 “안에 수영 씨가 있으니 무슨 일이 일어났다면 진즉에 제가 무슨 조치를 취했을 겁니다.”


 진정이 안되는 나머지 제천대성이 진언을 내뱉으며 외쳤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의 힘이 돌아오고 독자가 회복이 된 게 전부 시스템이 돌아와서 라고?]

 “네. 시스템이 복구 된 게 아니라면 지금 당장에 일어난 이 현상들이 설명이 안 되니까요.”


 그렇게 일행들 사이에서 말이 오갈 때 익숙한 시스템음이 들려왔다.


 [설화, ‘가장 오래된 꿈’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일행들은 본능적으로 김독자의 병실로 쳐들어 갔다.

 하지만 일행들이 병실로 들어가자 눈에 들어 온 것은 김독자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는 한수영이였다.

 그리고 이내 상황 파악이 끝난 이들은 김독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독자 형!”

 “아저씨!”

 “독자 씨!”

 “구원의 마왕!”

 [독자야!]

 [막내야!]


 김독자를 향해 달려든 일행들을 본 한수영은 불만이라는 듯 일행들을 향해 소리치기 바빴다.


 “야 이 새끼들아! 얘 환자인 거 안 보이냐? 당장 떨어져!”


 하자만 한수영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던 일행들은 김독자에게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기력이 다 한 듯한 김독자가 쓰러져 모두가 당황하자 이설화가 김독자에게 달려갔다.


 “몸에 이상은 없어요. 그냥 기력이 다 해서 탈진 한 거 같아요. 잠시 내버려 두면 곧 깨어 날 거에요.”


 이설화의 말에 안도한 일행들은 다행이라는 듯 안도하자 한수영이 “다 나가 이 새끼들아!” 라며 외치자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전부 병실 밖으로 나갔다.

 일행들이 나가자 김독자의 옆에 앉으며 손을 잡은 한수영은 눈물을 계속 흘리며 속으로 기도를 하였다.


 ‘빨리 일어나 김독자. 오랫동안 못 풀었던 이야기 보따리가 한가득 쌓여 있으니까.’



*



 김독자의 곁에 계속 있고 싶었던 일행들이지만 병원장이였던 이설화를 제외하고 다들 개인적으로 할 일이 많고 늦은 시간이라 모두 돌아가기로 했다. 하지만 한수영 만큼은 끝까지 남겠다 하자 이길영이 불만을 표출했지만 신유승이 제지하자 어쩔 수 없이 돌아가는 수 밖에 없었다.

 일행들이 모두 돌아가자 다시 김독자의 병실로 돌아온 한수영은 병실 창문 너머를 보고 있는 김독자를 보며 입을 열었다.


 “언제 깼냐?”

 “방금 막?”


 김독자가 깨어나고 어느정도 기력을 되찾은 듯 하자 한수영은 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넌 진짜 나쁜 새끼야. 어떻게 아무 말도 없이 그 지하철에 남을 생각을 해? 진짜 우리 미쳐서 돌아가는 꼴 보고 싶어서 환장했어?”

 “솔직히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 없지만······ 그 때 그러지 않았으면 벌써 이 세계선은 진즉에 멸망하고 끝났을 걸······.”

 “어련하시겠어요.”

 “그, 그래도 잘 끝났으니 된······ 죄송합니다.”


 살기를 내뿜는 한수영을 보자 김독자는 일단 꿇고 들어가자 생각 했는지 갑자기 존댓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무튼 너 진짜 다음에 또 그러면 멸망이고 뭐고 내가 이 세계선 멸망 시킨다. 알았어?”

 “넵······.”

 “됐고 일단 앉아 봐. 우리도 우리끼리 풀어야 할 게 꽤 많잖아. 안 그래? 내 유일한 독자님.”


 그 말에 꽤나 당황한 듯한 김독자였지만 이내 침착하며 한수영의 옆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수영아. 나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뭔데?”


 김독자가 물어 볼 말을 예상했다는 듯 한수영은 흔쾌히 허락 해 주었다.


 “왜······ 왜 나같은 걸 위해 10년이 넘도록 ‘그 소설’을 연재 해 준 거야? 나 때문에 넌 10년이 넘는 세월을 잃은 셈 이잖아.”


 예상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한수영은 잠시 고민을 하는 듯 하였으나 이내 입을 열었다.


 “넌 모르겠지만 난 너가 예전에 교실에서 뛰어 내리고 병원에 입원했을 때 너 찾아 간 적 있거든.”

 “······그때 정말 왔었어?”

 “그래. 서울에서 너 찾느라 도깨비 왕이랑 애 좀 먹었었지. 아무튼 그 때 당시에 내가 봤던 너는 삶에 미련은 없고 언제든 죽어도 상관 없는 사람으로 보였거든. 그래서 조금이라도 삶에 희망을 가지고 계속 앞으로를 살아 갈 수 있도록 내가 버팀목이 돼 주기로 한 거지.”

 “하지만 나 때문에 10년이 넘는 세월을 허무하게 보냈잖아.”

 “왜 그렇게 생각 해?”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왜 내가 10년이 넘는 세월을 허무하게 날렸다고 생각하냐고.”

 “그건······.”

 “김독자. 넌 모르겠지만 넌 굉장히 소중한 사람이야. 이 세상 그 누구도 알아 주지 않았고 너 조차도 몰랐지만 넌 정말 대단하고 굉장한 사람이야. 그러니까 어깨 좀 펴고 살아도 돼.”


 김독자는 일순간 할 말을 잃었다.

 항상 해 오던 생각. 그 지하철의 안에서 조차 다른 기억을 잊어 갈 때도 절대 잊을 수 없었던 단 한 가지의 의문. 하지만 그 답을 낼 수 있는 장본인에게서 돌아온 답변은, 자신은 자신이 생각 했던 것 보다 훨씬 대단하고 굉장한 인간이였다는 답변이였다. 그 때문에 정작 본인은 10년이 넘는 세월을 희생했으면서 말이다.


 “난 그 때 ‘그 소설’을 쓰면서 후회 한 다는 생각 조금도 안 해. 오히려 ‘그 소설’을 써서 이렇게 너도 살리고, 나도 이렇게 잘 살아가고 있다면 오히려 싸게 먹힌 거지.”

 “······.”

 “그러니까 김독자 넌 아무 생각 말고 몸 회복 할 생각이나 해. 너 퇴원 할 때 까지 이 천재 미소녀 작가님께서 친히 간호 해 줄테니까 말이야.”

 “······나를 그렇게 대단한 사람 취급 해 주는 건 너 밖에 없을 거다.”

 “얘 뭐래냐? 야 적어도 공단 사람들은 다 이렇게 생각할 걸? 그리고 나만 그렇게 생각하면 또 어때? 무려 이 천재 미소녀 작가님이 인정을 해 준다는데.”


 당사자에게사 답변이 돌아오자 김독자는 머리 속에서 자리를 잡고 있던 매우 큰 단 하나의 의문이 사라짐과 동시에 후련함이 생겨났다.


 “······고맙다 수영아.”

 “고마운 줄 알 면 빨리 회복이나 해라? 회복 다 하기만 해 봐. 아주 그냥, 말린 오징어 구이를 만들어 버릴 거다.”

 “하하, 그건 좀 봐주라.”


 한수영과의 대화에서 안도감을 느낀 김독자는 이내 기력이 다 한 듯 한수영에게 기댔다.

 한수영은 당황하며 귀 뒷 쪽이 붉어졌지만 이미 한수영에게 기대어 점점 눈이 감기며 잠에 든 김독자가 그 것을 알 턱이 없었다.

 그렇게 또 하루의 별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