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말했다.
“셀 수 없는 비난을 받아도 괜찮은거야?”
이야기를 바라보던 나는 말했다.
“비난이라... 뭐, 어때.”
하, 하고 한숨을 쉰 그녀는 나를 바라보았다.
“넌 지금 원작의 개연성을 건들인거야. 네 이야기를 개연성에 맞추려면ㅡ”
“개연성을 정리하는건 내 일이야. 그러니,”
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널 위하는 이야기를 하길 바래.”」
*
도깨비 왕의 오랜 친우.
한수영은 그것이 누구를 뜻하는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혹부리 왕.
이미, 그녀가 한 번은 만나봤던 존재이니깐.
“그래, 혹부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치자. 근데 걔를 어떻게 불러내게?”
그녀는 지금 간접 메시지조차 못 보내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그녀의 유일한 조력자는 도깨비 왕.
만약, 그가 혹부리 왕을 찾을 정도의 큰 움직임을 보인다면, 아무리 도깨비 왕이라도 <스타 스트림>의 의심에 들 수도 있었다.
“이곳으로 호출 시킬 수는 없냐?”
[당신을 이곳에 숨겨두는 것만으로도 벅찹니다.]
혹부리 왕을 불러내기 위해선 관리국이 바라볼 수 있는 모든 장치들은 피해야만 하였다.
하지만 그런 방법이 있을 수는ㅡ
한수영의 설화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그때였다.
[설화, ‘예상 표절’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내가 없으면 생각을 못해요.」
「이번에만 도와줄거야. 잘 생각해봐.」
[설화, ‘예상 표절’이 거대설화 ‘전지적 독자 시점’과 함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녀는 이 세상을 창조하였다.」
「만약, 혹부리 왕 또한 그녀가 창조한 등장인물이라면?」
번뜩 깨달은 그녀는 남은 레몬티를 다 마시고는 도깨비 왕을 바라보았다.
“야, 부탁할게 하나 있어.”
[무엇입니까?]
“네가 원하는 이를 불러줄테니, 내가 죽지 않도록 해줘.”
그녀는 소파에서 일어나 준비를 하였다.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겁니ㅡ]
도깨비 왕의 말을 무시하고, 그녀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한 번만 다시, 그때를 재현할 수 있다면.
츠즈즛!
그녀가 무엇을 하려는지 눈치 챈 도깨비 왕은 다급하게 그녀를 말렸다.
[한수영! 그것만은 안됩니다!]
[당신의 특성이 극한까지 활성화됩니다!]
파지직!
점점 심해지는 개연성 후폭풍.
곧 엄청난 스파크가 그녀를 감싸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이 방법 말고는 없으니깐.
[성좌, ‘■짓 ■막■ 설■■’가 자신의 모든 설화를 개방합니다!]
엄청난 개연성 후폭풍이 그녀를 압박하기 시작하였다.
그녀가 모은 설화가 없었더라면 그대로 소멸할 정도의 후폭풍.
[경고합니다! 당신의 행동은 세계의 개연성을 초과하는ㅡ]
팟!
그때,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아니, 정확히는 그녀를 감싸고 있던 모든 스파크가 사라졌다.
[‘최후의 벽’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최후의 벽’이 당신의 행동을 묵인합니다.]
도깨비 왕을 바라보자, 그는 놀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최후의 벽’의 이러한 행동은 도깨비 왕조차 이해하지 못한 듯 하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성흔, ‘등장인물 소환’이 발동합니다!]
[성별 바꾸기를 좋아하는 한 성좌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성별 바꾸기를 좋아하는 한 성좌가 당신의 존재에 의문을 갖습니다.]
[등장인물, ‘자신의 존재를 바꾸는 자’가 부름에 응답합니다!]
그때, ‘최후의 벽’에서 날라온듯한 활자들이 어떠한 형체를 만들어내기 시작하였다.
그녀가 눈을 뜨자 눈 앞에 한 사내가 있었다.
초록색 머리카락에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사내.
그녀 대신 [예상 표절]이 말하였다.
「자신의 존재를 바꾸는 자.」
「<아스가르드>의 최상위 성좌들 중 하나인 ‘로키’.」
「하지만, 그녀도 이것이 그의 진정한 정체가 아닌 것을 안다.」
그녀의 앞에 로키가 다가왔다.
그러고는, 그녀의 턱을 잡았다.
[세상 모든 것을 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너 같은 존재는 처음 보는군. 정체가 무엇이냐?]
그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게 하려면 그녀 또한 강경하게 나가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턱을 잡고 있는 로키의 팔을 쳐내며 말했다.
“껍데기는 벗지 그래? 본연의 모습을 숨기고 있는 자에게 나를 밝힐 필요는 없잖아?”
의외의 행동에 로키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례한 자군. 그래서 더 흥미로워.]
한수영을 유심히 바라보던 로키는 말하였다.
[좋아, 네가 이겼다.]
그 순간, 로키의 몸에서 엄청난 광채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성좌, ‘자신의 존재를 바꾸는 자’가 자신의 진정한 정체를 드러냅니다!]
[성■좌,■ ‘자신■의 ??존재■를??’······.]
다시 한번, 활자가 로키를 감싸더니 곧 그의 몸은 변해갔다.
키가 작아지는 것을 시작으로, 얼굴의 외형이 노인의 그것을 띄게 되었으며, 끝내 볼을 중심으로 두 개의 혹이 자라나기 시작하였다.
「<스타 스트림>의 버그를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존재. 세상 모든 도깨비들의 숙적이자, ‘종말의 구도자’의 창시자.」
혹부리 왕의 진체가,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이제 네 존재를 밝히지 그래.]
“그건 나보단 얘가 설명을 더 잘해줄거 같은데?”
그녀는 도깨비 왕이 앉아있는 소파를 가리켰다.
혹부리 왕이 그곳을 바라보자, 그의 설화들이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설■, ‘가■ 오■된 친■’가 반가워 합니다.]
[설■, ‘가■ 오■된 원■’가 으르렁 거립니다.]
두 개의 설화가 충돌하고 있었다.
「한 때 그들은 서로의 등을 맡겼던 친우였다.」
「동시에 혹부리에겐 본인의 운명을 앗아간 원수였다.」
서로를 바라본 두 왕이 동시에 말하였다.
[도깨비 왕.]
[혹부리 왕.]
*
두 왕은 서로를 마주보며 앉았다.
[지금이라도 널 죽이고 싶은 마음은 충분하다, 도깨비 왕.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듯 하군.]
혹부리 왕은 옆에서 그들을 구경하고 있는 한수영을 바라보았다.
[알 수 없는 힘이 나를 이곳으로 불렀다. 그것부터 설명 해주는게 어떻겠나.]
한수영은 심히 고민을 하였다.
여기서 잘못 말하면 끝이다.
“너의 운명이 이곳으로 널 이끈게 아닐까?”
멋쩍은 웃음을 띄는 한수영을 보며 혹부리 왕은 피식 웃었다.
[운명이라… 참으로도 이상한 운명이군.]
그는 다시 도깨비 왕을 바라보곤 말하였다.
[이곳에 나를 부른 이유가 무엇이지?]
마시던 커피를 내려놓은 도깨비 왕은 진지한 눈빛으로 흑부리 왕을 바라보았다.
[네 도움이 필요하다, 친우여.]
혹부리 왕은 손가락을 튕겼다.
[나에게 부탁하기엔 네가 진 빚이 있지 않나.]
[‘■■의 맹세’가 효과를 발휘합니다.]
[‘■■의 맹세’가 ‘이야기의 왕’에게 약속을 이행할 것을 요구합니다.]
[자네는 나에게 ‘최후의 벽’ 너머를 보여준다고 맹세하였지.]
가장 오래된 맹세가 모습을 보이자, 그녀에게도 한 설화가 깃들었다.
[‘■■의 맹세’가 오래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근데, ■■. 네 목표는 뭐냐?”」
「“이 세계의 배후를 찾아내는 것, 그게 내 목표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할 때가 된다면, 너에게 제일 먼저 보여주지.”」
「“정말? 맹세 하는거지?”」
「“그래, 맹세할게.”」
*
오랜 추억에 잠긴 도깨비 왕이 말하였다.
[그래, 그런 약속을 하였었지.]
도깨비 왕이 한수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네 옆에 있는 존재가 바로 그 약속을 이행 시켜줄 수 있는 열쇠다.]
혹부리 왕 또한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뭘 봐?”
[이 자가 말이냐?]
[그래, 하지만 그녀는 지금 <스타 스트림> 외부의 존재다. 이 상태로는 그 소망도 이루지 못하고 소멸할거다.]
요점을 찾아낸 혹부리 왕이 말하였다.
[넌 지금 그녀를 시나리오 내부로 복귀 시키려는 것이군.]
[그래.]
혹부리 왕은 <스타 스트림>을 바라보았다.
공활한 밤하늘에 떠있는 별들.
[네가 하려는 일은 분명히 관리국에서 막으려 할 것이다.]
[그러니 네 도움을 필요로 하는 거다, 혹부리 왕.]
본인 앞에 놓여있던 홍차를 다 마신 혹부리 왕은 도깨비 왕을 보고 말하였다.
[도와줄 수는 있다. 단, 그에 대한 대가는 이후에 받아가지.]
도깨비 왕은 끄덕였다.
[계획은 있나?]
도깨비 왕은 계획을 전달하기 시작하였다.
*
‘도대체 지들끼리 뭐라는 건질 모르겠네.’
[설화, ‘예상 표절’이 이야기를 정리합니다.]
[예상 표절]이 없었더라면 그녀는 계획을 이해하는데 한참 걸렸을 것이다.
그녀가 정리한 요점은 다음과 같았다.
첫 번째, 곧 있으면 <배후 선택>이 시작될 것이라는 것.
두 번째, 그때에 맞춰 혹부리 왕은 한수영의 존재를 감춰 투입 시키는 것.
세 번째, 그녀를 세계관에 안착 시키는 것.
겉으로 보면 간단한 계획이었다.
도깨비 왕이 그녀에게 비밀스럽게 말하기 전까지는.
[‘한낯의 밀회’가 발동합니다.]
[수신자, ‘이야기의 왕’.]
ㅡ 한수영.
ㅡ 뭐야, 너 이것도 쓸줄 알았어?
ㅡ 전 도깨비 왕입니다. 이런건 별거 아니죠.
쓸데없는 곳에서 체면을 세우는 도깨비 왕을 본 그녀는 어이가 없어졌다.
이런게 왕?
ㅡ 아무튼, 그래서 왜 불렀는데?
ㅡ 당신이 이 세계선으로 넘어오고 있을 때, ‘가장 오래된 꿈’의 흔적을 발견하였습니다.
ㅡ 그래도 고귀하신 왕께서 일은 하시네.
ㅡ 크흠. 아무튼, 방금까지 흔적을 조사한 결과, 모든 흔적은 단 한 이를 가리켰습니다.
ㅡ 누구?
그녀의 옆에 한 인물에 대한 정보가 떴다.
ㅡ ‘한준혁’이라는 자인데, 시나리오가 시작될 때부터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계속해서 지켜보니 ‘김독자’의 행동과도 유사하더군요.
[설화, ‘예상 표절’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도깨비 왕의 말을 듣고서 한수영은 생각했다.
한 화신의 행동이 비슷한 경우는 두 가지.
첫 번째, 그가 ‘김독자’라는 것.
물론 이건 말이 안된다.
만약 된다고 하더라도 엄청나게 희박한 확률이다.
하지만 두 번째…
만약, 이 세계선에서는 ‘전지적 독자 시점’이 존재한다면?
ㅡ 그러니, 한수영. <배후 선택>때 그를 화신으로 선택 해주었으면 합니다.
ㅡ 만약, 걔가 나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ㅡ 혹부리 왕이 당신을 연결 시켜줄 때 거대설화를 발휘 시키십쇼.
ㅡ 그러면 계획이고 뭐고, <스타 스트림>이 나를 배척 시킬거 같은데.
ㅡ <스타 스트림>은 괜찮을 겁니다. 문제는 관리국이겠죠. 하지만 이 문제는 저희들에게 맡기십쇼.
<스타 스트림>은 괜찮다고?
뭔 자신감으로 저렇게 말하는건지 한수영은 이해할 수 없었다.
ㅡ 당신의 거대설화가 당신에게 세계관 간섭 권한을 부여시켜줄 수 있을겁니다.
ㅡ 넌 어떻게 확신하는건데?
ㅡ 전 도깨비 왕일 뿐만이 아닙니다.
그녀는 잊고 있었다.
그가 어떤 존재인지.
그는 또한 김독자의 수호자이자, ‘가장 오래된 꿈’의 최전방에 서있는 존재.
ㅡ 이 번만 이라 도 날 믿어 줘.
제 4의 벽이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
다들 이런 장편 창작은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