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색깔
한수영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무슨 색깔일까.
갑자기 문득 든 생각이었다.
한수영이라면 어둡지만 아늑한 남색?
아니면 칙칙한 회색?
그것도 아니라면 조용한 검은색?
그래도 역시 한수영은 아름답지만 날카로운, 보라색이 가장 알맞은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부드럽고 따듯한 갈색?
또는 화려한 금색?
밝고 싱그러운 연두색?
나에게는, 그녀와는 다르게 화사하면서도 밝은 노란색이 가장 어울리는 것 같다.
2. 색의 조합
그렇다면 이 둘을 섞으면 어떨까.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화사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애매한 색.
나와 한수영의 조합은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도저도 아닌 그냥 애매한.
전혀 어울리지 않는
노란색과 보라색의 조합.
3. 그렇기에
한수영도 나를 사랑한다.
나도 한수영을 사랑한다.
당연히 서로가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 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색깔들은 섞여서는 안 된다.
왜냐고?
자신만의 특색이 담긴 색으로 가득 찬 이 컴퍼니에서,
노랑과 보라가 섞인 애매한 색이 들어가도 되는 건지에 대한 의문.
더 정확히는 불안.
순식간에 깨져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
남들과 다른 애매함에 섞인 불안.
각각의 색이 더 아름다운 것 아닐까 싶은 불안.
불안이라고 쓰지만, 내면은 이 마음을 이기심이라 부른다.
4. 너는?
너는 어떨까.
상대가 일방적으로 끊은 이 관계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 색깔들의 조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아직도 길을 찾고 있을까.
진작에 포기했을까.
아니다.
너는 절대 포기했을 리가 없다.
나와는 다른 너가
이 관계를 포기했을 거라고 믿고 싶지 않다.
아, 또 다시 이기적이다.
5. 깨달음
"유상아!"
너가 나를 부른다.
나는 돌아보지 않는다.
너는 나에게 걸어온다.
그러고는 묻는다.
"왜... 왜 그랬어?"
너가 운다.
너의 눈물이 흐른다.
너의 색이, 너의 눈물에 씻겨 내려간다.
그제야 나는 깨닫는다.
아, 그렇구나.
사람은 한 가지의 색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구나.
너에게도, 나에게도.
순수하고 밝은
모든 색깔을 받아들이는
흰색이 있구나.
"왜 울고 그래요!"
우리는 모두 섞일 수 있는 존재였다는 것을.
너가 나에게 다가오고 나서야 깨달았다.
나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서로의 흰색을 마음껏 확인했다.
자신의 마음이 섞여 들어갈 그 흰색을 말이다.
"수영아."
"왜."
"고마워."
"이제 알았어?"
말하지 않아도 안다.
우리는 서로를 너무 잘 아니까.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 마저도.
6. 후일담
"야, 유상아."
"왜요?"
"그때 왜 나한테 반말했냐?"
"그러게요."
"헛소리 하지 말고!"
"저도 잘 모르겠는데."
"퍽이나 그렇겠네."
"네."
"슬슬 열받네?"
"헉, 그러면 오늘 밤에는 못 하겠네요."
"뭐라는 거야!"
-完
오랜만에 창작 하나 짧게 썼는데 너무 만족스럽게 써졌다.
내 예상보다도 마음에 들어서 당황스러운데 기분 좋음.
댓글로 간단하게 평가 좀 부탁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