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님과 키스해버린 날부터, 제 마음 속 긴장의 둑이 풀려버렸습니다.

그 날 이후, 용사님과 만날때마다 우리는 입술을 겹쳤습니다.


"응..츄.. 츄,츄우....푸핫, 코오지님.."

"헤헷, 오늘도 해버렸네. 리나쨩"

"네.. 그.. 미안해요.."

"굳이 사과할 필요 없어. 나는 리나짱과 키스해서, 정말 기쁘니까"


사죄의 말은, 대체 누구에게 향한 것일까요.

용사님은 절대 아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나를 한결같이 일편단심으로 

사랑해주고 있는, 알토에 대한 죄책감에서 나온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거, 안된다고.. 알고 있는데.."

"리나쨩은 나쁘지 않아, 오히려, 알토 녀석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그렇지 않습니다.. 알토가 나쁘다니.."

"혼자 고뇌하는 리나쨩을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그 녀석에게도 책임이 있어"


왜일까요? 용사님께서 그렇게 말하면, 정말 그런 기분이 듭니다.

확실히 나는, 알토를 배신하고 용사님과 키스해버렸지만, 이렇게 고뇌하는

나를 눈치채지 못하는 알토도, 분명 나쁜게 아니냐고.


"그럼, 무승부일까요...?"

"그래, 알토도, 숨어서 나와 키스하고 있는 리나쨩도 나쁘지요. 

무승부라는 걸로 좋지 않아?"


── 그렇구나. 나도 잘못했지만, 눈치채지 못한 알토도 나빠.


완전히, 용사님의 말씀에 심취해버린 나는, 그런 생각에 빠져버립니다.

서로 나쁜거라면, 용사님과 키스한것쯤은 나중에 알토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받으면 되지 않을까 ── 같은 최악의 생각을 하면서,

다시 나는 용사님과 입술을 몇번이나 겹치고, 탐하듯이 서로를 요구했습니다.


이 무렵부터 이미, 제 안에서는 알토에 대한 애정보다, 

용사님에 대한 애정이 더 커져버리고 말았습니다.


훗날, 휴일이 생기게 된 알토가 오랜만에 데이트를 권해왔습니다.


"리나, 내일 둘이서 시내에라도 나가지 않을까?"

"내,내일? 알토.. 수련은 괜찮아?"

"아아, 대충 일단락 됐어. 바빴던만큼 다소 돈에 여유가 생겼으니,

오랜만에 레나와 함께 즐겁게 보내고 싶다 생각해. 안 될까?"


알토의 마음씀씀이가 기뻤다.

아마, 잠시나마 나를 외롭게 방치했기 때문에..

그 만큼의 보상을 겸하고 있는거라고, 알토의 얼굴을 보자마자,

저는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 저는


"미안해.. 내일은 조금, 소중한 용건이 있어서.."


나는 알토의 권유를 거절했다.


"아,아니.. 나야말로 갑작스럽게해서 미안해. 리나도 자신의 일이 있는데..

나는 또 나만 생각하고 있었던 같아.."


"그런.. 알토의 마음은 굉장히 기뻤어. 이 다음에, 함께 가자?"


그는 곤란한 미소로 사과했지만, 정작 사과해야하는건 내쪽이야.

왜냐하면 말야.. 왜냐하면.. 내 용건은..


다음날, 나는 알토가 권해준 조금 큰 시내로 와있었습니다.

평상시엔 입을 리 없는, 화려한 원피스를 입고, 마치 사랑하고 있는

소녀처럼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을 참으면서 말이죠.


조금 빨리 도착한 저는, 안절부절하지 못한 상태로 약속 상대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우오옷, 헤에 ─? 혹시 기다리게 해버렸을까?"


잠시 후, 등 뒤에서부터 소리를 들었습니다.

경쾌한 모습으로 말을 걸어 온 그 사람이야말로, 알토의 권유를,

소중한 용건이라고 거절하면서까지── 보고 싶었던 사람이었습니다.


"아뇨, 저도 막 왔어요. 갑시다 ── 코오지님"

"리나쨩과 데이트라니, 알토에게 뭔가 미안한걸"

"지금 알토 이야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변명은 할 수 없습니다.

얼마 전의 나였다면, 경멸했을만한 행동이었을테니까요.


용사님의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라서, 사람들이 빤히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우리 마을에 소문이 퍼진다면, 다 끝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 자신조차 이 감정을 억제한다는 건,

이제 불가능 수준까지 이미 와버렸습니다.


알토는 아직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용사님의 권유를 거절한다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요, 나는 상냥한 알토의 권유를 거절하고──

용사님과의 데이트를 선택해버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