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리나.. 대체 왜.. 왜.."


사랑스러운 용사님과 만족할만큼 맹세의 입맞춤을 나눈 후에,

알토의 모습을 보면, 그는 투덜투덜대며 기분 나쁜 혼잣말을 

반복하고 있더군요.


"아직도 있었어? 빨리 꺼져주지 않을래?"

"그렇네. 패배자 주제에. 꼴 뵈기 싫으니까 빨리 사라져라"


너무나도 불쾌했기 때문에, 나와 용사님이 부드럽게 떠나도록 권하자,

그는 몸을 떨기 시작했습니다. 왜 그런거죠? 역시 쓰레기의 행동원리는

이해할 수가 없군요.


"리나..."


떨리는 목소리로, 제 이름을 중얼거립니다.

용사님께 허락도 없이 몇번이나 남의 부인의 이름을 함부로

말하다니.. 상식이란게 없는걸까요?


"허물없이 이름으로 부르지 말아줄래? 아직도 연인이라 생각하고 있어?"


모멸을 담은 시선을 알토에게 향하면서, 저는 당연한 일을 전합니다.

용사님의 아내가 된 제게, 이런 가치가 없는 쓰레기따위가 거리낌없이

이름으로 부른다니,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게 맞지요?


그러나, 제 충고가 들리지 않은 것처럼, 알토는 휘청거리며 이쪽으로 걸어왔습니다.

그리고 말도 안되게 제 쪽으로 지저분한 손을 뻗어왔습니다.


"리나.. 부탁이야, 나를 버리지 마.."


떨리는 목소리로, 매달리려고 오는 알토의 손이, 제 어깨에 닿을거 같았습니다.

미련이 넘쳐흐르는 기분 나쁜 모습에, 소름이 끼쳐 경기를 일으킬 것 같을 때,


"어이, 뭐냐? 감히 내 여자에게 손 대려는거냐? 이 쓰레기가"


나를 위해서 화내준 용사님이, 내 어깨로 뻗어 온 알토의 지저분한 왼팔을 ─ ─

성검으로 베어서 떨어뜨려 준 것입니다.


 "어...? 엣..."


용사님의 재빠른 일격에, 아직 팔이 잘린 걸 체감하지도 못 했는지,

알토는 나사빠진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베어진 그의 왼팔이

지면에 착지한 순간, 통증을 느꼈는지 갑자기 고래고래 발광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앗── 아가가가가가가아아아아아아아악!!"


꼴사납게 땅바닥을 구르면서 필사적으로 팔을 누르고 있는 모습은

정말 참으로 한심하고 우습기 짝이 없었죠. 재차 새삼스레,

이런 쭉정이같은 남자에게 쭉 빠져있었던 제가, 바보같다고 생각할만큼요.


"하─아, 성검에 더러운 피가 묻어버렸잖아. 귀찮게하고 있어, 찌꺼기새끼가"


그렇게 말하면서 용사님은, 지면에서 아직도 뒹굴거리고 있는 알토에게 침을

뱉었습니다. 용사님의 성스러운 검에, 그런 추접스러운 알토의 피를 묻히다니,


이 정도는 당연한 응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용사님이 이렇게 더러운 피를 묻힐 수 밖에 없었던 건,

제 탓이니까요. 내가 좀 더 빨리, 거기에 쓰러져있는 버러지를 부정했다면,

미리 말했다면 용사님께 이런 수고로움을 안겨드릴 일이 없었을테니까요.


"미안해요, 코오지님.. 제 탓으로.."


죄송스러움을 참지 못하고, 용사님에게 사죄했습니다.


─ ─ 아내로 삼아준다고 해준, 상냥한 용사님에게 폐를 끼쳤다.


그걸 생각하니, 가슴이 꽉 조이는 듯한, 답답한 죄책감이 저를 옭매입니다.


"무슨 말을 하는거야. 리나는 하나도 나쁘지 않아"

"하지만, 저 때문에 성검이 더럽혀져서.."

"이런 건, 씼으면 돼. 나쁜 건 오직 저기에 널부러진 쓰레기뿐이니까, 신경쓰지마"


명백히 폐를 끼쳐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용사님은 상냥한 말로

저를 위로해줬습니다. 그런 용사님에게 또 한 번 반해버린 저는,

그에게 매달리다시피 키스를 합니다.


"좋아.. 좋아합니다.. 코오지님.."

"나도 사랑해..리나.."


서로에게 진솔한 마음을 전하면서, 입맞춤을 나눕니다.

마음을 전한 기분 좋은 키스에, 저는 행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만, 지면에서 아직도 추접스럽게 널부려저 있는 알토가, 시끄럽고 불쾌했습니다.


... 차라리 뒤졌으면 좋았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