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 원년 978년.


슈바르츠쉴트 백작의 의용군 제1군단 3만이 덫으로서 용사와 그의 친위세력과 함께 동귀어진한 이후 의용군 본대 20만이 잔존 용사 세력을 소탕하면서 마침내 전쟁이 끝이 났다.


"폐주 '이사벨라 드 로렌츠'는 용사와 결탁하여 국정을 농락하고 민생을 어지럽혔으며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온갖 음행을 공공연히 저질러 황실의 위엄을 훼손한 바가 명명백백한 바 이에 혁명의회는 이사벨라 드 로렌츠를 폐위하고 선대 폐하의 아드님이신 황자 '카를 드 로렌츠'를 차기 황제로 추대하는 바이오."


혁명의회 의장이자 백작을 도와 의용군을 이끌었던 제2군단장 제럴드 후작의 선언으로 이사벨라가 폐위되고 카를이 황제로 추대되었다.


'스승님...'


카를은 슈바르츠쉴트 백작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


그 누구보다 총명했던, 그 누구보다 뛰어났던 누이 이사벨라.


누이는 용사를 마주한 이후 조금씩 총기를 잃고 실정을 저지르기 시작하더니 종국에는 용사의 하렘에 일원이 되어 제도와 제국을 인외마경으로 만들었다.


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누이를 원래대로 되돌리려 노력하였으나 모든 시도는 수포로 돌아가고 오히려 용사에게 주목을 받아 목숨을 위협받는 지경에 놓였다.


"누이.. 제발 원래에 누이로 돌아와 주세요!"


"이사벨라, 쟤 죽여도 되지?"


경박한 말투로 황자인 자신의 목숨을 왈가왈부하는 가관인 행태에 그녀의 누이는 더 가관인 말로 응수 했다.


"아아, 죄송해요. 용사님. 제 발끝에도 못미치는 하찮은 동생이 용사님의 눈을 더럽혔네요."


그 말과 함께 누이는 친위대로 하여금 나를 처형하도록 명령했고 내가 보는 앞에서 누이는 용사와 정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나는 제국에 남은 마지막 충신들의 도움으로 처형 당하기 전 제도를 벗어나는 데 성공했으나 누이는 내게 추격대를 보내 내 숨통을 끊으려 했다.


나를 마지막까지 보필하던 수하들은 하나 둘 쓰러져 갔고 추격대에 의해 잡히기 일보직전에 놓여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찰나


"제 1진 발포."


파바방!


귀가 터질 듯 울려퍼지는 머스킷 소리와 함께 추격대는 쓰러졌다.


나는 그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괜찮나?"


나는 홀린 듯 목소리의 주인을 올려다 보았다.


자신의 아버지와 자신의 누이에게서 들을 수 있었던 군림하는 자의 목소리.


듣는 것 만으로도 경외심이 드는 그런 목소리에 나의 의식은 툭 끊겼다.


*


혁명의회의 선언 일주일 후 카를 5세의 즉위식이 진행되었다.


이례적으로 서두른 대관식이었으나 시국이 시국인지라 반대하는 이는 없었다.


황제는 가장 먼저 혁명의회와 의용군을 통해 기존 귀족원과 제국군을 대체하였고 슈바르츠쉴트 백작의 장례식을 국장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그 다음으로 황제는 모든 사태의 원흉인 용사를 소환하고 그의 하수인으로서 악행을 저지른 교단에 대해 국교로서 지위를 박탈하고 사교(邪敎)로 선포하여 정규군으로 전환된 의용군을 통해 처벌토록 했다.


이제 거의 마무리된 장례 준비에 마지막으로 국새(國璽)를 찍으려는 찰나 


"카를 폐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대들은 누구지?"


"제 이름은 데이몬."




















"네크로맨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