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죽은 자를 수족처럼 부리는 악신(惡神)의 계약자.


황제는 자신을 데이몬이라 소개한 네크로맨서를 향해 적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사교의 숭배자가 무슨 연유로 예까지 찾아왔지?"


그동안 무표정인 상태로 황제를 덤덤히 바라보던 데이몬은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슈바르츠쉴트 백작을 다시 살려낼 수 있다면."


당신은 무엇까지 할 수 있소?


그의 손에는 지고한 고룡의 심장, 드래곤하트(Dragon Heart)가 들려져 있었다.


*


용사의 상반신이 백작의 팔과 함께 날아감과 동시에 용사의 친위세력이 교단 성소로 역소환 되고 전장에 여유가 생기자 백작의 부관 '알렉스'는 별동대를 구성해 백작을 향해 미친듯이 달렸다.


'제발... 늦지 않기를.'


그러나 이미 백작의 몸은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알렉스는 절망했다.


파락호같은 용사의 파행에 인생의 전부였던 여동생이 노리개로서 이용 당하고 버려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 복수에 미쳐 앞뒤 가리지 않고 날뛰던 자신을 거두어 사람 구실하게 해준 은인, 슈바르츠쉴트 백작.


자신과 마찬가지로 반인반룡이었던 아내를 용사에게 빼앗긴 백작은 백작 자신과 알렉스 같이 용사의 음행으로 아내, 누이, 친구를 잃은 빼앗긴 자들을 규합해 의용군을 조직했다.


처음에는 상실감에 삶의 의욕을 잃은 자들을 모아 그들에게 다시금 삶의 희망을 주는 것부터


용사의 첨병 노릇 하는 제국군에게 저항하는 것까지.


백작은 마치 신화 속 영웅처럼 사람들을 규합하고 이끌며 용사와 맞서 싸웠다.


그런 그의 옆에서 의용군에 종사하며 알렉스는 한 가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백작은 여기 모인 그 어떤 사람보다 상처가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그렇기의 그는 살아야 했다. 


살아서 행복해져야만 했다.


절망의 빠진 이들의 구원자는 그래야 마땅하니까.


그를 다시 살릴 수만 있다면


알렉스는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있었다.


*


지고한 종족인 용족은 그들의 씨앗을 각 종족에게 흩뿌리곤 했다.


반인반룡인 그녀 또한 이러한 케이스 중의 하나였다.


그녀의 어미는 그녀를 낳은 뒤 산욕열을 이기지 못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다.


갓 태어나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그녀를 거둔건 슈바르츠쉴트 백작가였다.


선대 가주였던 레온 슈바르츠쉴트 백작은 재앙신 취급 받던 그녀를 직접 거둬 딸아이처럼 길렀다.


그리고 그의 유일한 아들인 '슐츠'와 이어주려 했다.


훗날 이 선택이 어떤 파국을 불러올지 모른 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