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붕이와 후순이는 사이 좋은 부부였다.


후붕이는 언제나 회식 때마다 1차만 끝내고 가정에 돌아갔었고

후순이는 그런 후붕이를 언제나 고마워하며 반겼다.



후붕이는 회식이 끝나면 술냄새를 풍기며 집에 들어왔다.

후순이를 끌어안으며


"오늘도 힘들었어..."


라고 중얼거리며

후순이의 품에 안겨 눈물 한두방울 흘린 뒤

잠에 들었다.



후순이는 그런 후붕이가 사랑스러우면서도

안타까웠다.


후희를 만나기 전 까지는.





"... 이 사진... 합성 아니죠?"


후붕이와 다른 여자와 끌어안고 있는 사진을 보면서

후순이가 물었다.


"네. 아무리 제 상사라지만, 이런 건... 도저히... 같은 여자로서, 참을 수 없겠더라구요."


후희가 사진을 내밀며,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진 속에선, 후붕이가 얼굴이 가려진 여자와 껴안고 있었다.

얼굴이 가려진 그녀는, 후붕이 위에서 후붕이를 끌어안았다.


"대체... 그이가 왜..."


후순이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대체 왜, 부부 관계에도 문제가 없던 그이가 대체 왜.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런 관계를 배우자에게 숨길 수는 없었어요."


후희는, 그리 말하며 얼굴을 푹 숙였다.





후붕이는 회식이 끝나고 언제나 후순이에게 안겨왔다.

후순이는 점점 그를 멀리했다.


후붕이는 퇴근 후 언제나 후순이에게 저녁밥과, 애정을 요구했다.

후순이는 점점 그에 지쳐갔다.




"우리 이혼해."


후희가 가져다준, 수없이 많은 후붕이와 다른 여자의 사진에 지친 후순이는 그리 통보했다.


"왜? 대체 왜..."


후붕이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그랬겠지.

같은 직장의 후배가 자기 행적을 파헤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 하겠지.


후순이는 이제껏 모아온 사진을 꺼냈다.


후붕이가 다른 여자에게 안겨있던 사진.

후붕이가 다른 여자에게 기대어 있던 사진.

후붕이가 다른 여자에게 미소짓던 사진.



후붕이는

아무 말도 못한 채

그저 조용히 몸을 떨다가


"그래... 알았어..."


라는 말만 간신히 내뱉고 도망쳐나갔다.




이혼 절차는 손쉽게 밟혀나갔다.


후붕이는 그 어떤 반론도 제기하지 않았고

후붕이가 벌어온 모든 재산은, 후순이의 기여도가 인정되어, 반반씩 부담되었다.

아니, 오히려, 후붕이의 책임이 더 과중하게 부과되어서

약 70%는 후순이가 가져올 수 있었다.


후순이는 그렇게

노후대책 계획 정도는 순조롭게 세울 수 있었다.


재산을 원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그저, 후붕이의 배신 값을 받아내었다 생각했다.





사회는 거칠었다.

후순이는 식당 설거지와, 화장실 청소를 도맡아 하면서도

간신히 현재 생활을 유지하기 벅차했다.


그래도 마음은 편했다.

자신을 배반한 남편의 돈을 받아먹느니

자기 스스로 땀을 흘려 번 돈으로 적금도 부으며 사는 것이 보람찼다.


후붕이의 재혼식을 보기 전까지는.





후붕이는 재혼했다.

언제나 자신을 감싸주려 했던 자기 회사 선배였다고 했다.

제일 힘들었던 순간을 받쳐주던 사람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후순이에게


후붕이와 자신의 얼굴을 가린 사진을 보낸 장본인이기도 했다.






후붕이의 전 직장 동료들에게 물어봤을 때는 '아, 걔 낙하산이라 모두들 기피했어요.' 라는 답 뿐이었다.

전에 후희와 연락했던 번호로 연락했을 때는 '누구시죠? 저는 당신 몰라요' 라는 익숙한 목소리의 낯선 답변 뿐이었다.




나중에

후붕이의 두 번쨰 결혼식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의 축하와

첫 결혼식을 기억하는 이들의 애매한 미소 뿐이었다.




다시 대화를 할 수 있던 것은

재혼 후 1년이 넘어서였다.


"당신, 뭐야? 대체 뭐야?"


후순이는 그리 물었다.


해안가, 한적한 카페.

아무도 자신들을 알아볼 곳 없는 곳.


핸드폰을 미리 탁자 위로 꺼내서 녹음중이 아니라는 것까지 알리며

후순이는 후희에게 물었다.


"너, 뭐길래, 대체, 왜 그런짓을...?"


"가지고 싶었으니까."


후희는 웃었다.


멍청하게 자신에게 속아넘어간 여인 앞에서 웃었다.

자신이 가진 것을 가지지 못한 여인을 비웃었다.


자기가 가진 것을, 의심 때문에 빼앗긴 사람을 비웃었다.


"후붕이는 배신할 사람이 아니니까, 당신을 배신시켜서 얻으려고 했거든."




사진은 모조리 자신이 조작했다고 했다.

직장 상사라는 위치를 이용했다고 했다.

술이 취했다는 핑계를 이용했다고 했다.


마누라가 어차피 의심하는 거, 직접 저지르라고 부추겼다고 했다.




후순이가 그렇게 남편을 의심하고 이혼 서류를 들이댈 때

후희는 그렇게 흔들리는 후순이를 핑계로 후붕이를 꼬시고


그렇게 후붕이는 아무 것도 모르고

후희의 품에 안겼다고 했다.




"한 번이라도, 단 한 번이라도 당신 남편에게 물어보지 그랬어? 아니, 이젠 내 남편이지?"


후희는 비웃으며 그리 말했다.


후순이는 그럴 생각조차 못했다.

자신은 전업 주부였으니까.

자신은 결코 상대를 먼저 배신할 일이 없다고 여겼으니까.


그러니까, 부부 관계에서 어떤 문제가 생긴다면

다 남편 탓이라고 여길 것이었으니까.



"역겨운 년. 자신은 가해자가 아닐 거라 생각하지? 억울하면 네 남편, 아니, 전 남편을 믿었어야지."


후희는 계속해서 웃었다.


아내가 있다고 자기와의 약속을 걷어찬 게 몇 번이던가.

아내가 있다고 접근하는 자신에게 철벽을 친 게 몇 번이던가.


이제 자신이 아내인 이상

저 여자는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했다.


후붕이의 사생활을 꿰고 있는 이상

또 다른 경쟁자는 나타나지 않으리라 여겼다.




후순이는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자신은 사회를 몰랐다.

후붕이가 그렇게 인기가 있는줄은 몰랐다.

후붕이가 그렇게 자신에게 충실할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렇게 인간의 의심을 부추기는 인간이 있을 줄은 몰랐다.







아무런 증거도 없이

아무런 방해도 없이


후희는 후붕이와 결혼식을 올렸고


후순이는 그것을 바라보며 눈물 흘릴 수밖에 없었다.


아내는 적어도 남편을 믿어야 했을텐데 하면서.





p.s. ntr 없는 후회물은 ㄹㅇ 쓰기 어렵네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