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https://arca.live/b/regrets/23805175

2화: https://arca.live/b/regrets/24107633

3화: https://arca.live/b/regrets/24426320

4화: https://arca.live/b/regrets/24873150

5화: https://arca.live/b/regrets/2512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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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주임님을 보는 눈들이 달라지고 있었다.

당연하지. 

자기가 속한 프로젝트원들이 다른 업무에 방해되는 것이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커트해주고, 

지원 업무 들어오는 것은 자기가 어떻게든 해결해주겠다고 나서는 사람이니까. 

자업자득이다. 그렇게 일을 스스로 떠맡고서는, 맨날 바쁘다고 툴툴된다.

일 폭탄에서 빠져 나올 방법을 모르면서, 막상 시키면 일은 다 한다.

데이터 수집하는 업무가 내려왔더니, 프로그래밍 하나도 모른다고 욕하면서도,

결국에는 프로그래밍책 하나 싸 들고 와서 하루 종일 머리 싸매서 공부하고는 업무 끝내던 사람이다. 차라리 자기에게 시켰으면 야근이야 했겠지만 금방 했을 텐데. 

위에 사람이야 싫어하면서도 자기 부서에는 데리고 싶어하는 유형의 사람이었다.


얼마 후, 회사 여자 차장이 주임님을 데려가고 싶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 잘하니까, 자기팀에 데려간다, 는 이유에서였지만 그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었지. 아직 미혼이니까, 어떻게든 달라붙고 싶어서. 

주임님은 사내 정치 같은 거 모르고 일에만 몰두하는 사람이니 전혀 눈치 못채겠지만.

그외에도, 어떻게든 친해지고 싶어하는 다른 부서 여자들이 늘어났다.

그래서 어떻게든 접근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자기 이외에는 여자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주임님과 같은 프로젝트 묶이도록 늘 자원했고, 점심 같이 먹으러 나가고, 함께 야근했다.

...주임님의 가치는 나만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사귀는 사이가 되었지만, 회사에서는 눈치 보인다며 손도 되고 있지 않고. 

난 주임님이 원한다면 뭘 해도 상관없는데. 

이딴 회사쯤이야 때려칠 수 있다. 

거기다가 업무 분위기 망치지면 안된다고 혼만 나고. 

설마 나 혼자 좋아하는 거 아닐까, 주변에 더 나은 사람이 있으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했다. 

그래서 버려지는 거 아닌가, 하고 항상 불안하고 초조했다.

그래서, 주임님이 날 데려다주고 난 후에도 몰래 따라다녔다. 

어떻게든 그를, 내 곁에 묶어두고 싶었다.

영원히, 내게서 떨어질 수 없도록.


주임님의 관해서 수소문했다. 

주임님은 SNS를 전혀 하지 않았지만, 같이 인스타에 주임님 얼굴이 올라온 사진이 있었기에 그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봤다.

중고등학교 때 지인들부터, 아버지의 빽까지 이용해서 어떻게든.

마침, 아버지가 은퇴하셨던 언론사의 직원 중에 그와 고등학교 동창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주임님과 어렸을 때부터 가깝게 지내던, 잘난 여자 소꿉친구가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최근에 다시 재회했다는 사실을.

거기다가 오랫동안 연락했던 것 같다는 말까지.


그 사람으로부터 주임님 소꿉친구에 대한 학창 시절 사진과 SNS를 뒤져서 대학 시절 모습들을 보고 절망했다.

같은 여자인 내가 보기에도 너무나도 급이 다른 여자였다.

아마 그 날은 집에 틀어박혀 하루 종일 울면서 베개를 집어 던졌던 것 같다. 

그의 곁에는 그런 여자가 있다는 패배감에 울었다. 


주임님이 동창회를 간다는 것을 알게 된 날, 그의 뒤를 몰래 따라갔다. 

혹시 그 소꿉친구라는 여자가 나올까 봐.

고기 구워 먹으면서 떠드는 남자들 무리 뒤에 숨어서, 

혼자 저녁 식사하는 척 천천히 먹었다.  

그리고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그 여자는 이제 주임님이 상관없는 여자라고 했다.

화장실 가는 척 주임님이 폰을 꺼내서 동창들에게 내 사진을 보여주고 있었다.

뒤이어 들려오는, 주임님의 친구들이 떠드는, 그녀에 대한 험담.

그런 여자들이 속한 세계야 그렇지 뭐. 

너무 잘난 나머지 자기 과시용으로 몸을 쉽게 놀리는 가벼운 여자들. 

금방이라도 주임님을 껴안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행복한 마음으로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


- 정말 우리 집을 오는 거야?

[당연하잖아요.]


소꿉친구를 돌려 보내고, 후임이 독립했었다는 이야기를 왜 하지 않은 거냐며  엄청나게 혼났다. 

후임은 내가 물리 치료실에서 뭉쳐진 어깨 근육을 푸는 동안 집들이 기념으로 요리를 해주겠다고 병원에서 딱 기다리라며 전화 너머로 화를 내는 중이었다. 

어차피 내 오후 반차는 3시간이나 날아가 버려서. 

병원 갔다가 집에 가면 평소랑 퇴근 시간이 1시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 근데 너 요리 못하지 않아?

[그동안 연습했단 말이에요!]


- 걍 내가 한다. 집에 불날 거 같아서. 인덕션이 아니거든.

[주임님 너무한 거 아니에요?!

- 그리고, 첫 손님이니까. 내가 대접해줘야지. 쉬고 있어라.


도어락 버튼을 눌러 집에 들어가서 후임을 앉혀 놓은 후, 마트에서 사온 종량제 봉투 안에 내용물들을 바라보았다. 파스타 소스랑 간장이랑 흑설탕이랑 봉지 라면이랑 어묵이랑 식초.

대체 뭘 만들려고 했던 거야.

결국 냉장고에서 재료를 뒤져 찾아내어서 라볶이를 만들어서 후임 앞에 내려놓았다.

요리가 나오자마자 후임이 냉큼 집어먹더니 분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 생각보다 요리 잘 하시네요. 뭔가 분한데요.

- 먹고 살려고 하다 보니까 만든 것 뿐이야.

- 으으....전 연습해도 잘 안되던데. 내 시간, 내 노력...


우는 척하면서도 맛있게 먹는다.

누군가 내 요리를 맛있게 먹어준다는 게, 생각보다 행복한 일이었다.

식사가 끝나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후임이 내 등에 달라붙어서 껴안는다.

자꾸 이게 내 선입견 같긴 한데, 뭔가 후임과 나는 성별이 반대인 것 같단 말이야.

앞치마를 한 남자를 여자가 백허그하는 게, 뭔가 좀.


- 주임님, 저 자고 가고 싶은데요.

- 안돼, 좁아.

- 에에, 저 오늘 자고 갈 준비하고 왔는데요.

- 난 적어도 혼전 순결은 지킬 거다.


그러자 짜증을 내며, 앉아 달라는 듯 양팔을 내게 내민다.


- 그럼, 키스해주세요. 저 VR 기계로 연습했어요.

- 그게 연습이 돼?

- 이상한 거에서 태클 걸지 마시고요.

- 잠깐, 적어도 양치는 하고 좀.

- 저 팔 아픈데요? 

-  잠깐, 앞치마 좀 벗고

 - 빨리. 


아아. 

기빨려,


******


아아, 정말이지.

주임님은 너무 순진하단 말이야. 

여자도 모르고, 사내 정치도 모르고.

거기에 얼마나 여자들이 괴롭히는 거가 악랄한지, 

손에 넣고 싶은 거가 생기면 어떤 짓도 저지를 수 있는지.

그런 걸 전혀 모른다. 

그러니까, 지켜줘야 해. 

내가 학창시절 겪은 고통을 주임님이 당할지도 몰라. 

그래서, 오늘.

주임님의 집들이를 한다는 핑계를 삼아 집에 들어갔다.

그가 요리하는 동안, 방에 몰래 도청 장치와 몰래 카메라를 숨겼다. 

집에 돌아와서 침대에 누워, 그가 잘 때 내는 숨소리를 ASMR 삼아 들으면서 비부를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오늘 감히 주임님에게 달려든 소꿉친구라는 그년을 언젠가 빨리 만나서, 짓밟아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오랜 만에 골든 리트리버처럼 달라붙는 후임이 없는 불금.

갑자기 고등학교 동창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고등학교 시절 나하고 같이 중2병 걸린 찐따 같은 놈이라서, 잘나가는 놈들에게 초능력으로 복수하는 상상함 이런 녀석이었는데,

고2 때부터 게임부터 만화책까지 모두 접고 2년 동안 공부하더니 수능 대박 터뜨려서는 sky를 가는 인생 역전한 녀석이다. 

졸업식 때 애 괴롭히던 일진 놈 표정, 아주 가관이었는데.

그래서 인연도 이제 끊어질 줄 알았는데, 고등학교 때 내가 없었다면 자살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아직도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희한하게도 다른 부대로 입대 했는데 군대 전역일도 똑같았다. 

졸업을 하고 나서는 현재 메이저 언론사를 다니고 있는지라, 덕분에 회사에서 내가 영업직들한테 한 마디라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 야. 나와, 술 사줄게.

- 뭐 때문에 임마.

- 비트코인으로 치킨 20마리 값 벌었다.

- 엿같네

- 나올 거지?

- 치느님 사준다는데 당연히 가야지.


약속 장소로 나갔을 때는 정장을 입은 채 치킨과 닭똥집 튀김을 시켜 놓고 다리고 있었다. 

혼자 먹고 있는 치사한 짓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내가 늦게 퇴근해서 약속 시간 늦은 것도 있으니 할 말은 없었다.

거기다가 사주신다는데 감사히 얻어먹어야지.

생맥 2잔을 시키고, 건배를 하면서 이야기를 근황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트코인 무용담부터 시작해서, 주식 이야기까지.

사실 둘 다 야수의 심장은 못 가지고 애완견의 심장을 가져서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 쫄보들이었다.


- 그건 그렇고, 너 여자친구 생겼다며? 저번에 사진 받았는데.

- 소문이 너한테까지 갔구나.

- 참고로 너 여자친구라는 그 후임, 지난 번에 우리 언론사 편집장이셨던 분이다. 그거 알고 만났어?

- 푸훕


맥주가 코로 넘어갔다.

요즘 들어, 코로 너무나 많은 액체가 넘어가는데 이러다가 폐 쪽에 문제 생기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 전혀 몰랐다고! 알았으면 내가 그렇게 후임 막 부려 먹지 않았지!

- 근데 어떻게 만났냐 걔. 너도 용하네. 그 인간 자식 얘기만 나오면 딸 때문에 골치 썩는 중인데 누구 놀리냐고 쪼인트 까던 분이었는데. 

   만나보겠다는 남자 있으면 납치해서라도 결혼 시키겠다고 했던 인간이었다고. 


후임 어르신이 그렇게 무서운 분이셨나. 

난 후임이랑 연애 정도만 생각했지 그 정도로 심각하게 결혼 준비까지 고민해본 적은 없는데.

정말로 이제 유부남이 될 준비를 해야된다는 생각에 한숨이 나올 무렵, 친구가 무언가 말하려는지 맥주로 목을 축인다.


- 왜. 무슨 일 있어?

- 아, 실은. 그게 말이지.


친구는 대답 대신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하나를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소꿉친구인 그녀가 다른 남자랑 팔짱 끼거나 껴안기고 찍은 사진들이 무수히 많이 있었다.


- 너, 얘랑 혹시 아는 사이라고 하지 않았어? 예전에 대학생 때 술 한 잔 하면서 너 소꿉친구 중에 재능충인 여자애 한 명 있었다고 했잖아.


내 친구가 하는 이야기는 익숙한 내용이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이나 연애 상담이나 고민 상담 프로그램에서 자주 나오는, 

남자를 단물만 쪽 발아먹고 난 후 뱉어버리고 가혹하고 짓밟아버리는, 흔하디 흔한 어장관리녀 스토리였으니까 

문제는.

그 썰들의 주인공이 바로 소꿉친구인 너라는 것이었지.

거기다가 여초 커뮤니티에서 썰 푸는 거로 꽤나 유명했었는데, 

그로 인해 곤욕을 치뤘다는 남자 선배들도 많았다는 모양이다.

유학 때는 외국인이랑 원나잇 한 내용들 썰 풀기도 했다면서.


- 너 그때 걔 한국에 돌아온다고 밥 한번 먹을 수도 있다고 얘기했었잖아.

   혹시나 말인데, 만나지 마라.  아예 인연 끊는 게 좋을 걸? 너 만난 다음에 인터넷이 또 뭐 퍼뜨릴 지 모른다.


그랬구나.

네가 내 편지에 답장 한번 준 적 없던 이유가.

내 편지가 네 마음에 닿을 일이 없었던 이유가.

넌 애초부터 내 편지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던 거였구나.


하아.

개같은 년.


******


한국을 떠났던 것도 이미 6년이 되었기에, 나에 대한 소문들은 잊혀질 거라 생각했었다.

내 대학 시절 있었던 남자 사귀었던 일들부터, 내가 썼던 글들까지.

하지만 나에 대한 소문들은 대학교 동창들에 입을 타고 타서 퍼져 있었고, 

커뮤니티에 썼던 글들은 캡처 되어서 이미지로 나돌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유학생 정보 관련 홈페이지에서 외국 남자들을 만나고 갈아치운다는 한국 여자 유핵상에 대한 썰까지.

물론 그 루머들 중에, 내가 아닌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두 나를 가리키는 것은 아닐 것이고.

하지만 그런 소문들이 돌 때마다 너무나 두려웠다. 그 이야기들이 너의 귀에 들어갈 까봐.

우습게도 그럴 수록 네가 더 그리워져 갔다. 

세상이 모두 적이라 해도 너만 내 편이고 내 것이라면, 아무 것도 두려울 게 없을 텐데.


네가 혼자 살고 있다는 그 집을 결국, 찾아냈다.

매일 너의 우편함에 긴 장문의 편지들을 넣었고, 집앞에 꽃을 사서 놔두었다.

몰래 너의 집에 들어가서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해주고 싶어서, 굳게 닫힌 문을 열기 위해 도어락을 풀릴 때까지 하나하나 눌렀다. 

집앞에서 무작정 기다린 적도 있었다.

물론 그전에 누가 신고한 건지, 아파트 경비원이나 경찰이 오는 바람에, 끌려 나갔지만. 

회사 앞으로 가서 기다릴 때 매일 후임과 팔짱을 끼고 퇴근하는 그 모습을 보며, 손톱을 물어 뜯었다.

당장 달려나가 그 년에 머리끄덩이를 잡고 싶으면서도, 발신번호 표시 제한으로 나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메시지가 카톡으로 도착해 있었다.

또한 곧 나에 대해서, 너도 알게 될거라는.

그래서 쉽사리 나서지 못했다.


너와의 단 둘이서 보낼 생일 파티를 위해 그년을 치워버릴 준비를 할 때쯤.

문자 메시지를 보고 행복의 눈물을 흘렸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너가 한번 만나자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시지가 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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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ㅂㅍㅇ 안쓰는 이유는 이번 거 주말까지 완결 지으려고 하는 이유였음

내가 연재 속도 느리기도 해서 여기다가 취미 겸 쓰고 가는 거였는데

갑자기 뭔 좆목 도킹질이여 

얀챈은 비틱방역이라도 되는데 아주 그냥

글쓸 의욕 뚝 떨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