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https://arca.live/b/regrets/23805175

2화: https://arca.live/b/regrets/24107633

---------------------------------------------------------


처음에는 널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생각한 적조차 없었던 것 같다.

같은 동네에서 자란 동갑인 얼굴만 아는 남자아이.

같이 버스를 타고 내리고, 집에 들어갈 때 손을 흔들던 아이.

가끔 부모님 심부름이나,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사러 나오면 만날 수 있던 아이.

나이에 맞는 공부 실력에, 내 눈에는 바보 같은 남자애.

이게 너에 대한 첫인상이자 전부였다.


너는 보기만 하는 것으로도 피곤해지고 머리 아파지는 아이였다.

넌 소심해서 남들에게 싫은 소리 하나 하지 못한다.

겁은 많아서, 그저 교과서에 있는 문장 몇 줄 읽으면 되는 것뿐인데, 벌벌 떤다.

수학도 못 해, 연극 공연 때 대사도 못 외워, 달리기하면 넘어져서 울어.

내 입장에서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뿐이었다.


초등학교 입학 후부터 내 주변은 늘 따분했다.

영재교육을 받는 내게는 학교 수업은 지루함의 연속이었고, 선생님들이든 학부모들이든 내 눈에는 똑같은 어른들이었다.

우리 부모님에게 굽신거리고, 아부하고, 나를 칭찬한다.

너희 부모님이라고 다를 바 없었다.


그리고 말이지, 난 늘 질투의 대상이었다.

동요대회든 피아노 대회든 영어 말하기 대회든 백일장 대회든 수학 경시 대회든 상을 휩쓰는 나였으니까.

작용과 반작용처럼, 이 세상에는 날 좋아하는 만큼 미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질투 어린 시선이 아니라 해맑은 미소를 지으면서 순수하게 날 칭찬해주었던 것은 너뿐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너에 바보 같은 짓들 때문에, 지루하지는 않았다. 

널 보면 말이지, 생각 없이 나무에 매달려 자는 나무늘보 한 마리를 보는 기분이었다.


여자아이들은 사춘기가 빨리 온다.

그게 좋은 건 아니다.

왜냐하면, 더 빨리 영악해지거든.

남자애들보다 빨리, 그리고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심하게.

초등학교의 세계라는 건 생각보다 음습한 곳인 법이다.


난 사물함과 책상 서랍들을 절대 쓰지 않았다.

사물함과 책상 속을 뒤져서, 숙제나 교과서, 노트 등을 찢어버린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늘 내 책가방은 여행 가는 관광객의 캐리어마냥 무거웠다.

우리 부모님은 이웃에 사는 너를 간식 같은 것으로 꼬셔서, 내 가방을 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넌 바보 같게도,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내 가방의 책과 노트들을 나누어 들어주었다.

지금에서야 순수한 너의 호의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때의 나는 너의 친절에는 무언가 목적이 있으리라 생각했을 정도로, 이미 속이 뒤틀려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 백일장에서 일찌감치 다 써서 내려고 했던 원고지를 누군가 훔쳐 간 적이 있었다.

원고지를 내고 화장실을 갔던 것뿐인데, 누군가 내 원고지를 가져간 것이 있었다.

남은 원고지조차 없어 다시 쓸 수도 없을 때, 네가 말했다.

자긴 도저히 못쓰겠으니 원고지 줄 테니까 쓰라고.

좀 전에 썼던 내용을 간신히 기억해내어, 급하게 써내어 은상을 받았다.

초등학교 들어간 이후 처음으로 1등을 못 한 순간이었다.

반면에 넌 왜 백일장 제출조차 하지 않은 것이냐며 벌을 받고 말이다. 

막상 벌을 받아야 할 건 네가 아니라 나를 싫어하는 여자애들인데 말이다.


교과서를 잃어버렸을 때도, 넌 내가 하교하지 못하고 교실을 뒤지는 것을 같이 도와주었지.

- 너희 엄마가 너하고 같이 오라고 하셔서.

무시해도 좋을, 우리 엄마의 부탁을 너는 무슨 철칙처럼 지켰다.

나는 너를 순진하다고 비웃었고.


분명, 네가 없었으면 못 견뎠을 시절이었다.

어린아이의 세계는 생각보다 무자비했고, 그에 비해 난 멘탈이 강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교우 관계를 개선하는 법은 알지 못했다. 

공부와 각종 대회에 나가 상을 받는 것으로, 다른 애들을 찍어 눌렀을 뿐.

나와는 비교되는 너의 밑바닥이 어딘지 모르는 바보스러움을 놀리고, 속으로 비웃고.

....최악이었네, 나.


******


중학교에 올라가게 되면 시험과 석차라는 것 때문에, 인간관계가 크게 달라지는 법이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무시하던 애가 의외로 반에서 상위권이라서, 평가가 달라지거나.

그 애가 특기생이라던가, 운동을 잘한다던가, 예체능을 잘한다거나 등등.

중학교 때부터는 더 이상 초등학교 때의 그런 괴롭힘은 사라졌고, 동시에 넌 내 곁에서 멀어져 갔다.

난 반에서 흔히 말하는 상위권, 아니 전교 최상위권에 속하는 아이였고, 

너는 이름보다 출석번호로 더 구분하기 쉬운 아이였으니까.


내 주변으로 모이는, 소위 잘나가는 애들과 함께 무리를 지어 있으면,

남자애들에게는 그저 절벽 위에 꽃 같은 존재를 바라보는 눈빛이었다.

다른 여자애들은 나를 부러워하고 질투하면서도, 어쩔 줄 모르겠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특히, 잘생긴 선배나 동급생에게 고백을 받는 모습을 본 여자애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기말고사 시험이 끝나고 전교 1등에 내 이름이 알려지고 나면 더더욱.

난 그 표정들을 좋아했다.

너네 같은 놈들과는 다른, 이게 나의 계급.

너네는 나를 찬양하고 높여 봐야 하는 존재고, 나는 그런 너희를 내려다보지도 않는 존재.

그런 우월감에 젖어서.

너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게 되었다.


그런데도 너는 가끔 반에서 이름이 오르는 대상이 가끔은 되고 했다.

그 소문이 좋든 안 좋든 말이다. 

무뚝뚝한 데다 말수도 적고 역시 재미없었지만, 하는 행동은 웃겼다.

중2병이 생긴 건지 제목도 이상한 소설들을 읽으면서, 헤드셋이나 이어폰으로 귀를 틀어막고 잔다.

특이하게 생겨서 계속 쳐다보게 되는 벌레처럼 말이지.

넌 여전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재밌었다.

화려한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지쳐 있던 내게, 넌 그런 존재였다.

단것만 먹다 보면 가끔 단무지 같은 게 먹고 싶어지듯이 말이다. 


*****


평생 간다는 학창 시절의 우정은 이름만 거창하지 얄팍한 법이다.

졸업식 때, 너는 내게 만년필을 선물로 주면서, 편지하겠다 약속해주었다.

그딴 말 하는 애들이 한둘이 아니었기에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실제로 고등학교 들어간 후 편지를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너 빼고, 말이다.


고등학교에 들어오고 난 후,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서로 간의 견제와 경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내게 다가오는 남자들이 늘어났다.

완벽한 남자, 라고 생각된 남자들이 여럿 있었다.

드디어 나에게 걸맞은, 가슴 설레가 만들 남자가 찾아왔다고 생각했었다. 

여기에 들어온 학생이라면 기본적으로 모의고사에서 전국 순위권인 학생들이었고, 

어렸을 때부터 유학과 어학연수를 다녀왔을 정도로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거기에 외모도 괜찮고, 음악이든 노래든 실력이 수준급인 남자들. 

그래서 너의 평범한 편지 따위는 눈에 차지도 않아서, 뜯어보지도 않았다.


결말부터 말하자면 최악이었다.

나와 사귀어본 것을 스펙처럼 자랑하고 소문내고 싶어 하는 존재들,

그저 내 몸을 더듬어보고 싶은 남자들과 내게 손대고 싶어 하는 선배들이었을 뿐이었다.

마치 트로피 와이프처럼.

실제로 관계까지 간 적은 없었지만, 곁에 있는 남자들이 계속 바뀌는 걸 본 아이들이 소문을 퍼뜨리고 있었다.

섹스로 학업 스트레스 푸는 걸레라는 헛소문을.

복도를 지나가기만 하더라도, 모두의 험담과 조롱을 받아야 하는 일본의 부라쿠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이미 임자 있는 선배를 건드린 썅년이라는 존재가 되어 있었고, 

자기 남친이 나에 대해 언급했다며 교실에 찾아와서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따귀를 날리는 여선배도 있었다.

어느새 나는 교사들에게 관심 학생으로서, 감시받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남자 선생들에게도 음흉한 눈빛을 받았다.

모범생들이 보통 착하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건 엄청난 오산이었다.


주변 사람들 모두가, 날 가축 보듯이 쳐다보았다.

모두의 그 시선이, 날카로운 송곳이 되어 마음들을 찌르고 쑤시고 있었다.

내가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그렇게 힘겨워하고 있을 때, 내 방 서랍 속에 쌓여 있는 너의 편지를 발견했다.


*****


너의 첫 편지를 받고 나서.

다른 중학교 동창들과 마찬가지로, 너도 얼마 안 가 그만둘 거라 생각했기에 기대하지 않았다.

선배란 놈들과의 연애 놀이 때문에, 편지 봉투를 뜯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너는 달랐다.

읽지 않았던 너의 편지들이 1년 동안 어느새 수북이 쌓여 있었다.


[별 볼일 없는 이야기.]

너의 편지는 항상 그렇게 시작되었다.

여전히, 너의 바보 같음이 드러나 있는 편지.

...바보 같아.

너의 편지를 읽으며 키득거리며 읽었고, 우울했던 마음이 사라져 갔다.


2학년이 되어, 새로운 반에 지정되었어도 나를 향한 시선은 여전했다.

그 시선들이 못 견딜 정도로 힘든 것은 아니었지만 역겨워서, 미친 듯이 공부했다. 

이 개 같은 곳을, 반드시 탈출하겠다는 일념으로 말이다.

일부러 외모를 꾸미지 않고 지저분하게 위장한 채, 공부에만 집중했다.

남이 괴롭히든 말든 성적으로 찍어 눌렀고, 다른 선생들이 알려주지 않더라고 경시대회를 스스로 찾아내어 참가하였다.

그 나이 때의 소문은 그런 법이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물거품처럼, 건드려도 시체처럼 반응이 없으면 그만둔다.

그 덕분일까. 

새로 부임한 담임의 추천을 받아서 조기 졸업을 하여, 역겨운 위선으로 가득 찬 학교를 벗어날 수 있었다.


******


첫 연애를 잘못 시작한 탓일까.

대학교에 진학하고 나서, 너에게 답장하리라 다짐했던 기억은 지워버린 채.

난 수많은 남자를 갈아 치웠다.

불빛에 이끌린 나방처럼 달라붙어 오는 남자들을 적당히 단물을 빨고 그들의 마음을 짓밟아 버렸다.

그들이 내 몸을 원하는 거든 내 마음을 원하는 거든, 그들에 집착 섞인 질척한 사랑이 너무나도 역겨웠다.


너도 그런 부류 중 하나일 거로 생각했다. 

답장하지 않는데 초등학교 때나 쓸법한 질이 낮은 편지지들이 도착하는 것을 보며, 

너 역시 그들과 똑같이 나를 어떻게 해보려는 족속이리라, 하고 지레짐작하고 뜯지도 않은 채 책상 서랍에 처박았다.

왜, 그런 거 있잖아.

받는 사람의 심정은 생각하지 않고 그저 고백 편지만 계속 보내는, 일명 고백 공격하는 찐따새끼들 말이야.

그땐 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여초 커뮤니티에서 익명 뒤에 숨어, 남자들을 가지고 놀다가 차버린 썰을 풀면서 기만질하고 놀았다.

그리고 외국 갓양남이라고 찬양하는 글들을 보면서, 유학 가서 개방적인 연애관을 가진 외국 남자들과의 깔끔한 연애를 꿈꿨다.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붙잡는 연애.


유학을 와서, 자유로운 연애와 섹스의 달콤함을 만끽했다.

오픈 릴레이션십, 폴리아모리, 성해방주의, 자유연애, 그리고 프리섹스. 

그런 것들에 난 빠져들어 갔다.

첫 경험은 유학 시절 묶던 숙소의 룸메이트로, 독일에서 유학을 온, 나보다 3살 어린 남자였다.

그와는 2달 동안 동거를 하다가, 그가 독일로 귀국하게 되면서 헤어졌다. 

이후로도 언제 헤어질지 모르는 많은 남자와의 만남과 섹스를 즐겼고, 이별을 했다.


생전 본 적도 없는 남자와도 잠깐의 만남으로 원나잇을 해보기도 했다. 

조지 클루니처럼 부유한 미중년의 남자와도 연애를 즐기곤 했다.

죄악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일탈로부터 오는 짜릿한 해방감과 쾌락, 이것들이 내 머리와 심장을 지배했다. 


가끔, 함께 술을 마시거나 섹스를 하다 보면 입에서 불쑥불쑥 다른 남자와의 연애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상대도 나와 같이 다른 배우자가 있거나 다중 연애 중인 인간들이었기에, 서로 섹스를 하면서 전 여친과 전 남친의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이미 약혼녀가 있거나 유부남인 사람도 있었고.

헤어지던 날이면, 눈물 한 방울 없이 환하게 웃으며 진심으로 서로의 행복을 빌어줬다. 

정말이지 한국에서의 남자들과 비교하면 평화로운 연애였다.

그 평화로움에서... 서서히 공허감과 적막감이 밀려왔다.

섹스의 뜨거운 열기가 가득 찼던 침대도, 방도, 마음도 언제나 순식간에 식어버렸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나서야, 내 가슴 한구석을 좀먹고 있던 공허감들의 정체를 깨닫게 되었다.

내가 해온 연애의 교훈은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라는 것이었다.

'오픈 릴레이션십'이라는 멋진 이름은 '질투심'이라는 인간이 가진 본능을 애써 무시한 대가였고, 

프리섹스라는 성 해방을 향한 용기는 내 연인과 배우자와 함께 누릴 행복을 반납한 대가였다.

평생 한 사람하고만 사랑하고 섹스해야 한다는 제도는 형벌이 아니라, 

서로에게 평생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가 되겠다는 약속이었다.

대학생 때 했던 어장 관리는, 누군가는 진실한 사랑이었을지도 모르는 타인의 마음을 으깨버리고 모욕한 대가였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난 내가 그토록 듣기 싫어했던 고등학교 시절의 별명이 되어 있었다.


우습게도, 위스키에 중독되어버린 환자같이, 쾌락에 중독되었던 내 머리는 이제 피해망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유학 온 뒤로 너에게 편지가 오지 않았기에, 너도 날 걸레 취급하여 버림당한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오해를 하고 살았다.

생각해보니 답장을 안 했으니 네가 편지를 보내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는데.


*******


박사과정 논문을 작성하느라 밤을 지새우던 어느 날, 어머니로부터 메일을 확인해보라는 연락을 받았다.

너에게 메일을 보내 달라는 부탁을 했었다며. 

메일 계정을 접속하자, 거기에는 네가 보낸 읽지 않은 메일들이 쌓여 있었다.


그날은 논문 작업을 멈추고, 너의 메일들을 읽었고,

내 책상 서랍에서 가져온 짐들을 뒤져서 먼지 쌓인 채 구겨져 있는 너의 편지들을 찾았다.

책으로도 한 권 낼 수 있을 정도의 분량들, 그걸 하루 종일 읽었다.

- 별 볼 일 없는 이야기.

여전한 너의 편지의 첫 문장과 너의 바보 같음, 너의 일상들을 읽으며 웃었다.

그 편지 속에는 평범한 일상의 온기가 담겨 있었다.


찾았다.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을.

날 공허함을 채워줄 곳을.


***** 


그 후로는 고등학교 2학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숙성된 위스키처럼 남자들에게 야한 냄새를 풍기는 내 몸을 숨긴 채, 독한 마음을 먹고 공부에 매진하였다.

내 연구 과제와 논문을 훔치고 싶어 하는 대학원생들, 나를 조교로 데려가고 싶은 교수들이 접근해왔지만 전부 무시했다.

빨리 박사과정을 마치고, 너에게로 돌아갈 생각만을 했다.

한동안 끊겼었던 메일이 다시 온 것을 보고, 가슴이 설레어 잠이 오질 않았다.

너에게 처음으로 답장을 하고, 부모님에게 널 보고 싶다는 전화를 해줄 것을 부탁했다.

논문이 통과되자마자, 주변에서 뭐라 하든 말든 한국으로 돌아갈 티켓을 끊었다.


*****


그렇게, 먼 길을 돌고 돌아서 널 만나러 왔는데.

기대했었는데, 너와의 재회를.

그리고 너의 따뜻함을.

전부 착각이었다.

마치 싫고 귀찮은 사람 왔는데 어쩔 수 없이 응대하는 것처럼.

그동안 나한테 서운했던 것을 가지고 복수하려는 것처럼 대했다.


[난 이제 너에게 아무 감정이 없어]

[그리고 나, 여자친구 있어. ]

그 말 한마디에, 내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