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후붕이랑 회순이가 병원에서 만나고 난리가 나고 울고 불고 그렇게 된 이후, 후붕이도 회순이도 병원 생활을 수월하게 보내게 돼. 후붕이 같은 경우에는 가끔 말도 잘 안 하려고 하고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경우만 빼면 잘 지냈고, 회순이는 그럭저럭 예전의 그녀와는 다르게 얌전하게 보냈어.

 두 사람은 퇴원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 회순이는 '이제부터는 후붕이에게 상처 주는 언행을 하지 않고, 제대로 보호자 노릇 하겠다'고 마음먹고 후붕이를 집에 다시 들이는데, 이게 또 잘 안 된단 말이지.

 후붕이는 회순이에게 반항하는 일이 많아져. 예전에, 그러니까 회순이가 노가다판에서 짤리고 신경질적이고 난폭한 여자로 변하기 전까지의, 문 앞에서 달려와 반겨주고 환하게 웃어주며, 자신이 만들어주는 별 볼일 없는 음식을 맛있어하던 그런 후붕이는 어디 간지 없고, 감정의 골이 아물지 못해 회순이를 멀리하려는 그런 후붕이가 된 거야. 시선은 언제나 차갑고 공격적이었고, 대화도 하지 않으려고 했어.

 그렇게 몇 주 정도 지내다가, 어느 날, 결국 후붕이와 회순이는 크게 싸우게 돼. 회순이도 웬만하면 자신 때문에 아이가 반항적으로 변한 것도 있으니까 후붕이가 아무리 자신에게 반항해도 다 받아들이려고 했는데, 결국 후붕이가 "내 진짜 엄마도 아닌  주제에 나 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라"고 말한 게 회순이 가슴에 팍 꽃힌 거야. 회순이는 그래도 자신이 열심히 키워 주었는데 이런 말을 하니까 배신감이 들고 화가 나서 후붕이를 또 때리고 만 거지. "내가 너한테 뭘 못해줬는데, 어?!  기껏 죽어가는 거 주워서 먹여주고 입혀줬더니 맘대로 뛰쳐 나가서는 다쳐서 돌아오고, 이제는 나한테 '엄마도 아닌 주제에' 같은 소리나 하고 그래? 이제 나도 몰라. 나 이제 너 못 키워주겠으니까 내일부터 너 파양 보낼 데나 알아볼 거야" 이런 말을 하면서 말이야. 물론 진심으로 파양 보내겠다는 말은 아니었지만 말이야.

 "몰라! 그딴 거 필요없고 그냥 날 죽여줘! 어딜 가나 고아라고 꾸질꾸질하다고 놀려대고, 아무도 나랑 안 놀아주려고 하고, 이제는 오거네 집 아이라면서 지나갈 때 마다 돌까지 맞는다고!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는단 말야! 모두한테 미움받으며 살 바엔 그냥 죽는 게 나아! 자! 빨리 그냥 날 때려 죽여! 죽이란 말,히,햐, 흐흐어어어어어어엉"
(말끝을 흐리고 우는 걸 좀 자세히 표현하려다가 좀 이상해진 감이 있는데 이건 소설이라기보단 내 망상풀이에 가까운 것이므로 너무 신경써주지 않길 바라.)

 후붕이는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해. 후붕이가 한 말은 아까 상처입은 회순이의 마음을 완전히 찢어 버리게 되고, 회순이는 결국 진짜로 아이를 파양보내기로 해. 이미 마을에는 자신이랑 후붕이가 엮여서 소문이 나 받아줄 사람이 없었고, 회진이 같은 친구들 집에도 받아 줄 여건이 안 되어서 결국 어디 절이나 수도원 같은 데를 알아봐야 할 처지였다는 거지.

 그러다 소년용병후보생의 가두 모집을 보게 돼. 국가에서 유소년들을 데리고 가서 훌륭한 용병으로 키우는 프로그램으로 이미 전국적으로 명성이 자자했지. 물론 아무나 들어갈 수는 없었고 성능 좋은 애들만 갈 수 있었어.

 후붕이의 마음속 괴물(이라고 쓰고 잠재력이라고 부르는)이 깨어난 걸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던 회순이는 후붕이를 그곳에 보내보기로 해. 후붕이는 의외로 흔쾌히 수락하지.

 그렇게 가두 모집 부스에 가 보니 그곳에는 후붕이를 알아보고는 반갑게 맞이하는 아저씨가 있었어. 그 사람은 후붕이가 늑대에게 당해서 목숨을 잃을 뻔 했을 때 후붕이를 구해준 용병 아저씨였던 거야. 후붕이는 정신이 혼미해져 있어서 그 아저씨의 얼굴을 잘 몰랐지만 상황을 설명해주니 후붕이도 알더라고. 후붕이가 늑대와 어느 정도 싸우면서 버티는 걸 본 아저씨는 후붕이의 실력을 크게 평가한 거였어.

 단박에 계약이 성립되었고, 회순이는 후붕이를 떠나보내게 되어 한편으로는 후련했지만 너무 슬프기도 했어. 결국 끝까지 책임져주지 못했구나, 나는 엄마 같은 거 될 수 없구나, 이런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지.

 그렇게 소년용병후보생들이 떠나는 날 아침. 훈련소로 가는 마차에 타기 전 회순이는 후붕이에게 몸 조심히 건강하게 다녀오라고, 무능한 누나여서 미안했다고 하며 슬픈 얼굴로 인사를 해. 후붕이는 그저 아무 말 없이 약간 슬퍼 보이는 눈으로 회순이를 쳐다보다가 시간이 되어 마차에 타고 훈련소로 가.

 후순이는 그렇게 떠나는 마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한 곳에 멈춰서 움직이지 않았다고 해...

 


아 너무 힘들다. 이제 다음화만 쓰면 끝이야. 
진짜 후회챈 있기 전부터 이런 내용의 글을 생각하고 있었던 나 자신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물론 후챈 생기고 나서 어느 정도 다듬어서 여기 올린 거긴 하지만).